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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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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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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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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DUMMY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의 관계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인삼각이라 부른다.


이를 잘 알고 있던 맥퀸은 자신의 트레이너와 일심동체가 되기 위하여 노력했다.


한 마음처럼,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알아야 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어느 시처럼, 그를 알아가기 위해 바라보며 깨달아간다.


자신을 위해 밤새워 일하다 사무실에서 잠든 모습에 누가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남들에게 숨기는 자신의 약점조차 이해해 주던 사람에게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벚꽃이 거의 다 떨어질 무렵,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심어진 작은 불씨.


생기 넘치는 여름을 지나,

어느새 찾아온 가을의 어느 멋진 날에,


-메지로 맥퀸,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국화상을 가져갑니다!


다른 주요 경기는 모두 포기하고, 처음으로 출전한 G1급 경기에서 시작된 전설.


"트레이너 씨, 보셨나요?"

"그럼, 똑똑히 봤지. 맥퀸이라면 해낼 거라고 믿었어."

"저와 트레이너 씨가 함께한다면 당연한 결과죠."

"하하,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발목 잡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는걸."


날씨가 조금 추워졌던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갔다.


불씨는 나무를 만난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찾아온 봄에,

국화상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텐노상 봄의 경기.



그가 곁을 지켜주었던 첫 번째 봄에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를 잃어버린 두 번째 봄은, 단 하나의 결핍이 이토록 클 수 있었던가.



세 번째로 맞이한 봄은, 꿈에도 그리던 그와 함께였건만 어째서...




-----


감았던 눈을 뜬다.


푸르른 저 하늘도, 불어오는 바람도, 잔디밭의 흙내음도.


그녀가 4년 넘게 달려온 여정에서 늘 보아왔던 것이기에,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곳이야말로 그녀의 무대, 그녀가 살아간 장소.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는 와중에도 환성은 끊이지 않는다.


"와아아아아아~!"

"맥퀸, 힘내!"


경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그녀를 위한 찬송가는 울려 퍼지고 있다.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자신이야말로 모두의 히어로니까.





...그런 화음 속에 묻힌 단 하나의 불협화음을, 맥퀸만이 깨닫는다.


섬찟함에 뒤돌아보았을 때, 다가오던 라이스는 이제 겨우 G1 1승이 전부인 햇병아리일 터이다.

무리할 정도로 혹독하게 오늘을 준비한 그녀는, 특유의 분위기와 맞물려 초췌한 기색까지 느껴진다.


'...트레이너 씨와 함께 준비한 제가 질 리 없어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자신을 집어삼킬 것처럼 불타는 형형한 두 눈에, 맥퀸은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G1 최장거리 경주 텐노상 봄, 모든 우마무스메가 게이트에서 준비를 마쳤습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직전, 관객들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순간의 고요함.



'...보고 계신가요, 트레이너 씨.'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시간이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시간이다.


다시 한번.



-스타트!





-----



-제3코너를 지나, 승부처입니다. 맥퀸, 메지로 맥퀸은 벌써 2위!


장거리에 강한 스테이어라고 해도, 다리는 아프다. 심장은 피가 필요하다. 폐에는 공기가 필요하다.

떨리는 호흡을 애써 조절하며, 머리를 식힌다.


'풀 스퍼트는 아직이에요, 조금 더 기다렸다가...'


달리는 우마무스메들이 중계 해설을 반드시 듣는 것은 아니다.

그 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림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다 못해 무아지경에 가깝게 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에.


물론 침착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마저도 자신의 힘으로 삼을 수 있다. 맥퀸은 그럴만한 경력이 있었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듣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라이스 샤워, 바깥쪽에서 메지로 맥퀸을 따라갑니다.


당연히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우마무스메는 있겠지만, 달리는 와중에 뒤를 돌아볼 수는 없으므로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까 느꼈던 불협화음은, 이제 위험을 알리는 경종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초조함이 밀려든다.


'...조금 더 일찍 따돌리는 게 좋겠네요.'


아껴뒀던 힘을 모두 짜내어, 속도를 올린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듯이.


-제4코너를 넘어서 최종직선입니다. 메지로 맥퀸이 빠져나오나요?


'이 정도면 거리가 벌어졌겠죠.'


-라이스 샤워가 무서운 기세로 쫓아옵니다! 작년의 국화상에서 부르봉의 3관을 깨트린, 라이스 샤워입니다!


깜짝 놀란 맥퀸은 옆을 돌아보고 말았다.


언제나의 푸른 장미가 달린 모자를 쓰고, 단검 달린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나란히 달린다.

오직 앞만을 바라보는 자수정 같은 눈이, 빛나고 있다.


-추월했습니다!


자신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크윽...!"


질 수 없다. 지면 안 된다.

이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최고속도로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온 힘을 다해도, 따라갈 수 없다.


-올해만, 한 번만 더 힘내라, 맥퀸!


자신의 역할마저 잊고 안타깝게 외치는 해설에도 불구하고,


-아, 리드가 벌어집니다. 1마신, 2마신. 라이스 샤워가 완전히 선두!




-라이스 샤워, 1착으로 골인! 압도적인 1번 인기 메지로 맥퀸을 깨트리고, 텐노상을 가져갑니다! 메지로 맥퀸은 2착입니다. 이어서 3착은...



결승점을 통과하고, 속도가 떨어진다.

가볍게 달리다가, 걷다가, 이내 멈추어 선다.


침착해야 한다.

아직 모두가 보고 있으니까.

언제나 완벽한, 모두의 동경을 받는...


"어째서어어....!!!"


완벽하지 않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스스로는 속일 수 없다.


꺾여버린 자긍심처럼, 무릎도 꺾인다.


주저앉아 올려다본 하늘은 여전히 푸르기 그지없다.

따뜻한 봄 햇살은 여전히 그녀를 안아주고 있다.

변함없이, 한결같이.





---------------



라이스가 터프를 밟고 뛰어온 시간은 맥퀸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이 그 생활에 익숙해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1년차의 주니어급, 2년차의 클래식급은 출전 자격이 제한되어 있어도, 3년차부터는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그런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고립감.


사방에서 조여 오는 적의.


자신이 꺾어야 할 상대에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




-----


우승은 처음이 아니다.


흐릿해진 기억 속, 들려오던 환호성.

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경기장에서, 적은 사람들뿐이었지만.


"수고했어, 라이스."


"오라버니, 라이스가 해냈어!"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달려가 말했다.


"라이스는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오라버니의 곁에서, 꿈을 키워나갔다.



흔하디 흔한 새내기에 불과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라이스 샤워라는 이름처럼 축복받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미호노 부르봉을 앞지른 그날, 맥퀸처럼 국화상을 손에 넣은 그날.

마침내 그녀는 높게만 느껴지던 현실이라는 장벽을 넘었다.



그 벽의 너머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것은 꿈꾸던 낙원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였다.



동심을 잃고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잴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그날 어른이 되었다.




-----



-'라이스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나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까.'


아니야, 오라버니.

오라버니 때문에 포기한게 아니야.



"맥퀸이 이기길 바랐는데..."

"라이스가 또 저질렀어!"

"실망이야... 맥퀸의 3연패가 보고 싶었다고."


지난번처럼 다들 슬퍼하고 있어.

맥퀸 씨는 부르봉 씨보다 대단하니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스 때문에 슬퍼하고 있어.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오라버니는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라이스의 꿈은 원래 처음부터 불가능했어.


혹시나 했지만 역시 기적은 없는거야.


...상냥한 오라버니.

라이스가 실망할까 봐 불가능한 꿈을 위해 애쓰던 오라버니.

산타 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오라버니.


이제 괜찮아.

라이스도 곧 어른인걸. 이젠 알고 있으니까.


"오라버니, 라이스가 해냈어..."


라이스의 꿈은 이제 바뀌었으니까.

오라버니가 이걸로 만족한다면, 라이스도 행복하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1번 인기와 2번 인기는 보통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작년의 테이오와 맥퀸처럼.

그렇지만 그 차이가 자릿수가 다른 수준으로 벌어지면 라이벌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불가능. 기적. 그녀의 승리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관중석은 뜨겁다.

하지만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아우성에 묻혀버리고, 들어야 할 이에게 전해지지 못했기에,

이것은 환호가 아니라 아우성이다.

기적같은 승리에 쏟아지는 아우성.

레코드를 경신한 업적에도 받을 수 없는 축복.



그러나 그녀는 절망하지 않는다.


주식이 오르길 기대했다가 실패하고 자살하는 사람은 많아도, 복권 당첨에 실패했다고 자살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복권에 당첨될 것을 기대하는 감정은, 앞서의 것에 비해 훨씬 미약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딱 그 정도의 기대감.



사람은 기대가 배신당했을 때 분노하고, 절망하며, 불행해진다.

반대로 기대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일도 없다.

밑바닥에서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까.



그러므로 지금 흐르는 눈물은, 자신을 받아들이길 거부한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푸른 장미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은, 이번에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혹사당해 굳어버린 다리를 움직이자.


그녀의 결승점은 여기가 아니니까.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달려가자.


이제 자신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푸른 장미니까.




나머지 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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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7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6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5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3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20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9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8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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