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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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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94,653

작성
23.03.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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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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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DUMMY

"그렇구나."


지나치게 간결한 반응에 트레이너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든 위로해야 한다고 머리를 쥐어짜 낼 때, 오래 지나지 않아 라이스가 다시 말했다.


"그동안 피곤했는데 잘됐네. 쉬어야겠다."


그녀는 그렇게 미소 지었다.



때맞춰 문이 열리고 아침 식사가 왔다.


"좀 오래 자서 그런가 배고팠어."


살짝 올라간 목소리는, 오히려 약간 신났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세상에 골절당해서 쉴 수 있다고 기뻐하는 우마무스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인간도 마찬가지다. 감기에 걸려서 학교에 안 간다고 좋아할 수 있는 건 철없는 어린아이뿐이다.


아프다고 해서 그냥 봐줄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해야 할 일들은 전혀 변하지도, 줄어들지도 않으니까. 만약 그렇다는 착각이 든다면, 그건 자신이 없는 동안 다른 사람이 대신 일을 처리해줬거나, 피해를 봤다는 뜻이다.


"많이 먹어, 빨리 나아야지."


맛없는 병원밥도, 하루쯤 굶는다면 먹을만한지, 아니면 원래도 잘 먹어서 그런 건지 즐겁다는 듯 식사를 하며 잡담도 건네온다.


"다 나으면 놀러 가고 싶어. 라이스, 오라버니랑 해보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트레이너 역시 성장해온 라이스가 부정적인 성격을 극복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오히려 그를 위로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의 성격 탓에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따져도 낙담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힘들지는 않아, 라이스?"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트레이너는 말해버렸다.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간절히 준비해왔던 경기가 무산되었는데도, 실망했다는 내색 하나 없는 것이 어색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는 것은 현명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게 원래 그리 현명하지 않다.



라이스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명랑했다. 그 완벽함이, 오히려 위화감을 만들었다.



"힘들었어."



역시 자기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한 그가 고개를 들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한결같은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놀러 가자고 말했잖아. 오라버니가 있으면, 라이스는 괜찮아."



라이스가 자책하고, 절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녀가 좀 더 웃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믿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분명 그런 트레이너의 마음을 알고 노력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애써왔다.

원석이 다이아몬드가 되도록, 그 마음을 깎아왔다.



"...그래, 라이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가 줄게. 하고 싶었던 일들도 하자."


가장 힘들어해야 할 그녀가 견디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약한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다잡고, 아픈 곳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녀를 감싸 안았다.


"나 때문에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꼭, 라이스에게 보답할게."


-토닥. 토닥.


등을 두드리며, 사실 위로받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포옹을 풀자, 그녀는 조금 걱정스레 말했다.


"오라버니는 지금 여기 있어도 괜찮아? 학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담당의 건강관리도 트레이너 일이니까... 급한 일도 없으니 여기 있으려고."


그녀가 괜찮다고 말해도, 부상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 처음부터 옆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한 것도 잠시, 전화가 울렸다.


"아, 미안."

"네, 이사장님. 네. 일어났습니다. 네. 네?"


눈치를 살피면서 고민하는 그에게,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귀에 속삭였다.


"괜찮아. 다녀와, 오라버니."


흠칫 놀랐지만, 청력 탓에 전화 내용이 아무래도 다 들렸던 모양이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트레이너는 라이스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중요한 일이 생긴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 아픈 라이스를 혼자 두고 싶지 않은데..."


"이사장님이 부르셨다면 오라버니는 라이스를 위해 일하러 가는 거잖아? 신경 쓰지 않아. 대신 끝나면 바로 와주는 거야."


"이해해줘서 고마워, 얼른 갔다 올게."


어릴 적,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이런 변명을 해야 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우스워졌다.

어쩌면, 정말로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



라이스 덕분에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트레이너에게, 닫힌 문 너머의 중얼거림은 들리지 않았다.



"싫은 일은... 어째서 말한 대로 이루어지는 걸까."


그는 우마무스메가 아니었으므로.

여전히, 라이스에 비해서 독심술 레벨이 떨어졌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조차, 모든 면에서 강한 것이 아니다. 망치로 내리치면, 의외로 간단하게 조각나버리고 만다.


변치 않는 영원을 상징하는 최고의 보석조차도 약점이 있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작아지다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그렇게, 그렇게 기도한 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임계점을 넘긴 물이 끓어 넘치듯,

단단히 가두어 두었던 본심이, 눈 밖으로 흘러넘쳤다.




-----


"미안해, 거짓말쟁이라서."


다리가 아픈 걸 숨겨서 오라버니를 걱정시켰는데, 또 거짓말을 했어.


"있잖아. 라이스 열심히 했어. 정말로..."


라이스가 울어버리는 건 바라지 않을 테니까,

환히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을거라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었어.


그렇게 오라버니만 웃어준다면 라이스도 다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사실은 너무 아파.


라이스 때문에 사람들이 오라버니를 손가락질할 텐데,


그게 싫어서 달리고 싶었는데,


그래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흐윽... 왜... 라이스한테만..."


이제 웃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사실은 하나도 강하지 않아.




-----


해가 사라지면 어두운 밤이 찾아온다.

해가 뜨면, 새로운 낮이 시작된다.


그녀의 인생은, 밤이 남들보다 많이 길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언제나 그녀는 절반의 승리를 거두어왔다.


국화상에서는 이겼지만, 정말로 바라던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텐노상 봄에서 맥퀸을 이긴 대신에, 메지로 가문 전체의 악의를 마주하게 되었다.

트레이너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서, 솔직하게 위로받는 것을 포기했다.



단 하나 온전히 받은 선물이 있다면, 언제라도 라이스의 곁에 돌아올 오라버니 한 사람.


머지않아 돌아올 트레이너에게 그녀는 다시 웃어 보일 것이다.



비록 진정으로 행복감에 우러나온 웃음은 아닐지라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불행을 언젠가는 따돌릴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인류의 밤마저 낮처럼 환하게 만든 전깃불처럼, 끊임없이 성장한다면 그녀도 언젠가는 빛을 받으며 살아가리라.


살아있다면, 언제나 희망이 있으니까.




"그래도, 그거라도 할테니까... 이런 라이스라도..."

계속 사랑해주기를.




한참을 그렇게, 홀로 오열하던 그녀가 뚝 울음을 멈추었다.


-똑똑.


라이스가 호흡을 고르며 다급하게 손수건을 찾던 도중, 곧바로 문이 열렸다.



"...오랜만에 뵙네요, 라이스 씨."



너무나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방문에, 그녀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그 사건 이후 라이스와 맥퀸은 철저하게 서로를 피해 다녀서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서로 보고 싶은 이유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만나기 곤란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병원도 알려준 적 없는 맥퀸이 혼자 있던 라이스에게 갑자기 찾아왔다.


이 방에는 둘 뿐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닿은 라이스의 눈에 공포가 차오른 순간,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맥퀸도 같은 곳에 생각이 미친 것인지, 비명을 지르기 전에 다급히 말했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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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7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1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8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7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4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1 0 13쪽
»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8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20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20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9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6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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