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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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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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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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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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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DUMMY

-파쿠파쿠.


"그렇게 맛있어?"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거예요. 매일 못 먹어서 한인 것이와요."


치즈 케이크 한 조각에 영혼을 팔 것 같은 그녀가, 평소에는 어떻게든 참아낸다는 것을 볼 때마다 트레이너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뭐, 여러모로 맥퀸은 대단하다니까."


"뭔가요? 어째선지 놀림당한 기분이?"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맥퀸이 항상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하다고."


모처럼 기분이 좋아져 아주 관대해진 맥퀸은, 따지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당분 보충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국화상 다음은 텐노상 봄이군... 맥퀸의 꿈은 뭐야?"


"이대로 텐노상을 제패하고, 메지로 가문을 빛내는 것이죠."


반사적으로 그리 답한 맥퀸에게 트레이너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 앞에서 언제나 지어주던, 자애로움이 담긴 따뜻한 미소를 품고.


"하하,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내 말은, 좀 더 개인적인 의미에서 말이야. 레이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


우마무스메란 종족에게 달리기는 유전자 차원에서 새겨진 본능이지만, 메지로 가문의 중추를 맡은 어느 런신병자처럼 모든 우마무스메가 그것을 인생의 전부로 여기지는 않는다.

식욕이 인간에게 필수적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탐식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제 꿈이라..."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재능은 어릴 때부터 눈에 띄었기에 가문의 조기교육 대상자였다.


끊임없이 레이스에 걸린 메지로 가문의 사명과 그 이름을 빛내야만 한다는 의식을 주입 받았으므로,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진심으로 바라던 것이 있었다면, 레이스를 위해 마음껏 먹지 못하는 더 많은 스위츠 정도였으나...


"생긴 것 같긴 해요."


트레이너를 만난 이후 하나 더 늘었다.


"말해줄 생각은 없는 거야?"


"조금 부끄러워서요. 졸업하기 전에는, 꼭 말씀드릴 테니까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혹시라도 발그레진 얼굴을 들킬까 봐.


그와 함께한 지 곧 2년이 되지만, 트윙클 시리즈를 꼭 3년 만에 마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트레이너의 전화가 울렸다.


-띠리리리링 띠리리...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트레이너의 벨소리가 아니었기에 맥퀸은 위화감을 느꼈다.



"오라버니... 살려줘..."



귓가에 울리는,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그 새된 목소리에 놀란 맥퀸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비친 트레이너의 표정은,


"어떻게 이런 끔찍한 짓을..."


원망이다.


배신감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경멸이다.





눈을 떴을 때, 방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미래처럼.


"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 만에, 그녀는 간신히 숨을 골랐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건가요. 괜찮아요... 괜찮아."


오늘은 그래도, 앞부분은 마음에 들었으니까.


트레이너가 그녀한테 그리 미소 지어주는 일은 다시는 없겠지만, 잠깐이라도 보고 싶었다.


꿈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옥에 가야 할 자신에게는, 이조차 분에 넘치는 찰나의 구원이다.


"이제 다 끝이니까요."




---




세상의 불합리함을 모두 알면서도, 직접 당하면서도, 보통 사람들은 현실에 순응하며 산다.


대부분 그것을 바꾸기 위해 저항하는 것보다, 그냥 부조리를 감수하는 게 손해가 적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견 불합리하면서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거부하고, 어려운 길을 골랐던 이사장의 신념은,


승산 따위 고려하지 않고 운명과 직접 맞서던 라이스의 용기는,


비로소 영웅이라 불릴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해준다.


모두가 선망해 마지않는, 가슴 속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그런 존재로서.




"아르당 씨, 잠시 시간 되실까요?"


이기적이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저와는 먼 세상의 이야기죠.


"음? 내일 기자회견으로 바쁘실 텐데, 무슨 일이신가요?"


"죄송하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요. 이사장님께 이 편지를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메지로 가문의 명예가 허명이었다고 할지언정, 저는 가문 전체가 타락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저와 함께 달렸던 자매들은 믿고 싶으니까... 제가 그랬듯, 이들도 분명 가문에게 속박당했던 피해자일 테니까요.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적어도 동조하지는 않을 거라고, 아직은 진정한 메지로의 긍지를 잃지 않았을 거라고... 믿어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굳이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이유를 모르겠는데...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꼭 이사장님께 직접, 제 기자회견이 끝나는 시간에 전해야 하거든요. 더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해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무릎을 꿇으려는 저를 아르당 씨는 재빨리 말려주었습니다.


연기자에 불과한 저와는 달리, 그녀는 진짜 메지로의 아가씨예요.


"아,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해드릴 테니까 이러실 필요 없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중요한 일이니까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고, 반드시 제때 전해주셔야 해요."


아르당 씨는 의문이 많은 듯하였지만, 저를 배려해서인지 더 자세히 묻지는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분명히 믿고 맡겨도 될 거예요. 아르당 씨라면.




----------




아르당에게 뒷일을 부탁한 맥퀸은 꿈에서 다시 트레이너를 만났다.


한참을 웃어서 그런 걸까,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매일 꾸던 그 악몽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은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려는 맥퀸이 읊조렸다.


"보고계신가요, 트레이너 씨."


원래 배신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위태로운 시점에 당하는 것이 제일 치명적이다.


당주의 전적인 신뢰를 얻은 덕분에 맥퀸은 확실한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가문이 배신자를 용납할 리 없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바로 살해당한다든가 하지는 않겠지만, 저택에 갇혀 바깥세상과 격리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다.


아니면 더 차가운 바닥일 수도 있고.



자신의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두렵지는 않다.


이대로 속죄조차, 간신히 새로 품은 뜻조차 이루지 못하는 것이 더 괴로운 일이니까 말이다.


마지막 순간만큼이라도, 그녀는 자신이 평생을 믿어왔던,


스스로 땅바닥에 내버려 더러워졌던,


자긍심을 되찾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너무 늦었죠.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죠?"


아우성치는 기자들 사이로 뛰어들어 도망칠까 생각도 했으나, 흉흉한 기색을 내뿜는 가문의 수행원들을 혼자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차기 당주인 그녀를 위해 선발된 우수한 요원들은, 이제 자신을 '정중히 모셔' 가겠지.



그래도 계획은 성공할 것이다. 아르당은 편지를 열어본다고 해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테니까.


변질되지 않은 진실로 고결한 메지로의 영애라면, 분명히 본인의 소속보다 더 큰 선을 위하여, 양심의 목소리에 따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가 만들어낸 돌파구로 이사장과 라이스가 파고들 수 있도록, 아르당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가문을 분명히 끝장낼 수 있겠지.


"...저도 할 수 있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갈림길에서 자신의 의지로 방향을 선택했다.


어느 쪽이건 바닥이 보이지 않는 늪이라지만, 후회는 없다.


다시 새장 속에 갇히기 전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맛본 자유란,


그녀가 먹었던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했기에.





---------------


3시간 후, 트레센 학원의 기자회견장.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시간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녀로서는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힘든 시기였다.


트레센 학원이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열과 성을 다해 가꾸어온 아름다운 정원이, 꽃을 갉아먹는 해충들 때문에 망가지고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많은 고난과 희생을 감당해야만 했다.


"여러분께서 가장 먼저 듣고 싶어 하시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원래 오늘의 회견을 준비한 목적 역시 이 일과 관계된 사안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사장에게서는 괴로움도,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앙심을 품은 학생이, 우승자를 유인하여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앞서의 기자회견으로 메지로 가문에 세상이 집중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 경기를 떠올렸다. 소란이 일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선고가 내려진다.


"예상하셨겠지만, 메지로 맥퀸과 라이스 샤워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가해 학생에게는 6개월의 출전금지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해 학생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퇴학을 제외하면, 출전금지 처분은 트레센 학원에서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중징계에 가깝다.


현재 날짜는 6월 중순에 접어들었다는 것과, 맥퀸이 올해로 5년 차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은퇴할 때까지 출전을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중대한 문제이긴 해도 애초에 학원 내부의 사건사고를 언론에 보도하는 일은 트레센 학원에게든, 가해자와 피해자에게든 여러 이유로 득 될 게 없기에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반적인 경우를 들어 의문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메지로 맥퀸과 라이스 샤워의 이야기라면,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더욱이 맥퀸이 몇 시간 전 메지로 가문의 중대한 범죄를 폭로한 시점에서, 해당 사안의 중요성은 제곱으로 커진다.


"저는 트레센 학원이 학생들의 꿈을 이루는 터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모두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최소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자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민낯을, 불의로 가득 찬 현실을 보여주고 싶은 어른은 없을 테니까요."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이전까지 트레센과 메지로는 공식적으로 적대 관계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와 정의에 대하여 논했을 뿐.


"셀 수 없이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트윙클 시리즈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메지로 가문에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경기에 나선 수천, 수만 명의 우마무스메들이 흘린 눈물과 땀을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응원하며 지켜보던 전국의 수천만 관객까지 기만한 것입니다."


정의를 자처한다면, 악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


"저는 트레센의 이사장으로서 수사기관과 협조하여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들이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마침내 트레센 학원의 이사장이, 메지로 가문을 악의 축으로 선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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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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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9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7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20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34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32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30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31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3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43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6 0 12쪽
»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7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8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34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7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5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5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20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31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20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22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21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23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21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23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2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1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20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20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43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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