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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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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94,653

작성
23.04.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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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DUMMY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시청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이대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어. 역시...'

'하지만 이마저도 이중 위장이라면?'


"이사장님, 이쪽으로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일단은 곧 있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미뤄둔 상태입니다."


"잘했네. 일단 시간을 끌게."


타즈나는 당장의 고비는 넘기게 해주었지만, 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대로 일을 진행하면, 맥퀸의 고발이 트레센 학원의 정치 공작이라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메지로 가문에 체크메이트를 걸 수 있다. 가문이 맥퀸을 손절하든, 손절하지 않든 그녀의 폭로가 진실이라는 결론이 나오니까.

그러나 맥퀸은 자신도 죄를 지어놓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가문을 배신한 변절자 취급을 받겠지.


반대로 진실을 덮고 맥퀸에게 호응하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메지로 가문에 대한 수사에 실패한다면? 전쟁을 끝낼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 맥퀸이 트레센 학원의 회유나 협박 때문에 거짓을 폭로한 것으로 몰린다면... 가능성은 낮지만, 무시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파멸적이다.


"고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녀는 순간 라이스를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이내 지웠다. 힘들게 결정을 내렸을 그녀에게, 상황이 바뀌었다고 다시 물어보는 것은 정말로 책임을 떠넘기는 짓이다.


'생각이 짧았어요. 오라버니가 더 이상 위험해지는 건 싫어요. 라이스를 도와주세요, 이사장님.'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지울 수 없었다.

...트레센의 학생들을 위해서 결심하지 않았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내가 틀렸다면, 나를 용서하지 말게. 맥퀸 양."





"맥퀸... 어떻게... 컥."


"당주님! 정신 차리십쇼! 당주님!!"


"맥퀸! 네년이 우리 가문을 기어코 말아먹는구나!"


끝내 당주가 배신감에 목덜미를 잡고 쓰러진 사실도,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분노도 맥퀸은 알지 못했다. TV는 단방향 통신이기 때문이다.





맥퀸의 앞자리를 가득 채운 기자단의 반응은 볼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동안 라이스와 트레이너 씨를 향해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아마도, 저희 가문이 퍼트린 것이겠죠."


그렇게 그저 말을 이어갈 뿐이다.


"트레이너 씨는 담당인 저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주셨어요. 제가 라이스 씨보다 느렸기 때문에, 경기에 진 것뿐입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았던 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음에도 침묵했습니다."


"제가 메지로 가문의 일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는... 제, 어리석음으로..."


폭로하고 있는 진실의 피해자는 따로 있었음에도, 끝내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메지로 맥퀸이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열하다가, 간신히 말을 끝마친 맥퀸은 자리에서 내려갔다.


인터넷, TV, 신문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보도된 메지로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


맥퀸을 파멸로 밀어 넣는 일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억지로 벌레를 삼키는 것과 같았다.

살기 위해서 싫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전에 라이스가 맥퀸을 용서하려 했던 것이, 단순히 남한테 해 끼치기 싫어하는 심성 탓만은 아니었다.




맥퀸과 트레이너는 이전에 담당 계약을 맺었던 사이라는, 객관적으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세상이 문서로 쓰인 계약 관계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없었더라면 맥퀸과 트레이너는 분명히 이어졌을 거라고, 라이스는 생각했다.

그 만약의 가능성이, 그녀에게는 원죄로 여겨졌다.


선량한 사람이라도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 삶을 향한 갈망은 어지간한 이타심으로는 억누를 수 없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다.


맥퀸과 경쟁하고, 쟁취하고, 지키기 위한 투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메지로 가문의 지독한 악의와 맞서는 동안에는, 그런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메지로 가문의 위협은 이제 그 끝이 눈앞에 보인다.

백기를 들어 올린 맥퀸을 믿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겨버린 일은, 마음 한구석으로 치워두었던 죄책감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라이스가 맥퀸의 트레이너를 빼앗았다.'

그런 류의 이야기를.





맥퀸 씨가 차라리 반성하지 않았더라면.

오라버니를 끝까지 기만하고, 라이스를 괴롭히는 지독한 여자였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텐데.

이러니까 라이스만 나쁜...


"...맥퀸이 너한테 저지른 일은 변하지 않아. 그 녀석이 어떻게 되든 라이스의 잘못은 아니야."


고개를 돌렸을 때, 오라버니는 미소 지어줬어.

라이스가 괴로워할까 봐 걱정해서 미리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하지만 라이스는 오라버니의 마음을 알 수 있어.

사실 맥퀸 씨를 걱정하고 있잖아.



"저기, 있잖아."


...맥퀸씨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건 라이스도 마찬가지였어.

라이스에게 실망해버리진 않을까, 진실을 알게 된다면.


"...맥퀸 씨는 오라버니를 좋아했어."


오라버니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외치기 전에, 결심이 흔들리기 전에 모든 것을 털어놓자.

그러지 않으면, 평생 죄책감을 지고 살 테니까.

맥퀸 씨도 그게 싫어서 자백한 거겠지.


"오라버니는, 라이스의 마음도 말하기 전까지는 몰랐잖아. 맥퀸 씨도 숨긴 것뿐이야. 지금의 관계가 무너질까 봐."


그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라이스가 더 대단한 아이라서가 아니야.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더 절박했기 때문에, 그게 전부야.


그런 하잘것없는 이야기야.


"그대로라면 오라버니는 맥퀸 씨의 것이 되었을 거야. 라이스는 그걸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래서 고백했어. 맥퀸 씨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런거야."


맥퀸 씨 말이 하나는 맞았구나.

착한 척한 거야.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른 주제에.


"오라버니는 라이스가 착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렇게 이기적인걸. ...미안해."


더 이상 오라버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어.

그래도 잘못이 없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서.





"...라이스, 너는 중요한 걸 착각하고 있어."


여전히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설령 맥퀸이 나를 좋아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 사실을 나는 몰랐지만, 라이스는 알았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때의 오라버니에게 맥퀸 씨는, 라이스보다 덜 소중한 존재였던 거야? 분명..."


눈물을 글썽거리는 라이스는 조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랜만이라도 별로 보고 싶지는 않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그때, 분명히 나는 라이스를 내버려 두고, 맥퀸의 트레이너가 되려 했었다.

맥퀸의 여정을 마무리하겠다느니, 내 죄책감 때문이라느니 하는 이유야 어쨌든, 결국 라이스의 입장에서 밀려난 것으로 받아들여도 할 말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죽을 때까지 이걸 우려먹어도, 나는 사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라이스가 잡지 않았다면, 내가 분명히 맥퀸을 골랐을 텐데, 그걸 방해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푹 숙였지만, 긍정의 의미인 것 같았다.


"레이스의 결과는,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어. 알 수 있다면 그건 조작 경기지."


그 메지로 놈들이 지독하게 물고 뜯었던, 부정행위를 해야 한단 말이지.


"세상에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어. 내가 맥퀸과 이어지는 것도, 정해진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라이스가 맥퀸 씨를 불행하게 만든 건..."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불행하게 만든' 건가. 저 말을 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내가 여태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다시 맥퀸의 트레이너가 되려고 라이스의 곁을 떠난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국화상의 일이야."


국화상이라는 말에 그녀의 귀가 움찔 떨렸다.


"맥퀸의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승리를 거두었을 때는 알지 못했어. 모두가 환호하는 소리밖에 못 들었거든."


라이스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참 웃긴 일이야. 그러면 부르봉에게 일부러 져주기라도 해야 했단 말인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라이스는 그래야 했다고 생각해?"


다시 바짝 고개를 든 라이스는 울고 있었다.

그래도, 단호하게 대답하려던 그녀는,


"그럴 수는 없... 아아...!"


눈을 번쩍 떴다.


"라이스는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레이스에서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다. 18명의 우마무스메가 경기에 나오지만, 승자는 1명뿐이다.

17명은 노력한 보람도 없이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울게 되더라도, 1등이 남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동정심은 배려가 아니라, 상대를 더 비참하게 만드니까.


"라이스는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서 이긴 거고, 맥퀸은 안타깝게도 진 거야."


내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던 작년 가을에, 혼자서 깨달았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혼자서 써 내려간 답이 틀린 걸까 불안해하고 마는 것이다.


시험 칠 때 답 고치면, 꼭 틀린다.


"괴롭겠지. 의심이 들겠지. 누구라도 그럴 거야."


남들의 쓸데없는 말에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세 사람이 모이면 없는 호랑이도 꾸며낼 수 있다지.

하물며 수만 명이 입을 모아 말한다면, 옳은 것도 틀린 것처럼 느껴질 거다.


"그래도 틀리지 않았어. 스스로 의심이 든다면, 라이스를 믿는 트레이너인 나를 믿어줘."


이 이야기를 진작에 했어야 했다.

그녀가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국화상을 '빼앗았다'는, 3연패를 '빼앗았다'는 그 부당한 비난에 입은 상처가, 흉터가 되지 않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말해주자.


"오라...버니..."


"비록 부족한 나지만, 그래 주겠어?"


"ㅁ...흐...흐아아앙..."




특정 가문이 집착하는 일심동체라는 단어는 냉정하게 말해서 환상이다.

피로 이어진 부모와 자식도, 애정에 불타는 연인도, 반평생을 함께한 부부도,

수십 년간 다른 삶을 살아온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대화를 한다.


"솔직하게 진실을 말해줘서 고마워."


토닥.


"힘들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토닥.


"그날,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토닥.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라이스도, 맥퀸도, 트레이너도. 세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실수를 했다.

어쩔 수 없다. 신이 아닌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실패와 좌절로 얼룩진 어제와,

끔찍한 고통이 괴롭히는 오늘을 넘어서,

내일은 더 나은 하루일 거라고,

기대하며 잠들 수 있다.


이제는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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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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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5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3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9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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