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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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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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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DUMMY

트레센 학원에 들어와서 기쁜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어.

사실 힘든 일이 더 많았던 거 같아.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아.


모두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뻐해 주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라이스는 변할 수 있었으니까.

여태까지의 불행이 오라버니를 만나기 위한 대가였다면, 얼마든지 치를 수 있어. 몇 번이라도.



라이스가 오라버니에게 힘이 되었다고 조금 어깨를 으쓱한 다음 날, 오라버니는 다시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어.


"라이스, 요즘 어수선해서 말할 타이밍을 못 잡았는데... 다음 경기는 어떻게..."


아, 별일 아니었네.

오라버니도 참, 그런 걸 왜 걱정한 거야?

라이스는 이제 달리지 않을 텐데.


잠시 머뭇거리던 오라버니가 다시 말했어.


"라이스, 있잖아."

"....."

"트윙클 시리즈는 3년이 기본이니까. 라이스는 아직 한창이고,"

"....."

"인생에는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시기가 있어."



그렇구나.

오라버니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네.


"라이스는, 더 이상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 바로 그거야!"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도 있어. 라이스가 이기면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라이스가..."


미련따위는 분명히 없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망설였어.


"달리지 않는 편이 나아."


이런 말을 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하겠지.

역시 옳은 선택을 했어. 오라버니만 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오라버니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채로 대화가 끝나는 것은 싫기에, 할 말을 찾던 와중 대답이 돌아왔다.


"라이스, 만약에."

"나와 라이스가 헤어지길 세상 사람들이 바란다면 그때도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스스로 놀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아무리 상대가 오라버니라도 그런 말은 참을 수 없으니까.


"미안해... 강요하려는건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빨리 은퇴해도, 졸업은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그동안 계약만이라도 해두는 게 어떨까? 나는 라이스의 마지막에라도 트레이너이고 싶어."


설득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 걸까, 이야기를 미뤄두려는 걸까.


"...라이스의 트레이너는 오라버니뿐이니까."


라이스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함께 있을 시간이 늘어난다면, 이유가 생긴다면 무엇이든 좋으니까.





---------------



모든 사람들이 중상모략을 믿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어리석은 사람만큼 현명한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 모두를 속일 만큼 정교한 음모도 아니었다.


메지로 가문의 생각만큼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것은, 라이스가 이사장에게 재빨리 위험을 알린 탓에 대처가 빨라진 탓이 컸다.


만약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메지로 측이 모든 준비를 마친 후였다면, 음모는 좀 더 치밀하게 진행되었겠지만.



텐노상 봄 이후에 일단 라이스의 팬은 이전보다 상당히 늘어났다.

기존의 팬이었다면 당연히 극적인 승리에 환호할 뿐이고, 딱히 호감은 없었더라도 기구한 운명에 동정표를 던지는(맥갈의 패악질이 큰 기여를 했다) 이들이 늘어났다.

여전히 맥퀸의 팬이지만, 이 논란을 공정한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으며, 항상 잘 나가던 메지로 가문에 은근히 반감을 품은 이들도 많았고.

어떤 이유였든 간에, 라이스의 지지자들이 상당했다.




기습을 가하고도 치명타를 입히지 못한다면, 충격에서 회복한 방어자에게 전세가 유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사장은 적극적으로 고소미를 배달하는 동시에, 여론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다.


"라이스 양의 상처를 이용하고 싶진 않았네만, 미리 사과하겠네."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면... 라이스는 상관없어요."


라이스를 향한 악플에는 당연하다는 듯 트레이너에 대한 욕설도 따라다녔다.

그녀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참아도, 오라버니를 비난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라이스가 목에 입은 상처는, 메지로 지지자들의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양념 된 부분이 조금 있지만, 크게 보면 메지로에 의해 일어난 일은 맞으니 어느 정도 사실 아닐까?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경기에 진 게 분해서 힘없는 아이를 괴롭히는 명문가의 갑질로 프레임을 짜는 데 성공하자, 여론은 점차 뒤집어지고 있었다.





---------------



메지로와의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트레센의 이사장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세는 유리해지고 있지만,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사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지금은 바쁘니 죄송하지만 응접실에서 기다려달라고 하게."


"많이 바쁜가보네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책상에서 눈을 떼지 않던 이사장은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현재 둘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곳은 적진 한복판이라고 해도 좋겠으나, 이것은 총이 아닌 펜으로 하는 전쟁이기에 메지로의 당주에게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곳의 주인인 이사장이 바짝 긴장한 기색이었으니, 연륜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오랜만이에요. 모친께선 잘 지내지요? 제가 트레센의 학생이던 시절에는 딱 지금 야요이 이사장 같았는데, 그립네요."


"안부 인사하러 여기까지 친히 오신 겁니까?"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메지로의 당주 이전에 손녀를 여기 보낸 학부모로서 말하건대, 지금 맥퀸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알고 말하는 건가요?"


이사장은 잠깐 멈칫했지만, 오래 망설이지는 않았다. 그것이 당주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트레센이 제공한 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습니다. 지금 이건 원하는 결과를 위해 정의를 훼손하시는 겁니다. 그런 건 맥퀸 양도 바라지 않을 테고요."


"그 어머니에 그 딸이네요. 열정 넘치고 대쪽 같은 성격은. 하지만 너무 뻣뻣하면 부러지는 법입니다.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회유든, 협박이든 소용없습니다. 우리 트레센의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양보할 수 없으니까. 모두가 곧 진실을 깨달을 테니."



여론전을 위한 약간의 왜곡이 있었다고 해도, 어쨌든 진실에 더 가까운 것은 이사장 쪽이 맞았으므로 부끄럽지는 않았다. 원래 지도자란 자리는 조직 전체를 위해 이상과 타협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당주도 이사장의 성격은 알고 있었기에, 설득에 성공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최후통첩으로 찔러나 본 것일 뿐.


"옛 친우와의 우정을 생각해서 기회를 주려했는데... 말이 안 통하네요. 이사장 자리에 앉으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나 본데, 후회하게 될 겁니다."



당주의 퇴장은 삼류 악당의 '오늘은 이만 물러가 주지'처럼 들렸으나, 그녀가 가진 힘은 삼류가 아니었다.





---------------



우마무스메의 레이스를 필두로 한 산업의 중심에는 URA가 있고, URA의 중심에는 트레센 학원이 있다. 이름 있는 명문가들은 수도나 다름없는 지위를 가진 트레센에 영향력을 확보하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현재 트레센에서 이사장을 따르는 충성파를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파벌은 메지로였다. 심볼리는 인원수가 부족하고, 사토노는 역사가 너무 짧다. 대를 이어 업계 전체에 광범위한 기반을 구축해온 메지로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사장의 사람들은, 그녀의 이상과 인품에 매료되어 돈으로는 살 수 없을 충성을 바치고 있었기에 매수하거나 포섭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아무리 지도자가 청렴해도 수백 명의 사람들을 모두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올 수는 없다. 사소한 먼지는 곧 부패 스캔들이 되었다.


학원 최상단인 이사회부터, 말단 직원까지 메지로의 손길이 닿아있기에 곧 '내부 고발'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사장님, 모 트레이너가 경기장 관계자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직원은 트레이너가 담당하는 우마무스메의 개인적인 팬이었으며, 응원 차원에서 펜레터와 약소한 선물을 제공한 것뿐입니다."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간에 불건전한 교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이곳에는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의 학생들도 많습니다. 개인의 연애사에 학원은 간섭할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교풍은 트레센의 자랑입니다."



모두 언제나 이루어져 왔던 일들이다. 그들에게는 즐거운 일상의 일부였을 텐데,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문제 삼아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공격한다.


처음에는 이사장도 깜짝 놀라, 진실을 확인하고 일일이 반박했으나... 곧 수십 가지, 소문까지 포함하면 수백 가지에 달할 의혹의 무죄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이사장을 정말로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그렇게 마구잡이로 찔러본 의혹 중 1% 정도는 진실이었고, 극히 일부의 잘못으로 인해 트레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해져 간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메지로의 스파이들을 쳐냈다면 모를까, 이제와서 제거하려 했다가는 내부고발자에게 보복하는 것으로 몰릴 것이다. 상대는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데 이쪽은 반격조차 어렵다.



허구한 날 기자들이, 가끔은 경찰까지 찾아왔다. 모두 듣는 귀가 있으니 학원의 분위기가 흉흉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마무스메, 트레이너, 직원까지 자신이 아껴왔던 모든 이들이 휘말려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트레센 학원에서 사라져가는 웃음소리에 그녀는 여태까지 없던 괴로움을 느꼈다.



소중한 사람들을 건드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다.

그리 다짐하면서, 그녀는 흔들리는 학원을 안정시키고 메지로 가문에 반격할 수단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라이스와 트레이너에 대해 잠잠해져가던 의혹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이전처럼 집중적인 보호를 제공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다.





---------------



그녀는 견딜 수 있었다.

쏟아지는 비방도, 분노도, 적의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자신을 노리는 악의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깨달았다. 혼자만의 불행이라면 그래도 참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오욕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오라버니... 미안해. 다... 라이스 때문에..."


"라이스 잘못이 아니야. 그런 말은 안 하기로..."


"하지만!"


라이스 때문에 누군가 불행해졌다고 생각할 때면, 닿지 않을지언정 라이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라이스의 잘못은 아니라고 해도,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트레이너가 심적으로 괴로운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녀에게 위로는 진정으로 닿을 수 없었다.



그래도 예전의 그녀와 다른 점은, 온 힘을 다해 운명과 맞설 각오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무렵부터 일주일 넘게 해온 고민을 끝내고, 마침내 그녀는 결심했다.



"...맥퀸 씨라면, 다음에 어떤 경기에 나갈까?"


라이스야 오래 고민했다지만, 트레이너로서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맥퀸과의 과거를 되짚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지만, 곧 그가 답했다.


"아마, 타카라즈카 기념 아닐까. 재작년에 2착을 한 게 아쉬울 것 같은데."


"그러면 정해졌네. 한 달 정도면 신청하기 늦진 않았어."


당황한 트레이너에게 라이스는 조금 오랜만에 진심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라이스가 1착을 하면, 더 이상 오라버니가 나쁜 수단을 써서 라이스가 이겼다는 말은 못 하겠지. 맥퀸 씨가 이기면... 이대로 둘이서 도망이라도 치자. 오라버니라면 그래줄꺼지?"


"라이스..."


트레이너는 아직도 그녀가 무대에서 다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솔직히 기뻐하고 싶었지만, 자신 때문에 억지로 달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녀의 헌신에는 감동하면서도, 그는 무거운 표정을 쉽게 풀지 못했다.


"이번엔 라이스가 오라버니를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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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4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3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0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9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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