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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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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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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53

작성
23.03.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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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DUMMY

"...제가 라이스 씨를 해치고, 안 들키고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여긴 병원이라고요."


등 뒤의 호출벨을 누르려던 라이스는 일단 멈칫했지만,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정말로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사람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와봐야, 맞는 말이라도 전혀 안심되지 않으니까.


일단 죽고 나면 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 맥퀸이 은폐할 생각도 없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저지른다면...


"미안하지만, 거기서 이야기해 줄래?"


무에서 관계를 쌓아 올리는 것보다,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렇게 반응하셔도, 어쩔 수 없겠죠."


맥퀸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녀가 적어도 대화해 줄 생각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저는... 오늘 사과드리러 온 거예요. 그땐 제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못 할 짓을 했어요. 정말로 죄송해요."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맥퀸을 보고 라이스의 시선이 흔들린다.


"변명이라는 것은 알지만, 과거의 저는 트레이너 씨를 잃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제가 라이스 씨에게 졌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서를..."


"맥퀸 씨, 그만. 그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들에 그녀는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라이스의 제지에 맥퀸이 침묵하자 병실에는 다시 고요함이 감돌았다.





한참 머리를 쥐어 싸매던 라이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그 말에 맥퀸이 희망을 품고 고개를 들었을 때, 라이스는 한겨울의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시선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오라버니의 행복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라이스는 포기하라고 말한 일을,"


사람은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라이스가 사라지면 이런 일은 없었다고, 착한 척하면서 모두의 꿈을 짓밟았다고 말한 것도, 오라버니마저 불행하게 만들거라고... 말했을 때도..."


상대를 위한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사과는 진정으로 닿지 않기 마련이다. 설령 본인이 아무리 진심이라고 해도, 상대에게는 받아들이지 않을 권리가 있으니.


화해라는 것은 이토록 어렵다.


"라이스를 없애버리고... 맥퀸 씨가 오라버니의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한 일도...."


상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그녀는 떨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어도, 분명히 자신이 책임져야 할 무서운 일들. 각오는 했지만, 응보가 두렵지 않을 수는 없다.


"오라버니를 사랑하니까, 이해하려 했어. 라이스라도 그렇게 했을지 모른다고."


맥퀸이 라이스에게 트레이너를 가로채려 하기 전까지, 그녀를 친구라 여기던 때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때 느낀 충격과 공포에는, 배신감까지 섞여 있었다.


그래도 트레이너가 선택한 사람은 자신이었기에, 승자의 관용을 베풀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라버니가... 그동안 어떤 취급을 받았는데...."



과거의 죄악을 묻어두고, 현실에서 눈을 돌려왔으면서, 사과 한 번에 모든 것을 잊고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일방적인 주장이 통할 리가 없다.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달라서만은 아니었다.



"라이스를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트레이너로 몰렸어. 맥퀸 씨를 응원하던 사람들이 라이스를 비난해서, 자기 일처럼 괴로워했어. 오라버니는... 좋은 사람이니까...!"


마음씨 고운 그녀로서는 보기 드물게, 분노라는 감정을 직접 쏟아내고 있었다.


"라이스에게 한 짓은 전부 용서하더라도, 오라버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정말로 좋아했다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맥퀸 씨 혼자서는 부족해서, 가문 사람들의 힘까지 빌려와서..."


"아니, 아니에요. 정말로 그런 게 아니에요!"



맥퀸도 쉽게 용서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라이스가 자신에게 어떤 비난을 쏟아내도, 뺨을 맞더라도 괜찮다고 각오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생각하면 그 정도 벌은 견뎌야 한다.


그러나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은 억울하다. 그것도 트레이너에게 해를 끼쳤다든가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맥퀸 씨 가문이... 메지로 가문이 얼마나..."


"저도 제 가문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제가 트레이너 씨에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제발 믿어주세요."


"그러면... 그동안 일어나는 일을 맥퀸 씨는 전부 몰랐다는 말이야?"



순간 고개를 끄덕이려던 맥퀸은 망설였다.


'야, 그러면 지금 메지로 가문이 라이스한테 하는 짓을 맥퀸이 모른다는 소리야? 아무 관계 없는 우리도 아는데?'


그날 학원에서 들었던 이름 모를 우마무스메의 대화가 머리를 후려친다.



여기서 긍정했다면, 라이스는 당장 맥퀸을 쫓아냈을 것이다. 오라버니가 해도 믿기 힘들 거짓말을, 현재진행형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적이 말하는데 믿어줄 리가 없다.


부정했다면, 알면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시인하는 셈이니 앞서 말한 대로 용서할 수 없었고.



맥퀸의 절망감이 얼굴에 드러나며 괴로움에 이도저도 못 한 것은, 그나마 최선의 반응이었다.


"...맥퀸 씨, 솔직히 말해서 라이스는 못 믿겠어. 지금 괴로워하는 것도 연기가 아닌가... 싶고..."


라이스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지긴 했으나, 이것은 지워내지 못한 순수함의 편린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의 측은한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마지막 자비다.


메지로 가문의 영애로서, 명배우로서 능숙하게 써왔던 가면은, 정말로 진심을 말해도 신뢰를 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군요... 라이스 씨에겐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네요."


그녀와 처음 만났던 라이스라면 간단히 용서해주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메지로 가문의 당주, 저의 할머니 되시는 분께서 며칠 전 저를 부르셨어요."

"라이스 씨가 마군에 갇히면, 제가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메지로 가문의 장학생들이 5명이나 참여한 경기에서..."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라이스는, 곧 맥퀸의 암시를 알아듣고 충격에 빠졌다.


"설마... 그런..."


"이제와서 라이스 씨에게 이런 말을 하면 늦었겠죠. 다치기 전에 말했어야 의미가 있을 텐데."


"그... 그렇다면 증거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얻을 수 있겠어요. 이사장님쯤 되시면 모를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연달아 늘어놓는 맥퀸 때문에 라이스는 앉아있었음에도 몸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회복에 전념하셔야 할 텐데, 제가 또 방해를 해버렸군요. 죄송합니다."


맥퀸은 어느새 처음의 차분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왔을 때처럼 자리를 떠났다.


정신이 멍해진 라이스는 맥퀸을 붙잡지 못했다.





---------------



트레이너가 이사장실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평소처럼 기운차게 환영하는 대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자네 왔나."


트레센 학원이 흔들리고, 내부에서 메지로의 배신자가 나오던 무렵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도 이사장은 특유의 낙관과 열정을 잃지 않았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슬퍼할 시간도 없었으니.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


모두가 자신을 믿고 있기에, 지도자에게는 솔직하게 힘들다고 말할 자유도 없다.

언제나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오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안색이 창백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트레이너로서는 주제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이사장이 그리 권위적인 사람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여 인간적인 걱정을 표했다.


"잠은 제대로 주무셨습니까? 너무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


"아니야. 타즈나도 있고... 건강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어. 난 아직 젊다네. 야근 좀 한다고 죽는소리할 나이는 아니야. ...걱정해줘서 고맙네."


애써 고개를 저으며 그런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을 안심시켰다.

이사장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하는 듯하기에 조용히 트레이너는 기다렸다.


그가 오기 전에 이미 결심했다고 생각했건만, 그녀가 다시 입을 여는 데에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라이스 양의 일 말인데. 내가 듣기로는... 맥퀸 양이 원한을 품고 때리고... 괴롭혔다고 하던데."


그것을 때렸다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트레이너는 고민했지만, 이사장도 곧 그 부분을 지적해주었다.


"나한테는 그리 말했어. 하지만 목의 흉터는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를 쥐어뜯거나, 뺨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목을 조르는 것은..."


살의가 있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때 라이스는 저한테 맥퀸을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더 문제 삼지 않았죠."


"역시 그런거 였군. 지금은 어떨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사장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트레이너가 부축하려 하자 손을 내젓고,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 교정을 내려다본다.


"라이스 양의 타카라즈카 기념이 취소된 건 그나마 괜찮아. 지금은 그녀를 응원해줄 팬들이 생겼으니까, 간단하게 등을 돌리지는 않을 거야. 문제는 다른 곳에 있어."


이제 겨우, 조금씩 활기가 돌아오기 시작한 트레센 학원을,


"자네가 라이스 양을 오버트레이닝으로 망가트렸다는 주장을, 메지로 가문이라면 퍼트리고도 남아.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나서 정보가 안 샌 건지, 벌써 움직이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모래성처럼 무너질 지 모르는 잠깐의 평온을,


"맥퀸을 옹호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된 것엔 제 책임도 있겠죠. 라이스만 무사하다면..."


지켜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녀를 숨 막히게 조여온다.


"...아직도 모르겠나? 그치들이 거기서 만족할 거 같아? 경기 한번 진 걸 인정 못해서, 애먼 사람 두 명을 묻어버리려 했어. 거기다 이 학원 전체를 엎어버리려 했지."


돌아선 그녀의 외침은 단순히 트레센을 공격한 메지로 가문에 대한 분노가 전부는 아니었다.


자신의 망설임을 끊어내기 위해서, 이 재앙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


"이건 전쟁이야. 어느 한쪽이 완전히 파멸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빈틈을 보이면, 다시 모두를 고통 속에 빠트리겠지."





트레이너는 침묵했다. 단순히 상관이 화를 내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실 맞는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일부러 희생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도 하고.


"죄송하지만, 그래서 어쩌시려는 겁니까?"


"자네는 유능하잖나. 내가 전부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일부는 말했다는 뜻인가?

이사장이 했던 말을 되짚는다.

안부 인사, 메지로의 음모, 그리고 맥퀸의...


"설마... 맥퀸이 한 일을..."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일주일만 라이스 양이 더 버텨주었더라면, 나도 이런 방법까지 쓰고 싶진 않았는데... 아니, 분명 최선을 다했을 텐데 탓하면 안 되겠지."


해명을 하려던 이사장은, 그것이 라이스를 탓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포기하기로 했다. 그저 결심한 대로 밀고 나갈 뿐.


이사장은 어젯밤을 지새우며 고민했다.


물러터졌다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녀 생각에 맥퀸은 아껴야 할 사람의 범위에 들어갔다. 일단은 트레센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용서한 일을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메지로 가문은 지금까지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가해왔다. 그래도 트레센의 일원이라고 믿었던 이사, 직원들이, 메지로의 역할에 충실하여 그녀의 등에 칼을 꽂았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것이, 피해자를 위해 가해자를 희생시키는 것이 반대보다는 합리적이다.


죄 없는 학생들까지 어른의 사정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으나, 맥퀸은 죄가 있다며(팩트다) 이사장은 눈물을 머금고 자기합리화를 마친 상태였다.


"라이스 양에게 진실을 듣고 싶네. 그걸 세상에 폭로하면 메지로 가문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거야. 라이스의, 자네의, 트레센의 수많은 학생과 트레이너에게 씌워졌던 누명들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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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30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6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7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1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8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7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4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1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20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20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9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6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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