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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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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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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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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DUMMY

트레이너가 없더라도... 아니, 오히려 없기 때문에 학원을 계속 빠질 수 없었다. 담당 트레이너가 없으면 공동 수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적당히 개인 트레이닝 명목으로 빼줄 수 있는 트레이너가 없기 때문이다.


메지로 가문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기 전날부터 맥퀸은 다시 학원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쏟아내는 것보다, 억지로라도 일상을 유지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맥퀸 씨, 많이 걱정했어요."

"이렇게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메지로의 우마무스메들이 인사를 건네온다.


"걱정을 끼쳐드렸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진심을 터놓는 깊은 관계까지는 아니다. 지금 그녀가 쓴 가면은 한없이 얇아져 있건만, 이를 관통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트레이너가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과하면 화해할 수 있을 거야. 좋은 사람이잖아."


골드 쉽답지 않은 제대로 된 조언. 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저지른 일을 아는 사람은 현장에 있던 당사자 세 명뿐이니까.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은, 자신에 대한 마지막 배려겠지.


'너랑 할 말 없어. ...다신 보지 말자.'


하지만 자신은 사과할 자격조차 없다.

그가 토해냈던 원망이 가슴을 헤집어도 어쩔 수 없다.

그저 견딘다. 내일은 덜해질 거라고, 언젠가는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영원한 밤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요. 다음에 다시 제대로 얘기해야겠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기에 자리를 피하며.




"G2에서 2착이라니 훌륭했어. 다음번에는 꼭 함께 우승하자."

"알겠어요, 다음에는 꼭 1착을 노려요!"

좋은 결과를 칭찬받으며 쓰다듬어지는 아이,


"트레이너, 주말에 놀이공원 같이 가자. 가자아~."

트레이너와 함께 휴일을 보내자 약속하는 아이,


"있잖아, 오늘 신기록이 나왔거든? 마치면 트레이너가 저녁 사준댔어."

"에, 좋겠다... 나도 빨리 담당 트레이너가 생겼으면..."

새로 생긴 트레이너에 대한 자랑과 소망을 늘어놓는 신입생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왔지만, 이곳 전체가 그와의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인 이상 소용은 없다. 기억이 흩어지기는커녕 선명해져만 간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터져 진물이 흘러나온다.


차라리 그를 축하해주었다면, 적어도 트레이너로서 자신을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

상냥한 그라면 하다못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기다려주었을 텐데.


"제가... 좀 더 용기냈다면... 달랐을까요. 좀 더... 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다.

알고 있지만, 그런 의미 없는 마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고 하던가.

심장이 터지도록 달리기에 열중하는 그 순간은, 다른 고통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처음에는 응원하던 주변에서도 곧 걱정하기 시작했다.

"맥퀸 씨, 이건 오버트레이닝이 아닐까 싶은데..."

"죄송하지만 저는 바빠서요.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다.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본다면 밀려드는 절망을, 무력감을 견딜 자신이 없으니까.



그렇게 무채색의 시간이 흘러가고, 오래 지나지 않아 트레센 학원 전체에 음울한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메지로의 영애들은 직접적으로 보는 피해는 전혀 없었지만, 어제까지 함께 놀던 친구의 트레이너가 조사받느라 불려 간다던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갑자기 무례한 질문이 쏟아지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심란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가문의 소행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못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안다고 해도 그들이 어떤 저항을 할 수 있을지, 애초에 저항할 의지가 있을지는 다른 문제였지만.



"요즘 학원 분위기가 뒤숭숭하죠..."

"이럴 때일수록 힘내야 해요. 도베르 씨도 저랑 근육 운동이라도 시작하면 기분이 풀릴 겁니다!"

"아하하, 그건 다음에..."


"맥퀸 씨는,"

"전 아무것도 몰라요."


당주의 암시까지 들었기에 여기에서 그 누구보다 진실에 근접했지만, 맥퀸은 애써 생각하기를 피했다. 자신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으니까, 모르는 일이다.


"네? 저는 다음 경기를 물어본 거예요."

"아, 그.. 그렇죠."


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기에, 이상하게 생각할 뿐 맥퀸에게 무언가를 추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원래 화제로 말을 돌린다.


"타카라즈카 기념... 그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응원할게요, 맥퀸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딱히 아무 경기라도 상관은 없다. 적성에 맞는 G1 경기 중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타카라즈카 기념이라서, 그곳에 나가는 것뿐이다.



그녀는 다시 일어나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책임에서 도망치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



다크호스라는 표현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 실력이 바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이다.

감정적인 면을 제외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한다고 해도, 텐노상 봄에서 라이스가 맥퀸을 이길 것이라 예측하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영웅의 몰락을 은근히 기대하는, 약자의 짜릿한 역전승을 바라는 반항심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라이스 자신 역시 그리 생각했지만, 절대로 질 수 없었다.

하지만 평범하게 대결한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트레이너가 맥퀸에게 가 있던 시점이기에 이쪽은 차 포 떼고 장기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

승리를 바란다면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고, 그것을 달성하려면 미래를 위한 여력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 인생의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모든 것을 쥐어짜 내 쟁취한 단 한 번의 승리. 비록 한 번이지만 결정적이었기에 충분했다. 그대로 오라버니라는 상을 안고 물러나기만 하면 모든 꿈이 이루어진다고,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불리한 판세를 속전속결로 뒤집겠다는 계획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실패한 경우가 많다.

라이스 또한 맥퀸을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뒤에 있던 메지로 가문까지 상대하게 되었으니 세상은 언제나 약자에게 가혹할 뿐이다.


불합리하다고 해서 주저앉아 빼앗길 수는 없으니, 악착같이 싸울 뿐이다.

노력이 때때로 나를 배신하더라도 말이다.




스톱워치를 확인한 트레이너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던 라이스에게 말했다.


"수고했어. 좀 쉬자."


"하아... 하아... 오라버니, 기록은?"


"괜찮아. 아직 조정 기간이니까."


시험이 끝나면 풀어지는 학교의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은 대회를 마친 트레센의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라이스의 경우 워낙 사건이 많았으니 휴식이나 여가를 즐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한 달이나 트레이닝에서 손을 놓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1주일이 넘도록 텐노상 봄에서 보여준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시계에는 국화상 이전 수준의 기록이 찍혀 있었다.


"으으, 미안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라이스에게 오라버니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결과가 별로 좋지 않으니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부담가지지 마. 그런 건 오히려 좋지 않아."



그때 맥퀸이 어째서 그리 조급해했는지 트레이너는 이유를 지금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2착을, 텐노상 가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서두르는 이유를 알고 있기에, 라이스마저 같은 일을 겪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땀에 젖은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자 굳은 표정이 조금 풀린다.

믿는다던가, 해낼 수 있다든가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은 너무나도 많이 해왔고, 기대는 힘이 되는 동시에 부담이 되니까.


"져도 괜찮아. 같이 도망쳐달라고 했잖아.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나는 라이스에게 실망하지 않아."


다시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트레이너는 안심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아직 라이스만큼 독심술을 익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말 좋아해, 오라버니."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그녀의 사랑은 더 뜨겁게 타오른다. 스스로를 연료로 삼아서.





---------------



자기 눈을 가리고, 귀를 가리며, 그저 무작정 달리기만 하던 맥퀸을 당주는 다시 한번 불러냈다.


"맥퀸, 타카라즈카 기념에 나갈 거라고요?"


"네, 할머님."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분노도, 슬픔도, 저항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감정이 겉으로는 고고한 기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기에,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당주는 앞에 놓인 차로 차분하게 목을 축이고 말했다.


"타카라즈카에 나올 거랍니다."


순간 이해하지 못한 맥퀸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라이스 샤워. 말하는 거예요."


이제는 벌써 한 달은 지난 일일 텐데도, 그 이름에 다시금 모든 기억이 선명해진다.

벌벌 떨리는 자신의 손을 애써 붙잡고 침착을 유지하려 한다.


"이길 수 있겠습니까?"


중거리 경주인 타카라즈카 기념은 극단적인 스테이어인 라이스에게 더욱 불리한 조건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지금 텐노상 봄을 위해 무리한 반동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맥퀸의 낙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사람과 완전히 교류가 끊어져 버린 맥퀸이기에, 그런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그날의 충격을 떠올리며 형식적인 대답을 할 뿐이다. 자신은 라이스에게 졌다는 패배주의에 완전히 잠식당한 상태였으니까.


애초에 지난 경기도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마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주 역시 출전자 명단을 남들보다 먼저 볼 수는 있었어도, 라이스의 건강 상태는 트레이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보다. 관동의 자객이 다시 한번 맥퀸에게 비수를 꽂아버릴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이미 이 경기는 라이스와 맥퀸 개인 간의 순수한 대결을 넘어서, 트레센과 메지로의 패권 경쟁의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까지 제기한 의혹을 사람들이 진실로 '믿게' 만든다면, 현 이사장까지 학원의 부정을 덮기 위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몰아붙일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다. 마침 트레센은 크게 흔들려 방어에 급급하니 메지로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어렵다.


"맥퀸, 우리 메지로 가문의 일원들이 힘을 합치면 패배란 있을 수 없습니다. 승리는 정해진 결과이니, 믿음을 가지고 달리세요."


맥퀸이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질 수가 없도록, 당주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하기로 결정했다.


천동설은 사실이 아니지만, 천년 넘게 진실이었다. 메지로의 존귀한 사명과 명예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진실로 받아들여진다면, 패배자로 남는 것보다 낫다고 당주는 믿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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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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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5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3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9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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