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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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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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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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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DUMMY

"이사장님... 그건..."


"걱정할 필요 없네. 의분을 참지 못한 익명의 신고자에 의해, 나는 조사 끝에 진실을 밝혀낸 거야. 라이스 양은 관련 없는 일이지."


원래도 피해자나 증인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위증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이러한 비밀이 나중에 밝혀져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꺼림칙함은 법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으니, 별로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정말로 이 방법밖에 없는 걸까요?"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나?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될 걸 알면서도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는 없어. 메지로 가문은 수단 방법을 가리질 않아. 믿고 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은... 자네도 알지 않나?"


먼 곳을 바라보는 이사장의 눈빛에서 트레이너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살려달라는 외침을 듣고 골목을 돌았던 순간, 마주쳤던 라이스와 맥퀸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정말 그런 식으로 그녀를 잃었다면, 분명 견디지 못했으리라.


트레이너는 맥퀸을 용서할 수 없었다. 라이스를 위험에 처하게 했던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맥퀸의 처우를 결정할 권리는 라이스에게도 있겠지요."


이사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야. 당사자의 의견을 확인하는 게 순서겠지.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물론입니다.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죠."


"나도 믿는다네. 라이스 양이 맥퀸 양을 위해서, 자네가 희생당하는 것을 용납할 리가 없다고 말이야."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해도, 라이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솔직히 두 사람 모두 같은 예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요식행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서이므로 위선이라 탓할 수는 없다.





---------------



맥퀸이 떠나고 나서도, 라이스는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맥퀸이 했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전부 사실이라면, 만약 다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어떤 결과를 맞이했을까.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걸까.



그런 초조함 속에서 당장에라도 트레이너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락을 받으면 그가 만사를 제쳐놓고 여기로 달려올 테니, 방해하지 않으려면 기다릴 수밖에 없다.




트레이너가 돌아온 것은 떠난 지 1시간이 조금 안 될 무렵. 병원이 가깝다고는 해도, 중간에 소비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상당히 서둘렀다는 것을 뜻한다.


병실의 문이 열렸을 때 반가움에 안도한 것도 잠시, 라이스는 곧 트레이너와 함께 온 이사장을 보고 당황했다.


"미안해, 기다렸지."


"몸은 좀 괜찮은가?"


"아, 네. 좀... 괜찮아졌어요."



그녀에게는 은인에 가까운 셈이라 꺼릴 까닭은 없었지만, 단순히 병문안을 위해서 바쁜 시기에 이사장이 직접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두 사람을 올려다보는 눈은 불안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사장은 트레이너에게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한 후, 높으신 분들이 으레 할법한 체면치레는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왔다. 본래 그런 것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시간이 촉박했으니까.


"라이스 양, 휴식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리 왔다네."


"라이스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나는 자네와 맥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세상에 알리려 하네. 이번엔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겠나?"


그 말에 그녀가 창백해진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사장은 알면서 눈감은 것이니 딱히 신경쓰지 않았지만, 일단 라이스 입장에선 둘러댄 거짓말이 드러난 셈이니.


"내가 자네를 돕겠다고 약속한 후로, 최선을 다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상황이 좋지 않아. 나도 많은 위기를 겪었지."


이사장은 라이스를 설득하기 위해서 그녀가 모를만한 영역에 관한 정보까지 전부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지금 메지로와의 싸움에 있어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 중 한 명이니까.


"학원 내부의 배신자들 때문에, 우리가 하는 대응은 언제나 한발 늦었지. 지금은 분위기를 반전시킨 덕분에 여유가 생겼지만...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움직일 거다."


"그래서... 맥퀸 씨가 저한테 한 일을..."


"그걸 세상에 알리면, 메지로 가문은 더 이상 자네와 자네 트레이너에 대한 소문을 퍼트릴 수 없을 거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용기 내어 나를 도와주게. 반드시 그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만들 테니."


자신과 트레이너, 그리고 트레센에 모든 이들이 안녕을 위해서는 메지로를 무너트려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라이스 역시 이사장의 뜻을 이해했고, 1시간 전만 해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메지로 가문에 대한 원한을 떠나서,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하지만 맥퀸의 방문은 불안하지만 새로운 하나의 가능성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그러한 심경의 변화를 알 리 없는 이사장은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라고는 해도, 원래 고민할 가치조차 없는 문제니까.


"미안하지만, 오래 기다려줄 수는 없네. 시간을 주면 메지로 가문이 다른 수작을 부릴 수도 있다. 무엇을 망설이는 건가?"


라이스의 침묵이 길어지자, 이사장은 다급하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라이스 양은, 맥퀸 양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자신에게 해를 끼쳤더라도, 복수하기는 싫어서?"


"그게... 그러니까..."


"교육자로서 나는 그 고결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부탁을 하고 싶어. 싸움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호의를 베풀어봐야, 메지로 가문은 그걸 이용하고도 남아."


혼자서 끙끙거려봐야,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녀는 늦기 전에 사실을 털어놓기로 했다.


"오라버니가 이사장님을 만나러 간 사이에, 맥퀸 씨가 라이스를 찾아왔어요."


두 사람은 놀랐지만, 라이스와 달리 어째서 맥퀸이 찾아올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지는 않았다.


"...메지로 가문에 정보가 이미 샜다. 서둘러야 해. 지금 당장이라도...!"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던 거야...?"


다급하게 올라간 이사장의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트레이너는 낮게 물었다.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어. 그러면서 타카라즈카 경기에서 부정행위를 준비했다고 말했어요."


라이스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자, 끝내 분노가 폭발...하지는 않았다.


"메지로가 또 메지로 했구나."


그리 장탄식하며, 치를 떨 뿐.


라이스와 트레이너에게 가문이 씌웠던 누명이 승부조작이었음을 생각하면, 파렴치함만큼은 1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전 트레이너로서, 이사장으로서는 맥퀸이 반성했다고, 참회하고 올바른 길로 돌아오려 한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메지로 가문의 시간을 끌기 위한 기만책일 가능성이 더 높기에, 라이스의 말에도 두 사람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라이스가 출전할 수 없다면, 부정을 저지를 필요도 없다. 실행하기 전의 음모라면 흔적을 지우는 것은 더 쉬워진다. 지금부터 이사장이 바로 조사에 착수해도, 꼬리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맥퀸 양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해도... 이미 저지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그렇기에 잠깐 망설였던 이사장은, 이를 악물고 그리 말했다.


"이사장님... 진심이십니까?"


마음 같아서는 흔들리고 있는 라이스를 그대로 설득하여, 맥퀸 역시 구해주고 싶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받아 화해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자신의 학생들에게서.


어느 학생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맥퀸이 라이스 양을 아무 대책 없이 해치려 했겠나? 분명 가문의 지원을 받았을 거야. 살인 사건을 덮으려면 메지로 가문도 전력을 다해야 해."



하지만 지금까지 맥퀸이 보여준 행동 중에서, 믿을 수 있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갑작스레 트레이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라이스에게 말로만 사과하고 사라진 것이 전부.


맥퀸이 제공한 정보는 중요한 것처럼 보여도, 알맹이가 없어 생색내기에나 좋은 것이다.


합리적 추론에 따르면 마음이 여려 보이는 라이스를 흔들어서 이사장의 계책을 무력화시키려는 역정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맥퀸이 메지로 가문과 결탁했다는 증거는 있어도, 반대는 모르겠군. 자네가 알고 있다면 내게 알려주겠나?"



이사장으로서는 감정적인 직감만을 믿고 이성적 판단을 외면한 채, 수많은 사람의 운명이 걸린 도박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리 순진하게 맥퀸의 말(진실)을 믿기에는 메지로 가문에게 그동안 너무 심하게 시달렸다.


트레이너도 순간적인 거부감이 새어 나온 것일 뿐, 굳이 맥퀸 편을 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미련은 있었다.



"여전히 라이스 양이 내가 하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난 그 결정을 존중하겠네. 책임을 따지지도 않을 거고, 처음의 약속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야. 좋은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라이스는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멸시와 핍박 속에서도 다시 달렸다.

몸이 바스러지도록 애써왔다.


맥퀸에게 동정심을 품었다고 해도,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해도, 그 어떤 감정을 느끼더라도 자신의 오라버니와 비교 대상은 아니었다.


그녀로서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위험한 모험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생각이 짧았어요. 오라버니가 더 이상 위험해지는 건 싫어요. 라이스를 도와주세요, 이사장님."



더 이상 불운한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모든 것은 맥퀸이 자초한 일이니까, 죄책감을 느낄 의무도 없다.


-라이스 잘못이 아니야.


분명 트레이너도 그렇게 말해줄 것이라 믿었다.


자신은 옳은 선택을 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던 이사장은 한참 만에 답했다.


"...나는 오늘 라이스 양한테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가 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말게."


어쩌면 최종 결정권을 라이스에게 넘기면서 책임감마저 떠넘기려 했던 것은 아닌가, 그런 자책감에 이사장은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은 한 사람으로 충분하니까.



용건을 마친 이사장은 병실을 곧바로 떠났다.


"삼여신께서 보살피시길..."


듣는 이 없는 복도에 울려 퍼지는 이사장의 기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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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4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3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9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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