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94
추천수 :
1
글자수 :
194,653

작성
23.03.31 17:52
조회
21
추천
0
글자
11쪽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DUMMY

트레센 학원이 URA에서 행사하는 막대한 영향력과, 메지로 가문이 가장 공을 들여 세력을 심어놓은 곳 역시 트레센임을 고려하면, 학원 내부에서 메지로 가문을 숙청하는 것만으로도 업계에서 반쯤은 퇴출시키는 셈이다.


이사장이 가문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결심한 이후, 그녀의 최우선 목표는 트레센 학원의 운영을 감독하는 이사회였다.

의사 결정 기구에서 메지로 가문의 영향력을 축출하는 데 성공하면, 연달아 하부 조직을 물갈이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므로.


1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왔으나, 지금까지 이사회가 그녀의 뜻에 반대하는 일은 (기껏해야 학식에 무한리필을 도입하겠다는 위험한 안건을 부결시킨 정도다) 드물었다.


트레센의 집권자는 엄연히 이사장이었고, 지위를 함부로 남용하지도 않았다. 그런 온화한 권력자와 갈등을 빚고 싶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레센과 메지로 간의 패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러 가문과 이해관계에 따라 파벌이 본격적으로 갈렸다.


선대부터 이사장을 믿고 따라온 3명(+1)의 충성파,

메지로 가문 소속이거나 유착 관계에 있는 이사 3명,

이번 사태에 중립을 선언한 심볼리, 사토노와 개인 단위의 이사 4명.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기에, 4명의 이사들을 설득하려는 이사장과 이를 막으려는 메지로의 경쟁은 치열했다.



"이사장님. 우려하시는 바는 이해합니다만, 이름 높은 메지로 가문이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습니까?"


"그들의 실체를 알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내가 무슨 원한이 있어서 메지로를 모함하겠나?"


"그런 뜻이 아닙니다. 이사장님이 그러실 분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 학생 한 명의 말만 믿고 메지로 가문 전체를 쳐내시겠다는 것은,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메지로 가문 역시 자신들이 진짜 피해자라고 선전하고 있었고, 그동안 정보전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던 이사장은 유력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


트레센과 메지로의 세력에 비해 밀린다고 해도, 이사들 역시 엄연히 권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행동이 신중했다.


중립을 선언한 4명의 이사는 각자의 정보력을 활용하여 상황을 살필 뿐 함부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았다. 불완전해도 트레센의 힘을 동원한 이사장이 못해낸 일을, 다른 가문들이 성공할 리가 없었기에 자체 조사는 당연히 성과가 없었고.




-----


그런 교착 상태가 지속되다가, 몇 차례의 공방 끝에 라이스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확연히 기울은 상태였다.



물증은 여전히 없었지만, 메지로 가문이 잘못한 게 사실 같다고 판단한 무소속 이사 2명이 이사장을 지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심볼리와 사토노의 이사 2명은, 메지로 가문의 중대한 부패를 입증하기 전까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을 뿐이다.



"이사장님 말씀대로 메지로 가문이 뭔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한 것은 사실 같군요."


"내가 뭐라고 했나. 이제라도 알아주니 고맙네!"


"예... 분명히 경기에 진 게 분해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린 건 잘못이 맞지요. 하지만 이게 메지로 가문을 업계 전체에서 쫓아낼 만한 사안입니까?"


"명문가의 권세를 이용해서 배경 없는 학생들을 핍박하는 일이 가볍다는 말인가?"


"사실이라면 가벼운 잘못이 아니지만, 냉정하게 보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린 게 전부 아닙니까. 수십 년간 업계에서 일해온 메지로 가문의 공로를 생각하면 과한 처벌이라는 뜻입니다."


메지로의 승부 조작은 이사장도 아직 알지 못했고, 악의적인 무고에 대해서 그들은 열정이 지나쳐 실수한 것으로 해석하려 했다.


'너네도 꼴에 명문가라고 편드는 거냐?' 외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기에 이사장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말을 삼켰다.


심볼리 가문의 이사 역시 이사장의 분노를 알았고, 메지로를 의심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기에 조곤조곤 설득을 시도했다.



"...적어도 법적으로 메지로 가문의 일원이 구속되는 정도의 범죄가 일어난다면, 이사장님 말씀대로 메지로 가문이 예전의 초심을 잃고 타락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면 저희도 이사장님이 제기하신 나머지 의혹까지 믿도록 하겠습니다."


"사토노 자네도 같은 생각인가?"


"그 정도까지만 입증해주신다면, 이사장님께서 평소 보여주신 신뢰를 감안해야겠지요."


"...나 또한 자네들이 나중에 말을 바꾸는 일이 없으리라 믿겠네. 메지로랑 다르게, 자네들은 양심이라는 단어를 알겠지?"


"물론입니다."



그녀는 이를 갈면서도 내심 두 가문의 심리를 이해는 했다. 메지로 가문을 권력의 핵심에서 배제하고 나면, 트레센 내부에서 이사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

아무리 그녀가 그동안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고 해도 신중해지는 게 당연하니까.


그나마 정치적 이유로 감싸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이사는 트레센 학원에 어울리는 양심을 지킨 셈이었다.





---------------



시간이 충분했다면, 이사장은 메지로 가문의 다른 비리를 어떻게든 찾아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두 이사에게 조건부 동의를 받아낸 그날 오후, 라이스가 쓰러졌다.

다시 여론이 뒤집히는 사태가 일어나면, 힘겹게 설득한 이사들이 동요할 수 있었다.


이사장으로서는 승리까지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지금까지 준비해온 회심의 반격이 무산될 판이었으니,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늘 라이스 양한테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가 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말게."



용건을 마친 이사장은 병실을 곧바로 떠났다.

내일 바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면, 지금부터 바로 준비해도 시간이 촉박하니까.



트레이너는 그런 이사장을 따라가야 할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말릴 수도 없었고,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라이스의 옆을 지켜야만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돌아왔구나, 오라버니."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라이스가..."


그녀는 간신히 웃는 낯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분명 맥퀸이 신경 쓰이는 것이겠지.


"괜찮아 라이스. 라이스는 아무런 잘못 없어.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는 거야."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온갖 고생을 한 그녀가, 이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더 이상 맥퀸을 신경 쓰다가 라이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이미 자신은 그녀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으니까.


"...그래. 고마워, 오라버니."


아마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강하니까. 지금도 그를 향해 미소 지어 주니까.





---------------



자신을 부른 당주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해 보이고, 맥퀸은 자리에 앉는다.


"어서 와요, 맥퀸. 라이스 샤워를 만나보니 어떻던가요?"


당주는 당연히 두 사람의 만남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병원의 위치부터 맥퀸이 혼자서 알아낼 수 있을 리 없다.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어요. 부상이 가볍지는 않고, 사실상..."



인공위성으로 전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정보 수집의 기초는 사람을 직접 활용하는 것이다.


메지로가 트레센을 상대로 정보력에 우위를 점했던 것은, 세력이 더 강해서가 아니었다. 메지로 가문의 핵심적인 위치는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만, 트레센 학원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트레센에 집중한 당주의 정보력에도 한계는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맥퀸이 병문안을 명목으로 라이스를 방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허락했다.


맥퀸의 배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메지로 가문이 박살 나면 맥퀸이 멀쩡할 리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왕조 시대부터 집안, 가문 따위를 중시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네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근심을 하나 덜었다.


'하지만 근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재 여론은 메지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당주 역시 위기임을 느꼈다.


이사장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들만 중요한 일에 투입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감춰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은폐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현재 당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라이스의 출전 취소를 이용하여 여론의 압박을 약화시키는 것.



"맥퀸 양, 지난번 라이스 샤워의 도전 선언을 봤나요?"


"...늦었지만 확인했어요."


"그런 선전포고를 당하고 가만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도 내일 기자회견을 열지요. 겁먹어서 도망치지 말라고 선언해둡시다."


"네...?"


맥퀸이 조금 전 생략한 말이 타카라즈카는 무리라는 뜻임을 당주가 못 알아들었을 리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라이스를 맥퀸과의 정정당당(?)한 승부가 두려워서 도망치게 만든 것처럼 몰아붙일 생각이었다.


이전처럼 라이스와 트레이너, 트레센을 흔들 수는 없겠지만 괜찮다. 원래 정치는 반대자가 아니라 지지자들을 보고 하는 것이기에, 흩어지려는 메지로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으로도 충분히 이득이다.


"맥퀸은 내가 써준 연설문만 읽으면 되고, 나쁜 말은 전혀 없을 거예요."


빼앗긴 천황상을 돌려달라던가, 그런 불편한 이야기는 본인이 다른 자리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분명히 노골적인 기만이고, 거짓말에 맥퀸이 동참하는 것이었다. 당주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부정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맥퀸이 생각보다 빠르게 충격에서 회복한 것처럼 보였고, 지난번의 요구도 그렇고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충실하게 메지로 가문을 위해 헌신했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상황이 불리하다는 점까지 모두 고려하여 그녀를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메지로 가문의 후계자로 점지한 이상 언젠가는 모든 진실을 알아야 할 것이고, 이제는 천천히 가르쳐 주어도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10여 초, 괴로운 듯 고민하던 맥퀸이 답했다.

당주에게 있어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메지로의 사명과 사람의 양심이 충돌하기에 적당한 시간.


"...알겠어요. 할머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녀의 안목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맥퀸은 분명히 늙은 자신의 뒤를 이어, 다음 세대의 메지로 가문을 이끌어 갈 인재다.


진심으로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손녀에게 그녀는 드물게 활짝 웃었다.


"역시 맥퀸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우리 메지로 가문의 자랑, 가문의 미래!"


"모든 것이 메지로 가문의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이라면."


맥퀸이 어느덧 자라서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당주는 벅참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4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3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4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2 0 15쪽
»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0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6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7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8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