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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004
추천수 :
1
글자수 :
194,653

작성
23.04.08 18:05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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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DUMMY

"어서 오세요, 한 분이신가요?"


"네."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을 따라가 구석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손님은, 평소 꿈꾸던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여기 있는 메뉴, 전부 다 하나씩 주세요."


당황한 종업원은 이 별난 손님의 얼굴을 다시 보고 나서야,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모든 것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 곧 퇴원하게 될 라이스 역시 맥퀸처럼 간신히 손에 넣은 평온을 누리고 있었다.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간의 사연이 알려짐에 따라, 사람들에게서 쏟아지는 응원과 격려의 물결은 더욱 거세졌다.


두 차례 우승했을 때보다 달리지 못하는 지금, 그녀는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조차 맥퀸과 정반대라는 점은 과연 일생일대의 라이벌이라 할만했다.


그리 한가하게 앉아 트레이너의 간호를 받으며, 산더미처럼 쌓인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일은 그녀에게 새로운 일과가 되었다.


"곧 퇴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라이스 씨."


"응,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


"이제 다시 달릴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니야. 뛰면 안 되고, 퇴원하더라도 좀 더 와야 할 거 같아."


"스테이터스 [부상]이 빠르게 사라지길 바랍니다."


한때 (서로에게) 악몽을 안겨준 부르봉은 어딘가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니 좋은 친구였다.


"라이스, 나 왔어. 부르봉은 바쁠 텐데 또 와줬구나."


"기다렸어, 오라버니!"


"미안, 손님이 많아서 좀 기다렸지 뭐야. 배고팠지?"


병원 밥도 진작 질렸으나, 말만 하면 먹고 싶은 것들을 한 아름 사 들고 돌아오는 오라버니가 있으니 괜찮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라이스도 이제 행복...'



그런 즐거운 상상을 멈추게 한 것은, 자연스럽게 넘기던 편지 사이로 들려온 핸드폰의 알림 소리.


"어디보자... 맥퀸 씨..?"


우마톡의 발신인은 그날의 방문 이후로 연락이 없던 맥퀸이었다.


"이제와서 갑자기?"


당황한 트레이너의 한쪽 눈이 올라갔다.


부르봉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하였지만, 마스터라면 그녀가 기분이 매우 언짢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조언. 위험 배제를 위해 즉시 블랙리스트 등록을 권고합니다."


"그, 그렇게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야."


스위츠 코너를 처리하기 위해 터미네이터 모드로 이행할 것 같은 부르봉을 진정시킨 후, 라이스는 천천히 알림을 클릭했다.


그녀의 시선이 글씨를 따라가자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그것을 확인한 두 사람 역시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곧 웃음기가 사라진 라이스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라이스! 그거 이리 내!"


"역시 바로 삭제했어야..."


부르봉이 만져서 망가뜨리기 전에, 트레이너는 라이스의 핸드폰을 먼저 빼앗았다.



[

그동안 많은 분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세를 졌습니다.


라이스 씨한테는 특히 더 그렇죠.


드린 고통을 직접 겪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당신에게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저는 두 분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




-----




맥퀸의 테이블 위에는, 손꼽아 기다리던 작품들이 하나씩 공개된다.


보기만 해도 푹신한 생크림과 새빨간 딸기로 포인트를 준 케이크는 셀 수 없이 많이 먹었지만, 절대로 물리지 않는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한 마카롱도, 달콤한 초콜릿 티라미수도, 그녀가 무엇하나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다.


자신을 먹어 달라며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그 유혹에, 오늘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쁘게 몸을 맡긴다.


디저트는 평소에도 먹지 않았느냐고?


치팅데이는 없었냐고?


시험 전의 주말에 가지는 잠깐의 휴식과 수능이 끝난 다음의 해방감을 비교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온전한 자유를 경험해보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아, 이게 천국인가요. 아니면 진짜 천국에는 암브로시아 같은 최고의 디저트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맥퀸은 지상에서 최후의 만찬을, 그 맛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분명히 저 하늘 너머에는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낙원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돌아오지 않을 매 순간순간마다의 추억이 소중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면서.




-----




그러나 그는 맥퀸의 메시지에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슬쩍 고개를 기울이는 것은 부르봉도 마찬가지였다.


"라이스 씨, 어째서 그리 놀라신 겁니까?"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제 맥퀸은 더 이상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아마."


자신이 라이스에게 진 빚과 현재의 입장 때문에, 맥퀸에게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야 했던 트레이너였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맥퀸이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과와, 용서에 대한 감사, 행복을 빌어주는 편지에 라이스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담하게 맥퀸을 용서했던 라이스가, 어째서 이리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걸까?


"맥퀸... 맥퀸 씨는 지금 어딨어? 막아야 해."


떨리는 손으로 도로 핸드폰을 가져와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음만 갈 뿐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라이스의 눈동자는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손을 쥐락펴락 어쩔 줄 몰라 한다.


"안 돼... 그런 건...!"


전혀 침착하지 못하고 허둥대어 봐야, 뜻은 전해지지 않는다.


"진정해, 라이스. 나 여기 있어. 괜찮으니까 천천히 말해봐."


보다 못한 트레이너는 일부러 그녀의 손을 덥석 쥐었다.


"맥퀸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길래 그러는 거야?"


갑작스런 충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오히려 그녀는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맥퀸 씨가 죽을 거야. 아니, 죽을지도 몰라."


트레이너는 잠깐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사이보그 우마무스메는 감정의 동요가 없는 탓인지 바로 이해한 듯했다.


"그렇게 추론하신 근거가 있습니까? 설명을 요구합니다."


라이스는 뭔가 말하려다, 이내 우물쭈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건 없지만... 라이스는 알 수 있어."


사람은 평소 행동이 중요하다.


지금이야 라이스의 성격이 밝아졌다고 해도, 너무나 오랫동안 음울한 인상을 주변에 남겼다.


오히려 그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기에, 두 사람은 괜히 불행회로를 돌린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뭐 지금 바쁜가 보지,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라이스의 마스터께서 맥퀸의 친구분들께 전화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나한테 번호가 있었던가..."


그러는 사이 라이스는 골드 쉽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어, 라이스. 무슨 일?


"맥퀸 씨 어딨어? 전화를 안 받아."


-왜 그리 급한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다 같이 먹을 스위츠 사러 갔어.


"혼자서? 같이 있는 거 아니지?"


-엉. 아까 말도 없이 사라지길래 전화했는데, 간 김에 사 오겠다던데?


전화를 끊지도 않고 몸부터 일으키려는 라이스를 트레이너가 주저앉혔다.


"어딜 가려는 거야! 아직 막 움직이면 안 돼."


아무리 말리려 해도, 라이스는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제대로 설득할 생각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니, 두 사람 입장에서는 그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스를 믿어줘. 맥퀸 씨는 지금 위험해."


"어째서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거야? 우리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좀 해줘."


확신의 근거는 단 하나뿐이지만, 말하기 껄끄러운 것이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스의 의지만큼이나, 두 사람은 환자가 이유 없이 뛰어다니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길게 내쉰 그녀가 어렵사리 말했다.


"오라버니는, 부르봉 씨는 모르겠지.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라이스도 맥퀸 씨랑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알 수 있어."


"물론 라이스가 틀렸을지도 몰라. 틀렸으면 좋겠어.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맞는다면, 그런데 라이스가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누군가의 죽음과 관련된 죄책감을 안고서, 행복해질 자신은 없었다.




-----




가문이 트레이너를 부당하게 내칠 때, 맞서야 했다.


라이스한테서 담당 자리를 빼앗으려 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는 편이 나았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끝내 져버렸다면, 인정하고 두 사람의 행복을 기도해 주었어야만 했다.


더 나은 결말을 위한 수많은 가능성을 그녀는 놓쳐버렸다.


지나간 일에 만약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트레이너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메지로 가문의 자랑으로써 져야 했을 그 짐을, 트레이너와 함께 나눠 들었을 것이다.


자신은 그래도 행복할 것이다.


트레이너만 있다면, 가시밭길도 카펫 위를 걷는 것처럼 기쁘게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너도 그랬을까?


그라면 분명히 불평 한마디 없었을 테다.


하지만 거짓된 영광과 추악한 사명을 위해,


가문한테 부당한 박대를 당하면서,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는 그는 정말로 행복했을까.


차라리, 그의 행복을 위해서는 라이스가 더 나을 것이다...


자신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지독한 라이벌에게는, 그를 행복하게 해줄 능력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지금은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어느새 주문한 음식은 4분의 1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이상은 무리다. 처음으로, 스위츠를 남겼다.


"귀한 걸 남기다니 조금 아깝지만... 정말로 배불러요."


맛은 전부 봤으니 그래도 괜찮다.


품에 늘 넣고 다니던 수면제를 꺼냈다.


평소에는 한 알이면, 잠시나마 근심 걱정을 잊고 잠들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오늘은 통에 남아있는 것 전부가, 그녀의 가녀린 손 위에 쌓여간다.


이 정도면 틀림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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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5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5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6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4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5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3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2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1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7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8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9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20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9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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