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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로맨스

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최근연재일 :
2023.04.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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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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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53

작성
23.04.0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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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하늘에 닿을 듯이.'

DUMMY

6월 12일, 기자회견 당일. 타카라즈카까지 D-12.


그날 맥퀸을 구하기 위한 작전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골드 쉽이지만, 아르당과 파머 역시 가담했음을 가문이 모를 수는 없었다.


물론 두 사람 역시 쫓겨날 각오를 하고 저지른 일이었기에, 그날 아침에 저택을 나서면서 꼭 필요한 짐은 챙겨왔다. 어차피 평소에도 기숙사에서 지냈으니, 당장 앞날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추격을 벗어난 골드 쉽이 합류하고, 세 사람은 트레센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을 아르당과 만나기 위해서.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해가 중천에 떴을 즘에는 학원에 도착했다.


"맥퀸 씨, 약속을 어겨서 죄송해요."


아르당은 맥퀸과 재회하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사정이야 어쨌든, 남들한테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사실이었으므로.


"...아르당 씨는 제가... 저지른 일을 알고도..."


"맥퀸 씨는 분명 큰 잘못을 저지르셨지만, 스스로 인정하고 용기를 내셨어요. 오늘 하신 일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옳은 일이었습니다. 메지로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맥퀸은 메지로라는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렸지만, 결국 그녀 본인도, 소중한 자매들도 모두 메지로 가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모순된 현실을 자각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나야 뭐... 솔직히 가문에 있으나 마나 라지만, 맥퀸이랑 아르당은 큰일이네."


"그게 무슨 섭섭한 말씀이신가요. 파머 씨도 누구보다 메지로 가문의 영애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가문에 반기를 들고 무너트리는 데 앞장선 사람들의 모임에서, 메지로의 이름이 모욕이 아닌 명예로운 의미로 쓰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맥퀸은 곧 깨달았다. 모순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보다 메지로의 이름을 자랑스러워했다. 가문의 존귀한 사명에 대한 신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심으로 더럽혀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맥퀸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은, 거짓되지 않았다.


"아르당 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저는 다른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편지를 전한것 밖에 한 일이 없답니다. 직접 큰일을 한 건 파머 씨와, 골드 쉽 씨. 그리고 맥퀸 씨를 용서한 건 라이스 씨죠."


"라이스 씨가요...?"


이번에는 자신이 라이스를 따라잡겠다고, 메지로 맥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새 앞서나가, 이번에도 져버린 것만 같았다.


-'트레이너 씨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트레이너 씨에게 누가 더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째서일까, 그때 자신이 라이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은.


"그런가요... 저는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네?"


맥퀸의 너무나 작은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아르당이 되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답하는 대신 싱긋 웃어 보였다.


"아르당 씨, 파머 씨, 저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골드 쉽 씨도요."


"암, 맥짱은 이 골드 쉽 님만 믿으라구!"


그리 소리치며 맥퀸에게 달려드는 골드 쉽의 포옹을, 맥퀸은 드물게 싫은 기색 없이 받아주었다. 부끄러움도, 쑥스러움도 없이 친애의 감정을 담아서.




----------




이사장과 라이스의 설득은 아무래도 대깨메들을 상대로는 효과가 떨어졌지만, 가문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반대의 목소리는 매우 치명적이었다.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메지로 가문은 안전합니다! 트레센 학원에서 퍼지고 있는 헛소문은 곧 가라앉을 것입니다. 평소대로 행동하십시오."


본가에서 세 사람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현혹되지 말라고 내부 단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동안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맞설 힘이 없을 뿐인 이들은 널려 있었다.


맥퀸이 이사장에게 호소했듯, 메지로 가문의 만행에 의한 피해자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가문의 일원들조차 많은 이들이, 가문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억압의 피해자였으므로.


"메지로 가문은 우리에게 존귀한 사명을 가르쳐왔습니다. 저희는 가문을 빛내기 위해서, 그 명예에 어울리는 품위를 갖추기 위해 개인적인 소망들을 포기해왔지만, 모두 거짓이었죠.

이대로라면 우리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가문을 올바른 길로 되돌리기 위해서,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도베르, 라이언, 브라이트처럼 G1 우승 경험이 있는 이들은 추종자도 수만 명에 달하니, 양심선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이 작지 않았다.


그만큼 이름을 날리지 못해 홀대받던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힘은 작아도 인원수가 많은 데다가, 쌓인 게 많은 만큼 더욱 적극적이었고.



불안한 미래에 겁먹고 주저앉거나, 귀를 틀어막은 이들도 있었다.


부패한 구체제의 수혜자였기에 끝까지 탐욕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메지로들이, 마침내 진실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깨닫고 일어섰다. 새로운 미래를 향해 소박한 희망을 품고.


세 사람이 피워올린 작은 불씨는, 저주받은 저택을 정화할 거대한 불길이 되었다.




-----




6월 22일.


두 차례의 기자회견과, 이사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일에 불과하다.


앞선 분수령이었던 라이스의 기자회견과 부상 사이까지의 5일에 비하면 긴 시간이지만,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명문가를 끝장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


아직 확실하게 죄를 입증한 것은 승부조작 (이것도 매우 크긴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를 넘어 학원의 하부 조직에서까지 완전히 가문을 숙청하는 것은 아무리 여론이 우호적이라도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메지로 내부의 분열이 가시화되면서, 이사장은 다음 공세를 위해 재정비하는 대신,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트레센의 학생들이 입학식을 치렀던 대강당은, 평소에는 학생들의 실내 트레이닝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로 가득 차 학생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하여 이번에 진행한 인사 개편을 통해 트레센에 새로운 인재를 수혈하고,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 개편에서 메지로 가문이 완전히 배제된 것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세상의 의심이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올바르지 않은 이사장이 되겠습니다. 자유롭게 저를 비난하는 기사를 쓰시길."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마지막까지 메지로를 옹호해왔던 신문은 다음 날 아침,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형식적인 논평만을 내놓았다.




----------




6월 24일.


트레센 학원에서 메지로 가문의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했다.

칼끝은 이제 메지로 재단에 속한 사업 전반에까지 이르고 있을 무렵, 타카라즈카 기념이 개최되었다.


아직 퇴원하지 않은 라이스와, 징계로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맥퀸, 팥 없는 찐빵 같은 경기에 관심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때 다시 한번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달아오르던 분위기는, 현재 다른 의미로 달아올라 무언가를 불태우고 있던 그 무렵.




맥퀸과 라이스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 십만 단위 팬을 보유한 유명인이다.


텐노상 봄 이후로는 라이벌 관계에 더해서, 2달간 업계 전체를 불태운 논란의 당사자들이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진실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그렇지, 유명인이 유명인을 골목길로 끌고 가서 무참히 폭행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기사가 쏟아져 나올 일이요, 공개적으로 매장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라이스는 용서해도, 세상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저기 좀 봐, 아직도 학원에 다닐 생각을 하네."


"나 같으면 자퇴했지. 쪽팔려서 어떻게 다녀?"


"야. 들리겠다, 조심해. 우리도 슬쩍 끌려가는 거 아냐? 풋."


"우리 이사장님한테 탈탈 털리는 걸 보니 괜찮아. 메지로도 별거 아니네."


평소에도 메지로 가문에 반감이나 질투를 품고 있는 이들은 있었다. 맥퀸은 두터운 팬덤과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으니, 감히 아무도 드러내지 못했을 뿐.


깨놓고 말해서 메지로 샤워가 메지로 맥퀸의 3연패를 저지했다면, 표면적으로는 지금만큼 욕먹지 않았을 거다. 내부에서 파머보다 더 험한 취급을 받았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라이스 씨는... 이런 와중에도 용케 달릴 마음이 생기셨군요?'


모든 일을 직접 겪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사람에게는 공감능력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하지만 머리로 생각은 할 수 있어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직접 그 처지에 놓이기 전까지,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역시 사람이다.


'하기야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니, 제가 진 거겠죠.'


어떤 비난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가혹함은 언제나 상상보다 더했다.


지금도 주머니에 들어있는 수면제가 없으면, 제대로 잠들지 못할 지경이었으니.


맥퀸은 진정으로 그때의 라이스를 이해했다.


우승은 커녕 출전조차 하지 못한 그녀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 정면으로 마주한 세상의 적의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




그러나 교문을 나선 오늘의 맥퀸은 웃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토록 그리던 자유와 평화가 눈앞에 있으니까.




지금 당장 당주가 전성기 시절처럼 부활해도, 대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가문의 몰락은 확정되었다.


동시에 자신이 가장 아껴왔던, 가문의 동포들과 마지막 명예를 지켜낼 기반은 마련했다.


자신을 용서할 만큼 좋은 사람인 그녀는, 한때 자신의 일심동체였던 그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전부 끝났네요.'


사명은 완수되었다.




거리를 걸어가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아 골드 쉽 씨, 죄송해요. 잠깐 스위츠가 먹고 싶어서 밖에 나왔어요. 네? 괜찮아요. 골드 쉽 씨 몫도 살 테니까 방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다른 분들도 기다리고 있다고요? 알겠어요. 5인분으로 넉넉하게 주문할게요."


자신이 직접 전해줄 수는 없지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늘었네요. 다행히도 거긴 배달 주문을 받아주니까...'


트레이너와 함께 다니던 디저트 카페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오늘은 여태 못 먹어본 메뉴까지, 빠짐없이 전부 다 먹어보자고 다짐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마음속은 기대감이 차올라, 즐거움만이 가득했다.


하늘에 닿을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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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6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4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4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20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3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4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2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1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0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20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6 0 8쪽
23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7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8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8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8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9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20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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