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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2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6.05 21:30
조회
388
추천
3
글자
11쪽

155화

DUMMY

“당신들에게 사람들을 지킬 자격이 있나?”

“···뭐, 뭐라고요?”


설진의 말에 여사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한 것 같기도 했다. 얼굴에서 나왔듯, 지금 여사제는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습격에 밀리고 있을 때 도와준 건 좋다.

설진 일행이 아니었다면 여사제를 포함한 다른 사제들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았을 터이니.


당연하게도 목숨의 은인이고 빚을 진 건 맞았다. 그리하여 여사제도 설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넬 생각이었다.

구해줘서 고맙다고. 교회에 들러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그러나 말하기도 전에 설진의 입에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을 지킬 자격이 있냐니···?’


물론 자신을 포함한 사제들이 열세에 처해있었다는 건 인정한다.

이길 수 없는 상대였고, 머잖아 죽음을 맞이했으리라는 것도 인정한다.


확실히 무력으로는 사람들을 지킬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당신! 그게 무슨 소리죠!?”


적어도 초면인 이에게 이런 소릴 들을 정도로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나섰다. 싸웠다. 피가 터지도록, 거친 숨이 폐를 수없이 넘나들 정도로, 사선과 사선을 타고 오르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막으려 노력했다. 지키고자 했다.

지금 설진의 말은 그런 사제들의 행위를 전면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저희가 힘이 없다는 건 인정해요! 네! 이런 평화롭던 마을에 파견된 사제들이, 힘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냐고요!”


다짜고차 실망을 운운한다느니.

자격 여부를 거론한다느니.


그래서 여사제는 화가 났다. 적어도 초면인 이에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아서, 들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저희는! 그럼에도 나섰잖아요! 그럼에도 지키고자 나섰잖아요! 검을 휘둘렀고, 창을 휘둘렀어요! 그 누구도 저희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

“당신이 대체 뭔데 저희에게 자격을 따지려 드는 거죠!?”


허억. 허억.


흥분한 듯 말을 내뱉은 여사제의 입에선 쉴 새 없이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속사포처럼 쏟아낸 말과 동시에, 이마에서 땀이 빗발치듯 흘러내렸다.


울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쉬이 움직일 수 없는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눈물샘 부근에는 방울조차 되지 못하는 눈물이 나왔다. 흘러내리진 않고 고여있을 뿐이었지만, 그건 여사제의 마음을 방증하는 증거와도 같았다.


“저희보다 훨씬 강한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노력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싸움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제’. 그러니까, 구원자로서 사람들을 도와 왔다.


배고픈 사람들에겐 죽을 줬다. 그러함으로써 굶주리지 않게끔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일자리를 줬다. 그러함으로써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픈 사람들에겐 의료 지원을 해 줬다. 그러함으로써 아픔을 없애 왔다.


“이곳 그룬 마을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웃게 만들기 위해! 저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건,


“당신이 왜! 마을에서 본 적이 없는 당신이! 왜 저희에게 자격을 거들먹거리는 겁니까! 왜 저희의 노력을 전면에서 부정하려 드시는 건지요!”


갑작스레 사제를 비난한 설진에게 하고 싶은 말임과 동시에.


“왜!”


총원 열여섯에 다다르는 전투 인원 중에서,


“왜!”


고작 넷만이 싸웠다는 점을 깨닫게 된 여사제의 의문 어린 외침이기도 했다.


‘자,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그동안 함께 생활해 본 바로는 모두 좋은 사람들처럼 보였었는데.

힘을 자랑하며 이빨을 보이던 사람도, 활을 쏠 수 있다며 명사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던 사람도, 모두 전투 시에 보이지 않았다.


정작 전투에 임한 건 아무런 자랑도 하지 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인원 넷.

총원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숫자였다. 여사제는 지금 상황을 부정하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윽-.


여전히 사제는 자신을 포함한 넷뿐이었다. 아, 사람이 보이긴 했다.

멀찍이 떨어져 사제들과 몬스터의 전투를 지켜 보고 있을 제국민들이었다.


“어?”


이젠 멀쩍이도 아니었다.


전투가 종료된 제국민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여사제는, 겨우 든 고개를 뒤로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음? 이봐,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거지?”


동시에 설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뜸을 들인 듯한 목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온 제국민이 열 정도가 되었을 때 열렸다.


“네가 나한테 화를 낼 이유는 없지 않나. 그저 실패했을 따름인데.”

“그러니까 대체 뭘 실패···!”

“위기 대처 훈련. 분명 황실과 교회의 협의 하에 진행된 훈련이었을 텐데.”


그 말에 한참 쏘아붙이던 여사제의 입이 닫혔다.


‘훈련? 그게 대체···.’


지금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 맞은편, 여사제의 얼굴을 보고 있던 설진은 이어 말했다.


“훈련에 참여한 건 고작 넷에, 주어진 상황은 해결하지도 못해, 거기다 목숨을 잃을 뻔하기까지 했다. 무기를 뺏고 부상을 주어 열화시킨 몬스터들에게.”

“···?”

“대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가장 중요한 훈련을 최악으로 마무리한 너희에게, 자격이 없는 놈들에게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인가?”


그 말에 여사제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화가 난 건 같기도 했다.


여사제는, 설진의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 입을 열었다.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전에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누군데 여기서 횡포를 부리는 겁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여사제는 ‘훈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설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초면인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폭언을 쏟아냈다. 그런 자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외려 여사제가 물은 것은 설진의 정체. 그녀는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누구인지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했고-


“나 말인가?”


설진은 기다렸다는 듯 황실 병사 명패를 꺼내 들었다.


“황실 직속 병사다. 휴가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동료들과 함께 방문했지. 위기 대처 훈련에서 교회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해서 말이다.”


지금부터 이어지고 있는 말은 여사제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여사제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교회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격을 운운하는 것도 어느 정도 납득되지 않나? 그런 상황이니까 말이다.”

“···훈련? 아니, 말이 안 되잖아요!”

“후.”


설진은 보란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잘 들으라는 듯 죽인 몬스터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와이번은 성체가 아닌 새끼를 사용했다. 한쪽 날개를 부러뜨려 무게중심을 떨어뜨렸지. 리자드맨 두 마리의 무기는 전부 회수한 상태였다. 무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사제 네년이 잘 알고 있으리라 믿지.”


그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골렘의 파워를 떨어뜨리기 위해 골렘의 손을 일부 박살 냈으며, 신종 몬스터인 라큠은 온전한 모습 그대로가 아닌 다섯 개의 팔을 부숴 본래 전력의 1할도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때, 이 이상의 증거가 필요한가?”


확실하다 못해 차고 넘기는 훈련의 증거들.

이쯤 되니 여사제도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따지고 싶은 건 많았지만, 무엇보다 시선이 문제였다.

열여섯에 다다르는 전투 인원 중 넷만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 때문이었다.


“···.”


이는 영원할 줄 알았던 사제와 사람들 사이의 신뢰에 금이 가는, 일종의 시발점이 되어 마을에 퍼졌다.

그동안 도와왔던 것, 약을 주고 죽을 준 것은 더 이상 사람들의 기억에 없었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에 남은 건 위험에서 도망친 사제들뿐이었다.


주변에선 쑥덕거리는 소리는 하염없이 퍼지고 있었다.


텁.


설진은 입을 더 벙긋거리려다 돌연 어깨에 잡힌 손에 뒤를 돌아보았다.


“설진아.”


시연의 목소리였다.

설진만 들을 수 있게 속삭인 그녀는, 이내 그에게 사제들의 상태와 여사제의 표정을 강조하며 입을 열었다.


“더 할 거야?”


말은 질문의 형식을 띠고 있었지만, 사실상 호소나 다름없었다.

이쯤 되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교회의 인식은 나빠지기 시작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니냐고.


설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시연의 말이 맞았다.

상처 입은 사제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변해 있었다.


물론 그동안 쌓아올린 것이 있는 만큼 한 번에 무너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디서나 시기와 질투는 존재한다고.

오늘의 일은 소문이 되어, 소문은 부정적으로 변해 마을에 퍼질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한 번에 추락하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목이 베여 죽는 것보다, 살점이 파먹히며 죽어가는 것이 더 아프니까.


‘그렇다면 이제 슬슬···.’


사제들을 압박하는 것은 인제 그만.

병은 충분히 줬고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제 약을 줄 때였다.

기실 이들은 몬스터와 싸우느라 지쳤고, 다쳐 있었다. 몸 군데군데가 성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실신해 기절한 이도 있었다.


사방에 퍼진 피를 보며 숨을 내쉬었다. 쉬고, 내뱉었다. 사제의 피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이 베어 넘긴 몬스터들의 피였다.

이 훈련의 탈을 쓴 전투에서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


괜히 입맛이 썼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그룬 마을의 남은 양심이었으니.


애당초 엘리나의 편이 아닌 보통 사람.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들은 악인이 아닌 선인이었으니까.

단지 설진이 악인으로 몰아간 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나···.’


라고 합리화하기엔 혀가 얼얼했고.

그렇다고 내뱉은 말을 주워담기에는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설진은,


“찬우야.”


뒤에 있는 찬우를 불러 이들의 치료를 부탁했다.

이게 그나마 설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행이었다.

선행이라고도 할 수 없는, 거짓된 행위였지만 말이다.


[45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46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띠링-. 하고 울리는 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클리어 메시지. 그동안 숱하게 봐 왔고, 앞으로도 보게 될 메시지였다.


그러나 지금, 설진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는 기쁨과 희열보단 간교를 꾸며 신념 있는 사제들을 악인으로 몰아갔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후우.


다시 숨을 내뱉었다.

사제들에게 말을 건네기 전 한 생각을 복기했다.


‘모두를 구할 순 없어.’


설진은 영웅이 아니었다.

단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플레이어일 뿐.


다만 웃는 사람이 있다면 우는 사람 또한 있듯이.

얻은 사람이 있다면 잃은 사람 또한 존재하듯이.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그래야만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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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38화 22.05.13 404 3 11쪽
137 137화 22.05.12 406 3 11쪽
136 136화 22.05.09 41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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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화 22.05.06 415 3 11쪽
132 132화 22.05.05 41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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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화 22.04.25 422 4 11쪽
125 125화 22.04.24 4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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