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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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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29 21:30
조회
402
추천
3
글자
11쪽

150화

DUMMY

설진 일행은 걸었다.

마을 내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빙의된 병사가 받은 건 순찰이나 조사 같은 임무가 아닌 휴가.

그렇기에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몸에 걸치고 있는 건 쇳덩이가 잔뜩 들어간 판금 갑옷이 아닌, 그저 사복이었다.


면 재질의 옷감이 손가락을 타고 스며들었다. 비단 설진뿐만이 아니었는지, 일행은 병사가 입고 있는 옷감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병사들은 휴가 때 이런 옷을 입나 봐요.”


채린이 말했다. 윗옷과 아래옷을 간단하게 걸쳐 입은 설진과는 달리, 채린의 의복은 멋을 부리듯 여러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

귀걸이부터 시작해 손가락에는 반지가, 손목에는 팔찌가 하나씩 끼워져 있었다. 병사라기보다는 귀족을 보는 것 같았다.


“병사가 귀족 출신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야?”


채린의 말에 화답한 건 시연이었다. 그녀 또한 채린과 마찬가지였는지, 불편하다는 듯 손을 몇 번 휘저었다.

하기야 탑에 들어온 뒤부터 기사가 되어 활약했던 시연이었다. 얼굴과 손발 군데군데 걸린 장신구들이 편하게 느껴질 리 없었다.


“빼고 다녀야겠다. 불편해.”

“저는 괜찮은데요? 이러니까 언니가 말한 귀족 같아요.”

“아으. 난 귀족 싫어.”


그리 말한 시연은 몸 곳곳에 있는 장신구들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허리춤에 걸린 자루에 대충 던져놓은 시연은 고개를 돌려 찬우를 바라보았다.


“찬우야, 너는 괜찮아?”

“아, 네. 저는 설진 형이랑 똑같아서, 장신구나 그런 건 없네요. 편해요.”

“그럼 다행이고.”

“···다들 잠시만요.”


마지막 말은 설진의 목소리였다.

그는 이목을 집중시키듯 박수를 몇 번 치더니만, 이내 시선이 모인 것을 확인하고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가리킨 건 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룬 마을이라 쓰여 있는 간판이었다.


“여기가 입구인 것 같아요.”


45층에 도착했을 때 설진 일행이 서 있던 곳은 산 중턱.

그 중턱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이윽고 높게 걸린 간판과 입구를 번갈아보며, 들어가자는 듯 손짓했다.


“몬스터의 습격은 언제쯤 있을 것 같아?”


내부로 걸던 시연의 물음이었다.

몬스터의 습격이라. 기실 설진도 잘 몰랐다. 아는 것은 머잖아 일어나려 하는 몬스터 습격 건이 모두 교회 입지의 하락을 위해 행해진다는 것 정도.


으음.

떠오르는 건 딱히 없지만 그래도 굳이 생각해 보자면,


“오후 즈음에 있지 않을까요? 너무 늦지 않은··· 그러니까, 굳이 시간으로 따져 보면 네다섯 시 정도?”

“밤이 아니라?”

“교회는 모르고 있겠지만, 명목상으로는 위기 대처 훈련이니까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할 테니, 잘 보이는 낮 즈음이 괜찮을 것 같은데요.”


현재 일어나려 하고 있는 몬스터 습격 건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었다.

바로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할 것.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두운 밤보다는 시야가 잘 트인 낮이 나을 것이고, 교회의 무능력함을 보여주려면 이 또한 낮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엘리나의 척결 대상은 어디까지나 교회지, 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괜히 밤에 들여보냈다가 피해라도 생기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더 끔찍할 것 같네요.”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설진의 주장을 뒷받침한 건 찬우였다.


“그러니까, 빨리 준비하는 편이 좋을 거에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찬우는 그리 말했다.

확실히 지금 시간은 오전. 오전이긴 하지만, 열두 시가 되기까지 채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최악을 가정할 때, 다섯 시간 후면 습격이 시작될 수도 있었다.


최악을 대비하는 건 항상 옳은 판단이었다. 찬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채린은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주변을 살폈다.


“그럼 일단 정세 파악부터 해야겠는데요. 오빠 말대로 정말 그쯤에 습격해 온다면, 마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둘 필요가 있어요.”


마을 내부로 들어선 채린이 찾은 건 작은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건물.

수도에 들어선 교회 건물에 비하면 확실히 작은 건물이었지만, 그곳이 바로 그룬 마을을 지원하고 있는 장소였다.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교회의 전투 인원은 몇인지, 실질적으로 싸울 힘은 있는지, 높은 지위를 꿰차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등등이요.”

“그건 내가 할게. 낮이긴 하지만, 몰래 잠입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아, 오빠가 해 주실래요? 알겠어요.”


설진의 직업은 도적.

도적이라기보단 암살자나 전사 같은 활약을 더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던 민첩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설진의 속도는 건재했다.


그리하여 정보 취득 건은 자신이 하겠다고 자원했다. 제일 잘할 수 있고,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사인 시연이나 마법사인 채린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터. 말이 나온 지금, 설진은 지금 움직여야겠다고 판단.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세 시간 안에는 돌아올게. 여기서 보자.”

“조심해, 설진아.”

“잘 다녀오세요. 오빠.”

“형, 힘내요!”


휘익-.


이윽고 바람이 부는 소리가 퍼졌다.

동시에 사라진 설진의 모습을 바라보던 시연은, 집중을 재개하듯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러자 채린와 찬우의 시선이 한꺼번에 끌렸다.


“우린 어떡할래.”


교회 관련 정보 수집은 설진이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는 건 마을의 전체적인 정세와 출몰 몬스터의 정보 정도인데.


“출몰 몬스터의 종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걸. 엘리나는 인명 피해를 최대한 지양하니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흰 정세 파악에 시간을 쓰죠.”


동조하는 듯한 채린의 대답에 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세 파악, 더 쉽게 말하자면 그룬 마을 사람들의 생각.


교회에 대한 저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얼마만큼 믿고 있는지, 정말로 황실보다 교회를 더 지지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채린이랑 찬우가 같이 움직일래? 나는 따로 행동할게.”

“아, 그래도 되겠어요?”

“괜찮아. 그리고, 되도록 물건을 사면서 우리 얼굴을 기억하게 만들어. 그러면 몬스터가 습격했을 때 상황 설명을 하지 않고도 개입할 수 있을 거야.”

“알겠어요. 그럼 누나, 조심해요.”

“응, 너도. 아, 찬우도 조심해. 스토리 모드는 비교적 쉬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시연의 말에 찬우가 답했다.


“네, 방심할 생각은 없어요.”

“응. 그거면 됐어. 난 이쪽으로 갈게. 이따 보자.”


기실 셋이서 함께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었다.

시연은 오른쪽 길을 가리키며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왼쪽 길로 향하게 된 채린은, 시연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며 방향을 틀었다.


* * *


[은신이 활성화됩니다.]


일순간, 몸이 옅어졌다.

비단 몸뿐만이 아니다.

기척도 소리도. 모든 것이 하얀 안개에 둘러싸인 것처럼, 마치 백색 소음 속에 갇힌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은신.

설진이 장착하고 있는 암살자의 망토의 장비 스킬이자, 3초간 사용자의 모든 것을 지워주는 상위급 스킬.


‘이걸로 들어왔나.’


멀리서 간만 보던 도중, 교회 정문의 병사가 교대하는 것을 봤다.

경계가 조금이나마 늦춰진 그때, 설진은 접근할 수 있는 때까지 접근해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앞만 보고 있는 병사가 있었다.


타다다.


교회 침투 자체가 들킨 것은 아니라는 뜻. 설진은 곧바로 기민한 발걸음을 사용, 주변 벽을 타 천장으로 올라탔다. 망토의 펄럭거리는 소리는 기민한 발걸음에 묻혀 퍼지지 않았다. 그 덕에 설진에게 간 시선은 없었다.


‘일단은···.’


천장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틈이 있었다. 환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설진은 몸을 숨겼다.

이어 몸을 움직여 천천히 나아갔다. 목표로 하는 건 교회 내부 서류. 개중에서도 그룬 마을에 배치된 병사들의 수준과 수가 적힌 서류였다.


‘얼마나 되려나.’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게 된 설진의 시선이 잠시동안 옆으로 퍼졌다.


‘보이는 건 일곱 명 정도인가··· 많진 않네.’


교회 내부의 인원을 파악한 설진은 사람이 없는 곳에 천천히 낙하했다. 일곱에 불과한 숫자인지라 빈 공간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

개중에서도 설진이 낙하한 곳은 교회 입구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

말인즉 이곳이 중요한 서류를 담아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긴 기척이···.’


그저 눈에 보이는 인원만 파악했는지라 잠시 걱정했건만.

방 안에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만일 사람이 있다면, 설진의 감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난 암살자이거나 말조차 하지 못하는 유아일 터.


덜컥-.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없나?’


대강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딱히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이곳이 집무실이라는 듯 덩그러니 놓인 책상과 서류만이 존재할 뿐.


우웅.


설진은 마력을 방출했다. 밖으로 튀어나온 마력이 점차 사방을 점유하는가 싶더니, 이내 방 전체를 읽었다.


‘함정··· 같은 것도 아니고.’


혹시 모를 침입자를 위해 함정을 준비해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이 또한 아니었다. 마력으로 사방을 점유했음에도 느껴지는 건 없었다.


그럼에도 설진은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스토리 모드가 쉽다고 알려졌어도 그건 탑의 다른 층에 비해 비교적 쉬운 것이지, 독자적으로 본다면 스토리 모드 또한 만만한 층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긴장의 끈을 유지한 채 앞으로 걸었다.


당연하지만 발걸음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기민한 발걸음의 기본적인 보정값과 설진의 민첩 수치가 합쳐져 만들어진 숙련도는 수준급이었다.

나지 않는 발걸음, 그에 화답하듯 방 또한 적막했다.

그 적연부동한 방 속에서 설진이 손을 뻗었다.


‘서류부터···.’


책상 위 놓인 서류를 집었다. 서류의 앞에 ‘파견 인원 명단 및 상황 보고서’라 쓰인 것이, 설진이 찾던 정보가 맞는 것 같았다.

휙-. 서류를 넘긴 설진의 눈이 정보를 훑었다. 그곳에는 그룬 마을로 파견된 이들의 이름과 간략한 정보가 쓰여 있었다.


‘딱히··· 뭐 특이한 점이란 건··· 으음.’


모두 일반 사제급에 위치한 인원들.

간부급에 위치한 이들은 사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설진이 방을 맞게 찾아왔고 올바른 서류를 열람했다는 가정 하에-


‘이럴 수 있나···?’


그룬 마을의 교회 전력은, 보잘것없다는 말이 된다.


‘···.’


돌연 의문이 생겼다.

방을 잘못 찾아왔고 지금 보고 있는 서류가 조작된 건 아닐까, 하고.


설진은 서류의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고서 다시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 다른 문을 열고, 그곳에서의 정보를 찾았다.

다만 유의미한 정보를 얻진 못한 것이, 서류가 있는 곳은 처음 열었던 그 방뿐이었다. 다른 곳은 전부 다른 용도의 방이었다.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은데···.’


설진은 침음을 흘렸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서 교회 건물을 빠져나온 것은,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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