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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2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4.30 21:30
조회
417
추천
4
글자
11쪽

129화

DUMMY

빛이 사라졌다.

그 순간의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찬우야?”


당황에 찬 목소리로 찬우를 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빛없는 동굴이 울리고 울려 메아리치듯 제 소리만 들려올 뿐.

마치 암야(暗夜) 속에 갇힌 기분이다.

허우적-. 무망중 손을 뻗었다. 잡히는 건 없었고, 닿는 것 또한 없었다. 시야가 암전되며 인지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갔다.


“누나? 채린아?”


찬우를 제외한 다른 이들을 불렀다.


“거기 없어요?”


마찬가지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되, 펼쳐진 건 깜깜한 어둠뿐.

마치 나락에 추락한 기분이었다. 설진은 벽을 찾고자 손을 뻗었다.


텁- 터덥.


그러나 짚이지 않는다. 손을 뻗고 다리를 움직여도 손에는 무엇하나 잡히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다리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걷고 있는 것인지, 걷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만 하는 것인지. 설진은 알 수 없었다.


모르고 알 수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전무했다.

단지 손을 뻗을 뿐이었다.


잡히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손을 뻗을 뿐이었다.


“미친···.”


결국 입에서 터져 나온 건 욕지거리.

게임에서의 상황과 너무나 달랐다. 텍스트 몇 개로 끝났었던 그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정표 없이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는 어둠.

입구만 있고 출구는 없는 공간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돌연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잠식했다. 원초적인 본능이 상황을 거부했다.


[차분한 마음이 발동 중입니다.]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차분한 마음. 정신 마법에 저항력을 갖게 해 주는 스킬. 그걸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느껴지는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썩을···.”


걸음을 옮기고는 있지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빛이 없어서, 일행이 없어서, 누나가 없어서 미쳐 돌아갈 지경이다.

한편으로는 작게, 아주 작게 안심하기도 했다.

그제야 사람다운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두려움과 공포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안도하는 것과 지금 상황은 별개였다.

타개책을 생각해내야 했다. 이곳을 빠져나가 일행과 합류할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깜깜한 어둠에 적응해야 했다.


‘상태창.’


[유설진(lv.41)]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마력 단검, 차분한 마음, 참살.]

[장비 스킬 : 은신]

[장비 고유 스킬 : 구천을 떠도는 혼의 염원은 바람이 되어 흩날리고]

[체력 : 19(+5) 근력 : 20(+2) 민첩 : 32(+13) 마력 : 31]

[잔여 스텟 포인트 : 2]

[잔여 스킬 포인트 : 2]


상태창을 열었다.

보이는 것은, 아니. 지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요소는 총 두 개.


잔여 스텟 포인트와 잔여 스킬 포인트였다.

설진은 곧장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잔여 스텟 포인트 또한 중요한 요소였지만, 지금은 잔여 스킬 포인트 쪽이 더 필요했다.


‘상점 스테이지에서 쓰려고 했는데···.’


슌의 등장으로 미루게 됐었다.

그리고 지금, 미루게 된 것을 사용할 때였다.


‘신체 강화로···.’


순간 차분한 마음을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차분한 마음은 말 그대로 정신 계열 마법에 한해 뛰어난 저항력을 가지게 해 주는 스킬.

범용성으로는 신체 강화가 훨씬 위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수준 높은 대처가 가능한 신체 강화를 최대한으로 올렸다.


‘요한과 싸우게 될 그때도 생각해야 해.’


차분한 마음을 올린다면 심연의 극복이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설진의 목표는 요한을 척결해 헤임 제국을 존속시키는 것이지, 심연을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심연 클리어는 그저 과정일 뿐이었다.


목표도 아닌 과정에 많은 것을 쏟아부을 순 없는 노릇이잖는가.

만일 이마저 극복하지 못한다면 요한을 상대할 수 없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어두컴컴한 암흑 속, 설진은 잔여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겠노라고 생각했다.


[신체 강화의 레벨이 5로 증가했습니다.]

[신체 강화의 스킬명이 변경됩니다.]

[신체 강화 -> 초인(超人)]


스킬 레벨은 5가 최대치였다.

레벨 5를 달성했을 때 스킬명이 변함과 동시에 능력 또한 상승한다.


‘초인···.’


설진은 이어지는 메시지를 기다렸다. 곧이어 변한 스킬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인을 사용할 시 3의 추가 스텟 포인트를 받습니다(일시적).]

[초인을 통한 신체 강화의 위력이 현격히 상승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공격에 관해 일정 이상의 저항력을 갖습니다.]

[총 2개의 신체 부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유의미하다면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 변화.

추가 스텟 보정치가 꽤 늘었다. 3레벨의 신체 강화가 1의 스텟을 올려줬었더라면, 초인이 된 지금은 3의 보정치를 받을 수 있었다.


신체를 강화하는 효과가 극대화된 것은 물론이요, 저항력 또한 생기게 되었다. 신체적, 정신적 공격에 대한 데미지 감소는 좋다고 할 만했다.


“이제 좀 할만하네.”


신체 강화를 레벨 5까지 끌어올려, 초인으로 만듦과 동시에 변화가 생겼다.

보이지 않았던 심연의 광경이 차츰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글귀 중 한 문장만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광경이었지만, 설진에게 있어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였다.

0과 1은, 보임과 보이지 않음은 상당한 차이였으니까.

게다가 아직 초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진화하게 된 초인의 패시브 효과나 다름없는 능력이었다.


‘일단 귀에다가 하나···.’


[초인(귀)가 활성화됩니다.]

[청각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 스텟이 3 상승합니다.]


더불어 하나 더.


[초인(눈)이 활성화됩니다.]

[시력이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민첩’ 스텟이 3 상승합니다.]


초인이 되었을 때 떠오른 메시지 중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글귀.

그것은 바로 스킬의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설진은 이를 이용해 귀와 눈을 동시에 강화했고, 총 6의 능력치 상승을 꿰할 수 있었다.


비록 일시적이긴 하나 현재 설진의 능력치는 꽤 많이 상승했다.

민첩 35, 마력 34라는 압도적인 수치.

동 레벨대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더해 초인의 본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체 강화가 발동되었다.


쫑긋-.


청각이 활성화되었다. 공기가 사방을 부유해 공간을 점유하는 소리도, 덤불과 이끼가 맞물리며 자아내는 식물의 소리도.

민감해진 귀는 양질의 정보를 잡아냈다. 설진은 청각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의 대략적인 약도를 그렸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지도가 머릿속에 각인됐다.


‘다음은 눈.’


시각이 민감해졌다. 분명 별 하나 없는 밤하늘처럼 어두웠던 심연(深淵)이, 더 정확히 말하면 심연의 내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린 약도 내 세세한 일부분이 추가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식간에 감을 잡은 설진은 발을 내뻗기 시작했다.


그러자 알 수 있었다.


‘나는 걷고 있었구나.’


걷는 기분인 것도 생각만 한 것도 아니었다.

초인을 활성화하기 전에도 설진은 걷고 있었다. 어두운 공간을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벽을 찾기 위해 측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적어도 의미 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는 의미.

일말의 위안을 얻은 설진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깊은 구덩이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덤불과 이끼가 사방을 잠식했지만 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할 만했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출구가 보일 것 같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출구가 나타날 것 같았다.


그만큼 방향의 명확성은 큰 영향을 미쳤다.

비유하자면 황야에서 이정표를 만난 셈.


구덩이가 최대한 없는 곳으로, 이끼가 덜 낀 곳으로, 덤불이 덜 쌓인 곳으로 걸었다. 기괴한 모양으로 뻗은 동굴의 형태를 최대한 우회하며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고 걸었을 즈음.


“어.”


설진은 재차 깨달았다.


“여기-.”


여기 심연은,

어두운 곳을 탈출하는 곳이 아닌.


정신 마법과 관련된 곳이라는 것을.


* * *


[목표 : 심연을 클리어하세요.]

[한 명이 클리어할 때마다 한 층이 클리어됩니다.]

[현재 클리어 인원 : 0]


그 사실을 깨닫자 돌연 시스템 메시지가 목표를 제시했다.

심연 클리어, 클리어 인원이 나올 때마다 한 층의 전진.


‘네 명···.’


만일 설진을 포함한 시연, 찬우, 채린이 전부 클리어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넷은 곧바로 다음 스토리 모드로 넘어갈 수 있었다.


‘가능하려나.’


잠시 생각한 설진은 이내 시스템 메시지를 치워버렸다. 아직 제대로 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뭐 하나 특이한 것 없는 공간.

그런 공간을 걸으며 상념을 이어나갔다.


다시, 알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설진이 알기로 심연은 인물의 어두운 과거를 보여주거나, 정신적인 공격을 통해 사람을 망가뜨리는 던전이었다.

게임에서는 쉽게 넘어갔지만 탑인 이곳에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어 보이기도 했다. 당장 설진도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겨우 돌파했으니 말이다.


아니, 돌파라고 하기에도 미묘했다.

아직 심연을 완전히 클리어한 것도 아니거니와 애초 시작부터 하지 않았다. 설진에게 있어 분명 트라우마나 다름없는 장면이 나와야 할 터인데 그런 기색이 없었다.


‘뭐지.’


가장 먼저 든 것은 의문이었다.

최대한 구덩이를 피해서 걷곤 있지만 아무리 걸어도 변화가 없었다. 체감한 한 시간은 지난 기분인데, 여전히 소득은 전무했다.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다시 걷는다.

황야에서 발견한 이정표가 오래되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는 기분이다.


‘그래도.’


다만 그리하여도, 믿을 것은 그 이정표 하나밖에 없기에.

최대한 의지하고서 걸어나갔다. 그렇게 삼십 분, 한 시간···. 거기에 몇 초를 더 해 마음이 심란해질 즈음.


텁.


돌연 설진의 걸음이 멈췄다.

타의가 아니었다. 자의였다.

온전히 설진의 의지로 이동을 멈췄으되, 그 앞에 나타난 것은 사람이었다.


모순이었다. 사람이 나타나서 멈췄는데, 타의가 아닌 자의라니.

그러나 설진은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 있었다.

왜냐면 눈앞의 사람은 진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단지 환영일 뿐이었다. 눈속임일 뿐이고 심연의 클리어가 시작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사용자의 정신을 망가뜨릴 만큼의 트라우마. 과연 누가 나오고 어떻게 될까 생각하던 설진의 생각이 멎은 것 또한 그때이기도 했다.


‘왜.’


설진의 과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지구와 연관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당신이?’


한 제국의 황녀이고.

교회의 대착점에 서 있는.


엘리나일 뿐이었다.


환영으로 만들어진 엘리나가 설진의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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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38화 22.05.13 4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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