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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1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20 21:30
조회
397
추천
3
글자
11쪽

143화

DUMMY

그 순간 채린이 느낀 건, 따뜻함이었다.

몸에 열이 붙듯 따뜻한 감정이 온 마음을 감싸고 돌았다. 앉아있던 몸에 사람의 체온이 덧씌워지는 순간, 그제야 채린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지금, 위로를 받고 있노라고.


‘···아.’


무망중 뜬 눈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그제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걷혔다. 깜깜한 방에 빛이 한줄기 스며들어 환하게 비추듯, 채린의 시야가 빠르게 복구된다.


돌아온 눈이 바라본 것은 다름 아닌 설진. 가까이에 있었고, 지금도 지척에 있는 설진이 시야에 걸렸다. 등에 손의 감촉이 닿았다.


그러고 보니 이런 위로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더라.

돌연 그런 생각이 뇌리에 밀려들었다.


확실히 위로를 받아본 기억은 많이 없었다.


중, 고등학교 친구에게 괜찮냐라는 말 한 번 듣지 못했다.

서연지는 친구라기보다는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나마 일이 터졌을 때 부모님이 걱정해주는 듯한 메시지와 통화를 걸어오긴 했지만 그 빈도는 현저히 적었다. 오히려 일이 터지기 전 잘 나갔을 때 얼마를 벌였냐는 질문과 용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훨씬 잦았었다.


그리하여 사람에게 실망했었다.

사람 쉽게 믿는 거 아니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하나같이 가면을 쓰고 있어서, 쉽게 그 내면을 파악하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고 믿어왔었다.

사건이 터진 이후로 채린 또한 가면을 쓰기 시작했었다.


분명 그렇게 여겨 주연보단 조연의 길을 택한 것인데,


“···.”


왜 이리 따뜻한지.

봄날, 벚꽃이 피어 생기는 그림자에 햇빛을 끼얹은 듯했다. 피부 하나하나에 닿은 체온은 살아 있음을 방증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주륵-.


결국, 눈물이 한 방울 쏟아져 나왔다.

비단 한 방울만이 아니다.

그동안의 설움을 전부 토해내듯 우수수 떨어진다. 낙화한다. 소리 없되 조용한 심연 속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고이고 고여 이윽고 바닥을 적신다.


적신 눈물이 손에 떨어졌다. 눈물이 뜨거웠다. 아니,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기라도 하는 듯했다.


“···왜.”

“고생했어.”

“···.”


속에서 용오름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어 밖으로 튀어나왔다. ‘왜’라는 단어와, 설진의 말이 겹치는 건 순간이었다.

고생했다는 말이 채린의 귀에 닿았다. 자극했다. 체온 다음 말로 이어진 위로의 말은, 생각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


위안이 되어서.

흘러내린 눈물이 멈추지 않고, 유수에 찬 감정이 폭발할 정도로 커서.


“으, 으윽. 흐- 으으.”


쏟아버리고 말았다. 흘려내버리고 말았다.

그저 게임 친구로만 생각했던 사람에게, 얼굴을 본지 채 일 년조차 되지 않은 사람에게 복에 겨울 정도로 큰 위로를 받았다.


복받쳐 오르는 심정이 몸을 떨리게끔 했다. 공포와는 달랐다. 오히려 정 반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이 조금 섞였다. 고마움이 많이 들어갔다. 한순간이지만 위안을 느꼈다. 과분한 감정이고 자신에겐 차고 넘칠 정도로 무량한 마음이었다.


“흐으으으, 아. 으으윽. 흐으윽.”

“···.”

“오, 빠. 나 왜 이러는지. 진짜 모, 르겠. 모르겠는, 데.”

“···.”


두서없는 말은 여전했다. 복잡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엉키어 자기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만큼 이상한 말이 흘러나왔다.

누가 보면 언어의 편린이라 지적할 정도로 어눌한 말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채린에게 있어 지금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되었다. 그 정도로면 족했고 오히려 넘칠 정도로 충분했다.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말과 동시에 채린의 손이 뻗어졌다.

너울거리는 손이 향한 곳은 다름 설진의 등.

안듯 품으로 끌어당겼다. 지금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괜찮아.”


이윽고 돌아본 답에 떨림이 멎었다.

눈물도 망설임도 모든 것이 멎는다. 시간이 정지하듯 아무것도 흐르지 않았고, 그 무엇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설진의 말이 뇌리에 반복됐다.


채린은 뻗은 손을 회수하고선, 마력을 불어넣었다.

천천히. 불어온 마력에 심상을 구현한다는 기분으로.


“라이트(light).”


시야를 밝힐 수 있는 빛 마법, 라이트.

그것이 채린의 손에게 발현됐다.


비단 하나만이 아니다.


라이트. 라이트. 라이트. 라이트.

도합 다섯 개에 다다르는 빛무리들이 사방으로 번져 시야를 밝혔다.


“오빠, 잠시만요.”


설진의 품에서 벗어난 채린이 몸을 일으켰다.

땅을 짚어, 팔에 힘을 줘 일으킨 몸이 점차 앞으로 나아간다.

전진하듯 향한 걸음이 이윽고 환영이 재생되던 곳까지 닿았다.


스윽-.


손을 앞으로 가져다댔다.


팅.


투명한 벽에 가로막혔다.

설진과 시연이 그토록 겪어 왔던 벽과 같은 벽이었다.


꺼진 환영, 가로막힌 벽.


이는 곧 심연의 실패를 의미할 법도 했지만, 채린은 포기하지 않았다. 불러낸 라이트 마법 중 세 개를 투명한 벽으로 옮겼다.

스윽-. 결과는 통과. 사람의 몸만을 막는 것인지, 빛무리는 벽을 투과해 그 너머로 향했다.


우웅.


그리고 진동이 울렸다.


울린 진동 너머에는 연지가 있었다. 연지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스태프들이 있었고, 자신의 스트리머 생활을 책임졌던 담당자가 있었다.


채린은 그들을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겐 고마워해야겠네.”


욕이 아닌, 감사 표시였다.

이윽고 채린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들 덕분에 정말 귀한 경험을 했어. 너희들 덕분에 사회를 알았고, 가면을 알았어. 세상은 유토피아(Utopia)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그들은 전부 하나같이 채린을 나락으로 몰아갔다.

구렁텅이로 빠뜨렸고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


“너희들이 내게 절망을 알려 줬어.”


부서지지 않은 쇠굽이는 더욱 단단해질 뿐이다.

채린은 부서지지 않았다. 비록 부서지기 전까지 갔을지언정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다. 단지 한계까지 굽어져 더더욱 굳건해졌을 뿐.


“그리고.”


이어 들린 목소리.

그건 환영 속 이들을 향한 말이 아닌, 설진을 향한 목소리였다.


“고마워요.”


감사 인사가 설진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채린의 뒤에 있던 설진은 쓰게 웃었다.


“오빠 덕분에, 사회가 디스토피아(dystopia)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디스토피아적인 부분이 더 심하긴 해. 그래도.”

“그래도 일단-.”


채린의 말이 이어지려는 찰나, 빛무리와 함께 있던 환영이 사라졌다.

서연지도, 스태프도, 담장자도. 모두 깔끔하게 없어졌다. 애초 있지도 않았다는 양 사라진 그들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따뜻함이 있고, 그걸 제가 겪었다는 것. 그거면 됐어요.”


그 말이 끝맺음과 동시에,


[43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클리어를 선언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걸로 세 명이었다. 설진은 채린에게 보라는 듯 한 곳을 가리켰다.


“채린아, 저거.”

“저건···.”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이야. 단절석.”


시연이 받은 것과 같은 모양의 돌.

마찬가지로 구 형태에, 마력을 부여하면 빛이 나는 성질을 가진 단절석이 채린의 손으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손에 넣은 단절석은 총 3개. 요한의 불사를 막고 봉인할 가능성은 어림잡아 50% 정도.


‘찬우만 성공하면 되는 건가.’


여기서 찬우가 심연을 클리어하게 된다면 가능성은 75%까지 뛴다.

희망을 품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잠시 줘 볼래?”

“네, 여기요. 오빠.”


설진은 그리 말하며 채린을 바라보았다.

심연에 들어오기 전의 채린보다, 지금의 채린이 조금 더 행복해 보였다.

표정이 더 많아졌고, 더 긍정적이게 되었다. 좋은 변화였다.


자신과 시연이 서로의 암울함을 없애주었듯이, 심연의 시련은 채린의 응어림을 완벽하게 풀어 주었다. 분명 과거의 트라우마를 비추는, 악독하다 못해 정신에까지 악영향이 가는 시련이었을진대 어째서인지 득만 보고 있었다.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되려 불안하다고 할까.


‘아니, 아니야.’


방금 했던 생각을 회수하듯 도로 집어넣었다. 일이 좋게 풀리면 좋은 거지, 이상한 생각을 품을 필요는 없었다. 애써 고개를 흔들었다.


고개를 흔들며 채린에게서 받은 단절석을 집어들었다.


‘합치자.’


품에서 꺼낸 자신의 단절석과 채린의 단절석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우웅.


그러자 웅혼한 듯한 진동이 떠르르 울려 퍼지더니만, 이내 하나가 되었다.

크기가 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력의 양질이 올라간 느낌. 채린이 받은 단절석보다, 훨씬 더 높은 밀도를 가진 물건이 되어버렸다.


“뭘 한 거에요?”

“합친 거야. 합친 상태로 요한에게 쓸 생각이긴 해. 합쳐야지 봉인할 가능성이 올라가거든. 누나한테도 받아서 합쳤어. 이제 세 개 째네.”

“시연 언니도 클리어한 거에요?”

“응? 아, 응. 잘 클리어했어. 시스템 창 한번 볼래?”


띠링-.


[목표 : 심연을 클리어하세요.]

[한 명이 클리어할 때마다 한 층이 클리어됩니다.]

[현재 클리어 인원 : 3]


지금 설진과 채린이 보고 있을 시스템 창이었다.

개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현재 클리어 인원.

아직은 세 명인 클리어 인원 창을 바라보다, 설진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의 심연(深淵)을 보거나 개입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읽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채린의 목소리였다.

심연을 클리어한 사람에게 한해 주어지는 특전 같은 것인, 관전과 개입 기능.


“아, 이걸로 저한테···.”

“솔직히 개입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되더라고. 찬우한테는 누나가 갔으니까 곧 결과가 나올 거야.”


설진이 채린을 도와 심연을 클리어했듯이.

시연은 찬우에게 향했다. 찬우의 클리어를 돕기 위해서였다.


출발한 시간이 설진과 같았으니까 이제 슬슬 결과가 나와야 할 터인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네.’


감감 무소식이었다.

클리어했으면 [현재 클리어 인원] 창에 있는 수가 4로 변해야 할 터인데.

변하지 않았다. 아직 시련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무언가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아니겠지.’


마음 속 올라오는 생각을 애써 무시했다.


“찬우 쪽으로 가보자.”


동시에 채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서 클리어 인원이 더 늘어났겠다, 남은 건 찬우였으니 도울 수 있으면 도울 생각이었다.

설진은 채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윽고 맞잡는 듯한 감촉이 일자, 시스템 창을 조작해 찬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 누나?”

“···.”

“왜, 왜 그래요? 대체 뭔 일이···?”


설진이 본 것은,


“설진아.”

“···.”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일단 이곳을 나가고··· 나중에 전부 말해줄 테니까. 일단 지금은···.”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연과,


“···으.”


실신한 듯 땅에 처박혀 있는 찬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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