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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99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13 21:30
조회
399
추천
3
글자
11쪽

138화

DUMMY

설진 일행의 심연 공략이 중반부에 다다를 즈음,


“자, 모두 들어라! 황녀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내리신 지령이다!”


엘리나도 엘리나 나름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진행하는 일이라 함은 바로 몬스터를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

설진이 말했던 그대로, 교회의 입지를 떨어뜨리기 위해 행동이었다.


“황녀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래, 그만큼 중요한 엄명이다!”


병사의 말에 근위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대답했다.

황녀 엘리나가 직접 내린 지령이라고. 그만큼 중요하다고.


최전선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병사들의 귀가 곤두세워졌다.

춥고 어두운 전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완수해가고 있는 병사들에게 내릴 추가적인 지령이 뭔가 싶었으나, 병사는 귀를 기울였다.


다름아닌 황녀란다.

교회를 제외하면 최고 권력자나 마찬가지인 인물.


그런 사람이 내린 지령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 정도는 들어보고 싶었다.


“엘리나 황녀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윽고 근위대장의 입이 열렸다. 한 손에 감길 정도로 작은 종이를 손에 쥔 것이, 그 안에 지령의 내용이 적혀 있는 듯 보였다.

축축한 전선에 바람이 불어 강풍이 몰아닥치기 시작할 즈음, 지령의 내용이 온 병사들에게 공개됐다.


“전선 뒤편, 그곳에 있는 도시와 마을에 의도적으로 몬스터를 흘리라고 하셨다! 그 수는 인명 피해가 없을 정도로 적게 말이다!”

“자, 잘 못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지금 우리와 싸우고 있는 몬스터를 중 몇몇은 숨을 붙여놓고, 의도적으로 마을에 들이는 거다! 그게 황녀님께서 내리신 지령이다!”


웅성웅성-.


근위대장의 말에, 아니. 엘리나의 지령에 병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하기야 그들은 몇 년 동안이나 전선에서 몬스터와 싸운 전사들이었다. 그런데 몬스터를 소탕하지 말고 살려두라니. 그것도 모자라 마을에 들이라니?


의문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병사들의 목소리가 떵떵거릴 정도로 시끄러워지려 하자, 근위대장은 흠흠! 목을 풀었다.


“자, 주목!”

“···.”

“이상한 지령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황녀님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법! 이번에도 그 이유는 존재했다!”


엘리나의 측면에서 볼 때, 병사들에게 막무가내로 몬스터를 흘리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런 이유도 붙이지 않고 명령만 한다면 그건 황녀가 아닌 폭군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엘리나는 폭군이 아닌 황녀였다.


그렇기에 이유를 붙였다. 거짓일지언정 합당한 이유 정도는 준비해 뒀다.


“교회 측에서 부탁해 왔다고 하더군. 마을 곳곳에 배치된 교회 병사들의 위기 대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면서. 동시에 훈련의 목적을 가지면서 말이다!”


바로 교회의 부탁인양 위장하는 것.

진실이 아닌 거짓이고, 교회의 부탁이 아니었지만 엘리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제야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합당한 이유였다. 전선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교회의 부탁은 나름대로 정당했다.

근위대장의 옆에 있는 최측근 병사들은 벌써 계산을 시작한 듯했다. 황실에서 보내온 지령서에는 교회 병사의 수가 적혀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을에 들이는 몬스터는 우리가 임의로 결정하는 거다! 인명 피해가 없게끔 최대한 조절해야 한다!”


비단 수뿐만이 아니다.

개인의 수준, 직업별 배치도 등등 다양한 정보가 쓰여 있었다. 이 정보가 병사들의 신뢰감을 높였다. 무심결에 교회의 부탁이라고 인지하게 된 것이다.


“알았으면 해산! 황녀님께서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셨으니, 이 건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병사들이 흩어졌다. 다시 제각각의 일을 하고자 해산한 것이다.

흩어지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근위대장은 이내 몸을 돌렸다.


‘흠.’


지령서에서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쓰여 있었지만, 근위대장은 늦게 할 생각이 없었다. 할 수 있으면 되도록 빨리 지령을 완수할 생각이었다.


“이봐, 부사관.”

“네.”

“며칠 전에 생포한 신종 몬스터가 있지 않았나.”

“네. 라큠이라고. 팔이 여럿 달린 몬스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어디에 있지?”

“지하 임시 감금소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부사관에게 신종 몬스터의 행방을 묻던 근위대장은 턱에 손을 올렸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 것이 꽤나 중요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윽고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임시 감금소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할 수 있을 때 미리 처리해두는 편이 좋겠지. 무슨 우연인가 싶지만, 마침 적당한 수준의 몬스터도 준비되어 있으니.”


최선전의 병사들이 라큠을 곧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하나.

바로 연구를 위해서였다. 약점과 강점, 특징을 파악해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비하고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연구가 마침 끝난 참이었다. 황실에 보낼 보고서도 전부 완성한 상태.

이제 남은 것은 라큠을 죽이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참 희한한 타이밍에 지령이 날아들었다.


“흠.”


근위대장은 철장 너머의 라큠을 응시했다.

라큠이 가지고 있는 팔은 총 여섯.

처음 싸웠을 때 워낙 격렬하게 싸웠는지라, 여섯이었던 팔은 반절이 사라져 세 개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것만 해도 라큠의 전투력은 급감했다.


“여기서 팔 두 개를 더 떼어놓도록 하지. 그 정도면 만약의 사태가 벌어져도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을 거다. 훈련에 아주 적합한 상대야.”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럼 수고해 주게.”


그 말을 끝으로 근위대장은 감금소를 나섰다.

그러던 중 생각난 것이 있는지 돌연 걸음을 멈추더니만,


“아,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우리가 몬스터를 흘릴 마을 말일세. 그곳에 있는 교회의 전력이 꽤 되어 보이더군. 라큠 하나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진행해도 되는 일이라 명받았으니 그건 앞으로의 싸움에서 충당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 생포에 성공한 병사들에게 상을 내리는 것도 괜찮겠어.”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요.”

“항상 신세 많이 지네, 부사관.”


이번엔 정말로 감금소를 나선 근위대장이었다.

혼자 남게 된, 아니. 라큠이랑 같이 남게 된 부사관은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촤악-. 이윽고 들린 두 번의 검격은, 날카롭다 못해 살이 에일 정도로 예리한 검격이었다. 부사관은 라큠의 잘린 두 팔을 집어들었다.


“이번 전리품으로 가지도록 하지요.”


자뭇 웃음을 지은 채, 부사관 또한 감금실을 나섰다.


* * *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감각이 사라진 것 같다.

채린은 그렇게 느꼈다. 지금 상황이 전부 꿈이라도 된 것 같았다.


‘뭐야,’


탑에 들어온 일이 전부 허상이고 허구인 듯했다.

눈을 뜨면, 뺨을 꼬집으면 깨어날 꿈인 것처럼.

단지 기분 나쁜 악몽을 꿨을 뿐인 양.


‘뭔데?’


혹시나 싶어 무망중 손을 올려 뺨으로 가져다 댔다. 이어 쫘아악- 당겼다. 말랑말랑한 뺨을 잡아당겨 인위적으로 고통을 줬다.

꿈이라면 아무런 고통이 없어야 할 터인데.

아픔이 있었다. 뺨을 잡아당긴 손은 조금이지만 떨렸고, 볼살에는 붉은 흔적이 생겼다. 곧 없어지기는 했지만 채린은 그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꿈이 아니라고.

한낱 꿈이 아닌, 명백한 현실이라고.


그와 동시에 이곳에 오기 전 일이 생각났다.

분명 자신은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녔었다. 설진, 시연, 찬우. 이 셋과 함께 다녔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던 일행들이,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고 말았다. 헛것이라도 본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꼴깍-.


목구멍을 넘긴 침이 긴장감을 불어넣는 듯했다. 후우. 후우. 채린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애써 심호흡을 했다. 들이쉬고, 내쉬었다.

미약하지만 조금 정도는 진정된 것 같았다.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어두워···.’


다만 주변 광경은 여전했다. 어둠이 드리워 앞이 보이지 않았고, 손을 뻗어도 짚이는 것 하나 없었다.

분명 눈은 뜨고는 있는데, 눈을 감고서 걷는 것 같았다.


‘일단-.’


채린은 손을 뻗었다. 꿈이 아닌 걸 알았고, 어느 정도 진정도 되었으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채린은 마법사였다. 암살자나 기사 같은 근위와는 달리 마법으로 기적을 행사할 수 있는 마법사.


“라이트(light).”


작게 속삭이듯 주문을 외었다. 라이트. 약간의 마력을 소모해 빛을 생성해 내는 마법. 채린의 영창이 끝나자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에 빛이 들어왔다.

그제야 시야가 트였다. 주변 상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끼, 덤불, 넝쿨···.’


본 것들이 무심결에 생각났다.

그 때문에 광경이 더욱 눈에 스며들었다.


이끼는 마치 심연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양옆, 위뿐만이 아닌 밑까지. 채린이 걷고 있는 바닥에마저 짙은 초록의 이끼가 잔뜩 깔려 있었다.


‘어쩐지. 바닥이 미끄럽다 했어.’


뒤늦게라도 이유를 깨달은 채린은 발에 신경을 쏟았다. 느껴지는 생명 반응은 없었으니 전투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저벅, 저벅.


기괴하게 퍼져 있는 덤불을 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기실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맞는지 틀린지를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분, 아니. 몇 시간을 걸었을는지.

여전히 채린은 걷고 있었다. 체감상 두 시간은 넘게 걸은 것 같은데, 아직 제대로 된 시련은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니 허탈함과 짜증이 밀려들어 왔다. 마법사이기에 체력과 근력에도 크게 투자하지 않았으니, 점차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거친 호흡이 튀어나왔다. 그저 걷기만 했을 뿐인데 등산이라도 한 것 같았다. 심장이 크게 뛰고 가슴이 흔들렸다.


“하아. 하아.”


다만 놀라운 것은 땀이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땀은 나지 않았다. 심연이 유독 어둡고 추워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길러진 것인지.


자세한 건 알 수 없었지만 채린은 둘 다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체력 스텟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운동을 통해 체력을 상승시키는 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대체 언제쯤-.”


아무리 그래도 그저 걷고만 하니 심정이 폭발한 것은 당연.

결국 참다못해 육성으로 말을 내뿜으려는 찰나였다.


아니, 반절 정도 내뱉었을 즈음이었다.


휘익-.


“···!”


돌연 라이트 마법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빛은 어둠을 불러왔다.

순간 당황한 채린이 다시 주문을 외었다. 그러나 빛은 나오지 않았다. 마력 자체가 차단된 듯 몸속 마나가 반응하지 않았다.


예상 외의 상황에 당황한 듯 손을 뻗은 채린의 앞에 나타난 것은,


우웅.


귓가를 살며시 울리는 진동 소리 하나였다.


작가의말

슬럼프가.. 찾아왔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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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41화 22.05.16 389 3 11쪽
140 140화 22.05.15 40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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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화 22.05.13 40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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