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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2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4.28 21:30
조회
418
추천
4
글자
11쪽

127화

DUMMY

상처가 상처인 만큼 그들은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꽤 많은 포션과 주문을 사용했음에도 아물지 않은 상처는 교회의 비리를 샅샅이 고하는 듯했다. 돌연 엘리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요한··· 당신이란 사람은.’


사람의 탈을 쓰고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적대 관계에 있는 종족이라면 또 몰라, 수인과 헤임 제국은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몇 년 이상을 지속해 온 관계다.

그런데도 이런 짓을 자행했다. 입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심한 고문을 가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송장을 만들었다.


교회가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해진다면 동맹 관계가 지속되기는커녕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적이 될 터.

증거를 찾긴 찾았되 퍼뜨리기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만일 요한이 이마저 계산한 거라면 참 치밀하다 싶었다.

동시에 악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여 엘리나에게 수인 고문 건을 들켜도, 바로 폭로할 수 없게 상황을 만들었으니.


“아메르, 수인들의 상태는 어떤가요?”


결국 폭로 건은 잠시 접어두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엘리나는 아메르에게 향했다.


“괜찮나요?”


물은 것은 다름 아닌 수인들의 상태.

여기저기가 찢기고 벌어지고 망가졌지만, 아메르의 주문과 리아엘라의 포션으로 인해 목숨은 부지한 듯 보였다.


그럼 일단 고비는 넘긴 셈이고.

남은 건 수인들의 거동 상태와 정신인데.


“···황녀님. 일단 저와 리아엘라 양의 활약으로 어찌어찌 목숨은 살릴 수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인들의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얼마나요?”

“지금 당장 정신을 차린 수인이 반절도 안 됩니다. 대부분이 거동하지 못하는 것 같고요. 살아있는 게 기적일 지경입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목숨을 붙여놓았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아메르는 덧붙였다.


지금 여기에 있는 수인은 총 일곱.

정신을 차린 듯 보이는 수인은 둘이었고, 거동이 가능한 수인은 하나였다.

그마저 후유증이 남았는지 휘청거렸다. 수인을 부축하고 있는 나타벨이 손을 놓는 순간 그대로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


“일단···.”


엘리나의 입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한 사건을 해결한 적은 있지만, 이토록 심한 고문과 외교 문제가 동반된 지금의 상황은 처음이었다.


생소하다시피 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경험이고 나이의 한계였다.

아직 스물조차 넘지 못한 엘리나로서는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황녀님, 송구하고나 일단 이들을 데리고 황실로 복귀하심이.”

“아넬?”


그런 엘리나에게 말을 건넨 건 아넬이었다.


“고문당하고 있는 수인을 구출한 건 좋은 소식입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아직 교회와 수인 사이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습니다.”

“그렇지요··· 확실히 바로 물증이라고 내세우기는···.”

“더군다나 지금은 황실보다 교회가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황녀님과 동맹을 맺었다는 그 사내 또한 그리 말하기도 했고요.”


아넬의 말은 타당했다.

아무리 황실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해도, 그 상대가 교회라면 달라진다. 심지어 교회의 지지세력이 더 많은 지금 외려 황실이 몰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헤임 제국은 필시 망가질 터.

신중한 사항인 만큼 최대한 생각하고 생각한 다음 일을 진행해야 했다.


“슬프시겠지만, 이번 일은 조용히 처리해야 합니다. 이같은 증거를 모으고 모으다가, 확실해지면 터뜨려야 합니다.”

“···.”


아넬의 말이 엘리나의 머릿속에 꽂혔다.

맴돌았다. 확실히 맞는 말이고 저렇게 하는 게 가장 나은 판단인 듯싶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넬의 말대로 할 것을 명했다.

그 순간 아넬을 포함한 넷은 수인에게 향했다. 그들을 들처매고선, 디반 던전의 출구로 몸을 돌렸다.


간 길을 되돌아갔는지라 드릴 보어를 마주하지는 않았다. 다만 되돌아가면 보이는 드릴 보어의 시체가 그들이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듯했다.


적어도 헛된 길은 아니라고, 엘리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르쿤에서의 실패를 만회한 것이니까. 만회에서 그칠 것이 아닌 교회를 향해 반격의 봉화를 올릴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으니까.


‘요한.’


단지 엘리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기다려라.’


요한을 향해 적개심과 분개심을 드러내며 다짐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죗값을 치를 때다.’


언젠간 꼭 이 손으로 처단할 것임을.


* * *


마르쿤 던전의 비밀 통로.

요한이 자리를 뜬 후의 상황은 실로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혼란이라고 해야 하나. 구심점이었던 요한이 사라지니, 남은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고위 사제인 설진의 눈치를 살피고만 있었다.


“저기, 베르 님.”

“왜 그러십니까.”

“그럼 이제 저희는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할 일이라.

기실 딱히 말해줄 것은 없었다. 설진은 베르가 아니었으니까.

교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자세한 구조도 모르는 지금 괜한 말을 말 필요는 없었다.


“교황님의 말씀을 들으셨지 않습니까. 의식은 빠르게 종료되었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면 될 것 같군요. 마침 저도 철수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검은 의상을 몸에 걸친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해산이나 다름없는 명령에 다른 이들 또한 떠날 채비를 했다.


‘아직도 의문이 든단 말이야.’


그런 사제들을 바라보며 설진은 생각했다.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염원석. 단지 그것으로 어떻게 이만한 세력을 구축했는지.

요한의 언변이 뛰어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예순이 넘어가 많은 경험을 해왔으니, 상황 대처 능력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만으로 황실에 비견 가는 세력을 구축한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물론 토대는 신앙이긴 할 터였다. 제국이라 함은 종교를 믿는 나라. 황실이라는 거대한 세력과 필적하는 신앙 세력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요한은 거기서 더 나아갔다.

황실에 필적하다 못해 그 이상의 지지를 받는 세력을 일구어냈다.


설진이 의문점을 가진 부분은 바로 그것이었다. 엘리나의 즉위 전엔 분명 황실의 권한이 훨씬 강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리도 달라진 것인지.


“베르 님.”


생각을 이어가던 설진은 돌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까까지 의식을 진행하고 있던 사제였다.


“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 다름이 아니라. 감사 인사라도 드리려고···.”


감사 인사?

설진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사제의 말이 이어졌다.


“의사가 말하기를, 제 딸의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는군요. 이대로면 몇 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부 베르 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이라뇨. 제가 아니라 전부 교황님의 덕 아니겠습니까.”


이건 설진의 의지보다, 베르의 의지가 더 많이 가미된 대답이었다.


“교황님이 말씀하셨듯, 죄인을 심판함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의 은총이 아니겠습니까. 감사 인사라면 교황님께···.”

“아닙니다. 교황님도 무척 고마운 분이시지만, 베르 님이 약값을 주지 않으셨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

설진은 들었던 의문이 곧바로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세력을 늘렸나 싶었더니.’


요한이 세력을 늘릴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언변 따위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요한 본인의 능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타인의 삶.

얼마나 절박하고 얼마나 급박한지. 이걸 이용한 것뿐이었다.


당장 절이라도 할 기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제가 보였다. 뭐가 그리 기쁜지, 눈에서는 당장에라도 눈물이 나올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한 거였나.’


당연하지만 신의 기적이 아니다.

단지 우연이고, 약의 힘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연명한 것일 뿐이다.


꾸욱-.


설진의 손을 꼭 잡던 사제는 그제야 마르쿤 던전을 빠져나갔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제 어머니가 지병에 걸리셨는데···.”

“아들 녀석이···.”


이곳에 있는 아홉의 사제 전부 제각각의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베르는 그런 이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것처럼 보였다.


하나도 빠짐없이 감사 인사를 올리는 그들을 보며 설진은 침묵했다.

그러나 정작 입은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설진은 멈췄으되, 베르는 멈추지 않고서 그들에게 화답하는 중이다.

살 수 있을 거라고. 이대로 교황님을 믿고 따르면 될 거라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연은 짐짓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단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제의 감사 행령이 이어지고 이어져, 결국에는 설진을 포함한 넷만이 남게 되었다.

전부 빙의 된 인물이었다. 설진, 시연, 찬우 채린.


설진은 지금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클리어 조건을 생각했다.


[목표 : 교회의 목적을 확인하십시오.]


교회의 목적을 확인하는 것.

이건 지금 있었던 일이 아닌, 요한의 연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니, 비단 요한의 연설이 아니어도 알았다.

설진은 이미 한 번 겪은 몸. 교회의 목적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다.


‘영생.’


죽지 않고 사는 것.

단순하되 무거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였다. 그와 동시에 요한의 최종 목적이자 교회가 추구하는 실리였다.


‘그것 때문에 수인 노예 시장을 운영했었지.’


게임할 당시, 더 정확히는 시연을 만나기 전이었을 때.

죽음을 구원이라 생각했을 때, 설진은 교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다 못해 혐오할 정도였다. 그토록 죽음을 바랐던 자신과는 달리, 살고 싶어 몸부림치던 요한의 모습은 너무나도 꼴사나워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왜 살고 싶어하는지, 영생을 바라는지 이해 정도는 갔다.


‘그래도···.’


사람인 이상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할 터.

다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영생을 위해 교회가 자행하고 있는 방법은, 뒤틀려도 한참 뒤틀린 방법이었다. 자신 이외의 생명을 희생시키다니.


혀를 찬 설진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기실 영생에 대해 생각했을 때부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40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41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다름 아닌 40층 스토리 모드의 클리어 메시지.

초시계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어진 오 분의 유예를 가만히 서서 보낸 설진은 이윽고 몸이 전이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0 : 01]

[0 : 00]


[41층에 진입했습니다.]


41층. 이것으로 남은 층은 9층.

머잖아 마주하게 될 결전을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번 층에서부터는, 스토리 개입이 아닌 신체 강화에 힘을 쏟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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