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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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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4.29 21:30
조회
429
추천
5
글자
12쪽

128화

DUMMY

도착한 41층의 광경은 익숙했다.

시끌벅적한 거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상인들.


무엇보다 뒤편에 보이는 황실이 수도 넬슈크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설진은 대강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고개를 돌렸다.


“또 수도네?”

“그러게요? 원래 이렇게까지 같은 곳에 떨어뜨리는 경우는 잘 없는데···.”


시연과 찬우의 대화였다.

그들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반복된 배치를 거론했다. 설진은 무표정을 유지하고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시연을 흘깃거리더니만, 이내 입을 열었다.


“제가 엘리나한테 말해서 그래요.”

“응? 뭘?”

“의도적으로 도시에 몬스터를 흘리라고 한 거요. 그거 때문에, 시스템은 41층에서 44층의 목표를 엘리나와의 협력으로 정한 거에요.”


원래라면 수도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다른 목표를 완수해, 다른 결말을 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스토리 모드가 시작되기 전, 설진은 엘리나에게 몬스터를 흘릴 것임을 부탁했고 엘리나는 그걸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지금은 ‘엘리나와의 협력’이 기반이 되어 시스템에 적용됐다. 당연하지만 엘리나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엘리나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도에 있는 엘리나와의 접촉을 위해 수도로 배치된 셈. 설명을 마친 설진은 곧이어 물음 가득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이번에는 엘리나와 협력해 교회를 압박할 거에요?”


찬우의 말이었다.


“교회를 압박하긴 할 건데··· 조금 다르게 갈 거야.”

“다르게요?”

“엘리나와 협력하지 않을 거거든. 아니, 굳이 말하면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하나.”


설진은 그리 말했다.

엘리나와의 협력은 필요 없다고.


아직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여전히 찬우는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진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엘리나의 정신 상태는 크게 성장했어.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라,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아마도. 내가 아는 엘리나라면 충분히 가능해.”


추후 확인하겠지만, 디반 던전의 건도 성공했을 것이다.

설진이 아는 엘리나는 그랬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엘리나는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이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몬스터를 도시에 흘리는 것 정도.

이건 디반 던전에서의 정보 수집보다 훨씬 쉬웠다.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럼 저희는 어디 가는 거에요?”


아직 의문이 남았는지 찬우가 재차 물었다.

확실히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엘리나와의 협력을 위해 수도로 배치되었는데, 정작 협력하지 않는다니.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하려고?

그런 찬우의 의문을 풀어주듯 머잖아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나와 대화할 때, 내가 말했잖아. 저쪽에서 의도적으로 몬스터를 흘리는 동안 교회를 상대할 무기를 얻으러 간다고.”


엘리나와의 회담 당시, 설진은 그렇게 말했었다.

서로의 계획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선 헤어졌다. 무기를 구하러 간다고 했던 설진의 말은 상황을 넘기기 위한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


“그럼 수도에는 왜···?”

“무기를 구할 수 있는 던전이 수도에 있거든.”


그리고 그 무기는 수도 내 던전에 있었다.

엘리나에게 몬스터 침입을 요청한 것은 황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스토리 모드 완료 후 수도로 위치 배정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더불어 시스템은 외부인에게 있어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설진이 비집고 들어간 건 바로 그 점이었다.


“41층에서 44층까지의 목표. 그러니까, 클리어 조건은 엘리나와의 협력을 통한 지지율 증감이 아니야. 그렇게 되도록 만들 생각이 없어.”


아직 41층의 목표는 떠오르지 않았다.

엘리나에게 향한다면 엘리나 관련 목표가 떠오르겠지만, 설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이었고, 다른 목표를 받을 생각이었다.


그 목표라 함은 바로 대 교회용 무기가 존재하는 던전.

던전 클리어를 목표로 받을 요량이었다.


‘한 명에서 가능한 일을 두 명이 할 필요는 없지.’


물론 설진이 도우면 황실 지지율 증가 건이 쉬워지겠지만, 그래서는 던전 클리어를 할 수가 없었다.

a를 도와 1만큼의 이득을 얻는 것보다, a와 b를 같이 진행해 2만큼의 이득을 얻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듯.

엘리나는 엘리나의 일을, 설진은 설진의 일을 하는 게 더 나았다. 이쪽이 더 가능성 있고 확률이 높았다. 굳이 확률 낮은 도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설진의 말에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실 몇몇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긴··· 에피소드에 들어가기 전부터 산 게 있으니까.’


모험가 등급을 올렸을 당시, 설진은 잡화점에서 물건 몇 개를 구비했다.

횃불대와 점화석.

전부 어두운 시야를 밝히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간간이 마력을 넣어놓겠다면서 점화석을 가져간 채린의 모습 또한 떠올랐다.


“채린아, 점화석은 얼마나 충전했어?”

“꽉 채웠어요. 오래 쓸 수 있을 거에요.”


들려오는 대답을 들으며 설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화석 충전이 완료된다는 가정하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약 5시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충분할 듯 보였다.


‘몬스터와 싸우는 게 아닌, 정신 마법과 관련된 던전이지만···.’


던전의 이름은 심연.

게임에서 미리 들어가 본 전적이 있고, 공략 글을 쓸 때 소개하기도 했던 던전이다. 정신 마법을 통해 캐릭터의 뇌를 옥죄는 구조의 던전.


달리 말하면 정신 공격만 견딘다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던전이기도 했다. 몇 번이나 클리어한 경험도 있고, 공략도 대강 알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공략이라 할 것도 없었다. 정신 공격이라 한들 게임 속 캐릭터의 어두운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

즉, 텍스트 몇 개만 넘기면 클리어되는 것으로 던전은 끝난다.


심지어 정신 공격이 그리 센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오 분 정도면 깰 수 있는, 일종의 이스터에그나 다름없었던 던전이었다.


물론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 정신 공격이 강화되었을 수도 있었다. 더 힘들어졌을 수도,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었다.

설진이나 시연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순 없었지만, 찬우와 채린에게는 다를 수 있었다.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를 일이기는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게 제일 맞는 표현인 것 같았다.


‘···후.’


돌연 설진의 입가에서 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건 죄책감처럼 보이기도 했고, 복잡함처럼 보이기도 했다.


쉽다는 둥, 그리 어렵지 않다는 둥.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전부 자기 위안일 뿐이었다. 합리화에 불과한 생각이었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려 드는 공포를 애써 억누르기 위한 자기 위로.


차분한 마음을 3레벨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몸을 조여드는 불안함은 가시질 않는다.

설진은 불현듯 숨을 내뱉었다. 내뱉어진 숨결이 공기를 타고 바깥으로 퍼져 나갔다. 여전히 불안감은 떠나지 않고 잔류해 있었다.


‘이게 없으면···.’


찬우와 채린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서도 심연행을 감행한 이유는 하나.

에피소드, 헤임 제국의 존속을 위해서였다. 머잖아 싸우게 될 교회를 이기기 위해서였다.


심연에서 대 교회용 무기를 얻지 못한다면 교회를 이기기란 기하급수적으로 힘들어진다. 아니, 힘들어진다 정도가 아니다. 아예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염원석이 가지고 있는 힘은 컸다. 영생을 바란다는 게 무슨 의미고 뜻인지 알고 있는 설진은 뼈저리도록 잘 알고 있었다.


‘안 죽었었는데.’


말 그대로 죽지 않는다.

어떤 물리적, 마법적, 영적 공격을 받아도 산다.

무슨 짓을 해도 죽일 수 없는 괴물이, 제국이라는 전장을 누비고 다니며 생명을 파괴한다. 부수고 학살하고 괴멸시킨다.


그때 설진이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심연에서 얻은 무기로 대처 자체는 가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기지 못했다. 사람의 생명을 바치고 취한 대가란 이다지도 끔찍한 것이다.


“···가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설진의 말에 셋은 뒤따랐다. 간간이 들려오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시연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서, 채린의 상태를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 * *


던전의 위치는 수인 루루를 구하러 간 동굴과 그리 멀지 않았다.

가깝다고 생각될 만큼 지척에 있었다. 한참을 돌아보다, 입구로 추정되는 공간을 발견한 시연은 그곳을 가리켰다.


“설진아, 저거 아니야?”

“맞는 것 같네요.”


어두컴컴한 지하.

아직 낮임에도 던전 입구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문이랄 것은 따로 없고, 그저 동굴처럼 생긴 입구를 설진은 응시했다.


돌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돌로 기괴하게 파인 입구가 괴상하게 느껴져서인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생각보다 비좁아서인지.

설진은 아직 알지 못했다.

알 리가 없었다. 그는 탑에서의 심연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


몸을 웅크리며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서자 어두웠던 공간은 한층 더 짙어졌다. 별 하나 뜨지 않은 밤을 그윽이 바라보는 듯했다.

애써 고개를 저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저 심연을 클리어하고 교회 대항용 무기를 손에 넣으면 되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채린아, 점화석 좀.”


설진은 횃불대를 꺼내며 말했다. 가득 충전된 점화석을 손으로 집은 설진은, 횃불에 위에 얹어놓았다.

말 그대로 불을 피우는 용도로 쓰기도 했지만, 점화석과 겸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살짝 홈이 팬 구간에 점화석을 넣었다.


“형, 그건 제가 들게요.”

“알았어.”


점화석을 발동시키려는 순간 찬우가 말했다.

설진은 횃불대를 넘겼다. 확실히 전위에서 검을 휘둘러야 하는 설진보다, 후위에서 마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찬우이 드는 게 훨 나았다.


도적에게 있어 한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큰 페널티였으니까. 물론 그건 사제나 마법사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전위보다는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설진은 찬우의 손에 횃불대를 쥐여주었다. 넘겨받은 찬우는 점화석에 손을 한 번 가져다 대더니, 이내 마력을 흘렸다.


우웅.


이윽고 짧은 진동과 함께 점화석이 반짝였다.

정확히 말하면 빛이 생긴 것이다.


시야가 밝혀지긴 했되 실제로 불이 피워진 것은 아니었다. 빛이 생긴 후 다시 찬우가 손을 올렸지만, 별로 뜨거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빛만 생긴 것이다. 온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거···. 이게 심연이에요?”


생긴 빛은 곧 심연의 모습을 비췄다.

심연(深淵). 딱 그 말이 어울리는 던전의 모습이었다.


우선 넓다. 아니, 넓다기보단 깊었다. 길 곳곳에 파여진 구덩이는 족히 몇백 미터는 넘을 것 같았고, 곳곳을 잠식한 이끼와 덤불은 기괴하게 비틀려 있다.


“모두 밑 조심해. 잘못하면 빠지겠다.”


일순 넋을 잃은 듯 보이는 찬우와 채린에게 시연이 말을 건넸다.

확실히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올라오긴 힘들 것 같았다. 그것이 설진 같은 도적이 아니라면 더더욱.


꿀꺽-.


설진은 침을 삼키며 전진했다. 저벅, 저벅. 걸음 소리가 울릴 때마다 공명하듯 소리가 퍼졌다.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생각보다 무서운데요. 조심해서 나아가야겠어요.”


결국 폐색적인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한마디 말을 건넨 순간.

설진은 알 수 있었다.


“어?”


돌연, 빛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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