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28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4.24 21:30
조회
424
추천
5
글자
11쪽

125화

DUMMY

당황할 필요는 없다. 침착하게 전투를 준비해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엘리나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르쿤에서도 그랬는데··· 디반에서도?’


마르쿤에서의 조사를 진행했을 때, 아이언 골렘을 만났었다.

이길 수 있는 상대이기 했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었다. 제사식 폭우로 어찌어찌 죽이긴 했지만 꽤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덕에 요한이 찾아왔다.

그 때문에 엘리나의 조사가 막혔다.


엇갈린 두 사람의 반응. 엘리나에게 있어 아이언 골렘은 치명적인 장애물이었으나, 요한에게 있어 그건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보호막이나 다름없었다.


‘이상해.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절묘해.’


상황이 요한을 도와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마르쿤에서도, 디반에서도.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 이쯤 되면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닌, 교회 측에서 의도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황녀 전하. 아직 추측일 뿐이지만, 이건 아마도 교회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군요.”


엘리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타벨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엘리나는 그녀의 입을 막았다. 정확히 말하면, 막을 수밖에 없었다.


우어어어!!


집 한 채를 부숴버릴 기세로 드릴 보어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보통의 놈보다 더 크고, 더 강력해 보이는 놈이 인정사정없이 돌진한다.


“다만, 일단 이것부터 처리하도록 하지요.”


돌진해 오는 드릴 보어의 앞에 엘리나가 섰다.

고고하디고고한 자세. 검 손잡이에 손이 닿는 것부터 뽑아드는 모습까지, 그 과정이 전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타앗!


이윽고 준비를 마친 엘리나의 다리가 움직였다.


제삼식(第三式).

단비.


삽시간에 몸을 가속시킨 엘리나가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몸 내부에서부터 스멀스멀 솟아오르는 마력이 살기를 내뿜듯 사방으로 퍼졌다.


엘리나가 공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드릴 보어의 시선 또한 그곳으로 옮겨 갔다.

본능적으로 엘리나의 살기를 감지했는지, 달리던 거체를 멈춰 세운 채 고개를 들어 올려 그녀를 응시한다.


다른 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금 순간, 드릴 보어의 눈길을 끈 것은 오직 엘리나였다.


이윽고 놓치지 않겠다는 듯 킁킁-. 콧김을 뿜어대며 다리를 박찬다. 그 모습이 꼭 경계라도 하는 모양이라, 은연중 엘리나는 안심했다.


‘일단 시간은 벌었고.’


방금 나타벨의 말에 화답했으면 드릴 보어의 접근을 허락했을 것이다.

자신이라면 빠질 수 있겠지만, 나타벨은 달랐다. 그녀는 근접전에 취약한 마법사. 블링크 마법을 쓸 수는 있지만 금세 따라잡힐 것이 뻔했다.


결과적으로 시선을 끌고자 공중으로 올라간 엘리나의 판단은 옳았다.

실제로 뒤늦게나마 상황을 인지한 나타벨이 몸을 물리는 중이다. 아메르와 함께 후방에 선 둘은 본 엘리나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다음은 공격.’


마법사와 사제가 안전하게 후위로 빠졌다.

이제 남은 건 전위.

리아엘라, 아넬과 함께 협공해야 했다. 그리고 그 협공의 타이밍의 결정권은 오직 공중으로 비상한 자신에게 있었다.


슈우웅!


일말의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밑으로 강하(降下)한다.

마력을 사용해 가속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낙하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내려간 그녀가 드릴 보어의 등을 향해 이동했다.


촤악-!


망설임 없이 긋는다.

등 위에서부터 올라온 것은 피였고 검날에 묻은 것 또한 피였다.

손끝을 스치는 감각. 꽤 정타로 들어갔음을 확인한 엘리나는 그 즉시 단비를 해제했다. 속도 보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단비는 장기전에 용이한 검술이 아니었다.


‘고통을 못 느끼면 더 사납게 날뛸 거다.’


단비는 압도적인 속도를 낼 수 있는 검술이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입힌 상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하여 상대는 고통에 힘겨워하지 않는다. 고통을 통해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이점을 안고 있는지 알고 있는 엘리나는 빠르게 단비를 풀었다.


단비를 해제하자마자 드릴 보어에게 두 명의 전위가 달려들었다.

아넬과 리아엘라.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단숨에 드릴 보어의 지척까지 접근한 아넬의 검에 마력이 맺혔다. 곧이어 강화된 검날을 유지한 채 휘두른 모습이 보였다.


촤아악!


치명상까지는 아니지만, 왼쪽 앞다리에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꽤나 정타로 들어간 공격. 엘리나의 단비가 아닌 일반적인 공격이니, 다리 부상을 통한 기동력 저하를 기대해 볼 만했다.


“하압!”


이어 기합성을 내지른 리아엘라가 드릴 보어를 향해 이동했다. 엘리나와 아넬 같은 기동력은 없지만, 그녀에게는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뿔이 달린 정수리를 내지르며 공습을 가해 오는 드릴 보어의 공격을 방패로 막았다. 버텄다. 피하지는 못할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온전히,


“아쿠아 에로우(aqours arrow)!”

“약화(弱化)!”


후위의 것이 되었다.


나타벨의 공격 마법, 아쿠아 에로우가 드릴 보어를 향해 쇄도했다. 가히 쾌속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빠른 공격.

화살촉은 온전히 드릴 보어에게 날아들었다. 파팟! 두어 개의 화살이 온전히 눈에 박힌 순간, 드릴 보어는 괴성을 내지르며 앞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마저 순탄치 않았다. 방금 아넬이 앞다리에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추가적인 연계가 이어졌다. 아넬의 앞선 공격에 고통스러워하던 드릴 보어는, 이윽고 몸 상태가 약화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걸로 힘을 쓰지 못할 겁니다!”


아메르의 약화.

슬로우와 같은 디버프 주문 중 하나이자, 슬로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상급 주문이었다.


설핏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자 여섯 개가 넘어가는 촉매제들이 아메르의 밑에 떨어지고 있었다. 고위 마법임을 증거하듯, 떨어진 촉매제들은 모두 쉬이 구할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 귀하디 귀한 촉매제를 사용해 약화를 영창하자, 드릴 보어에게 변화가 생겼다.

속도가 눈에 뛰게 느껴진 것은 당연,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한다.


끝이 아니다.

약화의 의미를 증거하듯 앞다리의 상처가 번졌다. 아까 아넬이 피해를 준 왼쪽 앞다리였다. 더불어 느끼진 못하겠지만 등의 상처 또한 악화되는 중이다.


“모두 잘하셨습니다.”


아이언 골렘을 잡을 때와는 다르게 빠르다.

속도가 났다. 방어력이 메인인 몬스터와 공격력이 메인인 몬스터의 공략 속도 차이는 현격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컸다.


엘리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드릴 보어에게 달려들었다. 여태껏 그랬듯이, 검에는 엘리나의 식(式)이 맺혀 있었고,


촤악-!!


그 식은, 드릴 보어의 목숨을 꿰뚫기엔 차고 넘치는 공격이었다.


* * *


“···?”


연설을 이어가고 있던 요한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던전에 심어둔 마력이 공명하고 있어?’


던전. 그것도 디반 던전에 심어둔 몬스터인 드릴 보어의 생명력이 빠르게 꺼져가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싶어 마력을 활성화한 요한의 눈에 드릴 보어의 상태가 보였다.


베인 앞다리와 꿰뚫린 몸. 목숨은 겨우 붙어 있지만,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 머잖아 바람이 불어오면 한순간에 절명할 듯 심각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혹시 자신이 드릴 보어를 죽이라고 명령했던 적이 있나 싶어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건 없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요한이 모르고 있는 일이거나, 누군가의 독단이었다. 생각하건대 이건 엘리나의 짓일 가능성이 높았다.


마르쿤 던전 때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요한은 빠르게 연설을 끝마쳤다.


‘제길, 하필 이런 때에···.’


지금 중요한 건 연설이 아니었다. 염원석의 생명 보급이 아니었다.

마르쿤에서 그랬듯이, 디반 던전으로 향해 엘리나의 전진을 막아야만 했다.


“오늘 의식은 여기까지 하지요.”


미사여구를 최소화하며 끝말을 맺었다.


여기까지가 10분.

마르쿤에서 디반까지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은 못해도 한 시간 반 정도.

일단 마르쿤 던전을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였다. 요한은 사제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몸을 돌렸다. 의식은 조기종료 되었지만 디반 던전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다다.


빠르게 마르쿤의 의식 장소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교황님.”

“베르?”


돌연 베르가 요한을 멈춰 세웠다. 실질적으로 베르의 몸에 있는 건 설진이지만, 지금 요한은 베르를 베르라 인식하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허허, 무엇이지요?”


설진은 마르쿤 던전을 나서려는 요한을 불렀다. 불렀다기보다는, 막았다라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다는 양 의문을 표한 설진의 말에 요한의 화답이 들려왔다.


단어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설진은 그것만으로도 지금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엘리나와 드릴 보어가 싸우고 있나 본데.’


반응, 그리고 엘리나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추측.

거의 확실시해도 좋을 정도로 정확한 추측이었다.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설진은 뜸을 들이듯 말을 멈추었다.


“베르?”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상념에 잠겨서···.”


답이 느리자 요한은 다시 설진을 불렀다.

그제야 대꾸한 설진이 천천히 입을 땠다.


“실례지만 오늘 의식의 조기 종료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오늘따라 갑작스레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허허. 나이를 먹더니 이런 자잘한 일이 저를 막는군요.”


요한의 얼굴에는 ‘빨리 비켜.’라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러나 설진은 그러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다는 요한의 핑계를 이용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괜찮으십니까? 마침 제가 실력 좋은 약제사를 하나 알고 있는데 저와 같이 그곳으로 가는 편이···.”

“아니요. 괜찮아요. 그 정도로 아픈 건 아닌지라, 그냥 푹 쉬면 나을 것 같습니다.”

“정 그렇다면 쉬고 계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약제사에게 말해 진통제라도 얻어 올 테니 교회에서 기다리고 계셔주세요.”

“아니요. 정말로 그 정도는 아니···.”


이렇게 20분.


“교황님.”

“네, 베르.”


사제들은 요한의 말에 세뇌당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부 숭고하다고, 위대한 일이고 거룩한 일이라고.

그렇게 세뇌당했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황녀 엘리나의 행동을 막으려 드는 요한의 모습을 알게 된다면, 세뇌의 효과는 급감해 일구었던 세력이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설진은 그 상황을 이용했다. 엘리나를 막으로 가야 하긴 하나, 막으로 가야 하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요한의 상황을 적극 활용했다.


“혹여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셔도 됩니다.”


말을 이었다. 잇고 이어 최대한으로.

여기까지가 30분.


그리하여,


“정, 말 고맙습니다. 베르. 믿음이 가는군요.”

“그저 영광일 따름입니다.”

“그럼 전 정말로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들어가십시오.”


설진은 시간을 끌 수 있는 데로 끌었다.

남은 건 엘리나가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취득하느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2 152화 22.06.02 392 3 11쪽
151 151화 22.05.30 394 4 11쪽
150 150화 22.05.29 403 3 11쪽
149 149화 22.05.28 396 3 11쪽
148 148화 22.05.27 409 3 12쪽
147 147화 22.05.26 395 3 11쪽
146 146화 22.05.23 407 3 11쪽
145 145화 22.05.22 403 3 11쪽
144 144화 22.05.21 397 3 11쪽
143 143화 22.05.20 398 3 11쪽
142 142화 22.05.19 396 3 12쪽
141 141화 22.05.16 393 3 11쪽
140 140화 22.05.15 405 3 11쪽
139 139화 22.05.14 408 3 11쪽
138 138화 22.05.13 404 3 11쪽
137 137화 22.05.12 406 3 11쪽
136 136화 22.05.09 415 3 12쪽
135 135화 22.05.08 422 3 11쪽
134 134화 22.05.07 424 3 11쪽
133 133화 22.05.06 415 3 11쪽
132 132화 22.05.05 417 3 12쪽
131 131화 22.05.02 426 3 11쪽
130 130화 22.05.01 426 4 11쪽
129 129화 22.04.30 418 4 11쪽
128 128화 22.04.29 430 5 12쪽
127 127화 22.04.28 419 4 11쪽
126 126화 22.04.25 422 4 11쪽
» 125화 22.04.24 425 5 11쪽
124 124화 22.04.23 437 4 11쪽
123 123화 22.04.22 439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