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97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4.22 21:30
조회
434
추천
4
글자
11쪽

123화

DUMMY

[유설진(베르 lv.67)]

[직업 : 고위 사제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교회 신봉자, 작열검··· 펼치기)]

[능력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40층 스토리 모드에 발을 디뎠다.

혹여 이번에도 아넬 렌시아가 걸렸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대신 빙의한 인물의 이름은 베르.

교회 측 인물이자 교황의 최측근 격에 위치한 고위 사제였다.


‘베르라···.’


엘리나만큼은 아니지만, 꽤 실력자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설진이 황실의 편을 들어 교회와 격돌하게 되었을 때 필연적으로 싸워야 할 인물. 베르의 보유 스킬을 열람하던 설진은 이내 시스템 창을 내렸다.


빙의한 인물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어느 장소에 있는지, 또 다른 동료들은 옆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스윽-.


눈을 돌린 설진이 주변 상황과 환경을 읽었다.

보이는 것은, 아니. 보인다기보단 들린다고 하는 게 옳을 듯했다.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진동. 지진이라기엔 너무나도 규칙적인 소리였고, 인간의 발걸음이라기에는 과하게 큰 소리였다.


마치-.


‘골렘인가.’


마르쿤 던전에서 봤던 골렘을 만난 것 같았다.

쿵. 쿵. 여전히 소리는 크게 울리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흘러 바위 뒤 통로를 발견한 설진은 그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엘리나가 봤던 바위.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통로···.’


넘으려 했지만 교황 요한의 등장으로 넘지 못했던 바위.

그 뒤의 모습이 지금의 설진에게는 보였다. 이곳이 마르쿤 던전임을 확정 지은 설진은 고개를 뒤로 돌려 골렘을 바라보았다.


‘거리는 좀 있고.’


골렘의 모습과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거리가 꽤 되었다. 이쪽은 골렘을 인지할 수 있지만, 골렘은 이쪽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먼 거리였다.

또한 자신의 뒤. 후방에 배치된 사제들이 보였다. 순백의 옷을 입고 있어야 할 그들은 이유 불명의 검은 천을 두르고 있었다.


설진은 시연과 채린, 찬우를 찾고자 다시 시선을 옮겼다.

머잖아 그들로 추측되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방에 배치된 사제가 아닌 자신과 함께 옆에 배치된 사제들.

모두 고위 사제였으되 요한의 직속 부하였다. 손을 올려 신호까지 보낸 그들은 서로를 확인하고서 상황이 진행되기만을 기다렸다.


‘아직 클리어 조건은 모르고.’


아직 시스템 메시지는 클리어 조건을 안내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 제대로 된 상황의 진전이 없다는 의미. 머잖아 시작될 것이라 믿은 설진은 곧이어 저벅-. 발걸음을 들을 수 있었다.


전과 같이 쿵쿵 울리는 골렘의 소리가 아니었다. 적당한 소리에 적당한 보폭. 몬스터가 아닌 인간의 발걸음이었다.

몸이 반응했다. 발걸음을 향해 시선을 돌린 설진은 곧 걸음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베르.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요한.

교황 요한이 이곳에 있었다.


“예. 만전입니다. 슬슬 들어가 시작하심이 좋을 것 같군요.”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쉬어도 됩니다.”


요한의 물음에 답한 건 설진이라기보단, 그 안에 있는 베르였다.

정확히 말하면 인물의 의지.

요한을 섬기고 있는 베르는 그의 질문에 답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벅. 저벅.


숙인 고개를 지나치는 걸음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요한은 지금 설진을 지나쳐 바위 너머 통로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번이었다면 몰랐겠지만, 현재 엘리나는 마르쿤 던전에 없었다.

아마 시연이 구해온 정보인 디반 던전을 탐색하고 있을 것이다. 엇갈린 타이밍을 생각하던 설진은 앞서나간 요한을 뒤따랐다.


[목표 : 교회의 목적을 확인하십시오.]


시연, 찬우, 채린과 함께 통로를 지나칠 즈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클리어 조건에 관한 메시지. 싸우라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임무도 아니었다. 그저 통로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목표였다.


‘시작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으니 어느새 통로를 지나쳤다.

이윽고 드러난 광경을 눈에 담던 설진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으. 으으.”

“아으···.”


사지가 구속된 채 죽다 못해 살아가고 있는 수인들.

결박된 몸이 고통을 호소하듯 붉어졌다가, 다시 원래의 살구색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제물.’


그런 생각을 하며 다른 사제들을 응시했다.


현재 통로를 지나쳐 그 안에 있는 사제는 요한을 포함해 열넷이었다.

요한, 빙의 인물인 고위 사제 넷, 고위 사제를 따르고 있는 사제 아홉.


요한이 명령하듯 손짓하자 사제 아홉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결박된 수인에게 다가가더니, 숨이 붙어있음을 확인하고서 묶인 줄을 풀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 수인들을 들쳐메고서 앞으로 이동한다.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애물단지를 모시듯 보관된 염원석을 향해 몸을 옮긴다.


가진 바 마력을 염원석과 수인에게 보내자, 염원석은 짙은 주황의 선을 내뿜으며 수인의 목에 들이댔다.

우웅! 제법 큰 진동이 수인을 덮쳤다. 진동만이 아니었다. 염원석에서 삐져나온 선이 날붙이처럼 예리를 머금더니, 이내 목을 꿰뚫었다.


푸슉-.


살점이 날붙이에 파먹히는 소리.

그 생생한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목이 꿰뚫려 단번에 절명한 수인도, 감기지 않은 채 뜨인 눈도, 마구잡이로 뒤섞여 나오는 피도 전부 동공에 맺혔다.


흐르기 시작한 피가 점차 그 영역을 넓혔다.

퍼지고 퍼지고 퍼져 땅속에 젖듯 스며들었다.


그러던 중 염원석이 한 번 더 진동을 뿜어내더니만,


‘흡수···?’


흘러내린 피를 빨아들였다.

피뿐만이 아니라 살점도.


아예 시체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듯 죽은 수인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피도 살도 몸도 뼈도 전부 녹기라도 한 듯 염원석에 흡수되었다.


설진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비록 예전에 죽음을 바라긴 했으나, 저만큼 끔찍한 죽음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


픽-.


여전히 염원석의 주황색 선은 수인을 겁박하고 있는 중이다.

고통에 겨운 그들의 몸이 빠르게 스러져갔다.


한 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구속된 수인은 많았고, 사제 또한 많았다.

하나씩 수인을 들쳐멘 채 염원석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희생된 수인처럼, 나머지 수인들 모두 시체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아, 안-.”


아직 말할 여력이 남아있었는지 살려달라는 수인이 있었다.

사제는 살려주지 않았다.


“으윽.”


아직 몸을 움직일 여력이 남아있었는지 땅을 짚던 수인이 있었다.

사제는 살려주지 않았다.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죽였다. 직접 죽인 것은 아니었지만, 살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베르.”

“네, 교황님.”

“저들의 생명은 전부 우리의 것이 될 겁니다.”


요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서 베르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있을 뿐.


“비록 희생이 따르긴 하나, 저희 같은 귀인의 생명 연장의 역할이라면 저들 또한 편히 떠날 수 있겠죠.”

“그렇겠지요. 교황님.”

“이제 얼마나 남았던가요. 스물, 서른? 지금까지 몇백에 다다르는 생명을 바쳤으니, 영생을 얻는 날도 머잖아 올 것 같군요.”


타인을 바침으로써 얻는 삶.

수인을 희생시킴으로써 얻는 영생.


‘영생이라···.’


설진은 교황의 말을 되뇌어 보았다.

염원석을 사용해 영생을 바라는 그의 모습이 역하게만 느껴졌다.


‘쓸데없는 짓을···.’


게임할 당시 교회를 미친 듯이 싫어했던 이유는 수인을 납치한 것뿐만이 아니다.

납치한 수인을 죽이고, 그렇게 해서 얻은 생명으로 연명하려는 요한의 목적 때문이었다. 다른 생명을 통해 연명해나가려는 모습이 짐짓 짜증 났었다.


“베르, 그런 눈으로 저들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수인으로 태어난 이들은 전부 전생의 과오를 청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니까요. 저희는 그 과오를 심판하는 심판자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


요한의 말이 이어졌다.

마치 수인을 죽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희생시켜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듯 입을 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정당화, 혹은 합리화나 다름없는 행위.

수인의 죽음을 정당화시켜 다른 사제들에게 전달해 죄책감을 줄이고, 확고한 목적과 보상을 제시함으로써 결속력을 높이려는 요한의 행동.


그 행동을 못내 납득할 수 없어서, 설진은 요한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요한 또한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시선이 염원석을 향해 있어 베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까.


저벅, 저벅.


꽤나 나이가 든 말년의 남성이 사제들의 앞으로 걷는다.

지나치며 연설하듯 입을 땐다.


“여러분, 사람은 전부 죽기 위해 태어난 존재입니다. 아무리 거부해도, 죽음이란 결코 막을 수 없는 질병이며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요.”

“···.”

“그러나 저희는 다릅니다. 신께서 이르시길, 무수히 많은 과오를 짊어진 수인을 처단함으로써 생을 연명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요한은 사람을 잘 알았다.

육십 년이 넘는 삶을 살아옴으로써, 어떻게 해야 사람을 고취시킬 수 있는지, 무슨 말을 해야 사람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 뼈가 시리도록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저희는 삶을 연명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선택받은 존재이며, 신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 중 하나입니다!”


그리하여 요한의 말이 이어졌고,

요한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동요하는 사람이 늘었다.


‘생명 연장이라···.’


요한의 말을 듣던 설진은 혀를 찼다.

말이 좋아 모두의 생명 연장이고 영원불멸이지.


‘염원석은 교회의 인원 모두를 감당할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데.’


결국 살아남는 건 소수의 인원이었다.

게임 당시, 요한을 포함한 극소수만 살아남았던 그때를 생각하며 설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한편으로는 거짓으로 이만한 세력을 일군 것이 대단하기는 했다.

영생이 그리도 매력적인 건 알겠지만, 개인의 말을 믿는 걸로도 모자라 신봉하고 따를 정도로 세력을 키울 줄이야.


둘 중 하나였다.

그만큼 요한의 언변이 뛰어나거나.

사람이란 생물이 그리도 삶을 바라거나.


어쩌면 둘 모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설진은 염원석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짙은 주황색이었던 염원석의 모습이 점차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꽃이 발아, 개화, 만개의 과정을 거치듯.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주황색의 모습이 개화라면, 붉은색의 모습은 만개였다. 머잖아 제 기능을 하게 될 염원석을 바라보며 입술을 씹었다.


현재 층은 40층.

남은 층은 10층.


그 안에, 교회를 무너뜨려야 했다.


* * *


“아넬, 리아엘라, 나타벨, 아메르.”


이름을 읊은 엘리나의 목소리가 작게 퍼져 나갔다.

이름을 불린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서 걸음을 옮겼다.


“저번에는 저의 실수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간과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엘리나는 디반 던전의 입구에 선 채 말을 이었다.

시연이 전달해 준 정보이고 위치였다. 그것을 이정표 삼아 나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릉-.


이윽고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더니.


“실패하지 않겠습니다.”


바라기 그지없는 눈동자를 디반 던전의 입구로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2 152화 22.06.02 389 3 11쪽
151 151화 22.05.30 390 4 11쪽
150 150화 22.05.29 396 3 11쪽
149 149화 22.05.28 391 3 11쪽
148 148화 22.05.27 404 3 12쪽
147 147화 22.05.26 391 3 11쪽
146 146화 22.05.23 402 3 11쪽
145 145화 22.05.22 397 3 11쪽
144 144화 22.05.21 393 3 11쪽
143 143화 22.05.20 393 3 11쪽
142 142화 22.05.19 391 3 12쪽
141 141화 22.05.16 389 3 11쪽
140 140화 22.05.15 401 3 11쪽
139 139화 22.05.14 404 3 11쪽
138 138화 22.05.13 399 3 11쪽
137 137화 22.05.12 402 3 11쪽
136 136화 22.05.09 411 3 12쪽
135 135화 22.05.08 417 3 11쪽
134 134화 22.05.07 420 3 11쪽
133 133화 22.05.06 411 3 11쪽
132 132화 22.05.05 412 3 12쪽
131 131화 22.05.02 422 3 11쪽
130 130화 22.05.01 422 4 11쪽
129 129화 22.04.30 413 4 11쪽
128 128화 22.04.29 425 5 12쪽
127 127화 22.04.28 414 4 11쪽
126 126화 22.04.25 416 4 11쪽
125 125화 22.04.24 419 5 11쪽
124 124화 22.04.23 432 4 11쪽
» 123화 22.04.22 435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