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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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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05 21:30
조회
416
추천
3
글자
12쪽

132화

DUMMY

수인의 왕.

갈퀴가, 귀가 돋아난 사자 수인.

그의 얼굴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교회?”


다 죽어갈 것 같은 수인이 유언인 양 남긴 말.

그건 그동안의 사고 회로를 완전히 비틀어버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자, 자네. 자네가 잘못 본 거 같군. 교회는 그대들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우릴 도와준 사람들일세.”


당황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교회를 변호하듯, 거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 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교회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더더욱 복잡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양 고개를 몇 번 젖더니, 다른 수인들을 바라보았다.


“이, 이보게. 그대들도···?”

“교, 회가 맞습니다! 확실, 히. 교회 복장이었습니다!”

“저도 교회의 사람들에게 납치를···.”


제각각의 방향에서 들려오는, 그러나 하나같이 똑같은 주장.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는 부정했다.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일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교회와 맺었던 화친은 대체 뭐가 되어버린단 말인가.


‘그럴 리가···.’


맺은 계약은?

엘리나를 폐위시키고 권력을 쥐여주겠다는 조건으로, 이쪽이 얻은 조건은?

수인들의 실종 사건을 완전히 해결해주겠다는 요한의 말은 대체-.


‘뭐가 된단 말인가.’


결론이 거기까지 치닫자 얼굴빛이 샛노랗게 변했다.

동시에 의심스러워도, 그냥 넘어갔던 부분이 떠올랐다.


‘조사를 마친 부분은 전부 X 표시를 해 놓았다고 했는데.’


그중 수인들의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남은 세 지역. 그 지역을 탐색하고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X표시가 된 지역은 모두 스물을 넘어가는데.

표시되지 않은 지역은 고작 셋이었다.

스무 개가 넘어가는 지역을 탐색했는데 실종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돌연 의문이 들었다. 더불어 머릿속에서부터 올라온 의심이 뇌를 잠식했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스물 세 개의 지역 중 수인의 실종 흔적을 발견한 곳은 디인 던전 하나.

제국에 방문한 수인 중 20%가 실종된 것치고는 너무 적었다. 아니, 말조차 되지 않았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정말로···?’


교회를 변호했던 처음의 자신이 퇴색되어가는 기분.

부정하고 또 부정했던 사실에 의심을 틔워내자, 부정은 분노로 변했다.


‘정··· 말로!?’


샛노랗게 변한 얼굴에 붉음이 스민다.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에 이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배신, 아니. 배신이라기도 뭣했다.

그저 요한의 장기말이 되어 놀아나고 있었을 뿐.


거기까지 결론이 다다르자 그는 그만 실소를 내뱉고 말았다.

우스워서.

수인의 왕인 자신이, 수인 실종 사건의 범인에게 알랑방귀를 뀌었다는 사실이 못내 우스워서 주먹을 내질렀다.


쿵!


그것만으로도 동굴 벽에 흠이 생겼다.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온 흠은 그의 분노를 증거하듯 마구잡이로 퍼져 나갔다.


부정은 분노로, 그리고 분노는-.


“준비하게.”

“무엇을 말입니까?”

“저쪽에서 먼저 더러운 수를 썼으니, 이쪽도 보여줘야지.”


타협으로.


“이제 선 따위는 없다. 타국의 방식? 정치적인 권력 싸움? 그런 바보 같은 짓에 우린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우린 그저- 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

“제국을 멸망시킨다! 단지 그뿐이다!”


우웅.


다시,

장면이.


바뀐다.

바뀌고 바뀌어 황국을 비추기 시작한다.


우웅.


“콜록콜록! 엄마, 나 기침.”

“감기에 걸렸나.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렴, 약 사다 줄게.”


우웅.


“네? 감기약이 없다고요?”

“요즘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요··· 그쪽 약은 다 나갔습니다.”

“이상하네··· 감기가 유행이라도 하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희 딸도 어제부터 기침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우웅.


“약제사님! 어떡하죠!? 저희 애가···! 저희 애가 피를 토해요! 콜록! 저, 저희 애가 지금 입으로 피를···!”

“아, 아파, 요.”

“자, 잠시만요! 약을 분명 여기 뒀을 텐데···.”

“어, 엄마. 나 아파···.”

“괜찮아. 괜찮아. 조금만 기다리면 약제사님이 낫게 해 주실 거야.”

“콜록-. 아, 찾았습니다. 콜록-! 일단 이걸 먹이면···.”

“어, 어! 약제사님! 지금 코에서-.”

“네? 코가 왜요?”

“피가 나고 있어요! 아니, 코뿐만이 아니라! 지금 입도! 어머! 어떡해!”


우웅.


“콜록.”


아이부터 죽어나갔다.

어른이 죽은 건, 그 이후였다.


“콜록.”


사람들의 시선은 황실을 향했다.

낫게 해 달라고 외쳤다. 울부짖었다. 부르짖었다.


그러나 무소용.

황실 또한 뾰족한 묘책을 찾지 못했다. 그저 마력을 사용해 병이, 아니. ‘독’이 늦게 퍼지게끔 하는 것이 전부였다.


시한부 인생의 삶이 조금 더 늘어난 격.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앙심을 품은 수인이 지하 수로에 독을 풀었다고 했다.


우웅.


“요한.”

“황녀님.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촤악-.


“황녀님.”


촤악-.


“저는 이제 죽지 않습니다. 바라 마지않는 영생을 이루었지요.”


촤악-.


“이렇게나 성질이 급한 분이신지는 몰랐는데 말입니다. 수백, 수천 번 머리를 베어도, 심장을 꿰뚫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텐데요.”

“네놈이! 네놈이···!”

“평정심을 잃으신 것 아닙니까. 제가 아는 황녀님은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 쓰레기 새끼가아아-!!”

“어이쿠. 이런, 이번에는 제대로 베였군요. 뭐. 그래도 재생하지만요.”


촤악-.

촤악-.

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촤악.


“황녀님.”


촤악!


“이제야 좀 아시겠습니까.”


촤악!


“영생의 의미를요.”


요한의 말이 이어진다.


“저는 죽지 않습니다. 모든 이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영생을! 그 경지에 다다랐으니까요! 아무리 죽여도 죽일 수 없다 이겁니다!”


요한의 목적이 이어진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죽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저는 영생을 얻었고, 그 덕에 연명할 수 있으며! 미지의 영역인 죽음을 경험할 필요도 없지요!”


요한의,


“그저 살아가는 겁니다! 영원히! 편안하게!!”


요한을-.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죽일 수 없는 존재의 의미를.”


요, 한을.

죽여야 하는데.


죽일 수 없다.

수천 번을 베어도, 수만 번을 죽여도 죽일 수 없다.


괴물이다. 저건 괴물이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포장할 수 없었다.


털썩-.


“이제야 조금 얌전해지셨군요.”

“···.”

“자, 그러면 황녀님.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

“들어주지 않으시겠어요?”


우웅.


“몇 번을 실패한 거지.”


모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래서 망가졌다.

엘리나의 정신은 온데갈데없었고,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몇 번이나 실패를···.”


설진이 중얼거렸다. 대체 왜 심연이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걸 보여줌으로써 무얼 하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 정도는 알 것 같았다.


‘기분 더럽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절대 좋은 감정은 아니라는 것을.


우웅.


다시 진동이 울렸다.

환영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 * *


그녀는, 제국에서 가장 존귀한 자였다.

그녀는,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자였다.


다만 그 존귀함으로도 제국의 모든 악을 주워담을 수 없어서,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한계를 맞이해 덧없이 스러져갔다.


떠오르는 아침 해가 유난히 맑았다. 어제, 밤이 되기 전 하늘을 수놓은 노을은 지금을 위한 포석인 양했다.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황녀님, 저에게는 이제 염원이 없습니다. 이미 이루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교황의 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제국민들이여.”


엘리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서는 요한이 제안한 사항들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끊기기를 반복했다.


‘제 부탁은 간단합니다. 아니, 너무나도 쉽지요.’

“지금 짐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이는 교황 요한으로, 수인 실종, 살해, 협박, 겁박 및 수많은 중죄를 저지른 죄인이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한 죄인이다. 수인들이 앙금을 품어 수로에 독을 풀게 만든 원흉이기도 하며, 그대들의 자식이 죽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스릉-.


엘리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래서.”


뽑아든 검을 비스듬히 돌린다.

겨눈 곳은 다름 아닌 요한의 목.


‘저를 죽여주십시오.’

“짐은 결정했다. 제국의 죄인인 요한을 처형하겠노라고.”


물론 이건 전부 계획된 쇼였다.

요한은 목을 베여도 죽지 않는다.

그저 교황의 직을 내려놓기 위한 극단적인 연극일 뿐.


촤악-!


얼굴과 몸이 분리되어도, 모든 사람이 그 장면을 봤음에도.

요한은 살아 있었다. 엘리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요한이 하고 있는 건 그저 죽은 척일 뿐이라고.


‘저를 죽임으로써 황녀님 또한 명분을 취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와 동시에 선언하겠다.”


엘리나의 검에서 물기가 솟아올랐다.

주륵-. 이윽고 내려온 물길이 사람들의 시선에 걸렸다.

지하 수로를 연상케 하는 물줄기이고 물길이었다.


‘지하 수로에 독을 푼 것을 말미암아.’

“수인들이 제국의 수로에 독을 풀었다. 그래서 죽어나갔다. 너희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인들이, 동포들이 죽어나갔다.”

‘수인을 칠 수 있는 명분을 말입니다.’

“짐은 이것을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요한의 목을 베어 흘러내린 피가 검신에 묻었다.

피 묻은 검 그대로 들어올렸다. 하늘을 향해, 가장 뒤에서 이 연설을 듣고 있을 제국민에게까지 보일 정도로 높이.


“짐은 이 시간부로, 수인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겠다.”


존댓말을 쓰던 엘리나는 이제 없었다.

남은 건 현실과 타협해, 못내 요한의 제안을 받아들인 황녀 하나.


그 황녀가 말했다. 소리쳤다. 성대가 쉴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진 연설은 제국에 퍼졌다. 소식은 소문이 되어 부풀려지고, 부풀려진 소문 그대로 수인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소문이 부풀려지든 말든, 수인들과 해야 할 것은 단지 하나였다.

전쟁. 그뿐이었다. 엘리나는 형언할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검신을 닦았다.


우웅.


“엘, 리나. 황, 녀.”

“미안하게 됐다. 제국의 존속을 위해서다.”


촤악-.


“그대들이 제국을 노린다면, 나의 제국민들은 전부 죽지 않겠는가.”

“···.”

“차마 그 꼴만큼은 보지 못하겠으니 부디 이해를 바라지. 아니, 이해하지 않아도 딱히 상관없나.”


수인의 왕.

왕의 목을 가른 검이 지평선 너머로 떨어졌다.


이제 전쟁은 끝났다. 수인들의 왕이 죽었으므로 더 이상의 싸움은 발발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나 자신에 의해서.

자신이, 그를 죽임으로써.


스윽-.


지평선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더니, 다시 떨어뜨렸다.

동시에 요한의 말을 복기했다.


‘그 명문으로 전쟁을 일으키십시오. 그게 제국 존속의 길입니다.’

“지랄.”


말은 그렇게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했다.

수인의 왕이 살아 있는 이상 제국은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릴 터이니.


“거지 같군.”


엘리나가 중얼거렸다.

저벅, 저벅. 자신이 베어 넘긴 수왕의 곁으로 향해, 자세를 낮추었다.


“너나 나나, 참 못난 놈에게 당했어.”

“···.”

“너무 원망하지는 마라. 어차피 나도 곧-.”


낮춘 자세에서, 손을 들어 올려 목 부근에 가져다댔다.


“따라갈 테니.”


그 순간 울린 것은 거대하다 못해 굉음이 울릴 정도로 큰 소음이었다.

그리고 단지, 물처럼 솟아오른 핏줄기 몇 가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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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41화 22.05.16 393 3 11쪽
140 140화 22.05.15 40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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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38화 22.05.13 404 3 11쪽
137 137화 22.05.12 406 3 11쪽
136 136화 22.05.09 415 3 12쪽
135 135화 22.05.08 422 3 11쪽
134 134화 22.05.07 424 3 11쪽
133 133화 22.05.06 4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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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29화 22.04.30 4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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