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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00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23 21:30
조회
402
추천
3
글자
11쪽

146화

DUMMY

읏차-.


팔을 쭉 뻗자 뚜둑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대체 얼마나 잔 건지.

몸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간 기분이다. 찬우의 방을 나서기 전 피곤했던 육체가 회복된 것을 확인한 설진은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너무 잔 건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피로가 풀렸다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 맞았지만, 모두 찬우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을 텐데 혼자서만 이래도 되는지.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시연과 채린, 찬우는 지금 괜찮을는지.

자신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피곤할 터인데.


“그것보다.”


대체 얼마나 잔 거야.

머릿속에서 끌어오르는 의문을 애써 접어두었다.


대신 화장실로 향했다. 수도꼭지 대신 푸르슴한 마정석이 박힌 화장실이었다.


주르르-.


그 마정석에 손을 가져다대자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계방향으로 돌리니 차가운 물이,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니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새삼 탑에 들어온 것이 다시금 체감됐다.

수도꼭지가 아닌 마정석이라니. 과학이 아닌 마법이라니.


시계방향으로 마정석을 돌린 설진은 손에 차가운 물을 받았다.

현재 설진의 상태는 비몽사몽.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을 생각이었다.


어푸어푸.


손에 받은 물을 얼굴로 옮겨 칠하듯 세수했다.

기실 차갑다는 느낀이 들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차갑기보단 시원했다. 딱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의 시원함. 그 정도랄까.


이윽고 세수를 마친 얼굴을 닦았다.

수건은 지구에 있던 것과 비슷비슷해서 비교적 사용이 쉬웠다.


“후우.”


숨을 한 번 내뱉었다.

역시 물인가 싶었다. 세수를 마치자 느릿느릿했던 정신이 다시금 빨라진 듯했다.


세상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 나빠진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안경을 쓰듯이, 지금 설진은 안경을 쓴 듯했다. 시야가 한순간에 탁 트였다.


‘그러고 보니 나, 시력은 나쁘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여관방을 빠져나왔다. 문을 열 때, 나무와 나무가 맞물려 나는 소리도 닫힐 때 다시 합쳐지는 소리도 전부 생생하게 들렸다.

복도로 향한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찬우의 방.

바로 옆방이었다. 곧바로 왼쪽으로 몸을 돌린 설진은 찬우의 방앞에 섰다.


똑똑.


노크했다.


“네, 들어오세요.”


이윽고 화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찬우?’


노크하면 시연이나 채린이 말을 받을 줄 알았건만.

방 안에서 들린 목소리는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헤임 제국 에피소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들어온 찬우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덜컥-.


머잖아 설진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때 설진이 본 광경은, 찬우가 정신을 차린 채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깨어났어?”

“아, 형. 덕분에 깨어났어요. 감사합니다.”


찬우는 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하기야 약방에서 포션을 사온 것은 설진이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괜찮아. 같은 파티원인데, 아프면 도와야지.”

“그리고··· 죄송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클리어했는데 저만···.”

“그건 이제 생각 안 해도 돼. 원래 클리어하기 힘든 던전이었으니까.”


설진은 손사래를 치며 찬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깨어난 지는 얼마나 됐어?”


확실히 찬우의 실패는 차마 좋은 소식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힐난하거나 질타할 수는 없는 노릇.

어찌 되었거나 같은 파티원이고 동료였다. 찬우 또한 나름의 노력을 했을 터인데, 굳이 실패를 지적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형이 자러 가자마자 깨어났어요. 생각보다 오래 실신해 있지는 않았더라고요.”

“뭐야, 생각보다 빨리 깨어났었구나.”

“다 형이 사오신 포션 덕이죠. 하하.”


잠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설진이 몸 상태를 묻고 찬우가 대답하는 식의 대화였다.


그러던 중 설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한참 주변을 살피던 설진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는지 다시금 찬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누나랑 채린이는 어디 갔어?”


방금 안 것인데, 시연과 채린이 없었다.

지금 방에 있는 건 설진과 찬우, 둘 뿐.

그 어디에서도 그녀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설진은 의문을 품은 채 찬우에게 물었고, 머잖아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쉬러 가셨어요. 제가 혼자 있고 싶다고 했거든요.”

“아.”

“제가 그렇게 말해도 시연 누나는 삼십 분 더 있다 가셨지만요.”


찬우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고.

그리하여 둘은 지금 쉬고 있다고.


“얼마나 지났는데?”

“얼마 안 됐어요. 이제 세 시간 정도요.”


말인즉 설진이 숙면을 취한 시간은 세 시간이었음을 의미했다.

생각보다 푹 자서 하루 내내 잔 건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변한 몸 상태와 신체를 생각하던 그는,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 입을 여는 찬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형.”

“응?”

“이다음은 어떡할 거에요? 제가 실패했으니까··· 45층 스토리 모드까지 아직 한 층 남게 되었는데. 이건 어떻게 하실 건지···.”

“아, 그거.”


찬우의 말에 설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찬우의 실패로써 남겨진 44층.

찬우는 44층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묻고 있었다.


“44층에서는 엘리나를 도와 작전이 성공되게 할 생각이야. 애초 시스템이 그걸 위해 수도로 보내준 거기도 했고.”


원래 시스템의 의도는, 심연 공략이 아닌 엘리나와의 협력이었다.

개중에서도 엘리나를 도와 교회의 입지를 떨어뜨리는 것.


그러나 설진은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엘리나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아닌 플라임과 겸상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황녀다.


그 정도는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단지 설진 일행이 개입함으로써 바꿀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메리트 정도.

심연에서 단절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낮은 메리트였다. 심연을 클리어함으로써 단절석을 얻는 것이 지금으로썬 더 낫다고, 설진은 생각했다.


“이제 슬슬 뜰 때 됐을걸. 이 정도로 언급했으면 시스템에서 슬슬-.”


[목표 : 엘리나를 도와, 교회의 입지를 떨어뜨리십시오.]


“-빠르네.”


층의 목표를 불러올 수 있는 조건은 총 두 가지.

관련된 행동을 하거나, 관련된 생각을 하거나.

현재로썬 후자가 발동한 셈이다. 엘리나와의 협력, 교회 입지 추락. 이 두 가지의 목표를 기억한 설진은 보라는 듯 찬우에게 가리켰다.


“일단, 지금은 이걸 목적으로 움직일 거야.”

“알겠어요.”

“그리고 쉬어둬.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 심연 때문에 나도 누나도 채린이도 지쳤고. 지금은 재충전하는 게 맞는 것 같네.”


더불어 휴식을 알렸다.

확실히 심연 공략은 설진 일행에게 있어 커다란 이득을 가져왔지만, 그와 상반되게 어마어마한 피로를 누적시켰다.


사람이 한계가 찾아오면 움직일 수 없듯이.

지금으로선 충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설진은, 찬우에게 푹 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한 후 방문을 열었다.


“형.”


복도를 향해 발이 뻗어지려는 찰나, 찬우가 입을 열었다.

설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종일관 누워 있었던 찬우는, 땅에 손을 짚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선 입을 열었다.


“형도 푹 쉬어요.”

“···그래.”


그 말에, 설진은 쓰게 웃으며 답했다.


끼익-.


이윽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저벅, 저벅. 설진은 그래도 마룻바닥을 걸었다. 바로 옆방이 자신의 방이었지만, 그곳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계단을 타고 밑으로.

1층. 모험가 길드의 홀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곳에 내려왔다.


‘여기 없으면 방에 있겠지.’


현재 시간은 낮 12시. 이른 시간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점심을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이른 시간이었다.

설진의 고개가 서서히 돌아갔다. 찾는 건 일행.


타인을 돌보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평범한 육체가 아닌 특별한 육체를 가졌어도,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이어도.

이유는 신체적인 힘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힘을 소비하기 때문. 운동하면 몸이 힘들고, 공부하면 머리가 아프듯, 그것과 같은 이치였다.


사람을 돌보면 정신이 피로해진다. 힘들어지고, 쉬고 싶다는 감정이 들게끔 한다.

휴식의 형태는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무언가를 함으로써 휴식하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휴식하거나.


아직 점심이라기엔 일렀지만, 그럼에도 설진은 전자의 경우를 찾으러 나섰다.

아마 시연이 전자로 휴식을 취하고자 한다면, 분명 있을 터.

고개를 몇 번 두리번거리던 설진은 이윽고 찾았는지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여깄었어요?”

“아, 서지나 이너났셔?(아, 설진아 일어났어?)”


입에 스테이크를 물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시연이었다. 설진이 다가서자, 그녀가 화답했다.


“방금 일어나서 찬우 상태 보고 오는 길이에요. 다행히 크게 아픈 곳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정신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고.”

“다행이네. 난 찬우가 잘못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거든.”


돌연 찬우의 말이 떠올랐다.

혼자 있겠다는 말을 했음에도 기어코 삼십 분을 더 있다가 갔다던 시연.


그녀가 정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특별한 것 같았다.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 설진은 찬우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고.

찬우의 몸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안 시연은 시스템 창을 가리켰다.


“아, 그리고 방금 목표가 떠올랐던데.”

“저도 봤어요. 엘리나를 도와 교회 입지를 떨어뜨리는 것.”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봤어?”

“몇 개 생각해 둔 건 있어요. 근데, 일단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요.”


찬우에게 이야기했던 내용 그대로를, 시연에게 전달했다.

심연 공략 때문에 피로가 심하다고. 그래서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고.


“물론 휴식이 끝나면 44층 공략에 전념할 거에요. 애초에 가만히 있어도 엘리나는 잘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 엘리나가 마음이 여리지, 능력마저 여린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시연은 자른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냠. 그런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설진을 되레 응시한 시연은, 커다란 스테이크 조각 하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대로, 포크로 찍어 건넨다.


“하나 먹을래?”

“괜찮아요. 별로 배 안 고파서.”

“원래 여기에 오면 배 안 고파.”


그렇긴 한데.

설진은 오묘한 표정으로 눈앞의 스테이크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초 정도 스테이크를 바라보고 있자니,


“설진아.”


시연이 자신을 불렀다.


“네-.”


이내 대답하려는 찰나, 포크가 점차 다가왔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고기에 묻은 소스 몇 방울이 공중을 날았다.


텁-.


이내 골인.

입으로 들어간 스테이크를 몇 번 씹던 설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아니, 아니에요.”


냠냠.


이내 꿀꺽 넘기자, 다시금 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 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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