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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1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4.23 21:30
조회
436
추천
4
글자
11쪽

124화

DUMMY

가슴 부근까지 들어 올린 엘리나의 손이 내려갔다.


“진입하지요.”


이윽고 시작을 알리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디반 던전의 입구가 열렸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허락 따위는 맡지 않았다.

교회의 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진행한, 온전히 독단으로 한 행동이었다.


다만 후회는 없었다. 지금 여기서 애매하게 정체될 바에야 움직이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결과는 둘 중 하나였다. 무너지거나, 무너뜨리거나. 교회가 무서워 몸을 웅크리고 있기만 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닌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황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신이 일궈내는 것이다.


설진 일행을 만나고 나서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다. 행동이 대담해졌으며 망설임이 상당수 사라졌다.

지금의 엘리나는 성장한 플라임과 비견될 정도였다. 적어도 정신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아니, 압도할 만큼 성장했다.


“디반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는 드릴 보어입니다.”


따라온 넷에게 들으라는 듯 말을 이었다.

드릴 보어. 공격력 하나만큼은 발군이지만, 방어력은 그와 상반되게 연약한 몬스터. 속도전으로 간다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였다.


“마르쿤보다 사정이 낫군요. 골렘은 단단해서 귀찮았는데.”


마르쿤 던전 진입이 오래 걸린 이유는 순전히 골렘의 방어력 때문이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몸이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기에 격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심지어 아이언 골렘마저 출현했으니 요한의 등장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나은 상황이다.

드릴 보어는 방어력이 아닌 공격력으로 승부를 보는 몬스터. 최대한 단기전을 바라고 있는 엘리나에게 있어 최적의 몬스터를 마주한 셈.


스릉-.


뽑아든 검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스며들었다. 장마가 찾아와 거세게 내리는 빗물처럼, 잔물결이 검날에 맺혔다. 우웅. 마력이 널리 공명하는 듯했다.

언제라도 검을 활용한 공수를 펼칠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잡았다. 적당하다,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닌 최적의 보폭이었다.


저벅, 저벅.


신경을 끌어올린 엘리나를 선두로 진입이 시작되었다.

아넬, 리아엘라, 나타벨, 아메르는 그 뒤를 따랐다. 아직 초반부였는지라 입구에서부터 따라온 빛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문턱을 넘은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빛이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시야를 완전히 가릴 정도로 만연한 어둠이 찾아왔다.


‘꽤 들어온 건가.’


이는 곧 던전 심층부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엘리나는 즉각 아메르를 호출, 라이트 마법을 요구했다.


“아메르, 부탁드립니다.”

“네, 황녀님.”


눈에 보이는 것이 어둠이라도 싸우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엘리나에게는 시각만큼 예리한 감각이 많았다. 촉각으로도 청각으로도 후각으로도 수준급 이상에 다다르는 전투 능력을 펼쳐낼 수 있었다.


다만 그건 엘리나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일 뿐.

엘리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감각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빛에 의존해야 했고, 하여 아메르의 마법을 사용해 시야를 밝힐 필요가 있었다.


‘시야가 보인다는 점에서 알게 모르게 안정감이 따라오기도 하니.’


사람이 집에 있으면 안전감을 느끼듯.

지금 상황도 똑같았다. 깜깜한 동굴에서 틔워나는 빛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자신감과 안정감을 이루어 서로의 몸에 깃든다.


그리고 그건 곧 사기 유지, 혹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터.

엘리나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서 움직였다. 마르쿤 던전에서도 그러했듯 넷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아직 얻은 건 없나.’


그렇게 30분. 꽤 많은 걸음을 옮겼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은 없었고, 이따금 스산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절반은 넘은 듯했다.

탐색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아직 발견한 것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탐색한 장소에 마력을 흩뿌린 엘리나는, 소득이 없음을 깨닫고 다시 거둬들였다.


대신,


“황녀님!”


귓가에 울려 퍼지는 건 아넬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손가락을 올려 엘리나의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뭔가 싶어 돌아본 그곳에는 드릴 보어 예닐곱 정도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킁킁!


콧바람을 뿜어낸 드릴 보어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경계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엘리나를 포함한 다섯은 빠르게 전투 태세로 전환했고, 머잖아 드릴 보어와 싸울 준비를 마쳤다.


“전투를 준비하세요.”


이 모든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괜히 정예인 것이 아니라는 듯 빠르게 영창 준비를 끝낸 나타벨부터 시작해.

적극적으로 수비 형태를 취한 리아엘라, 버프와 디버프 분배를 마친 아메르, 마지막으로 장검을 올려 이미 이동을 시작한 아넬까지.


엘리나는 이들의 모습에 흡족해하다가 다시 시선을 옮겨 드릴 보어를 응시했다.

경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것인지 저쪽 또한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정수리 위에 달린 기다란 뿔에서 서슬 퍼런 기운이 느껴졌다.


우어어!!


선공을 가한 것은 드릴 보어였다.

가공할 만한 속도를 가진 놈이 벌침을 쏘듯 달려들었다. 한 놈은 오른쪽에서, 한 놈은 왼쪽에서, 양방향으로 공격 준비를 마친 놈들의 다리가 움직였다.


타다다다!


흡사 계주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한눈에 봐도 빨라 보이는 드릴 보어의 속도를 슬로우(slow)로 늦춰버린 아메르는 곧이어 버프를 준비했다.


“축성(祝聖)!”


스텟 포인트를 올려 주는 버프.

힘도 속도도 체력도. 신체적인 부분에서 한 층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 아넬이 드릴 보어의 공격을 흘렸다.


슬로우에 민첩 버프까지. 피하기는 확실히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잘 보여서 몇 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왼쪽에서 달려드는 드릴 보어의 공격을 피하자,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드릴 보어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른 속도를 가진 몬스터.


철푸덕!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동굴 벽에 처박힌 드릴 보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쿠아 에로우(aqours arrow)!”


그런 드릴 보어에게 향한 것은 나타벨의 마법이었다.

응축한 물이 날붙이처럼 날카롭게 변한 채 화살촉과도 같은 모양이 되었다.


날붙이는, 아니. 화살촉은 빛살처럼 날아가더니만,


퓨수숙!


이내 드릴 보어의 피부를 꿰뚫었다. 일말의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사람 두 배만 한 거체가 힘없이 쓰러진다.


이걸로 왼쪽은 해결.

남은 것은 오른쪽에서 돌진해 오는 드릴 보어였다.


오른쪽 놈이 노린 것은 나타벨도 아넬도 아니었다.

한가운데에 있는 마검사, 엘리나였다.


“배짱이 두둑한 몬스터네요.”


아까 전부터 뽑아든 검과 다리는 자세를 잡은 상태.

언제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일진데, 드릴 보어는 그런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지능이 없는 몬스터라곤 하지만 짐짓 재밌었다. 엘리나는, 손에 감긴 검을 비스듬히 기울더니만 이윽고 발도(拔刀)하듯 검을 휘둘렀다.


제국검(帝國劍) - 엘리나류.

제이식(第二式).


가랑비.


짧되 간결한 공격.

드릴 보어에게 적중한 공격은 단 하나였지만, 엘리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실제로 엘리나의 시야를 벗어난 드릴 보어는 삽시간에 쓰러져 명을 달리하는 중이다.

아직 놈의 공격이 끝나지도 않았을진대, 경이로운 능력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스릉-. 다시 엘리나의 검 소리가 들렸다.


“이걸로 두 마리째인가요.”

“다섯 마리 남았습니다. 황녀님.”


아넬의 말로 남은 드릴 보어의 수를 확인한 엘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엘리나에게 있어 드릴 보어라는 몬스터는 생소했다. 이름과 특징 정도는 알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싸워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싸워본 느낌은 글쎄··· 단순하다고나 할까.

궤적과 노림수가 뻔히 보였다. 속도 하나만큼은 웬만한 병사 하나를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빠르게 정리하고 이동하죠.”


한 번 싸워보니 다음은 훨씬 쉬웠다.

엘리나를 포함한 일행은 제일식 소나기를 바탕으로 빠르게 드릴 보어를 정리해나갔다. 검, 마법 한 번이 나갈 때마다 놈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여기까지가 약 5분 정도.

5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 안에 일곱을 정리한 엘리나가 앞으로 나섰다.


드릴 보어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희망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이 최종 목적은 아니었다.


엘리나가 디반 던전에 들어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몬스터 토벌이 아닌 교회의 비리 증거. 그것을 찾기 위해,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만족해서는 안 되었다.

다른 이들 모두 엘리나와 같은 마음인지 무망중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전진합니다.”


엘리나의 손바닥이 다시 고저를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이동하죠.”


다시, 탐색이 재개되었다.


* * *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는지.

체감상으로는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난 것 같았다. 연속해서 드릴 보어와 맞닥뜨리던 엘리나 일행은 잠시 휴식 시간을 취하기로 했다.


활동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휴식이었다. 핸드폰 배터리를 다 쓰면 충전이 필요하듯, 사람 또한 비슷했다.


너무 과한 활동을 하면 지친다. 그것이 휴식 없이 이어진 활동이라면 열에 열은 쓰러지는 게 당연했다.

휴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엘리나는 휴식을 제안했다. 다른 이들 모두 은연중 힘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 찬성했다.


“얼마나 남았으려나요.”


리아엘라를 보며 물음을 건넸다.

기실 이들 중 가장 마음 놓고 대화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엘리나는 리아엘라를 꼽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함께해 온 인연이며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쓴 기사이기도 했다. 리아엘라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얼마 남지는 않았을 겁니다. 디반 던전은 그렇게 큰 곳이 아니니까요.”

“그렇겠지요. 오히려 좁은 편에 속했던가요.”

“네. 저는 한 시간 내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리아엘라.”


잡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십분 정도에서 십오 분 사이. 그때까지 대화를 나누던 엘리나는 슬슬 휴식을 종료해야 함을 느꼈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였다. 기실 아까부터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지는 게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슬슬 이동-.”


자신이 느낀 것을 알리고자 입을 열려고 한 순간.


우어어어!!


맷돼지의 소리가 들렸다.

똑같은 드릴 보어. 아니, 겉모습은 같긴 한데···.


“저것도 드릴 보어인가?”

“겉모습만 보면 그런데 말이지요.”


아넬의 말을 나타벨이 받았다.

확실히 겉모습은 같았다. 정수리에 뿔이 있고 다리 근육이 매서웠다.


다만 차이점이라 한다면,


“-하지는 못하겠군요.”


지나치게 크다는 것.

사람의 네 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드릴 보어가 눈앞에 나타났다.


“좀 크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침착하게 전투를 준비하지요.”


엘리나는 당황하지 않고서 검을 들었다.

빠르게 다른 이들을 진정시킨 후 전투 태세를 취했다.


돌연 떠오른 마르쿤 던전에서의 일을, 애써 접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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