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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1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28 21:30
조회
395
추천
3
글자
11쪽

149화

DUMMY

“그럼- 무운을 빌지요.”

“이쪽에서도요. 황녀님.”


자리에서 일어난 엘리나의 말에 설진이 화답했다.

비록 첫 만남은 좋지 않았던들, 지금은 엄연한 동맹 관계. 서로를 확실히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아, 그리고.”


그 증거로,


“여러분들. 다음에 만날 때는 부디 황녀님이 아닌, 엘리나라고 불러주시겠어요? 노르담, 아니. 세외(世外)에서 오신 분들에게 존댓말을 듣는 건, 아무래도 익숙지 않네요. 네, 굳이 말하자면··· 부끄럽달까요.”

“생각해 보지요.”

“흠흠. 그럼 전 이만.”


플라임 때와 같이, 이름으로 부르기를 부탁받았다.

설진은 속으로 웃으며 그리 말했다. 플라임이나 엘리나나, 게임에서도 이름으로 불러본 적 없는 인물이었는데.


현실이 된 지금에서야 이러니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줄곧 가짜를 보다 이제야 진짜를 본 느낌이려나.


“조심히 들어가시길.”


설진은 엘리나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방음 마법의 지속 시간이 다 되었는지, 테이블 주변을 감싸고 있던 막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지나 종래에는 완연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44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45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떠오른 것은 클리어 메시지.

44층을 클리어하고, 45층의 이동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설진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본 건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찬우가 긴장한 상태로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찬우야.”

“네. 네? 형.”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심연 공력을 하지 못한 것을 내심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

미세하게 떨리는 다리가 긴장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했다. 설진은 고개를 돌려 찬우를 바라보았다.


“자책할 필요 없어. 그거, 깨기 어려운 게 정상이니까.”

“···알고 있어요. 하지만-.”


끝말을 맺으려던 찬우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저는···.”


하기야 아무리 깨기 어렵단들 찬우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클리어했다.

단절석이라는 보상도 받고, 좀 더 성숙해졌다.

하지만 찬우는 아니었다. 클리어는 고사하고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실신 상태가 되어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정도였으니.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 당연, 인간이라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괜찮아. 지나간 일을 마음에 담아두면, 될 일도 안 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

“그래도- 잠시 비워보자. 지금은 지나간 과거를 돌이키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미래를 걱정해야 하니까. 이번에 성공하면 되는 거야.”


기실 찬우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은 항상 당하는 입장이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거나 하는 처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 성공하면 된다고 말은 하긴 했지만, 이 세계는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다.

암울함과 베드 엔딩으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다.

이미 선례도 있었다. 어느 정도의 저항은 성공했으나, 결국 플레임 왕국을 구하지는 못했다. 이미 한 번, 그들은 베드 엔딩을 봐버렸다.


설진도, 찬우도.

플라임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고, 슬퍼하는 모습을 봤을 터.


“···.”


그럼에도 이런 말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네, 형··· 알겠어요. 이번에는 꼭.”


들려오는 대답에 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말이 정말로 위로가 됐을지, 되지 않았을지는 모른다. 그저 효과가 있기만을 바라고 바랄 뿐.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단지 그뿐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3 : 12]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른 타이머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 분에서 사 분으로, 사 분에서 삼 분까지 내려왔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있으면 45층의 스토리 모드를 진행해야 했다.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하면 남은 건 단 5층.

아니, 엔딩 장면인 50층에는 관여할 수 없으니 실질적으론 4층인 셈이었다.


그 안에 교회를 끝내야 했다. 요한을 봉인해야 했고, 엘리나가 웃을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누나.”

“어.”

“채린아.”

“네, 오빠.”


둘을 불렀다. 길게 뻗은 생머리를 향해 손을 올린 시연은 뒷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손은 분주히 움직였다.


채린의 빨간 트윈테일은 움직임 하나 없이 잔잔했다. 이곳이 아직 카페 내부이기 때문일까, 문이 여닫히고 대화 소리가 귓가를 메웠다.

방음 마법이 추가적으로 달린 카페였기 때문이다. 그냥 대화하거나, 소리를 감춘 채 대화하거나는, 선택 사항인 카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렸다. 퍼져 나갔다.

청각을 가득 채우는 그들의 대화 소리가 외마디 문장을 만들면, 분 단위의 시간과 초 단위의 타이머가 점차 고저를 그렸다.


“우리, 플레임 왕국은 실패했잖아요.”


내려가는 타이머 속, 설진의 입이 문장을 만들었다.

만든 말은 대화 소리가 껴들어 화음을 이뤘다. 설진이 사람들의 대화에 제 목소리를 섞으면, 채린과 시연은 설진의 목소리만을 찾아들었다.


찾아 집중했다.


“그땐 레벨이 참 낮았죠?”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를 진행했을 때, 설진과 시연의 레벨은 소위 말하는 ‘저렙’이었다.

무력적으로 답답함을 느끼진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오른과 싸우지 않았기에 그랬지만, 사실상 오른과 격돌했다면 필패할 것이었다. 플라임이 나섰기에 반란을 진압할 수 있는 것이었지.

만일 플라임이 없었더라면 오른의 반란을 진입하기란 힘들었을 터.


“근데 이젠 아니에요. 우리, 충분히 강해요.”


그런데 이젠 아니었다. 우리에겐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당장 수치로 보이는 변화만 해도 그랬다. 설진의 신체 강화는 5레벨까지 올라 초인으로 진화했으며, 그 밖 스텟에서도 큰 성장을 꾀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설진만이 아닐 터.

소형 방패였던 시연의 방패가 대형 방패로 바뀐 것도 그렇고.

상점 스테이지에서 채린이 시스템으로 여러 가지를 구매한 것도 그렇고.

층을 클리어하며 구한 돈으로 촉매제의 가짓수를 늘린 찬우고 그렇고.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니나, 그들은 성장했다.

더 강해졌다. 이제 와서 하는 소리지만, 설진은 플라임과 엘리나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높게 올라왔다.


“할 수 있어요. 그만한 힘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구원할 수 있다.


바라 마지않는 해피 엔딩을 만들 수 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손으로.


“알아요 오빠. 그걸 위해 여기까지 온 건데.”


채린은 옅게 웃으며 화답했다.


“상점에서 꽤 많은 스킬을 샀어요. 에너지 볼트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확실히 다양한 스킬로 지원해줄 수 있을 거에요.”


에너지 볼트만이 아닌 다른 스킬의 사용 범위를 늘린 것.

확실히 유의미한 성장이었다. 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진아.”


다음은 시연이었다. 그녀는 채린과는 달리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았다.


“막아줄게.”


단지 그 한마디였다. 그것만으로도 설진은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막아준다는 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베드 엔딩으로 치달아 가는 헤임 제국 에피소드를 막아준다는 건지, 아님 단순히 공격을 막아준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편안했다. 마음속에서 할 수 있다고, 그리 외치고 있었다.


“네.”


그리하여 설진은 더 묻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0 : 03]


타이머의 분 단위는 0이 되었다. 초도 머잖아 끝날 듯싶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컨디션은 단언컨대 최상, 그 어떤 역경을 마주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최상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타이머는 이제 0을 가리키고 있었고-.


우웅.


머잖아, 시야가 점멸했다.


* * *


[45층에 진입했습니다.]

[45층은 스토리 모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상태창이 모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목표 : 스토리를 끝마치십시오.]


[후룬(lv.34)]

[직업 : 황실 병사]

[보유 스킬 : 황실 검법, 중급 창술···.]

[능력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띠링-.

[빙의한 존재가, 본래의 당신보다 낮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능력치가 조정됩니다.]


[유설진(lv.45)]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마력 단검, 차분한 마음, 참살.]

[장비 스킬 : 은신]

[장비 고유 스킬 : 구천을 떠도는 혼의 염원은 바람이 되어 흩날리고]

[체력 : 19(+5) 근력 : 20(+2) 민첩 : 33(+14) 마력 : 31]

[잔여 스텟 포인트 : 6]

[잔여 스킬 포인트 : 0]


신분은 황실의 병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잠시 휴가를 나온 병사.


옆에서는 시연, 채린, 찬우가 있었다.

44층 카페에서 본 모습과 똑같았지만, 다른 이들에겐 아닐 것이다.

아마 다른 이들에겐 평범한 황실 병사처럼 보일 터.


‘이미 한 번 겪었던 일이야.’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를 진행할 때, 한 번 겪었던 일이었다.

그때는 농부였었다. 당시를 생각해낸 설진은 무언가 바뀐 점은 없는지, 제한사항은 없는지 생각했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단지 파티끼리는 본래의 모습처럼 보이다가, 타인에게는 다른 모습이 되어 보이고 말투가 본래의 빙의 인물처럼 바뀐다는 것 정도.


보통의 스토리 모드와 큰 차이점은 없었다. 설진은 본래 상태창 밑, 거기서부터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읽기 시작했다.


[당신은 황국 병사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회가 아닌 황실 소속의 병사이지요.]

[또한 이곳은 수도가 아닌 변방의 마을입니다. 교회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거하는, 평범한 마을이지요.]

[그러나 이젠 아니게 되었습니다. 교회 척결에 목적을 둔 엘리나가 의도적으로 몬스터를 출몰시키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장소는 마을이었다. 평범하게 농사를 짓고, 소와 양을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처.

그리고, 곧 몬스터들의 습격이 올 마을이기도 했다.


‘그건가.’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지, 설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때까지 설진이 보여온 행동은 모두 교회가 아닌 황실을 위해서였다.

이건 아마, 설진 파티가 황실을 지지한다고 인식한 시스템이-.


[황국 병사로서 몬스터들을 소탕하십시오.]

[그 외 부가적인 행위 또한 가능합니다.]


황실에 유리한 목표를 제시한 듯했다.


‘몬스터의 출몰을 알곤 있지만, 바로 처리하면 곤란해진다.’


몬스터들의 출몰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긴 하다마는, 바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먼저 교회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했다. 교회가 몬스터를 상대로 어떠한 반응을 하는지 알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이번 층의 핵심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내쉬었다.

여전히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가죠.”


최상으로 성공을 이끌어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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