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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20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5.22 21:30
조회
402
추천
3
글자
11쪽

145화

DUMMY

조금 전, 설진이 찬우의 약을 사러 나섰을 때.

길드 여관방에는 시연과 채린, 그리고 찬우만이 남아 있었다.


설진이 나간 지 꽤 되었음에도 찬우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미약한 숨결이라도 흘리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건지.

여전히 감긴 눈에, 미동 없는 손을 바라보던 시연은 짐짓 한숨을 내쉬었다.


‘···.’


설진과 채린은 보지 못했지만, 찬우의 심연을 본 시연은 알았다.

그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트라우마가 된 과거와 마주쳤을 때, 얼마나 큰 상실에 빠졌었는지.


그때를 생각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잊히지 않는 듯했다. 피부에 낙인이라도 찍힌 기분이다.


후우.


결국,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만.


“채린아.”

“네, 언니.”


찬우를 돌보고 있던 채린에게 말을 걸었다.


“찬우랑 같이 플레임 왕국 에피소드를 클리어한 거야?”

“네, 맞아요. 원래는 누나랑 오빠한테도 친구 신청을 넣으려 했는데, 이미 에피소드를 진행 중인 파티라면서 보내지지가 않더라고요.”

“친구 신청···.”


에피소드를 진행 중일 때는 친구 신청이 불가능하다, 라.

처음 알았던 사실이었다. 얻은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시연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라도 하자는 듯 진중한 얼굴이었다.


“찬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

“얼마나··· 라니요??”

“그간 같이 다니면서, 찬우에 대해 알았을 거 아니야. 탑이 아니라 지구에서는 뭘 했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았는지. 그런 거.”


시연의 말에 찬우에게서 손을 뗀 채린은 비음을 흘리며 턱을 괴었다.

앉은 채 뒤로 뿔뿔 이동하며 벽에 등을 기대더니만,


“많이는 몰라요.”


그런 말을 했다.


“몇 번 물어는 봤는데, 말하고 싶어 하는 얼굴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꺼리는 느낌이랄까···.”

“···.”

“찬우가 그렇게 나오니까, 저도 더 묻기 거북하고 그래서. 그래서 그냥 안 물어봤어요. 그나마 알고 있는 건 소설가를 업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 정도?”


설진과 시연, 채린과 찬우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이야기였다.

찬우의 직접은 소설가이며 그걸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근데···.”

“근데?”

“소설가가 직업인 건 맞는 것 같은데··· 관둔 것 같아 보였어요.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려니까 이상하게 얼버무리고.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러더라고요.”


이건 추가적인 정보였다.

시연은 채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그때 심연에서 봤던 것과, 지금 채린의 이야기를 비교 선상에 놓듯 저울질했다.


“소설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는 했지만요.”


이걸로 대충 알 것 같긴 했다.

찬우는 소설가를 관뒀고, 탑에 오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남은 건 왜 소설가를 관뒀느냐인데.


“···악플.”

“네?”

“찬우가 소설가를 관둔 이유 말이야. 그거, 악플 때문인 거 같더라고.”


찬우의 심연을 본 채린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기보다는 얼추 짐작했다가 옳은 말인 것 같긴 한데.

결과적으로는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대상의 과거를 비추는 시련인 심연 속 환영을 봐버렸으니 어느 정도 사실을 아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휴우.”


시연은 채린에게 본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은 것 같더라. 소설을 쓰는 걸 즐거워해 보였고, 실제로 재능도 있어 보였어. 막 엄청난 건 아니지만 돈은 벌 수 있어 보였어.”


시연이 본 찬우는 그랬다.

소설, 그중에서도 웹소설이라는 스낵 컬쳐를 처음 접했을 때.

그때 찬우는 즐거워 보였다. 당시 나이 10대. 찬우는 한달 내내 소설에 모든 시간을 쏟을 정도로 웹소설을 좋아했었다.


그러다가 자기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듯 보였다.

핸드폰에, 수업 중 노트에, 더 나아가 컴퓨터에.

점차 늘어나는 글자 수와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게 학창시절이었어. 대학생이 되니까 연재를 시작하더라고. 무료로 소설을 올려서 화수를 늘려나가고, 조회수랑 선작도 늘고···.”


그렇게 늘려나가다가 연재 제의를 받았다.

찬우는 수락했고, 그건 불공정 계약이나 다름없는 제의였다.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작품을 쓰지 못했다.

출판사가 말하는 스토리만을 강요받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돈은 되었을지언정 찬우의 낯빛은 과히 좋지 못했다. 억지로 써나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찬우의 첫 번째 작품이 끝을 맞이했다.


두 번째 작품, 차기작에서는 달랐다.

계약이 끝났으니 원하는 대로 작품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 마침 공모전이 시작되었으니 그곳에 참가해 글을 썼다.


쓰고, 쓰고, 또 쓰다가.


“달렸어.”


악플이 달렸다.

한 번 달린 악플은 증식하듯 무수히 늘어났다.


무차별적인 비난부터 시작해 심한 수준의 욕까지.

시연이 보기에 찬우의 작품이 욕을 먹을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상함을 느꼈었다. 왜 이리 심한 욕을 먹는지. 왜 이런 대접을 받는지.


“알고 보니까. 같은 작가가 한 짓이었더라고. 찬우랑 똑같이 공모전에 참가한 사람이었는데, 자기보다 순위가 높으니까 열이 받은 모양이었어.”


이유는 단지 그뿐이었다.

순위가 높아서. 다른 작품보다 순위가 높아서.


찬우에게 악플은 단 작가의 기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계정을 바꿔 다른 유형의 악플을 달고, 같은 짓을 반복했다.

그렇게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찬우를 쓰레기로 몰아갔다. 비판도 비평도 아닌 무차별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작품은 한순간에 구렁텅이로 떨어졌고, 찬우 또한 절망했다.


심지어 몇몇 이들은 찬우의 신상을 털어 인터넷에 뿌리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작품 활동은 중단, 찬우의 꿈은 강제적으로 접혔다.


“이게 끝이 아니긴 한데··· 중간에 더 큰 일이 있긴 했는데, 일단 대강 요약하자면 그 정도야. 참, 힘든 삶을 살았더라고.”

“그런 거였, 어요?”

“응. 못 버티는 것도 이해는 가. 나나 지금의 설진이면 몰라도, 찬우는 마음이 여린 타입이니까. 착하지만, 그 착한 마음 때문에 망가져버린 거야.”


시연의 이야기를 들은 채린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설진도 그랬고, 시연도 그랬고, 찬우도 그랬으며 자신도 그랬다.

참, 상처받은 사람들만 모인 건 아닌가 싶었다.


설진.

바니타스.

페이드.

유약.


‘···.’


그 단어에 대한 뜻을 떠올리던 채린은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쪽은 현관문. 기실 조금 전부터 저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설진이 도착한 듯싶었다. 마침 올 시간이 되기도 했고.


똑똑.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울리자 시연이 몸을 일으켰다.

덜컥-. 문을 열자 설진이 보였다. 초록색 액체가 담긴 포션을 손에 쥔 설진은, 다녀왔다는 말과 함께 찬우의 상태를 물었다.


“찬우는 어때? 좀 나아졌어?”

“똑같아요. 숨은 쉬고 맥박은 뛰는데, 깨어나질 않네요.”

“···잠시만.”


몸을 뉘인 찬우 쪽으로 다가간 설진은 포션의 마개를 땄다.

똑, 하는 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찬우의 기도를 젖혔다.


의학 지식이 전혀 없기에 위험한 짓일지도 모르나, 그건 어디까지나 탑에 오르기 전 평범한 일반인이었을 때의 이야기.

어떤 식으로라든 포션을 먹이기만 한다면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설진은 찬우의 입가에 포션을 가져다댔다.


주륵-.


이윽고 흘려보내고.

다시 회수하기를 반복했다.


한번에 많은 양을 마시게 하려다가는 흘러내릴 수 있으니, 나름대로 잔꾀를 쓴 것이었다. 그렇게 몇 분. 포션이 빈 것을 확인한 설진은 손을 거뒀다.


“후우··· 괜찮으려나.”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신체적으로 지친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밀려왔다.


군장을 쥐고 산 하나를 오른 것 같았다. 밀려오는 졸음에 설진의 머리가 멍해졌다. 텁. 잠시 정수리 쪽으로 손을 올렸다.


“괜찮아? 힘든 것 같아 보이는데.”


그런 설진을 시연이 받쳐 주었다. 등에 닿은 손바닥이 넘어지지 않게끔 지탱하는 듯했다. 후우. 무망중 숨이 내뱉어졌다.


“괜찮아요.”


설진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웃는 것과는 달리 꽤 무리한 것처럼 보였다.


하기야 심연이 끝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외출까지 하고, 직

접 포션을 먹였으니 지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이제부터 번갈아가면서 찬우 상태 볼 꺼니까, 방에 가서 한숨 자.”

“그래도···.”

“내가 볼 땐 너도 환자야 설진아. 쉴 땐 확실히 쉬어둬야지.”


그렇게까지 말하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럼, 조금만 쉬다 올게요.”


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끼익-.


방문이 닫히는 소리와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했다.


“채린아, 너도 조금 쉴래?”

“아뇨. 저는 괜찮아요.”

“번갈아가면서 보자는 거지. 내가 세 시간 정도 상태 보고 있을 테니까, 그 후에 봐줘. 일단 쉬어둘 수 있으면 쉬는 편이 좋으니까···.”


그 말에 채린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먼저 쉬어도 되나, 시연을 너무 고생시키는 건 아닌가.

책임감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어서. 난 일단 기사니까, 체력이 남아돌거든.”


대답하지 못하는 채린을 보며 시연이 다시 말했다.

확실히 시연은 파티 중 체력이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괜히 기사가 아니듯, 전선에서 가장 오래 버티고 빈틈과 기회를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


머뭇거리던 채린의 몸이 서서히 일으켜졌다.

저렇게나 말하고 있는데, 거절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게 보일 터.


“그러면··· 저도 조금 이따가 올게요.”

“그래, 세 시간 후에 보자.”


그리 말하며 일으킨 몸을 방문으로 향했다.


덜컥-.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소리가 귓가를 한번 울릴 즈음.


“으···.”


멀리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뿐만이 아니다.


“으으, 대체 어떻게 된?”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 의문을 쏟아내는 목소리.

채린이 알기로 지금 그런 반응을 보일만 한 사람은 한 명이었다.


“찬우야? 괜찮아?”

“시연 누나?”


급히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았다.

깜짝 놀란 듯 보이는 시연과 얼떨떨한 듯한 표정의 찬우가 있었다.


후우.


순간 안심한 듯한 숨이 새어나왔다.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으면 어찌 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나중에 차차 설명해줄 테니까. 일단 쉬어둬.”

“이, 일단 알겠어요.”


시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찬우가 일으키려던 몸을 도로 눕혔다.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건만 다행히 찬우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심연에서 빠져나온 지, 약 세 시간 만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 * *


“마을에 들일 몬스터 목록은?”

“여기 있습니다. 근위대장님.”


최전선.

황녀 엘리나의 명을 받은 근위대장은 부사관에게서 서류를 받았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팔이 잘리고 하나만 남은 라큠을 포함해,

꽤 다수로 보이는 몬스터들의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좋아. 이대로 보낸다!”


바야흐로, 엘리나의 계획이 시작의 조짐을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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