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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제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인 말고 장사할게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오일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48
최근연재일 :
2024.06.30 22: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73,492
추천수 :
1,448
글자수 :
308,562

작성
24.05.27 01:55
조회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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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조가장 (3)

DUMMY



오금상단 무인들이 창검을 들고 맞서자, 기난수가 살기어린 모습으로 검을 쥔 채 뛰어들었다.


“정녕 피를 보겠다는 것이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그의 머리칼은 곤두서고 눈은 쭉 째져서 쌍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야차가 따로 없었다. 순식간에 몇몇 무인들이 검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 오금상단의 무인들은 차마 그에 맞서지 못하고 우르르 한쪽으로 몰려났다.


“그 놈은 어디갔어?!”


난장판을 틈 타 바닥을 엉금엉금 기던 내가 빈틈이 생긴 방향으로 후다닥 달려나가기 시작하자, 뒤늦게 나를 발견한 조가장 녀석들이 난리법석을 피웠다.


“저기 도망친다!!!”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무조건 막아!!!”


조가장 녀석들이 우르르 나의 뒤를 쫓았다. 금새 좁혀지는 간격.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번에 상황을 정리하려는 나의 작전이었을 뿐이다.


달려가던 자세에서 급제동을 한 뒤, 방향을 반대로 바꾸고 몸을 낮춰 땅바닥을 스쳤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인 갑, 을, 병, 정들이 차례로 휙휙 스쳐 지나갔다. 어느새 내 정면에 있는 것은 쌍검을 나누어들고 뒤를 쫓던 기난수. 갑작스레 나를 맞닥뜨린 녀석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당황한 듯 보였던 것도 잠시, 녀석이 양 손의 검을 종과 횡으로 나누어 쉭쉭 신속하게 그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살기가 내 몸을 따끔따끔하게 했다. 과연 자신감을 가질만한 실력이었지만, 역시 백리세가 남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함이 있었다.


고개를 젖혀 좌검을 흘려보내고, 연이어 파고드는 우검의 날을 살짝 건드려 궤적을 변경시켰다. 그의 검이 또 한번 헛되이 허공을 베어내고, 그 빈자리를 파고 든 내 손이 그의 소매깃을 단단히 붙들었다.


당황한 녀석이 손을 크게 휘두른 순간, 그 힘을 역이용해 풍차 돌리듯이 그의 몸을 공중에서 한바퀴 돌려내며....


짝!!!!


찰진 소리와 함께 작렬한 따귀 한 방.


고개가 반대로 돌아간 녀석이 바닥에 볼썽사납게 쳐박혔다.


퍽!!


뒤늦게 달려온 무인들이 황급히 내 몸을 찌르고 베고 꿰어내려 했지만, 따귀 한 대 맞고 넋이 나가버린 기난수를 번쩍 들어 이리저리 휘둘러대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녀석을 옆구리에 낀 채 몇차례 껑충 뛰어 다시 마차 위로 뛰어 올랐다. 순식간에 우두머리를 제압당한 조가장 무인들이 입을 쩍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바닥을 엉금엉금 기던 녀석에게 이렇게 쉽게 그들의 대장이 잡힐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무기를 내려놔라!”


조가장 무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둘러볼 뿐 그 누구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어이, 이 녀석 팔다리가 없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면 얼른 내려놔!”


기난수에게 빼앗은 검을 녀석의 팔과 다리에 대고 어디를 자를까 고민하는 시늉을 하자 조가장 무인들이 하나 둘씩 무기를 땅에 내려놓고 구석으로 물러났다. 백리연이 적기방 무인들을 협박하던 모습이 생각나 써먹어본 건데 효과가 매우 좋았다.


다행히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서인지 오금상단 무인들 중에도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다. 부상자들에게 응급치료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축 늘어진 기난수의 목덜미를 잡고 번쩍 들어올리며 으르렁거렸다.


“어이. 아까 했던 말, 취소해라”


“무···무엇을 취소하라는 것이냐...”


흉흉하게 검을 휘두르던 모습은 어디가고, 한 쪽 얼굴이 팅팅 불어오른 녀석은 언뜻 불쌍해보일 정도였다. 지금의 이 모습만 보며 내가 악역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너나 나나 생긴게 피차일반이라고 한 것 말이야. 나 이런 주제에 민감하다고”


푸흐흐흐. 녀석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웃었다.


“자고로 사내 대장부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는···컥!!!”


반대편 뺨도 마저 맞고 싶다는 말로 들려 그에 응해주었다. 그러자 녀석이 눈을 까뒤집고 꼬르륵 기절하는 것이 아닌가. 기껏해봐야 뺨 두 방을 맞았을 뿐인데 말이다.


“어이가 없군. 이 녀석 왜 이리 약골이야? 분위기 잡을 때는 온갖 쎈 척은 다하더니”


조가장 무인들은 이도 저도 못하고 눈알만 굴렸다.

그 중 나와 눈이 마주친 한 녀석이 공손한 태도로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대협께서 너무 강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조가장의 기난수라고 하면 안휘성에서는 그래도 꽤나 알아주는 이름입니다. ”


“......”


조금 전까지는 다짜고짜 죽이려고 들다가 이제는 대협이란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꽤나 날리는 녀석이었다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 일이 커지려는 조짐이 보였다. 재빨리 자리를 떠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그 전에 꼭 처리해야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다급히 기난수 녀석의 품을 뒤졌다.


찾아낸 수배지들을 열심히 박박 찢어내고 있으려니, 내 모습을 바라보던 조가장 무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것들 몇 장 찢어봤자 소용없을 것입니다”


“또 뭐야? 너도 이리 와서 따귀 맛 좀 볼래?”


잔뜩 신경질이 나 외치자, 무인이 주춤 뒤로 물러서며 품 안에서 또다른 수배지를 꺼내들었다.


“어제 밤새서 수백장을 만들었습니다. 소협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 생김새만큼은 이제 온 조가장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죠”


그러자 죄인처럼 서있던 수십명의 조가장 무인들이 모두 품에서 한장씩 수배지를 꺼내들었다.


“......”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 시대에 복사기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하루 밤만에 이렇게 많은 수배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단순히 수배지 몇 장을 없애거나 이곳에서 도망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닐 터.


“왜! 도대체 네놈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


좌절하여 털썩 무릎을 꿇자, 어느새 의식이 돌아온 기난수가 쿨럭대며 나를 비웃었다.


“크큭. 본디 강호의 은원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


“...갑자기 왠 강호 운운이냐. 한 대 더 맞아볼래?”


아직 덜 맞은 것인가 싶어 주먹을 쥐고 녀석의 눈 앞에 위협적으로 흔들어보였다. 녀석은 양쪽 얼굴이 탱탱 불어터져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조가장은 절대 원한을 잊지 않는다. 네놈이 장주님이나 도련님을 직접 만나서 해결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끝나지 않겠지. 중원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를 피할 순 없을거다””


녀석의 말을 듣고 있자니 눈 앞이 깜깜해졌다. 내가 한 행동이라고 해봤자, 그저 몹시도 무례했던 청년 하나를 참교육 해줬을 뿐이 아닌가. 하지만 그 놈의 집안이 이렇게나 지독하고 집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버럭 화가 치밀어올라 녀석의 멱살을 잡고 높이 들어올렸다.


“그래. 내 강냉이가 먼저 뽑히나, 너희 조가장 놈들 강냉이들이 먼저 뽑히나 한번 해보자. 일단은 네 녀석부터 시작이다!”


불끈 쥔 주먹을 붕붕 휘두르자, 자기 앞니들의 운명을 직감한 기난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뒤편에서 다짜고짜 강력한 기운이 나를 덮쳐왔다.

황급히 기난수를 밀쳐내고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니,


쾅!


내가 조금 전까지 서있던 마차 윗부분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꾸에에엑!”


마차 안에 있던 대식이 다급히 몸을 웅크리며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공중에서 몸을 뒤집는 사이 두번째 세번째 공격이 연달아서 엄습해왔다. 조금 전 수를 나눈 기난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르고 강맹한 공격이었다.


비록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할 겨를조차 없었지만, 공격이 어디로 향할지는 느낄 수 있었다. 요동치는 공기의 결을 따라 손바닥을 쭉 내미니, 불같은 기운을 담은 주먹이 나의 손바닥에 와 닿았다.


‘진짜 뜨거운데?!’


재빨리 주먹을 손바닥으로 쳐내며 한바퀴 더 몸을 뒤집고, 이어진 공격마저 손바닥으로 받아내며 한바퀴 더 몸을 뒤집었다. 이미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연속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흡수하자 가속도가 붙은 몸이 팽이처럼 핑그르르 돌았다. 주체가 안될 정도로 어질어질할 정도의 속도였다.


내가 아직도 공중에서 돌고 있는 동안, 바닥에 내려앉았던 상대방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뛰어 올랐다.


“하아아압!!!”


나는 그제서야 상대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봉두난발에 옷매무새도 거칠게 헝클어져 있고 얼굴은 온통 시뻘건 것이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수준 높은 내력과 무공을 갖춘 이가 고작 내 또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좀 놀랐다.


공중에 솟구치던 그가 마치 활시위를 당기듯 오른팔을 쭉 뒤로 뺐다. 어깨 너머에 감춰진 저 주먹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이 담겨있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정점에 다다른 나를 향해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의 강맹한 기운이 엄습해왔다.


이런 심후한 내력을 정면으로 받아낸다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중에 떠오른 채로는 더이상 상대의 공격을 피할 곳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에도 손바닥으로 그의 공격을 받아내려는 척 하다가, 그의 주먹이 뻗어지는 순간에 맞추어 몸을 비틀며 두 발바닥을 쭉 내밀었다. 경신법을 펼치듯 번갈아가며 두 발을 빠르게 교차시키니, 찰나의 순간 겹겹이 쌓아올린 바람의 기운이 그의 주먹을 휘감았다.


퍼퍼펑!!!


주먹과 두 발이 공중에서 격돌하자, 마치 커다란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맞붙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밀려난 상대방과 나는 서로 반대 방향에 멀찍이 내려앉았다.


“앗뜨.. 앗뜨···!!!”


껑충껑충 뛰며 화끈거리는 발바닥을 확인하니, 여러 단계에 걸쳐 충격을 최소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양쪽 발의 가죽신 바닥 모두에 검게 그을린 구멍이 동그랗게 뚫려있었다.


“야이씨, 너 뭐야! 왜 다짜고짜 공격이냐!”


난데없이 기습을 당한데다 아끼던 신까지 잃으니 화가 두 배로 치밀었다. 침을 튀기며 삿대질을 해대자, 그제서야 자세를 회복한 상대방의 얼굴에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자신의 주먹과 나를 번갈아 보던 그가 금새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자세를 낮추며 재차 공격을 준비했다. 입은 굳게 다문 채 눈은 날카롭게 나의 빈틈을 노리고, 꼭 쥐어진 두 주먹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활활 타오르는 극양(劇陽)의 무공을 구사하면서도 신중함을 갖추었으니 절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껏 내가 봤던 이들 중 비교할 만한 이를 찾는다면 백리담 정도라고 해야할까. 내내 내상을 입고 있던 터라 아직 한번도 정상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이런 녀석은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저 불타는 주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미 망가져버린 가죽신을 벗어 양 손에 들었다. 시험삼아 가볍게 손목을 휘둘러보니 착착 감기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좋아. 넌 이제 죽었다”


가죽신을 무기처럼 손에 든 나를 보고 상대방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지금은 내 모양새가 웃겨보일 수 있어도, 잠시 후면 저 녀석의 뺨도 조가장 녀석처럼 부어오르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이자 그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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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노인 (2) +1 24.05.31 1,276 28 13쪽
25 노인 (1) +1 24.05.30 1,319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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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조가장 (4) +1 24.05.28 1,309 25 12쪽
» 조가장 (3) +1 24.05.27 1,319 29 12쪽
21 조가장 (2) +1 24.05.26 1,361 27 12쪽
20 조가장 (1) +1 24.05.25 1,458 24 11쪽
19 금자 열 냥 (4) +1 24.05.24 1,507 28 12쪽
18 금자 열 냥 (3) +1 24.05.23 1,466 30 12쪽
17 금자 열 냥 (2) +1 24.05.22 1,479 32 12쪽
16 금자 열 냥 (1) +1 24.05.21 1,504 29 12쪽
15 백리세가 (2) +1 24.05.20 1,570 29 13쪽
14 백리세가 (1) +3 24.05.19 1,630 31 13쪽
13 음모 +1 24.05.18 1,661 32 13쪽
12 암살 +2 24.05.17 1,660 30 12쪽
11 적기방 (2) +1 24.05.16 1,716 30 12쪽
10 적기방 (1) +1 24.05.15 1,782 33 12쪽
9 암습 +1 24.05.14 1,824 38 12쪽
8 바가지 +2 24.05.13 1,903 37 13쪽
7 백리연 +2 24.05.12 2,017 39 13쪽
6 와장창! +1 24.05.11 2,046 40 11쪽
5 첫 거래. +3 24.05.10 2,132 41 12쪽
4 인연은 그 앞날을 알 수 없다. +2 24.05.09 2,191 47 11쪽
3 사해가 동도. +3 24.05.08 2,391 50 11쪽
2 일대종사 (一代宗師) +2 24.05.08 2,879 39 12쪽
1 +3 24.05.08 3,634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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