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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환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마일리지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Mr.환
작품등록일 :
2020.04.12 13:29
최근연재일 :
2020.05.14 19:05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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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8,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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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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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9화

DUMMY

너무나도 의외의 광경에 박시후는 도마를 관통하고 살짝 삐져나와 자신의 날카로움을 과시하는 부엌칼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란 박시후가 고개를 돌렸을 때 어느새 연기가 나고 있는 프라이팬을 보고 아차 싶어 바로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그러고 난 후 박시후는 도마를 내려놓고 부엌칼을 잡고 뽑았다.


부엌칼은 가볍게 도마에서 뽑혀 나왔고 박시후는 형광등을 받고 반짝거리는 부엌칼을 한참을 홀린 듯 바라보다가 이내 마음을 먹은 듯 도마를 세로로 세워 한 손으로 붙잡은 후 부엌칼을 쥐고 마치 꿈에서 경험했던 것과 같은 감각으로 도마를 베었다.


'사악'


부엌칼은 아무런 저항 없이 3cm 두께의 도마의 끝을 베어버렸고 동시에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다.


박시후는 잘려져 나간 도마의 끝부분과 부엌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황당하다는 듯 혼잣말을 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박시후는 황당해하면서도 이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어차피 망가진 도마를 마치 야채를 썰듯 썰어댔다.


점점 늘어나는 나무토막과 더불어 점점 더 피로감을 느꼈고 마침내


'탁'


더는 부엌칼로 도마를 자르지 못했다.


박시후는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나무 도마 조각을 보면서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지금 이 상황은 자신의 능력으로 일어난 상황이라고.


그리고 그가 꾸었던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나······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겠지?"


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어제 겪었던 경험 때문에 이러한 능력이 생겼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혹시 그 사람도?'


박시후는 균열에 들어와 자신을 구해준 그 사내도 자신과 같은 능력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과는 달리 먼저 균열을 경험해보았기에 능력을 얻었고 그랬기에 그 능력을 사용해서 고블린들을 해치우고 균열을 닫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었다.


그렇다면 균열에서 그 사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시후는 급히 들고 있던 부엌칼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들어 균열에 관한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서울에 새로 생긴 균열은 없구나. 그럼 망원동으로 가면 되겠네.'


그는 급히 외출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망원동 균열 주변은 내 예상대로였다.


특히나 균열에서 괴생명체가 한번 나왔었기 때문인지 생각외로 철저하게 균열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전경 버스로 벽을 세워 통제 바깥지역의 길거리에서는 균열을 관찰하기도 쉽지 않았다.


해서 주변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관찰할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균열이 보일만 한 주변 건물에는 이미 경비원이나 전경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차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어제처럼 눈앞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냥은 당분간은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당분간은 그냥 하던 대로 일을 하면서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겨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누군가가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어제 버스 승객 중 하나였던 청년이 나를 보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기 다 부러져서 놓고 왔는데······.’


빌린 것을 망가뜨린 셈이니 물어줘야 하나 싶어 고민하고 있을 때 내 앞으로 다가온 청년이 헉헉거리면서 말했다.


"헉. 헉. 어제 그분 맞죠?"


"예. 어제 저에게 무기 빌려주신 맞죠?"


내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청년이었다.


"예. 어제 저희를 살려주신 그분 맞는군요. 어제 미처 인사도 드리지 못해서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예?"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는 청년을 향해 말했다.


"어제 빌려주신 목검과 가검 둘 다 망가져서 균열에 놓고 나왔거든요."


"아아. 괜찮습니다.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또 목숨을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은혜를 아는 친구로구나.


덕분에 돈 굳었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면서 그 청년이 말했다.


"길거리에서 이럴 게 아니라 카페라도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저기 커피 전문점이 있네요."


커피 전문점이라······나야 좋지.


이곳에서의 내 즐거움이 식도락인 만큼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디저트도 참 좋아한다.


예전 지구에서는 바다에 해양 괴물들이 늘어나면서 물류비용이 무척이나 올라갔고 그 결과 커피나 설탕이 들어가는 디저트들은 모두 값비싼 사치품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나 같은 평범한 헌터들은 맛조차 보지 못했었고.


그런데 이곳은 대부분의 사람이 흔히 마시고 먹는 것을 보고 꽤 놀랐었다.


호기심에 고시원 근처의 한적한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셔본 느낌은 씁쓸한 맛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것을 왜 비싼 돈을 주고 마시는가 싶었다.


한데 서비스라면서 건네준 이쁘장한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순간 깨달았다.


이 아메리카노는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디저트만 먹으니 정말 행복할 정도로 맛있긴 했지만 조금은 달달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그 입안에 든 단맛을 아메리카노가 씻어주니 계속 먹게 되더라.


거기에 디저트의 종류도 꽤 많아서 이따금 커피 전문점에 들러 아메리카노와 함께 못 먹어본 디저트를 주문하곤 했다.


"그러시죠.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 전문점으로 걸어갔고 그 청년도 나를 따라왔다.


균열의 여파 때문인지 커피 전문점은 한산한 편이었는데 그 청년은 가게 제일 구석진 곳에 앉길 권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청년은 말했다.


"주문은 뭐로 할까요?"


"아메리카노하고 음······저기 롤 케이크요."


"알겠습니다. 제가 주문할 테니 먼저 저기에 앉아 계세요."


"예."


내가 그 청년이 권해준 가게 제일 구석진 곳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그 청년이 아예 주문을 받아왔다.


"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어제 저 구해주신 것에 비하면야."


청년은 나를 보고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전 박시후라고 합니다. 23살이구요."


나는 살짝 고민했지만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 싶어 박시후에게 이름을 말했다.


"전 이재환이라고 합니다. 28살입니다."


"오. 그럼 혹시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나를 보고 눈을 반짝거리는 박시후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예. 형. 형도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응. 그럴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시후에게 말을 놓자 박시후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어제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제 형이 아니었다면 정말 그곳에서 죽었을 것 같아요."


"그래. 뭐 이미 지난 일이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박시후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 신경은 눈앞의 롤 케이크에 집중되었다.


롤 케이크를 포크로 적당히 잘라 안에 들어있는 크림과 함께 입에 넣자 살짝 느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역시나 맛있구나.'


내가 롤 케이크의 맛에 감동하고 있을 때 박시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한데 형······어제 균열 처음으로 보신 것은 아니시죠?"


"응?!"


박시후의 말에 나는 살짝 놀라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곳으로 차원 이동할 때 보았던 것도 균열의 일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박시후의 예상외 질문에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반응에 박시후는 역시나 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그랬군요. 어쩐지······형도 능력자였군요. 그래서 어제 조용히 사라지신 거군요?"


박시후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응? 능력자?"


"괜찮아요. 형. 저한텐 안 숨기셔도 돼요. 저도 능력자가 된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박시후를 보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능력자가 된 것 같다고? 무슨 능력?"


"음······날카롭게 하는 능력? 베어버리는 능력?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애매하네요. 아까 집에서 확인해봤을 때는 부엌칼로 나무 도마를 수십 조각 냈었거든요? 흠······이걸로도 되려나?"


박시후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커피잔을 들어 옆으로 치운 후 탁자 위에 포크를 잡고 정신을 집중하면서 커피잔 아래에 있었던 나무 받침대를 찍었다.


'푹.'


살짝 포크로 찍은 것 같았는데도 나무 받침대를 관통해버린 포크를 보면서 나는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꽤 당혹스러운 광경이었다.


포크가 그렇게 날카롭지도 않았을뿐더러 힘으로 강력하게 찌른 것도 아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앞에 놓인 커피잔 밑에 있는 나무 받침대를 만져보았다.


두께가 얇긴 했지만 꽤 단단해 보였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힘으로 부러뜨리는 것은 쉽겠지만 포크로 저렇게 찔러 관통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건······."


박시후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보면서 포크를 나무 받침대에서 뽑고 포크를 내려놓은 후 포크 구멍이 뚫린 나무 받침대 위에 다시 커피잔을 올려놓고 말했다.


"이게 제 능력인 것 같아요."


능력이라······의외이긴 했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예전 지구에도 초능력자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평행차원이었고 거기에 처음 보는 균열이 곳곳에 생겼는데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 생기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다 싶었다.


"언제부터 이런 능력이 생겼어?"


"오늘 아침에 부엌칼을 쓰면서 알게 됐어요."


"그래?"


"형의 능력은 뭐에요?"


나를 바라보면서 기대하는 눈빛을 마구 날리는 박시후를 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대충 둘러댈 것인지, 아니면 사실을 말할 것인지.


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대충 둘러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대로 말한다고 한들 그 사실을 상대가 믿으리라는 법은 없다.


특히나 내가 괴물들을 사냥하는 것을 직접 본 박시후였기에 능력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자신을 믿지 못하고 거짓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나중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지금 능력자라고 말하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마일리지 상점을 사용해 내 전투력이 올라가는 것을 내 능력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니까.


"음······나는 육체 강화? 뭐 그런 쪽인 것 같아."


이런 내 답변을 박시후가 예상했던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그럼 형이 최초의 능력자인 건가요?"


"글쎄······그거야 알 수 없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에 커피잔을 들고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후 문득 다른 버스 승객들이 생각났다.


"아! 한데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들도 능력이 생긴 건가?"


"아······다른 버스 승객들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아. 잠시만요. 버스 승객 중에 한 명하고는 연락처를 주고받았거든요?"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는 박시후였다.


"뭐라고 보내게? 초능력이 생겼냐고 물어보게?"


"다짜고짜 그럴 수는 없죠. 일단 그냥 별일 없느냐고 보냈어요."


스마트폰에서 눈을 뗀 박시후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형 번호 좀 찍어주세요."


나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네는 박시후를 보면서 나는 난처함을 느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연락처 자체가 아예 없었으니까.


처음에 스마트폰을 사러 대리점에 들렀지만 내 위조 신분증으로 개통은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했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리거나 대포폰을 구하는 방법이 있지만 당장 연락을 주고받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 일단 고민 중이었다.


"음······나는 휴대전화가 없어."


"아! 형도 어제 균열에 들어가서 스마트폰 먹통 된 거예요? 저도 그런데. 그나마 전 공기계가 있어서 유심만 바꿔 끼니까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응? 균열에 들어갔더니 스마트폰이 고장 났어?"


"예. 균열 안에서 확인했을 때 전원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땐 그냥 균열 안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밖에서 나왔는데도 계속 전원이 안 켜지던데요? 형도 그런 거 아니에요?"


"아······나는 명의 문제 때문에 내 이름으로 지금 폰을 개통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명의를 빌리기도 어렵고."


내가 난처한 웃음을 흘리면서 말하자 박시후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감동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형. 그럼 제가 번호 하나 더 만들 테니 그거 쓰실래요?"


고맙긴 한데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박시후의 제안에 나는 다시 커피잔을 들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서 고민했다.


그런 나를 보고 박시후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형하고 자주 연락하고 싶어서 그래요. 능력에 대한 문제도 있고. 그리고 유심칩 하나 만드는 건데요 뭐. 아! 대신 요금은 알아서 꼬박꼬박 납부하셔야 해요?"


박시후의 말에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편하기도 할테고.


"그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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