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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38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2.03.01 06:00
조회
192
추천
4
글자
12쪽

최후 16

DUMMY

검기를 사용하는 마검사가 드러누운 건 심각한 전력의 손실이었다.


"모두들! 최대한 몸을 사리도록 해요! 방어가 최우선입니다!"


올리버가 외침을 들은 마법사들과 마검사들은 마나로 신체를 강화했다.

마력이 적은 드워프들은 아티팩트로 무장했다.


"으... 힘들어... "


윈드는 몹시 지쳤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었다.


"어린 드래곤이 제법이군. "


감탄하는 그레고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시간은 흘러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에이스가 약간 우세했던 싸움은 다시 오스카에게 기울었다.


빛이 떠오르며 오스카는 마나가 빠르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스카는 더 지체하지 않고 에이스에게 차오른 마나를 쏟아부었다.


"으악"


에이스는 크게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는 땅에 처박히고도 한참을 땅 밑으로 들어갔다.


오스카는 가쁜 숨을 내쉬며 에이스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괜찮겠지. '


오스카의 코에서 따뜻한 느낌이 났다. 그가 코 밑에 손을 대자 붉은 피가 손을 타고 흘렀다.

오스카는 그것을 대충 닦아냈다. 그리고 윈드를 돕기 위해 진영의 가운데로 날아갔다.


진영의 모두는 오스카가 나타나자 눈빛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오스카의 존재만으로도 사기가 올랐기 때문이다.


오스카는 곧장 대마법사들을 향해 마나 광선을 쏘았다. 마나 광선은 정확히 대마법사들의 마법진을 격파한 뒤 신체를 타격했다.

그러나 대마법사들 답게 그 피해는 크지 않았다.


오스카는 대마법사들에 직접 맞서기 위해 돔 밖으로 나섰다.


그레고리는 빛의 날개를 달고 있는 오스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오스카의 날개가 환한 탓에 눈이 부셨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마치... 천사 같구나.'


천사?

그레고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스카는 다른 두 대마법사들과 전투를 시작했지만 그레고리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내가 천사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것인가. '


그레고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막연히 인간이 아닐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적어도 천사일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악마에 가까우면 모를까.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 천사라는 단어가 입력된 직후 스위치가 켜진 듯, 기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낡은 동화책의 삽화처럼 선명한 기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기억 속의 배경 중에는 로스 곤 대륙은 없었다. 배경은 둘이었는데 두 배경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한 곳은 늘 낮인 것처럼 맑고 쾌적했다. 그러나 감시의 시선이 있었다.

다른 한 곳은 늘 밤인 것처럼 어둡고 축축했다. 그러나 감시의 시선은 없었다.


그레고리는 자신이 두 곳 모두에 존재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두 곳은 천국과 지옥인 걸까... '


그의 시선은 여전히 오스카에게 꽂힌 상태였다. 그리고 오스카의 천사와 같은 모습을 보며 막연한 그리움을 느꼈다.


전장을 퍼붓는 공격은 그레고리에게도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태연하게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생각에 잠겼다.


'개운하지 않군. '


선명하지 못한 기억에 짜증이 조금씩 났지만 그레고리는 차분하게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장면 하나를 떠올렸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끝없이 바뀌는, 마치 추락하는 것과 같은 그런 기억이었다.


중요한 단서가 잡힐 때 즈음 오스카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그레고리는 재빨리 그 공격을 막아내며 오스카의 영역으로 파고들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오스카는 흠칫 놀라며 뒤로 빠지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레고리는 어느새 오스카의 팔목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오스카! 천국의 문을 열어라!"

"뭐라고? "


오스카는 갑작스러운 그레고리의 주문에 영문을 몰라했다.


"갑자기 천국을 왜 들먹이는 거지? "

"어서! 천국의 문을 열어라! 그러면 모두 살려주도록 하지."

"그걸 어떻게 믿지? "


오스카는 순간이동을 하여 그레고리에게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유연하게 공격을 피하면서 오스카에게 끈질기게 다가왔다.


"믿어라! 천국의 문을 연다면 악마들을 데리고 가도록 하지.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정신없이 공격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그들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인간계는 지옥과 천국의 중간다리일 뿐이야! 악마들이 천국에 들어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뭐? 당신은 그런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


오스카는 너무 놀라 다그쳤다.

그러자 그레고리가 이야기했다.


"나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타락 천사니까. 100년 전 전쟁이 발발한 틈을 타 인간계로 넘어왔다. "


오스카는 공격을 멈추었다. 이에 따라 그레고리도 마법진을 거두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될 공격에 대비해 두 사람은 긴장은 늦추지 않았다.


"타락 천사? "

"그래. 나는 천사였다."

"그래, 그렇다 치자. 내가 왜 그런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천국의 문은... 드래곤만이 열 수 있었지. "


드래곤이 모두 잠들어 버리고 동시에 기억까지 봉인이 된 그레고리는 줄곧 인간 마법사로 살아왔다.

그는 마탑을 세웠고, 진리를 탐구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되물었었다.


"나는 천국에 돌아가야 한다. 문을 열어다오."

"여기서 내가 문을 연다 치자. 이곳이 천사와 악마의 전쟁터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그레고리는 힘주어 말하는 오스카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천사들은 천국으로 악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럼 전쟁터가 되는 것은 이곳이 될 터였다.


그레고리는 결국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스카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사람은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드래곤의 힘과 맞먹다니...!'


그레고리는 드래곤 둘 정도의 힘을 가진 오스카와 대등하게 겨루는 중이었다.


'인간이 아닌 것은 분명하군.'


이를 악문 오스카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겉모습이 흐트러진 것은 그레고리도 마찬가지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그들의 균형을 깬 것은 다름 아닌 에이스였다.

거대한 불덩이를 몸에 휘감은 에이스가 나타나자 모두는 긴장했다.

그리고 전열을 다시 정비했다.


오스카 진영의 마법사들은 대마법사 둘과 겨루었다.

그리고 마검사들은 귀족과 다투었다.


오스카가 에이스와 다시 부딪히게 됨에 따라 그레고리는 자연스럽게 윈드가 맡게 되었다.


지리멸렬한 싸움은 오스카의 진영에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에 따라 머릿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오스카의 진영은 절멸에 빠른 속도로 가까워질 것이었다.


'천국의 문이라도 열어야 하나. '


오스카는 싸우는 도중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에이스의 주먹을 제대로 맞게 되었다.


"으윽... "

"한눈을 팔다니, 너무 건방진 것 아니야? "


유효타를 시작으로 에이스는 오스카를 미친 듯이 몰아붙였다.

마나로 무장한 오스카를 때릴 때마다 에이스의 주먹이 터져 나갔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피를 보고 더 흥분하며 날뛰었다.

그의 공격에 오스카가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벌써 죽는 건 아니지? 나는 이제 시작인데."


에이스의 눈빛이 광기로 물들었다. 한쪽 눈은 붉은색, 한쪽 눈은 검은색으로 물든 그의 얼굴은 괴물 그 자체였다.


"끄윽... "


오스카는 신음소리를 내며 간신히 추락하려는 것을 버텨내고 있었다.


오스카뿐만 아니라 윈드 역시 그레고리에게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이미 힘을 많이 뺀 상태인 데다가 그레고리가 윈드보다 훨씬 우세했다.

속성 역시 바람보다는 대지가 조금 우위였다.


그레고리는 테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주변에 커다랗고 뾰족한 돌덩이들을 둘렀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리며 윈드에게 하나씩 날려 보냈다.


윈드는 커터를 날려 돌을 제거해 나갔다. 그러나 그레고리의 속도가 너무 빨라 몇 개는 부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다.

마법이 실린 돌은 드래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윈드는 마지막이 다가옴을 직감했다.


'이제 버틸 수가... '


그는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오스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보냈다.


'안녕, 아빠. '


윈드는 별안간 그레고리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는 도중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는 끈질기게 그레고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윈드가 그레고리를 끌어안자 그레고리가 몹시 놀라 소리쳤다.

그레고리는 윈드의 팔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워낙 단단하게 붙잡고 있어 탈출은 불가능했다. 아마 몸을 끊어내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윈드는 그 상태로 귀족들의 한가운데까지 날아갔다.

갑자기 드래곤이 자신들의 가까운 곳에 나타나자 귀족들은 놀라 잠시 대열을 흐트러트렸다.

그러나 그들은 배테랑답게 다시 대열을 정비했다. 대마법사 그레고리가 함께 나타난 것도 빠른 회복에 영향을 주었다.


"공격하라!"


엘프와 드워프 등과 싸우던 귀족들은 윈드에게 화살을 돌렸다.

윈드는 그 공격들을 묵묵히 맞아가며 눈을 감았다.

그레고리는 윈드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깨닫고 외쳤다.


"모두 피해야 한다!"


그레고리는 몸부림을 쳤다.

윈드의 기운이 많이 빠진 탓에 좀 더 힘을 준다면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초간 저항한 끝에 그레고리는 윈드의 팔이 느슨해진 것을 느꼈다.


그레고리는 마침내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의기양양한 윈드의 표정을 보고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


"안돼..."


그레고리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몸이 점점 회색 마나에 둘러싸이고 있었다.

근처의 적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윈드의 영역 안에 들어온 모든 귀족과 언데드, 악마들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안돼!!"


그레고리는 그의 잊혔던 날개를 펼쳤다. 과거 천국에서 아름다운 빛을 뿜던 날개는 지옥의 색으로 얼룩덜룩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레고리는 오스카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오스카에게 손을 뻗었다.


"오스카! 천국의 문을! 제발! "


그러나 오스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레고리는 계속해서 외쳤다.

그의 몸은 어느새 완전한 회색이 되었고 물질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레고리는 떨어져 내리며 형태를 잃었다. 그리고 곧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귀족들 역시 회색으로 변해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일부는 마력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고 일부는 여전히 오스카를 원망했다.


그렇게 윈드의 영역 안에 있던 모든 적들이 사라지고 윈드 혼자 남게 되었다.


윈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몸도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더 놀고 싶었는데, 더 먹고 싶었는데. '


윈드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곧 그는 완전히 회색으로 변해 땅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지막 드래곤과 마찬가지인 윈드가 사라지자 벨라가 울음을 터트렸다.


"흐윽... "


벨라는 윈드가 사라진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오열했다.

벨라의 울음은 전염되어 모든 엘프들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들 모두는 최후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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