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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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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37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2.0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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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추천
4
글자
12쪽

최후 6

DUMMY

잉그리드의 얼굴은 인자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의 물음엔 가시가 있었다.

이든은 고민에 빠졌다.


'큰일이군... '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자신들은 귀족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을 들키고 만다.

거짓을 말할 경우에도 빠른 시일 내에 들통날 것이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결국엔 반 귀족임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이든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블러드...입니다."

"오, 블러드. 얼마 전까지 블러드 우드였던... "


잉그리드는 인자한 얼굴을 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마침 이 근처에 우드 가문이 있네. 분리된 가문 치고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지 않다 했더니 블러드 가문이 적은 것이었군."


잉그리드는 말에는 조롱이 숨어 있었다.

이든은 슬쩍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나가게 해 주십시오. 제발."


이든은 애원하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잉그리드가 제안을 했다.


"우드 가문에서 허락한다면. 그러면 보내주도록 하지. 잠시 여기서 기다리게. 도망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잉그리드는 와이번의 고삐를 당겼다. 와이번은 포효를 하며 날아올랐다. 이에 말들이 재차 놀라 날뛰었다.


"무슨 일이니 대체? "


그제야 헬렌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나와도 좋을지 마차 안에서 재보고 있었다.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 하아... "


헬렌은 마차 안에서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는 것을 알아채고 한숨을 쉬었다.


"위협받고 있구나."

"어쩔까요? "

"별 수 있니? 일단 아버지를 설득해 봐야지."


헬렌은 일단 이곳에서 야영할 것을 명령했다. 하인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급히 주변 땅을 골랐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야영지에 불이 피어올랐다.

불은 모두의 몸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으나 지친 마음은 달래주지 못했다.


블러드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불 위에서 음식이 고소하게 익어갔지만 누구 하나 그 음식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서부터 말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와이번의 울음소리도 이어졌다.


와이번의 속도가 더 빨랐던 탓에 와이번의 울음소리와 날갯짓 소리는 말의 그것을 앞질렀다.


와이번이 땅에 내려서고 잠시 후에 말발굽 소리가 그쳤다.


헬렌과 이든은 마차 안에서 그 소리를 듣다가 고요해지자 비로소 밖으로 나왔다.


"헬렌. "


블러드 모자의 눈에 달빛을 받은 남자의 형체가 보였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우드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


헬렌은 예를 갖췄다.

그들은 같은 높이의 귀족이었지만 헬렌은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비굴해져야 할 것만 같았다.


"고생이 많았겠군."


도미닉 우드의 어조는 딱딱했다.

가문이 분리되고 가족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의 마음도 얼어붙었으리라.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너무도 달랐다.


"보내주시겠습니까? "

"이제라도 귀족의 편에 서지 않겠는가? "


그들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타협의 여지는 없는 것인가... "


도미닉은 한숨을 쉬며 이번엔 이든을 바라보았다. 이든이라도 데려간다면 큰 소득이었다.

그러나 이든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먼저 어머님을 설득했던 것입니다."

"실망스럽구나. "


도미닉은 정말로 그런 표정을 지었다. 환한 달빛에 그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버님.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이 전쟁이 끝이 나면 그때는 어쩌실 겁니까? 악마와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

"... "


도미닉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 화제는 최근 귀족들 사이의 골칫거리였다. 귀족들 역시 악마들의 다음 타깃이 자신들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력이 사라질 것인데.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또 있더냐? "


이 것이 도미닉을 비롯한 귀족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들은 악마의 위협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빼앗길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버님은 제 생각보다 나약하십니다. 그게 그렇게 두려울 일입니까?"

"나는 두렵다고 말한 적이 없다!"


도미닉은 노여워하며 외쳤다. 이에 블러드의 하인들이 깜짝 놀라며 움직임을 잠시 멈추었다.


"대화는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지. 날이 밝은 대로 우리는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도미닉은 그 자리에서 등을 돌려 다시 말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잉그리드 역시 옆에 서 있는 와이번에 올라탔다.


"살펴가십시오 아버님."


이랴 하는 소리와 함께 도미닉과 수행기사의 말이 출발했다.

도미닉의 모습이 어느 정도 작아지나 헬렌이 하인들을 향해 명령했다.


"당장 출발할 준비를 하라."


블러드의 일원들은 분주히 짐을 쌌다. 그리고 한밤중에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숨도 자지 못한 그들은 피곤할 법도 하였으나 곧 뒤를 잡힌다는 공포감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최대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이동했다.


그러나 짐과 마력이 없는 자들을 데리고 함께 이동하는 탓에 무기만을 들고 말과 달리는 자들에 비해 몹시 느렸다.


밤 인사를 하고 사라졌던 와이번은 재차 그들 앞에 나타났고 그들의 뒤는 우드 가문의 수행기사들이 막았다.


잉그리드는 자신의 위세를 과시라도 하듯 고삐를 당겨 와이번이 날개를 펼치도록 했다.

이에 블러드의 하인들은 기가 팍 죽어버렸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이든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잉그리드와 와이번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대의 마음에는 변화가 없는가?"


잉그리드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든은 대답 대신 붉은 마나 돔을 만들어냈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청년이야. "


잉그리드는 와이번에서 내려섰다.


"자, 자네의 힘을 한번 볼까? "


잉그리드가 팔짱을 끼고 섰다.

이든은 마나 돔의 크기를 키우는 대신 마나의 배열을 촘촘하게 만들었다.

마나를 끌어내는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이든의 정면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파이어 볼."


이든은 덤덤한 어조로 불덩이를 불러냈다. 그러나 불덩이는 잉그리드의 앞에 다가가자 사그라들어 버렸다.


자신의 불이 단번에 꺼지자 이든은 상당히 놀랐다.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싸움에서 감정을 드러내 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제법이군. 이번엔 내 차례인가? "


잉그리드 역시 자신의 정면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는 마나 돔은 만들어내지 않았다.


블러드와 우드의 수행기사가 전투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잉그리드가 조용히 읊조렸다.


"에어 건."


잉그리드의 마법진에서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정도 앞에서 멈추었다.

그는 공기를 압축하는 중이었다.

압축된 공기는 충분한 힘을 받고 나서 폭발하듯 앞으로 질주했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든의 앞까지 도달했다.


순간, 이든의 눈이 빛나더니 눈앞에 작은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마법진에서 온도가 매우 높은 불길이 치솟았다.


그 불은 다가오는 공기를 집어삼켰다. 공기는 불의 마법과 마주하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동시에 이든은 옆으로 슬쩍 이동했다.


속도가 줄긴 했지만 그것은 화살과 같았다.

간발의 차로 공기는 이든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든의 머리칼 몇 가닥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정말 마음에 들어. 오스카의 편만 아니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


잉그리드는 입맛을 다셨다.

잉그리드는 여유가 있었다. 반면 이든은 속이 탔다.


'실력 차이가 너무 커. '


이든은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방심하게 만들기로 했다.

단, 행동은 교묘해야 했다. 일부러 숨긴다는 인상을 주지는 말아야 했다.


"이렇게 한 번씩 주고받으니 참 재미있구먼. 내 친우와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네. 허허허. "


잉그리드는 뒷짐을 지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하지. "


잉그리드는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그는 마나 돔을 만들기 시작했다.


'엄청나다... '


보고만 있어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순도가 높은 마나 돔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


멍하니 보고만 있는 자신을 질책하며 이든 역시 마나 돔을 정비했다.

그의 마나 돔도 거의 완벽했다.


"시작하지. "


그들은 동시에 마법진을 그리고 마법을 부딪혔다. 그들의 마법진의 크기는 동일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든은 마법을 피해 도망 다녔고 잉그리드는 제자리에 서서 이든 쪽으로 고개만 돌렸다.


이든은 잉그리드와 시선을 부딪힐 때마다 아찔함을 느꼈다.


한편, 헬렌 블러드는 전 남편이었던 도미닉 우드와 마주 섰다.


"우리, 이렇게 서로를 노려보아야 하나요? "


"당신이 고집을 부리니까... "

"이게 제 탓이라는 건가요? "

"그렇다면 아니오? 나는 블러드 우드 가문의 가주였소. 가주의 말에 반기를 드는 것이 잘했다는 말이오?"

"당신 말을 따르면 가문은 어떻게 해서든 망하고 말았을 테니까요."

"말이 안 통하는군. "


도미닉은 숲 속성이었다.

같은 실력이라면 불 속성의 헬렌에 몹시 불리했다.


헬렌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도미닉의 열등감도.


"저는 악마들의 손에는 죽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

"마력이 있다면 악마들의 손에 죽지 않을 테지."

"그 말, 장담할 수 있어요? "

"... "


헬렌의 말은 도미닉의 마음 깊은 곳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확실히... 오스카를 처치하고 난다면 악마들과 싸워야 하겠지. '


이길 수 있는가?

그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귀족들은 악마들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곧 도미닉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야. 역시 마력이 없는 것이 더 불안해. '


도미닉은 검을 뽑아 들었다.

이에 헬렌이 한숨을 쉬었다.


"당신. 나에게 상대가 되지 않아요. 알고 있지요? "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하다니. "


도미닉은 검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도미닉의 검이 밝은 녹색빛을 내기 시작했다.


도미닉과 제법 떨어져 있는 헬렌은 마나 돔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밝은 빨간빛의 마나 돔은 곧 도미닉의 코앞까지 커졌다.


헬렌의 아름다운 눈동자 안에서 붉은 마나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자 마나는 더욱 밀도가 높아지고 커져 도미닉의 검을 집어삼켰다.


도미닉이 급히 뒷걸음질 쳤지만 붉은 마나는 녹색 마나를 일부 태워버렸다.


'이런 제길... '


도미닉은 이미 승패를 읽어버렸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었다. 싸움을 걸어온 것은 자신이었다.

그대로 보내주었더라면 헬렌은 자신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나는 죽는 것이군. '


그렇게 생각하니 도미닉은 어쩐지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버리면 악마에 의해 몰락하는 가문의 최후를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미닉은 지체 없이 헬렌의 마나로 뛰어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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