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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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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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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30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1.09.03 06:00
조회
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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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3쪽

서자 오스카1

DUMMY

체스의 룩과 같은 모양의 성.

그것의 꼭대기 요철의 한가운데에서 상체만을 내놓은 채 한 소년이 깨진 망원경으로 밖을 관찰 중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오스카.

드래곤이 사라진 시대, 로스곤 대륙의 위대한 더글러스 공작가의 혈육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정받지 못한 반쪽짜리 혈육이었다.

그가 처음 이 성에 들어서던 날 더글러스 공작부인은 그를 별채에 가두라고 명했다.


새까만 벽돌로 지어진 이 성은 마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꺼리는 불길한 장소였다. 마력이 있는 사람들이 이 탑에 들어서면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까만 성은 초대 더글러스 가주가 이주했을 때부터 있던 것으로, 철거해 보려 하였으나 부서지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대신 더글러스 가주는 별채와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검은 성과 대비되는 하얀 성을 지었다.

원래 있던 까만 성은 별채로 불리며 지금은 서자인 오스카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


별채의 하인들은 모두 평민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더글러스 일원을 직접 모시는 하인들이 모두 하급 귀족인 것을 보면 명백한 차별이었다.


오스카는 별채의 하인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오스카는 생긴 것도 아주 잘생겼고 성격도 친절하여 별채의 하인들은 누구나 좋아했다.


그러나 본관의 하인들은 그를 서자라고 무시했다.

오스카의 아버지이자 가주인 아벨을 제외한 모든 더글러스 일원이 오스카를 경멸했으니 하인들도 대놓고 오스카를 욕하기 바빴다.


유일하게 본관에서 오스카에게 친절한 아랫사람은 집사인 브루노뿐이었다.

브루노는 직접 오스카를 이 성에 데려온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는 오스카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며 버려지는 책들이나 장난감을 몰래 전해주곤 했다.


오스카는 오늘도 브루노가 갖다 준 부서진 망원경으로 검은 숲을 관찰 중이었다.


‘어? 뭔가 움직였다.’


온통 새카맣게 보이는 검은 숲도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이 있었다. 비록 그것도 그림자처럼 까맣게 보일 뿐이었지만 오스카에겐 그런 것을 발견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만큼 재미있었다.


“도련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오스카는 화들짝 놀라며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연갈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맞다. 오늘 손님 온다고 했는데!’


오스카는 재빨리 나선형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아래쪽에선 이미 오스카의 유모 마리가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고 있었다.


“마리, 힘들게 올라오지 마. 지금 내려갈 테니까.”

“또 검은 숲 보고 계셨어요?”

“...”

“에그그. 심심하시죠? 그래도 오늘은 외부인이 오시니까 외부인과 대화라도 나눠보세요.”

“응. 그럴게. 고마워.”

“아이고 예쁜 우리 도련님.”


오스카와 마리는 사이좋게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는 하인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들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은 오늘 오스카를 세계 최고 미남으로 꾸밀 생각이었다.

마리의 진두지휘 하에 오스카의 치장이 시작되었다.


“의상이 도련님 덕을 보네요.”

“그러게요. 우리 도련님은 어릴 땐 아주 귀여웠는데 열다섯 살 되니까 귀티가 흘러요.”

“하하 그 정도는.”


마리는 굳은 표정으로 오스카의 주변을 몇 번 빙빙 돌더니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어서 가세요 도련님. 마녀가 뭐라고 하겠어요.”


마리가 말하는 마녀는 더글러스 공작부인 칼리였다. 하인들은 공감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럼 다녀올게.”


오스카는 몇 달 만에 별채를 나섰다.

비록 더글러스 성 안까지만 허락되는 외출이었지만 오스카는 그것도 좋았다. 그는 허락 없이는 절대로 별채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스카는 거리가 꽤 있는 본관까지 혼자 걸었다. 평범한 정원이지만 그마저도 오스카에겐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벌써 한여름이네.’


땅속에서 기어 나온 매미가 나무에 붙어 사납게 울어대며 여름임을 알렸다.

그러나 정원의 나무가 무성한 덕에 바람도 서늘하고 햇빛도 피할 수 있었다. 오스카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깔끔한 모습 그대로 본관에 도착했다.

본관 앞에는 브루노가 서 있었다. 브루노는 오스카를 발견하고 깍듯이 인사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브루노 오랜만이야.”

“예 도련님. 홀로 곧장 들어가시면 됩니다.”


브루노의 안내에 따라 오스카는 홀이 있는 복도를 걸었다. 하얀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온통 붉은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더글러스 공작부인 칼리의 본가인 플로가 가문이 불 속성이라 빛과 불의 조화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스카가 보기엔 그저 온통 붉은색뿐. 불이 빛을 집어 삼킨 듯 보였다.



홀은 분주했다.

막바지 손님맞이가 한창이라 하인들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신경이 날카로운 칼리는 오스카를 발견하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일찍 오란 소리 못 들었니? 네가 손님인 것처럼 제일 늦게 오지 그랬니? 응? 맞아야만 정신 차릴래?”

“죄송합니다.”


가주인 아벨이 없으니 칼리의 막말은 거칠 것이 없었다.

칼리의 뒤에 서 있던 더글러스의 장남 에이스가 칼리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그는 아카데미에 재학 중으로 방학을 맞아 더글러스 성에 와 있던 참이었다.


“어머님 그만하세요. 넌 빨리 자리로 가.”


오스카는 에이스에게 눈인사로 고마워하며 후다닥 자리로 갔다.

그의 자리는 가문의 막내 길버트의 옆자리였다.


“안녕 길버트.”

“...”


오스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의자에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길버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일 뿐 대답은 없었다.

늘 있는 일이라 오스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신 그는 홀을 둘러보며 오늘 어떤 손님이 오는지 추측해 보았다.


‘스텔라는 왜 저기 서 있는 거지?’


붉은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황금으로 치장한 가문의 둘째 스텔라가 홀의 정 중앙에 서 있었다. 그리고 창가 쪽에 다과가 차려진 테이블과 고급 소파가 놓여있었고 그 옆으로 고급 의자들이 즐비했다.


‘무슨 일인지 감도 안 잡히네. 스텔라가 혼나는 자리도 아닐 테고.’


오스카는 전혀 무슨 일인지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행사는 곧 시작될 것이다.


“가주님과 데니스 페리도트 교수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잠시 후 브루노를 앞세우고 가주 아벨과 외부인이 들어섰다.

외부인, 데니스 페리도트 교수는 짙은 갈색 머리를 뒤로 넘기고 단정한 정장을 입은 미남자였다. 그러나 표정이 딱딱한 것이 꽤나 깐깐해 보였다.


“교수님.”

“오, 에이스 군. 오랜만일세.”


아카데미 교수인 데니스는 에이스와 잠시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과가 차려져 있는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이것저것 화려한 디저트가 차려져 있었지만 그는 그것들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서류를 펼쳐 올려놓았다.


“시작하죠.”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일까?

오스카는 궁금함에 교수와 스텔라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스텔라는 외부 인에게 가볍게 인사를 올린 후 눈을 감았다.


‘저게 뭐지?’


잠시 후 오스카는 너무 놀라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었다.

감았다 뜬 스텔라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그녀의 주변으로 붉은 원이 생겨났다. 원은 성인 남자가 두 팔을 벌린 정도의 크기가 되었고 외부인은 잠시 기다렸다가 외쳤다.


“B입니다.”


외부인은 스텔라를 평가한 듯했다.

스텔라는 그의 평가를 듣고 손뼉 치며 환호했다. 공작부인 칼리도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었다.


‘저게··· 마법인 건가?’


오스카는 스텔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법이라는 것을 본 것이다. 오스카의 시선을 눈치 챈 칼리는 오스카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오스카, 너도 자격이 있단다. 테스트를 받아보겠니?”


공작부인은 나를 욕보이려는 것이다.


오스카는 칼리의 속셈을 잘 알고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생각이 칼리의 손을 잡게 만들었다.

오스카는 칼리에게 이끌려 홀의 중앙으로 갔다. 데니스 교수는 오스카에게 기대라도 한 것인지 칼리의 부탁에 흔쾌히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오스카는 스텔라가 한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마력 없음.”


외부인은 혀를 끌끌 차며 서류에 무언가를 적었다.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이 오스카에게 쏟아졌다.


‘서자가 별 거 있겠어?’

‘그러게 왜 나서?’

‘주제를 알아야지.’


홀의 사람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오스카를 눈빛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오스카가 딱했는지 데니스 페리도트 교수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오스카. 그래도 너의 인생에 감사하렴. 넌 귀족이잖니.”


그가 말하자 오스카는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해야 마법을 쓸 수 있죠?”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는지 데니스 페리도트는 잠시 곤란해 했으나 곧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마력은 혈통이 가장 중요하단다. 보아하니 네 어머니가 마력이 없으셨던 모양이구나. 간혹 열다섯이 지나고 발현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아차. 데니스 교수는 괜한 희망고문이 될 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떠났다. 오스카는 그런 교수의 등에 대고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


오스카는 교수가 떠난 이후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그가 마력이 없음을 끝끝내 인정하게 된 것은 스무 살 생일을 불과 몇 달 남겼을 때였다.


‘난 마력이 없나 봐.’


그래도 오스카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별채에서 배울 수 있는 마법 지식은 모두 배웠다. 그리고 철 지난 소식지라도 얻어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도 익혀두었다. 이는 브루노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오스카의 열다섯 생일쯤부터는 가주인 아벨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때문에 아벨이 뒤에서 알게 모르게 오스카를 챙겨주던 일도 전적으로 브루노가 맡게 되었다.


아벨이 병이 나자 오스카는 병문안을 핑계로 별채에서 자주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오스카는 아벨의 침실을 자주 찾아 아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벨은 오스카의 지식을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오스카가 스무 살이 되면 먹고 살만한 작은 영지를 주고 독립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오스카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이제 곧 독립이다.’


오스카는 별채의 옥상에서 불꽃놀이가 한창인 축제를 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오늘은 플로가 가문이 왕족으로 추대된 날로 대륙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플로가의 사돈 가문인 더글러스 영지에서도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도련님. 에이스 도련님께서 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스카는 별채 옥상으로 올라온 수행기사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몸을 돌렸다.


‘갑자기 난 왜 찾는 걸까?’


오스카는 의아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스카가 홀에 들어서자 에이스는 이미 가주의 자리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몹시 불경스러운 모습이었으나 아벨의 상태가 나빠진 뒤부터는 에이스는 가주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특별할 것도 없었다.


“오스카, 검은 숲에 관심이 많다지?”

“그렇습니다.”


갑자기 검은 숲은 왜 묻는 것일까 의아했지만 무언가 궁금한 게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늘 너를 부른 이유는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함이야.”

“그게 무슨···”


그때 홀의 문이 열리며 수행기사 하나가 들이닥쳤다.


“가주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뭐?”


가주 아벨은 많이 야위었지만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스카는 깜짝 놀라며 홀을 나서려 몸을 돌렸다. 그러나 곧 수행기사들의 검에 제지당했다.


“무슨 짓이야 비켜!”


오스카가 소리쳤지만 수행기사들은 굳은 얼굴을 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거지?’


오스카는 홀을 둘러보았다. 더글러스의 일원들을 비롯하여 하녀들과 수행기사들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형님, 가지 않으십니까?”


오스카는 에이스에게 따지듯 말했다.

그러나 에이스는 취한 듯 나른하고 여유로의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동안의 냉정하고 무게 있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에이스는 와인 잔을 돌리며 재차 물었다.


“오스카, 다시 묻는다. 검은 숲에 관심이 많다지?”


오스카는 그제야 그 말의 뜻을 알아챘다.

에이스는 오스카를 검은 숲에 버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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