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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명해. 님의 서재입니다.

서자의 드래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명해.
작품등록일 :
2021.07.04 15:27
최근연재일 :
2022.03.08 21:01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74,145
추천수 :
970
글자수 :
951,506

작성
22.02.05 06:00
조회
214
추천
4
글자
11쪽

결집 2

DUMMY

**


에이스는 검은 숲 가까이로 날아갔다. 검은 숲 위로 간간히 검은 드래곤의 머리가 올라왔다.


'내가 온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싸우고 있겠군.'


에이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검은 드래곤과 다크 엘프들이 정신없이 막고 있는데도 악마들은 끊임없이 숲을 빠져나왔다.


에이스는 몸이 붉은 악마들은 그냥 보내주었다. 그가 상대할 것은 그보다 강한 검은 악마들이었다.


그가 잠시 기다리자 곧 머리에 뿔이 세 개 달린 검은 악마가 나왔다.

검은 숲에서 나오는 그것은 흡사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에이스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혀로 윗입술을 훑은 뒤 악마에게 다가갔다.


"누구냐!"


검은 악마는 놀란 기색 없이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그가 대답이 없자 악마는 그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언데드인가? '


그의 몸뚱이는 살아있는 인간의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날개는 뼈가 드러나고 살이 녹아내린 것이 영락없는 언데드였다.


"누구지?"


악마가 의아한 표정을 하고 다시 묻자 에이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너와 대화를 하고 싶다."

"너는 인간이냐?"

"네크로멘서다."

"뭐? 네가?"


악마는 에이스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았다. 햇빛을 등진 그의 그림자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넘실댔다.

그제야 악마는 씩 웃었다.


"네크로멘서라. 흥미롭군. 나에겐 무슨 일로? "

"거래를 하고 싶다."

"거래? 악마와 네크로멘서가?"


악마는 폭소를 터트렸다. 에이스 역시 그와 함께 웃었다.


"재미있군. 그래, 이야기나 들어보지."

"이곳에서 이야기하긴 그렇군. 일단 내가 사는 곳으로 초대하겠다."


에이스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그러자 검은 악마도 작은 날개를 쫙 펼쳤다.

완전히 펼쳐진 악마의 날개는 에이스의 것만큼이나 컸다.

둘은 검은 숲의 가장자리로 날아갔다.


*


휘이-

죽음의 마탑에 들어선 악마가 휘파람을 불었다. 어둠의 마나에 물든 마탑의 하인들이 에이스와 악마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오- 제법 맛있게 생겼는데? "


악마는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하인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재미없을걸? 하인들은 꼭두각시나 다름없으니까. "

"응? 꼭두각시라니?"

"죽음의 마나에 절여놨어. 먹어봐야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을걸? "

"흐음... 좀 아쉽네. "


악마는 하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걸었다. 하인들의 표정에는 감정이 없었고 눈동자는 탁하게 죽어있었다.


'하여간 이런 거 보면 인간은 악마랑 비슷하다니까. '


악마는 자신의 앞에서 걷는 에이스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 놈은 악마보다 더 악마 같네. '


얼마 못가 탑의 승강장치가 나왔다.

에이스는 말없이 승강장치에 올라탔고 악마 역시 뒤따랐다.

승강장치의 격자무늬 문이 닫히고 곧 그것은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둘의 얼굴에 격자무늬로 된 그림자가 스쳐갔다.


"다 왔어."


에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승강기가 멈췄고 문이 열렸다.

죽음의 마탑의 접대실은 땅 속 깊은 곳에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사람의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악마가 들어도 몹시 처절했다.


"이봐, 이 아래에 뭐라도 있는 거야? 엄청난데? "

"실험실이 있어. 살아있는 인간을 가지고 실험 중이야. "

"아... "


악마는 무덤덤하게 말하는 에이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 악마보다 더한 놈이야.'


승강기에서 내려서 보이는 복도의 끄트머리에 마탑의 응접실이 있었다.

에이스는 검은색 돌로 요란하게 장식이 된 문으로 들어섰다. 악마가 문의 장식을 자세히 보니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을 묘사하고 있었다.


에이스가 붉은색 소파에 앉으며 악마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 둘이 자리에 앉자마자 하인들이 마실 것을 내왔다.


"오, 이건 천사들도 하는 짓인데? "


악마는 신기해하며 찻잔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리고 에이스가 하는 것처럼 그도 한 모금 머금었다.


"어때? 맛이?"

"아주 좋아. "


악마는 만족해했다.

지옥에서 악마는 굳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무언가를 먹어도 괜찮았지만 특별히 필요한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맛이라면 매일 먹을 수 있겠어. "


악마는 왜 천사와 인간들이 음식을 먹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스는 악마가 음식을 충분히 즐길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어느 정도 그가 만족하자 에이스가 입을 열었다.


"거래 말인데... "

"아 그랬지. "


악마는 그제야 자신이 에이스를 따라온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 말해봐. "

"나는 인간계를 지배할 거야. "

"으음? 네크로멘서 네가? "

"그래. 이미 인간들도 포섭해 두었지. "

"인간들이 네크로멘서에게 협조한다고?"


악마는 갈수록 인간에 대해 알 수가 없어졌다.


"그런데 내 도움이 필요해?"

"그래. 제법 큰 걸림돌들이 있어. 그 놈들을 제거해야 해."

"그게 누군데?"

"너도 봤지? 네가 나온 숲에서 날뛰던 괴물."


악마의 머릿속에 검은 마나를 뿜어내던 덩치 큰 괴물이 떠올랐다.


"아 그 괴물. 그걸 제거한다고?"

"그런 게 여섯이 있어. "

"아... 그렇군."


악마는 납득했다. 그런 것이 방해한다면 확실히 인간들이 모두 뭉친다고 해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놈들을 통솔하는 놈이 하나 있지. "

"통솔하는 놈...?"


악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럼 이기기 어려운 것 아냐? "

"아니야. 이길 수 있어. 통솔하는 놈만 잡으면 된다."

"그놈 잡고 나머지 여섯 마리가 날뛰면?"

"그 놈들은 날뛰지 못해. 특정 지역에 묶여있거든."


에이스는 찻물을 마시며 씩 웃었다. 그의 눈동자 안에서 붉은 마나가 어지럽게 돌았다.


"특정 지역에 묶여 있다고? "


악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천사나 악마랑 비슷한 건가? '


에이스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릇끼리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났다. 악마는 그 소리에 에이스를 보았다.


"그래,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놈을 잡기 위해서?"

"그래. 정확히는 악마들의 도움이지. "

"악마들이라... 악마들끼리 친하지 않다는 거 혹시 알고 있어?"

"몰라. 다만 너희는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지 않을까 싶어서. "

"악마에 대해 좀 아는데?"


둘은 마주 보고 씩 웃었다.


"정확히 내가 뭘 하면 되는 건데? "

"지옥의 문. 그걸 열어줄 수 있어?"

"으음... 지옥의 문이라... "


악마는 아주 오래전 지나가면서 보았던 거대한 문 하나를 떠올렸다.


'그게 지옥의 문이던가... '


그 문은 지옥에서는 절대 열 수 없다고 했다. 오직 지옥 바깥에서만 열리는 문이었다.


"그 문이 열린 것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열 수 있으니까 문이겠지. "

"할 수 있겠어? "


에이스의 물음에 악마의 입이 양 옆으로 찢어졌다.


"무조건 해야지.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악마와 네크로멘서의 거래가 성립되었다.


*


악마는 검은 숲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나 있는 쪽문 중 하나로 들어섰다.

악마가 도로 들어가자 다른 악마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 후, 악마는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검은 악마 여럿을 데리고 나왔다.


"자,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검은 악마들은 주변의 붉은 악마들에게 소리쳤다.


"지옥문 열러 가자! "


지옥문이라는 소리에 호기심을 느낀 악마들이 검은 악마들을 보았다.

검은 악마들은 마구 춤을 추며 검은 드래곤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작은 악마들은 검은 악마들의 춤사위를 보며 홀린 듯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이 검은 드래곤 녹스의 앞에 도달했을 때에는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난 상태였다.


"하... "


미친 듯이 전투를 하던 녹스는 그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혀했다.

선두에 선 검은 악마가 악마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 문이다! 열어라!"


악마들이 일제히 문을 향해 달려들자 그곳에 있던 다크 엘프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막아라! 죽을힘을 다해 막아야 한다!"


곧바로 다크 엘프와 악마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법사, 마궁수, 마검사로 이루어진 다크엘프들은 전열을 갖추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에 반해 악마들은 전열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각자 눈앞에 보이는 적을 공격하기 급급했다.

그럼에도 악마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전투는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다. 오히려 조금씩 다크엘프가 밀리는 형상이었다.


녹스는 녹스대로 한 무리의 악마들과 싸우느라 바빴다.

녹스가 강하다는 것을 눈치챈 검은 악마들이 무더기로 녹스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악마는 하나하나가 무척 강했으므로 녹스는 그들을 막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아야 했다.


'제길... 이러다가 뚫리겠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스카가 녹스를 소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직 그가 필요한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만 잘 막으면 된다.'


녹스는 이를 악물었다.


*


다크엘프와 악마의 전투는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계속 지쳐가는 다크엘프들과는 달리 악마들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죽은 악마를 대체할 악마들이 얼마든지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크엘프들은 피곤함에 지쳐 힘이 점점 빠져갔다.

그리고 악마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녹스 역시 지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드래곤이었다. 그는 엄청난 무리의 악마를 홀로 막고 있었다.


"힘을 내라 모두들!"


녹스는 급히 다크엘프들에게 힘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다크엘프들은 다시 뒤로 쭉쭉 밀려났다.


"안돼...! "


다크엘프의 선두에 서 있던 브루노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조금만 더 밀려나면 지옥의 문이었다.



"안돼긴 뭐가 안돼! "


악마 하나가 손톱을 세우며 브루노에게 날아들었다. 부르노는 검으로 재빨리 그것을 막아섰다.


그러나 사방에서 날아드는 악마를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다.

악마들은 어느새 지옥의 문에 도달했다.


"자, 그럼 한번 열어보실까? 어떻게 될는지!"


검은 악마가 지옥의 문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다.

마 궁수들이 검은 악마에게 미친 듯이 활을 쏘았지만 검은 악마는 검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와중에도 문을 당겼다.

그의 입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나와라 악마들아! "

"안돼!"


브루노가 검으로 악마의 목을 뱄다. 악마의 머리는 미소를 띤 채로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지옥의 문이 활짝 열리고 사악한 기운이 폭풍처럼 빠져나왔다.

사악한 기운 안에는 망자의 울음소리가 섞여 끔찍한 소음을 만들어 냈다.


다크엘프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았고 악마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크엘프들을 공격했다.


다크엘프들은 그 뒤로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녹스의 절규는 지옥문에서 밀려드는 악마들의 웃음소리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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