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184,025
추천수 :
28,362
글자수 :
1,225,279

작성
15.01.23 19:00
조회
10,221
추천
280
글자
27쪽

대륙진출

DUMMY

단기 3943년(1610) 봄


일본 함대는 작년에 있었던 봉황의 안착 작전으로 인해 신대륙 원정을 올 봄에나 시작할 수 있었다. 일곱 척의 2천 톤 급 수송선과 세 척의 1천 톤 급 포함으로 구성된 함대는 기동 함대에서 보내 준 2만톤 급 전진함과 함께 대륙 원정길에 올랐다.

그들은 두 달 간 먹을 식량과 많은 건설 기자재 그리고 인원 5천을 태우고 동경만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는 긴 항해를 시작했다. 원정 함대의 목적지는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만으로 앞으로 20일은 망망대해에서 지내야 했다.

1천 톤 급 포함으로서는 험난한 태평양을 건널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기동 함대를 보낼 수는 없었다. 다른 대형함은 대륙과 조선, 일본, 시베리아를 잇는 해안을 경비해야만 했다. 다행히 북태평양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그나마 날씨가 좋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었다.


대륙 전쟁 중 대한제국에 잡힌 명의 포로는 10만이 넘었다. 포로들은 일반 병사와 장교로 분리하여 두 집단을 만들었다. 일반 포로들은 만주로 보내 도로를 만들고 농지를 개간하는 일에 투입되었다.

일반 포로들이 투입된 핵심 사업 중 하나는 의주에서 천인성까지의 4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일이다. 도로가 완성되면 다시 심양에서 몽고까지의 도로를 건설해야 했다. 일반 포로들은 포로라기보다는 저렴한 건설 인부 대우를 받았다. 그들은 앞으로 5년간의 노역을 짊어져야 했지만, 5년 후에는 자유민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다.

장교 포로 집단의 경우는 천인단에서 교육시켜 하급 관리로 이용하고자 했다. 대륙에는 대한제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았고 파견할 관리들도 태부족이었다. 일본과 만주, 몽고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자들을 모조리 긁어 모아 명의 관리로 보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요 고위 관직을 제외하고는 한족의 관리를 임명해야만 했다.

대륙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대륙에만 통용되는 임시법을 만들어 선포했다. 세금과 형벌에 관한 아주 간단한 12개 항의 법령이어서 누구나 쉽게 따를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다만 12항의 경우 연좌제에 기초한 악법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강력한 통제를 위해 필요한 법령이고 임시법으로 유효 기간이 정해 져 있었기에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12개 항의 법령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1. 각 성 간의 이동은 관리와 그의 직계 가족, 군인 및 대한제국민에 한하고, 특별한 일이 있는 자는 성주가 발행하는 통행증을 소지하여야 한다.

2. 사사로운 싸움과 살인을 금한다. 살인한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10년 형의 중노동에 처한다.

3. 토지의 소유자는 토지 임대료로 이 할 이상을 징수하지 못한다.

4. 노예와 인신매매를 금한다.

5. 토지 소유자와 경작자는 소득의 이 할을 세금으로 낸다.

6. 상공인은 수입의 이 할을 세금으로 낸다.

7. 쌀, 소금, 광물의 경우, 성주에게 허가 받은 자 이외의 매매를 금한다.

8. 관리의 부정 부패와 권력의 남용, 오용을 금한다.

9. 사사로이 무기를 소지하지 못한다.

10. 사사로이 학원을 설립하지 못한다.

11. 이 법령으로 해결치 못할 분쟁은 대한제국법에 따른다.

12. 이를 어긴 자는 전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 모두를 3년의 중노동 형에 처한다. 법을 어긴 자로 인해 혜택을 입은 가족은 범법자에 준하여 처벌한다.


법령의 공포로 인해 각 성(省)을 연결하는 모든 관도에는 검문소가 설치되어 통행인들을 검문하기 시작했다. 한 성을 무사히 통과하여 들어가더라도 나올 때는 똑같은 검문을 받아야만 했다.

한인들의 행동을 통제하여 불순 세력들의 이동과 집합을 미연에 방지하고 성(省) 단위의 제도 개편을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짓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그런 가운데 대륙으로 꾸준이 증원된 30만 제국군이 각지로 흩어져 주둔하면서 치안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백만대군 계획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대한제국은 상비군의 숫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군의 현대화에 집중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생산 설비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백만 정의 소총 생산은 요원하기만 해서 아직까지도 군 병력들이 자동소총으로 무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8기병사단은 6개월 동안 줄기차게 왕윤의 뒤를 쫓았다. 왕윤과 함께 움직이는 엄청난 금은보화의 회수와 명 황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8기병의 계속된 추적에도 불구하고 왕윤 일당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

천군부에서는 대륙을 완전히 장악한 후에도 8기병의 본대 복귀를 미루었다. 대신 왕윤 일당을 끝까지 추적하면서 한편으로 대륙 곳곳에 널린 명의 잔당들을 섬멸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그리고 8기병이 맡은 특별한 임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모든 성의 관리와 대륙주둔군은 8기병의 보급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하였다.

8기병은 빠른 기동성으로 대륙 곳곳을 누비며 대한제국에 굴복하지 않은 채 웅거하고 있는 많은 지방 영주들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조그만 소란이 있어도 8기병은 그곳으로 달려가 소란의 원인을 불문하고 모조리 죽여 버리곤 했기 때문에 소문이 소문을 만들어 내면서 한족들은 8기병이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물론 그 와중에 8기병의 많은 병사들이 죽거나 다쳤지만 전군에서 지원자가 속출하여 충원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느새 8기병은 한족에게는 죽음의 신으로, 모든 대한제국 육군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그런 8기병의 머리 위에는 항상 봉황이 떠다녔다. 총 열 척의 봉황이 8기병을 보호하고 전국의 하늘에서 한족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봉황에게는 8기병의 보호와 함께 대륙의 지도를 만드는 임무가 주어져 있었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대륙을 휘저으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무력을 휘두르고 있던 8기병은 서창 부근에서 봉황의 연락을 받았다.

“대규모 병력 이동이 발견되었다. 전방에 5천 정도 되는 일단의 무리들이 빠르게 서창으로 향하고 있다. 운남으로 넘어가려는 듯 보인다.”

봉황에서 새로운 먹잇감을 알려 왔다.

언제나 새로운 승리를 만들어 낸다는 강신승 소장도 적이 5천이라는 말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서창에서 운남으로 가려면 꼭 이곳을 지나야 한다. 이번에는 이곳에서 끝장을 본다. 4연대를 척산에 매복시킨다. 저들은 아마 서창에서 하룻밤을 묵을 것 같으니 먼저 가서 기다린다.”

강신승 장군은 지도를 펴 놓고 서창과 한곳을 일직선으로 줄을 그었다. 그리고 요소 요소를 짚어가며 소규모 병력의 매복 지점을 찍어 나갔다. 그의 지휘봉이 한 지점을 찍을 때마다 통신장교는 열심히 예하 부대를 호출해 일일이 지시하고 있었다.

8기병 사령부는 현재의 위치에서 먹이에게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부대를 찾아 호출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수천 킬로를 달린 8기병 연대들이 사천성과 귀주성, 호남성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다만 호남성에 있는 1연대는 이번 작전에 투입될 수 없었다.

“덕창, 수정에도 병력을 배치하고 귀주성에 있는 모든 병력을 미양에 집결시킨다. 귀주성 성주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운남성에는 지급으로 적들의 퇴로를 차단하라고 해. 혹시 모르니까 운리에도 병력을 배치하고, 운남성 병력은 영인과 화평에 집결시킨다. 창병들이지만 적들의 발길을 조금이라도 붙들 수는 있을 거야. 이제 이 지긋지긋한 추격을 끝내도록 하자.”

강신승은 펼쳐 진 지도를 돌돌 말아 놓고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러자 쫙 벌어진 입 안에 숨겨져 있던 목구멍 끝에 매달린 목젖이 살짝 보였다. 하품이 전염되었는지 통신장교도 하품이 나오려 하자 얼른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왕윤은 겨우내 섬서와 감숙성을 떠돌다가 봄이 되자 안남으로 길을 잡았다.

자신들을 도와 주던 각지의 성주들은 지난 겨울의 한파와 함께 모조리 만주로 끌려갔다. 자신을 따랐던 15만의 정예병들은 적의 집요한 추격에 5만 이상이 죽거나 부상을 당해 대열에서 이탈했고 그와 버금가는 병력이 도망쳤다. 이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은 가족들과 충성을 맹세한 기병 5만 기가 전부였다. 왕윤은 더 이상 대륙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그가 운남성으로 들어가려는 데는 자신의 군대만으로도 안남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남으로 들어가 그곳의 왕을 폐하고 자신이 왕이 되어 다음을 도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륙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악귀 같은 조선 기병들이 끝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8기병은 극구 정면 승부를 피했다. 언제나 후위를 공격해서 피해를 입히고는 반전할 기미를 보이면 쏜살같이 도망가 버리는 희한한 전술을 구사했다. 더욱 피곤한 것은 조선 기병을 따돌렸다 싶으면 어느새 앞쪽에 매복하고 있다가 부대 후위를 공격한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조선 기병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움직임을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왕윤은 병력을 1천여 기씩 나누어 흩어진 채 안남으로 향해야만 했다.


서창에 도착한 왕윤은 서창이 조선의 영향력이 덜한 곳이기에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귀주성에 들어와 있는 대한제국군의 동태를 파악할 수 없는 탓에 서창에 오래 머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산서성보다는 훨씬 사정이 좋았다.

때마침 후미에서 추격대를 경계하던 후속부대 전령의 보고가 들어왔다.

“장군님, 적들은 지금 명산 부근에서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다행히 후위를 맡은 100명의 별동대가 길을 막아 버려서 우회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왕윤은 100명의 부하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별동대는 조선병의 추격이 가까워지자 본대에서 자원하여 조직된 결사대다. 사실상 전멸을 각오하고 있는 별동대는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섰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주군이 무사히 사천성을 지나 운남성으로 갈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운남성에서 안남까지는 하루 거리도 되지 않았다. 일단 국경을 넘으면 최소한 대한제국군의 추격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꽝!

“매복이다! 산이 무너진다!”

“피해라!”

“으악!”

8기병의 본대가 명산을 지날 무렵, 길 양 옆에 매복하고 있던 왕윤의 별동대가 공격을 감행했다. 별동대는 명산 계곡 양 옆에 화약을 묻어 놓고 조선 기병 본대가 지나갈 때 화약을 터뜨렸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매복에 걸린 8기병은 순식간에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봉황 부르고, 전속력 이탈!”

두두두두!

약 1천여 기가 매복 지점을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내달렸다. 화살이 날아와 본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몇몇 병사들이 말에서 떨어졌다. 죽지 않았으면 중상이었다.

“부대 정지!”

얼마간 달려온 사단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부대를 정지시켰다.

“후위 부대에게 현 지점에서 뒤로 1킬로 후퇴하라고 해. 적들을 봉황으로 태워 버린다. 봉황은 언제 오나?”

적의 매복으로 본대가 둘로 갈리자 강신승 소장은 주변을 청소하고 갈 생각이었다. 날아온 화살로 추측하건대 적들은 소수의 정예병 같았다.

“10분 후 도착합니다.”

“잠시 이곳에서 대기한다. 한 개 중대를 차출해서 앞으로 먼저 보낸다. 시간이 없다.”

최전방을 맡고 있던 1중대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아 이번 임무를 맡게 되었다.

1중대 병력이 본대를 앞서 나가고 난 뒤, 계곡에서는 간간이 총소리가 들려 왔지만 어느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병력이 전멸했거나 매복군이 매복지를 벗어났는지도 몰랐다.

지지익!

―여기는 봉황이다.

사단장 직속 무전병은 예전에 한 번도 없던 잡음이 들려 오자 급기동으로 인해 무전기가 고장이라도 나지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강신승이 직접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언제나 당하는 매복이지만 당할 때마다 기분이 엿 같았다.

“8기병 사단장이다. 이동 중 소규모 병력의 매복에 걸렸다. 길이 막혔으니 공삼공 둘넷넷 지점에 폭탄을 투하하고 적 매복병을 태워서 길을 뚫어 주기 바란다. 이상!”

―알았다.

지지직!

강신승은 아군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를 계곡에 폭격을 지시했다. 그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여기서 더 이상 시간을 뺏길 순 없었다.

잠시 후 후미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꽈광! 꽈광! 꽝!

봉황에서 떨어진 고폭탄은 계곡 주변을 깨끗이 쓸어 버렸다. 워낙 작은 계곡이라 말에서 내려 넘을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 매복하고 있는 잔당들에게 또 당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전진한다. 봉황이 먼저 앞으로 나가라, 이상!”

“죄송합니다, 장군님. 앞에 매복이 있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봉황에서 사과의 말이 왔다.

봉황은 항상 8기병의 앞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보고해 주어야만 했는데, 구름이 봉황 밑으로 지나가거나 소규모의 적이 산길을 움직일 때는 탐지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자!”

강신승 소장이 직접 지휘하는 1천여 기가 자리를 떠난 지 얼마 후, 새로이 계곡에 진입한 2연대는 사방에 널려 있는 부상병들을 찾아 사살하기 시작했다. 포로를 잡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8기병 병력은 순식간에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매복 공격을 감행한 결사대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봉황에서 떨어뜨린 폭탄에 피해를 입었고 곧 2연대 병력에게 확인 사살을 당했다.

그 와중에도 모질게 살아남은 대한제국 부상병들은 마차에 실려 사천성으로 떠나 보냈다.

그 뒤 2연대 병력은 강신승 소장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왕윤이 안남으로 가기 전에 잡아야만 했다.

몇 번의 자살 매복을 당해 시간을 지체한 8기병은 다음날 정오가 넘어서야 서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왕윤의 부대가 아침 일찍 서창을 떠났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척산을 지나고 있을 듯합니다.”

먼저 서창에 도착한 1중대장은 국수 한 그릇을 말아 먹고 있는 강신승에게 보고했다. 시간에 쫓긴 8기병 병사들은 모두 국수 한 그릇으로 요기하고 있었다.

“그래, 척산에 연락해서 적의 허리를 자르고 남은 놈들을 잡으라고 해. 나머지는 미양에서 끝장낸다. 가능하면 왕윤을 사로잡으라고 하고. 명산에서 시간만 허비하지 않았어도…….”

강신승은 매복에 걸려 허비한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자신의 부하가 다치고 죽은 것도 애석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척산에서 매복하고 있던 4연대 병력은 지나가는 왕윤의 군대를 지켜 보며 입맛만 다셨다. 사단장은 왕윤을 잡을 것을 지시했지만 누가 왕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잡아 놓고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기 전까진 왕윤을 잡았다 할 수 없었다.

정작 문제는 적들은 많았고 소수인 4연대가 휴대한 탄약은 적었다. 보급을 받지 못 한 지가 일주일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본대에서 보급품을 가져오지 않으면 자신의 연대는 이제 창기병보다 못한 군대가 될 형편이었다.

이번 매복 작전에는 4연대의 총원에서 반절도 안 되는 병력이 참가했다. 나머지는 지금 열심히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사격 개시!”

적 주력의 대부분이 지나가고 나서야 연대장은 사격 명령을 내렸다.

탕탕탕탕!

연대장의 명령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8백의 병사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총알이 부족한 4연대는 단발로 신중히 한 명씩 정조준하며 사격하고 있어 명중률은 높았지만 제압 사격이 되지 않아 적들은 빠르게 매복 지점을 벗어나 버렸다.


갑작스런 총소리에 왕윤은 부대의 진격 속도를 높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왕윤은 도마뱀 꼬리를 떼어버리듯 후미 부대를 내버려 두고 앞으로 내달렸다. 머뭇거리다가는 추격군에 덜미를 잡혀 이곳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었다.

“전군 전진하라!”

탕탕탕탕!

뒤에 남겨 진 왕윤의 백여 기 병력들은 허리가 잘리고 앞길이 죽은 시체들로 가로막히자 서둘러 서창 방향으로 도망쳤다. 서창에 무슨 위험이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사격 중지! 서둘러 적을 뒤따라간다! 어서 뛰어라!”

연대장이 소리치고는 매복을 눈치 채이지 않게 하기 위해 멀리 매 놓은 말 쪽으로 뛰어갔다.

모두 말에 올라타 왕윤을 뒤쫓기 시작할 무렵, 서창 쪽에서 연속적인 총소리가 들려 왔다.

탕탕탕!

“본대가 왔다!”

“와― 와―”

4연대 병력은 사단 본대가 벌써 도착한 줄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앞쪽에 나타난 병력은 본대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수색 중대 병력이었다.

수색 중대장은 갑자기 전방에서 적 백여 기가 나타나 돌진해 오자 또다시 매복에 걸린 줄 알고 무차별 사격을 명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기병들은 앞뒤로 가로막힌 것으로 판단하고는 전의를 상실한 채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척산에서 매복에 걸려 기병 천 기 이상을 잃었고 또다시 덕창에서 공격을 당한 왕윤은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 나갔다.

서천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당한 공격은 그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마치 자신을 한곳으로 모는 듯한, 유능한 사냥꾼에게 발목을 잡힌 사냥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흩어져 안남으로 떠났던 부대들과는 하나 둘씩 연락이 끊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안남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가까스로 북경에서 이곳 사천성 끝 자락까지 왔지만 이곳에서도 적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그를 자꾸 괴롭혔다.

“장군, 앞에 대규모의 병력이 집결해 있습니다. 2∼3만은 되는 듯하옵니다. 깃발만 수천 개 이옵니다.”

그의 실낱같은 의지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는 보고였다.

“그 말이 사실이냐?”

하루에만 세 번이나 공격을 당한 왕윤은 더 이상 놀랄 기력도 없는지 목소리가 축 처져 있었다.

“그러하옵니다. 적병을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으나 깃발이 수천을 헤아리니 수만의 병사가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옵니다.”

“아!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왕윤은 탄식했다. 파란만장했던 인생의 마지막이 보이는 듯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4천여 기의 병사들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였고 그들의 눈빛은 흐리멍텅하게 보였다.

앞에 나타난 적을 뚫고 지나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항복을 하느냐의 기로에 선 왕윤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왕윤이 결단을 내리려 하고 있을 때 맞은편 운남성주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다가오는 왕윤 군을 바라보았다.

“왕윤이 속을지 모르겠군요. 겁을 먹고 항복하면 좋으련만.”

운남성주인 이봉학은 봉황으로부터의 연락을 받고 급히 휘하 1만 창병을 미양으로 몰았지만 걱정이었다. 적은 기병이다. 창병과 기병이 부딪치면 창병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잘 훈련된 창병이라면 그나마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모여 있는 군사의 태반은 지방군으로 새롭게 공포된 징용법에 따라 징집된 자들이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도망갈 자들이 대부분인 그들을 믿고 왕윤과 한판 전투를 벌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대안은 모든 병사의 창에 깃발을 달아 높이 들게 한 것이다. 아무리 창병이라지만 그 수가 기병의 수 배에 달하게 되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귀주에서 달려오는 지원병이 운차를 지나고 있다고 하니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문수 운남지방군 사령관은 일찍이 대한제국에 귀화한 한족으로 이봉학과 나란히 가며 그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여기서 우리가 이기면 대륙도 완전히 장악되는 것인데… 왕윤이 속아 줘야 하는데 말이야…….”

이봉학이 여전히 불안해 하자 장문수는 뭔가를 보여 주겠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깃발을 더 세차게 흔들어라! 함성을 질러라! 적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라!”

장문수의 명령에 1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깃발을 세차게 흔들어 댔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함성이 미양 주변을 가득 메우자 다가오고 있던 왕윤 병사들의 어깨가 더욱더 처졌다.



한양 천군부


“마침내 왕윤을 잡았다는 보고입니다.”

정보참모장의 한마디에 천군부 지휘실 요원 전체가 환호성을 질렀다.

“황궁에서 약탈해 간 보물들도 대부분 회수했답니다. 명 황제와 그 일족들은 북경 탈출 시 봉황의 폭격에 대부분 죽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로써 2단계 작전이 완료되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작전참모장과 전략실장은 너무도 기뻐 서로 얼싸안고 깡총깡총 뛰었다. 이로써 대륙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마지막 남은 불씨를 꺼뜨려 버린 것이다. 물론 왕윤은 민심을 잃어 큰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지만 황족들이 죽었다는 것은 큰 의미였다. 이제 대륙에는 명을 재건할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어디선가 그 일족이 살아남아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 모르나 이미 대세는 기울고 있었다. 이제 대륙을 대한제국 땅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강신승 소장이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관님.”

“귀환하라고 해. 귀환 경로는 운남, 귀주, 호남, 호북, 하남, 하북으로 해서 원래 주둔지로 돌아간다. 봉황은 계속 같이 움직이라고 하고.”

“예, 알겠습니다.”

“이제 천인단에서 계획한 3단계만 시행되면 되겠군. 가장 어려운 작전인데.”

“이번 기회에 인도차이나 반도를 흡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군님? 이미 그쪽에 대한 작전도 수립되어 있습니다만.”

작전참모장은 너무 쉽게 끝난 대륙 점령 때문에 잔뜩 사기가 올라 있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같이 굴었다. 몽고의 징기스칸이 되어 유럽을 공격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건 시기상조야. 대륙을 경영하려면 한족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고는 힘들지. 거기에는 엄청난 힘과 시간이 필요해. 이러한 때에 괜히 주변국을 자극할 필요 없지 않겠나. 게다가 인도차이나는 지금 서양의 세력권이야. 해군의 뒷받침 없이는 힘들다고 봐야겠지. 그보다는 러시아와 신대륙 경영에 신경 써야 해. 안 그런가?”

조 장관과 작전참모장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점령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천인단 단장이며 국무총리인 김영철이 활짝 웃으며 천군부에 들어섰다.

“축하하네. 봉황의 안착이 성공리에 끝났다지?”

“어서 오게, 김 단장. 이제 자네가 할 일이 잔뜩 쌓였군.”

들어오는 천인단장을 맞아 지휘실에 모여 있던 천군부 주요 지휘관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모두 연신 웃고 떠들어 대는 것이 초등학교 교실 같았다.

“천인단에서야 뭐 어려운 일이 있겠나. 목숨 걸고 싸운 천군부에 비하면야.”

“하하하, 그런가? 하지만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겠지. 걱정이야.”

은근히 자신을 비롯한 천군부를 칭찬해 주는 천인단장의 말에 기분 좋게 웃어 보인 조 장관이 천인단을 걱정하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군사적인 승리는 작은 것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승리하려면 마음으로 적을 굴복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손쉽게 이루어질 리 없는 것이 명이었다. 명은 일본의 경우와 다른 점이 많았다. 그 족속은 중화 사상에 찌들어 있고 비밀 결사 만들기를 좋아하는 족속인데다 조직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독종들이다. 그런 곳에 천주학을 보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모르면 몰라도 군과 군의 병력으로 싸우는 것보다는 몇 배 어려운 일이었다.

“걱정 말게나. 식량을 통제하면 대부분 쉽게 이루어진다네. 예전에 모택동이 했던 말 생각나나? ‘인민을 통제하기 위해선 먹을 것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모택동이 했던 대로 하면 되겠지. 거기에 일반 백성들은 백묘 흑묘를 따지지 않을 걸세. 쥐만 잘 잡으면 말이야.”

지휘부의 불안을 염두에 둔 탓인지 천인단장은 계속해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해 나갔다.

“그래서 쌀과 천주학을 교환할 생각이네. 한족은 인구가 많고 굶주리는 사람도 많으니까. 굶주리는 자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거야. 밑바닥 계층부터 시작해서 차츰 계층 구분을 엎어 버리는 거지. 그럼 기존 관리들이나 지주들은 설 땅을 잃고 대륙을 떠나게 될 걸세. 자존심 하나는 죽여 주는 놈들이니 말이야. 떠나지 않으면 떠나게 만들면 되는 것이고. 천인단에서는 한족을 대한제국으로 완전히 병합시키는 데 최소 3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네. 늦어도 50년 안에는 명이란 단어가 한족들 머릿속에서 아주 오래된 그러면서 못된 왕조로 기록되도록 만들 생각이야.”

고개를 돌려 대륙 전도를 잠시 살펴본 김 단장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 천군부에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네.”

“무슨 부탁인가?”

여지껏 없던 일이라 그런지 조 장관의 눈이 똥그래졌다.

지금까지 천인단과 천군부는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긴 했지만 대체로 천인단에서 도움을 주는 쪽에 속했다. 천군부는 그저 싸움만 해 왔고, 천인단은 천군이 싸움을 잘 하도록 온갖 뒤치닥꺼리를 해 왔다. 그 때문에 많은 천인단 소속 인원들이 천군부에서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륙에 들어간 50만 병력을 귀환시키지 말고 그곳에서 정착하도록 할 수 있겠나? 이미 빠져 나온 병력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머지는 대륙에 정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네. 물론 결혼도 한족 여인과 하도록 권장해야 하네. 조선이나 일본에서 가족을 데려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올 수는 없도록 해야겠지. 앞으로 10년 동안은.”

“그건 너무한 거 아닌가? 개인의 권리를 너무 제약하는 것인데…….”

“그래서 기술적으로 해 달라는 거야. 반감을 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착하도록 유도해야지. 제대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병사들을 잘 구슬려야겠지.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족의 힘이 필요하니 한시라도 빨리 한족을 동화시켜야 하네. 그러기 위해서는 혈연을 통한 언어와 문자, 문화의 전파가 가장 좋지. 정 어려우면 희망자에 한해서라도 정책을 그쪽으로 몰고 가도록 해주게.”

“그렇게 함세. 혜택을 준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강제가 아닌 희망자에 한해서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미지근한 대답에 천인단장은 약간 음성을 높였다.

“그렇게 대충대충 할 일이 아니야.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중국 여자와 통정한 병사는 그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명령이라도 내려.”

“알았네, 알았어. 그리하겠네.”

천인단장이 목소리를 높이자 조 장관이 쩔쩔 맸다.

“또 한 가지가 있는데, 천군부 군인들을 한족 교육에 투입해야 되겠어. 천인단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조선과 일본, 만주, 몽고도 아직 개화가 진행 중인데 대륙에 천인단 인원을 전부 투입할 수도 없네. 그래서 각 부대장에게 공문을 내려 주게. 천인단에 협조 좀 하라고 말이야. 잘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공식 공문이 있으면 현장에서 일하기 편하겠지.”

“그거야 어렵지 않지. 혹 누가 천인단에 비협조적이던가?”

조 장관은 행여 천인단과 천군부 실무진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나 싶어 정색하며 물어 보았지만 김영철은 아니라고 했다.

김영철의 생각은 따로 있었다. 군인과 한족의 접촉이 잦아지면 눈이 맞는 남녀도 생기고 그러다 보면 자연적으로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계산에서 천군부 인력을 대대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서쪽으로 +8 15.02.15 8,049 234 14쪽
52 서쪽으로 +3 15.02.14 7,773 211 11쪽
51 서쪽으로 +4 15.02.13 8,227 253 14쪽
50 서쪽으로 +5 15.02.12 8,558 238 13쪽
49 두마리 토끼 +8 15.02.11 8,281 230 17쪽
48 두마리 토끼 +5 15.02.10 7,984 233 12쪽
47 두 마리 토끼 +4 15.02.09 8,534 222 16쪽
46 두 마리 토끼 +6 15.02.04 8,739 246 13쪽
45 두 마리의 토끼 +4 15.02.04 8,782 231 11쪽
44 두 마리 토끼 +4 15.02.03 8,861 235 14쪽
43 두 마리 토끼 +6 15.01.29 9,730 253 14쪽
42 두 마리 토끼 +4 15.01.27 9,735 261 13쪽
41 대륙진출 +4 15.01.27 9,497 232 12쪽
» 대륙진출 +5 15.01.23 10,222 280 27쪽
39 대륙진출 +8 15.01.21 10,025 270 31쪽
38 대륙진출 +7 15.01.18 10,193 259 15쪽
37 대륙진출 +6 15.01.17 10,438 309 14쪽
36 대륙진출 +8 15.01.16 10,196 262 15쪽
35 대륙진출 +4 15.01.15 10,111 298 16쪽
34 대륙진출 +6 15.01.14 10,159 277 15쪽
33 대륙진출 +5 15.01.13 10,636 284 15쪽
32 대륙진출 +5 15.01.12 10,845 310 14쪽
31 대륙진출 +4 15.01.11 10,848 305 12쪽
30 대륙진출 +3 15.01.10 10,492 271 12쪽
29 대륙진출 +4 15.01.09 11,840 292 16쪽
28 대륙진출 +3 15.01.08 11,922 290 13쪽
27 대한제국 +2 15.01.07 11,670 353 14쪽
26 대한제국 +3 15.01.06 11,056 269 16쪽
25 대한제국 +17 15.01.05 11,706 319 18쪽
24 대한제국 +5 15.01.04 11,814 293 16쪽
23 대한제국 +3 15.01.03 12,389 330 14쪽
22 대한제국 +3 15.01.01 12,336 281 22쪽
21 대한제국 +6 15.01.01 12,388 334 17쪽
20 대한제국 +5 14.12.31 12,855 320 19쪽
19 오사카방화 +7 14.12.30 11,954 292 16쪽
18 오사카방화 +4 14.12.28 11,519 274 17쪽
17 오사카방화 +5 14.12.27 11,759 265 17쪽
16 오사카 방화 +2 14.12.25 13,070 321 17쪽
15 이몽학의 난 +3 14.12.22 12,944 302 17쪽
14 이몽학의 난 +4 14.12.21 12,168 310 21쪽
13 이몽학의 난 +3 14.12.20 12,693 306 21쪽
12 이몽학의 난 +3 14.12.19 13,818 306 25쪽
11 왜란종결 +5 14.12.18 13,350 285 17쪽
10 왜란종결 +5 14.12.17 13,682 304 26쪽
9 왜란종결 +5 14.12.16 14,514 310 22쪽
8 왜란종결 +5 14.12.15 15,073 335 24쪽
7 3. 왜란종결 +4 14.12.14 15,792 340 21쪽
6 새로운 세상 +6 14.12.13 16,386 338 20쪽
5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7,158 321 23쪽
4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9,704 387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