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184,026
추천수 :
28,362
글자수 :
1,225,279

작성
15.01.01 06:00
조회
12,388
추천
334
글자
17쪽

대한제국

DUMMY

단기 3930년(1597) 겨울


만주 벌판에는 겨울이 빨리 찾아온다.

다행히 조생종 작물인 옥수수와 콩을 심은 농부들은 그것을 수확하여 국가에 전매함으로써 적지 않은 수익을 얻고 있었다. 이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전매는 농민들이나 정부 모두에게 유익한 정책이었다.

이주민들은 농작물을 화폐로 바꿔 챙겨 둘 뿐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내년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으나 이미 겨울이 다가와 있는 터라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오늘처럼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김시민처럼 책이나 읽으면서 지내는 것이 속 편했다.

지난날 이몽학의 난에 연루되어 이곳에 유배되다시피 쫓겨난 사대부들은 울분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더러는 화병으로 죽고 명으로 도망가기도 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이 적응해 갔다. 사실 적응이라기보다는 체념하며 사대부들은 근근이 세월을 보냈다.

김시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처음 만주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니 예전과는 다른,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을 몸소 실천하던 김시민은 겨울이 찾아오자 낮에는 사냥을 나가거나 친우들을 벗삼아 소일하고 저녁에는 책을 보며 천주학을 공부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다. 내년 봄에는 이곳에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생긴다고 했으니 반란자로 낙인 찍힌 자들에게도 기회가 오길 바랬다. 이래저래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단기 3931년(1598)


봄부터 가동이 시작된 동해의 시멘트 공장에서는 하루에 천 톤의 시멘트가 생산되었다. 이미 조선조 초기부터 지천으로 깔려 있던 석회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 사람들에게 석회라는 것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준공된 공장은 공정을 단순화시킨 것이다. 석회, 실리카, 알루미나를 함유한 원료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여 그 일부가 용융 소성된 클링커에 적당량의 석고를 가하여 분말로 만든 것이다. 제철소 용광로에서 나오는 산업 폐기물을 이용한 고강도 시멘트와 특수 시멘트 공정은 아직 준비 단계에 있었다.


동해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한 원산조선소는 만재량 3만 톤 급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끔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선박의 표준 설계도를 가지고 있던 천인단에서는 호도반도 안쪽에 위치한 풍남제철소에서 철이 생산되는 대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양양 철광이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전이라 철의 공급이 수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총포와 창칼을 만드는 데도 철이 부족할 정도였으니 양질의 철광석 확보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천연자원의 채굴과 운송에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를 창출하는 데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천군부에서는 외부와의 전쟁을 자제하고 있었고 내실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몽고 원정과 시베리아 원정은 계속 진행되었다.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지만 천군은 조금씩 조금씩 제국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다.


계속 북쪽으로 전진하던 제2기병사단 1연대 1대대 병력은 잠시 아무르 강변에 머물며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양하에서 명군을 격파하고 산해관을 넘을 때, 명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으로 착각했던 대대장 김경환 중령은 당시 중대를 북경 근처까지 몰고 가는 바람에 천군부 지휘부를 놀라게 했다. 급히 귀환 명령을 받았을 때는 명의 기병 수천 명에게 추격을 당하는 중이었지만 그는 유유히 따돌리고 산해관을 다시 넘어 무사히 귀환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상도 김천 출신인 김경환 중령은 왜란 때 소규모 의병대를 이끌다 천군부에 발탁된 몇 안 되는 장교로 여러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 고속 승진한 케이스였다. 그 결과 천군 최정예 중의 하나인 제2기병사단 1대대장을 맡고 있었다.

그의 임무는 지역을 무단으로 이탈한 왜인 포로를 잡아들이고 이 지역 일대에서 사냥을 하는 조선인을 보호하며, 가능하면 원주민들을 조선으로 감화시키는 것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잡아 온 짐승의 털가죽이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어서 조선인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시베리아 원주민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대 병력이 뗏목을 타고 무사히 강을 건너자 광활한 초지가 나타났다. 한참을 달리던 대대 병력이 멀리서 피어 오르는 연기를 보고 멈춰 섰다. 김경환 중령은 분대 하나를 차출하여 앞장서게 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 지자 사냥꾼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움막이 나타났다.

앞서 갔던 기병 둘이 다가와 전방 정찰 결과를 보고하였다. 초병의 보고는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대장님, 왜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저곳에서 생활한 모양인데 모조리 사살되었습니다. 생존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원주민의 습격을 받은 모양인지 여기저기 화살촉이 박혀 있습니다. 발자국으로 추측컨대 대략 7∼8십 명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보고를 들은 뒤 현장으로 다가갔다. 여기저기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여자들은 알몸인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시체들은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온 몸으로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수색대는 적들의 흔적을 찾고 나머지는 이곳을 정리한다.”

대대장의 명령에 수색중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한 방향으로 말을 몰아 사라졌다. 불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가까운 곳에 그놈들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비록 왜인 포로지만 그래도 조선의 재산이다. 감히 조선의 재산을 강탈하고 이렇듯 벌판에 버려놓다니.”

김경환 중령은 벌써 세 번째 피습 현장을 목격하게 되자 당장이라도 원주민들의 근거지를 찾아 피의 보상을 받아내고 싶었다. 천군부에서 가급적 무력 충돌을 삼가라는 훈령이 내려와 있어서 이제껏 참고 있었지만 오늘만은 원주민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봄 기운이 스며들지 않은 시베리아의 밤은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그나마 야전 막사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

석유 등불을 켠 대대장 막사에서 김경환 중령이 오늘 밤 경계 근무를 맡은 4중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수색중대를 제외한 모든 병력이 진지를 구축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만 취침을 지시할까 합니다.”

“수고했어. 모두 힘들었을 거야.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불침번들에게 난로가 꺼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게. 수색대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나?”

“아직까지 수색대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수색대는 밤에는 절대 진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야간 매복에 걸려 아군끼리 오인 사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먹다 만 소주를 술잔에 기울이던 김경환 중령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수색대가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은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상하군. 뭔 일이 생긴 건가? 주둔지 외곽에 지뢰 지대를 형성하고 중경계령를 내려놓도록. 4중대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해.”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대대장 막사를 나온 4중대장은 오랫동안 끌고만 다녔던 기관총을 참호에 지급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내려진 중경계령에 진영 곳곳에 횃불과 모닥불이 밝혀졌다. 대경 유전에서 지급된 원유를 이용한 모닥불은 밤새 타올라 이곳에 조선군이 있음을 알렸다. 조선군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풍경으로 ‘이곳에 올 테면 와라’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순찰 당직자에게 특별히 경계 임무에 만전을 기하라는 명령을 내린 김경환 중령은 소주 반병을 다 비우고 기분 좋게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이면 수색대원들이 돌아와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정보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했다.


“난 좀 자야 되겠으니까 경계 잘 서. 누가 올까 싶지만은 괜히 지나가는 토끼 새끼가 지뢰 건드리면 부대에 난리나니까. 심심하면 별이나 세고 있어. 알았냐, 이 이병?”

“예, 이병 이상범! 알겠습니다!”

“야이, 새끼야! 누가 초병이 관등성명을 대래? 죽고 싶어 환장했냐! 내가 미쳐! 저런 신삥과 근무를 서야 한다니. 에이, 더 이상 깨우면 죽는 줄 알아!”

갓 입대한 이상범은 기병부대로 자대 배치를 받고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혹독한 훈련소를 거쳐 일본에 가는 줄 알았는데 완전 오지로 와 버린 것이다.

훈련소에서 나도는 소문으로도 기병대는 최정예답게 군기도 세고 죽는 자들도 많은 부대였다. 게다가 북방의 겨울은 무지 춥고 길어 온갖 고생을 다해야만 했다.

오늘 하루도 그에게는 정말 힘들었다. 처음으로 사지가 찢어진 시체를 보고는 토하느라 난리를 벌였다. 모든 중대원들이 어이없어했지만 그는 이후 밥도 못 먹었다.

이상범은 덜덜 떨면서 교대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삼십 분만 버티면 따뜻한 막사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느라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던 이상범 이병은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며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전방의 지뢰밭으로 누군가 침입하다가 지뢰 선을 건드린 것 같았다.

곧 시커먼 것들이 앞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는지 옆에서 자고 있던 김 상병이 일어나 지뢰 격발 장치를 누르고 기관총으로 정면을 향해 난사했다. 처음에 터진 것은 자동식 지뢰였고 김 상병이 터뜨린 것은 수동식 지뢰다.

꽈광! 드드드드! 드드드!

“야이, 새끼야! 탄피가 걸렸잖아! 똑바로 안 잡아?”

정신이 하나도 없던 이 이병은 김 상병의 욕지거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탄이 걸리지 않도록 옆에서 탄줄을 잘 받친 이 이병은 순식간에 200발이 발사되어 탄 박스가 텅 비자 얼른 다른 탄 박스에서 탄을 꺼내 연결했다.

“이런 병신 새끼! 총렬을 바꿔야지! 아이고, 이런 꼴통!”

그 와중에도 김 상병은 이 이병을 갈궜다.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부대에 비상이 걸리고 조명탄이 하늘 높이 올라가 천천히 떨어졌다.

김 상병과 이 이병이 위치한 초소는 최전방 초소여서 기습을 당하면 가장 먼저 죽을 운명이었지만 아직까지 잘 버텼다. 조금만 버티면 지원 부대가 달려올 것이고 그러면 그들은 살 수 있다.

“꼴통! 소총으로 사격해! 야이, 병신아! 단발로 사격해!”

기관총을 포기한 채 전방으로 소총을 쏴대던 김 상병은 이 이병이 자동으로 사격하자 소리쳤다. 벌써 20발들이 탄창 두 개가 소모되어 이제 이 이병은 탄창이 하나밖에 없었다.

김 상병은 옆 참호에서 지원 사격을 하자 조금 여유가 생겨 전방을 찬찬히 주시했다. 전방에는 지뢰에 당한 순록 떼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간간이 사람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점점 총성이 잦아드는데도 계속 조명탄이 올라가고 있었다.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이 이병이 기관총의 총열을 갈아 끼우기 시작했다. 그런 이 이병을 향해 김 상병이 철모를 들어 냅다 갈겼다.

“이 개새끼가 빠져가지고 잠을 자?! 너 죽고 싶으면 혼자 죽지 나까지 죽일려고 그래? 너 오늘 나한테 죽을 줄 알아!”

김 상병은 지뢰가 터질 때까지 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이 이병이 근무 중 잠을 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1대대 병력을 야습한 부족은 까락족과 축치족으로 오츠크해 연안에서 포유동물을 사냥하면서 2천여 년간 시베리아를 자신의 땅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점차적으로 캄차카반도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면서 순록 방목을 주요한 생활 수단으로 삼게 되었다.

그런데 포로 무리에서 탈출한 왜인 포로들이 그들의 순록을 사냥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적들의 전투력이 상실된 것을 간파한 대대장은 즉각 대원들을 파견하여 그들을 포획하고 당시의 초병들을 불러 일 계급 특진을 시켰다. 적들이 그렇게 가깝게 접근하도록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었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대대원의 생명을 보호한 공로가 더 컸다.

잡아들인 포로들 중에는 축치족 족장의 아들인 아무르가 끼어 있었다. 그를 심문하던 정보장교는 이번 싸움이 그들의 친족인 까락족의 순록을 보호하고 침략자를 응징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단은 왜인에 의해서 일어났지만 그 해결은 조선인이 해야만 했다.


아무르는 이번 일로 까락 족장으로부터 부족 재산의 절반을 받았고 감사의 뜻으로 까락 족장의 딸을 아내로 맞이했다. 많이 남는 장사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첫 전투는 저녁나절에 있었다. 적들이 100여 명이나 되는 걸 발견하고는 나름대로 전술을 세웠다. 먼저 순록 떼를 빠르게 몰고 가 적들의 정신을 빼놓은 뒤 전사들이 들이닥쳐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그 전투에서 적들은 무기력하게 쓰러졌고 포로로 잡혀 부족장에게 인계되었다.

손쉽게 적들을 제압할 수 있게 되자 자신감을 얻은 아무르는 더 많은 인원을 보강하여 적의 본진을 새벽에 기습 공격하기로 하고 이방인의 대부대가 잠들어 있는 근처로 다가가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적들은 진지 사방에 꺼지지 않는 불을 피워놓고 모두 막사 안으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나절에 적을 섬멸했던 전술이 아주 괜찮은 방식이라 여겨져 다시 써먹기로 작정했다. 천천히 순록 떼를 몰아갔다. 그러나 진영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굉음이 울리고 세상이 환해지면서 300마리가 넘는 순록들이 떼 죽음을 당하자 몹시 놀라고 당황했다. 곧 이어 생전 처음 들어보던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더니 순록 뒤를 따르던 전사들이 픽픽 쓰러졌다. 파괴의 신 오그디가 강림한 것 같았다.

이렇게 되자 모든 전사들이 머리를 땅에 박고 오그디의 관대한 처분만 바라며 덜덜 떨었다. 곧 더 이상의 굉음이 나지 않았고 하늘에만 빛이 쏘아 올려져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대는 왜 우리를 공격했는가?”

아무르는 이방인들의 막사 안에서 심문을 받았다. 심문 내내 아무르는 온몸을 덜덜 떠느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경환 중령은 팔짱을 낀 채 원주민과 정보장교 간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우린 단지 우리의 순록을 지키기 위해 그랬습니다. 저희 부족을 살려주십시오, 신이시여!”

통역을 통해 대화를 전해 듣고 있던 김 중령은 왜 저들이 자신들을 신으로 생각하는지 의아했다. 아마도 자신들의 화력을 접하고 파괴의 신으로 생각하지 않았겠냐는 정보장교의 의견을 듣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의 부하들을 만나지 않았는가?”

뜨끔해진 아무르는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어차피 죽을 신세이니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파괴의 신인 오그디의 부하들을 상하게 한 이상 살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신이시여,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저희들이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하여 신의 종들 중 태반이 부상당한 채 저희 부족 마을에 있습니다. 죽은 자는 없으니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부하들 중 사망자가 없다니 다행이지만 한시라도 빨리 그들의 신병을 확보해야만 했다.

“우리들은 그대들의 삶을 간섭할 생각이 없다. 다만 우리가 필요하여 그대들의 땅을 잠시 빌려 우리 일족이 들어와 생활했으면 할 뿐이다. 우리는 서로 싸우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너는 지금 즉시 부족 마을로 돌아가 내 부하들과 함께 너희들 부족의 대답을 가져오라.”


그날 저녁, 수색대원들이 돌아왔다. 일부는 들것에 일부는 순록이 끄는 마차에 실려 대대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선과 시베리아 원주민 간의 협약이 체결되었다. 일방적인 협약이었지만 조선이나 축치족 모두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축치족은 자신의 순록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조선은 시베리아 땅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가장 골칫거리가 될 축치족을 아무르는데 성공한 1대대는 부상병으로 인해 예정된 지역 순찰을 일찍 끝마쳐야만 했다. 다만 협약에 따라 축치족 마을에 작은 주둔지를 만들고 한 개 중대를 주둔시킨 후 사단 본영으로의 귀환길에 올랐다.


1대대가 시베리아에서 축치족과 작은 싸움을 하고 있을 때, 3대대는 바이칼호에 다다라 그곳에서 가장 큰 부족인 부리야트 족을 만났다.

3대대장은 부리야트 족이 조선인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외양인 점에 적잖이 놀라 이를 즉각 사단본부에 보고했고, 그들의 보고가 한양에 도착하자 천인단에서는 일단의 조사단을 구성하여 바이칼호에 파견했다.

어쩌면 한민족의 원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들의 역사를 알면 한민족과 또 다른 일파의 역사를 추적할 수도 있었다.



작가의말

새해에는 좋은 일이 무지 무지 많이 일어나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서쪽으로 +8 15.02.15 8,049 234 14쪽
52 서쪽으로 +3 15.02.14 7,773 211 11쪽
51 서쪽으로 +4 15.02.13 8,227 253 14쪽
50 서쪽으로 +5 15.02.12 8,558 238 13쪽
49 두마리 토끼 +8 15.02.11 8,281 230 17쪽
48 두마리 토끼 +5 15.02.10 7,984 233 12쪽
47 두 마리 토끼 +4 15.02.09 8,534 222 16쪽
46 두 마리 토끼 +6 15.02.04 8,739 246 13쪽
45 두 마리의 토끼 +4 15.02.04 8,782 231 11쪽
44 두 마리 토끼 +4 15.02.03 8,861 235 14쪽
43 두 마리 토끼 +6 15.01.29 9,730 253 14쪽
42 두 마리 토끼 +4 15.01.27 9,735 261 13쪽
41 대륙진출 +4 15.01.27 9,497 232 12쪽
40 대륙진출 +5 15.01.23 10,222 280 27쪽
39 대륙진출 +8 15.01.21 10,025 270 31쪽
38 대륙진출 +7 15.01.18 10,193 259 15쪽
37 대륙진출 +6 15.01.17 10,438 309 14쪽
36 대륙진출 +8 15.01.16 10,196 262 15쪽
35 대륙진출 +4 15.01.15 10,111 298 16쪽
34 대륙진출 +6 15.01.14 10,159 277 15쪽
33 대륙진출 +5 15.01.13 10,636 284 15쪽
32 대륙진출 +5 15.01.12 10,845 310 14쪽
31 대륙진출 +4 15.01.11 10,848 305 12쪽
30 대륙진출 +3 15.01.10 10,492 271 12쪽
29 대륙진출 +4 15.01.09 11,840 292 16쪽
28 대륙진출 +3 15.01.08 11,922 290 13쪽
27 대한제국 +2 15.01.07 11,670 353 14쪽
26 대한제국 +3 15.01.06 11,056 269 16쪽
25 대한제국 +17 15.01.05 11,706 319 18쪽
24 대한제국 +5 15.01.04 11,814 293 16쪽
23 대한제국 +3 15.01.03 12,389 330 14쪽
22 대한제국 +3 15.01.01 12,336 281 22쪽
» 대한제국 +6 15.01.01 12,389 334 17쪽
20 대한제국 +5 14.12.31 12,855 320 19쪽
19 오사카방화 +7 14.12.30 11,954 292 16쪽
18 오사카방화 +4 14.12.28 11,519 274 17쪽
17 오사카방화 +5 14.12.27 11,759 265 17쪽
16 오사카 방화 +2 14.12.25 13,070 321 17쪽
15 이몽학의 난 +3 14.12.22 12,944 302 17쪽
14 이몽학의 난 +4 14.12.21 12,168 310 21쪽
13 이몽학의 난 +3 14.12.20 12,693 306 21쪽
12 이몽학의 난 +3 14.12.19 13,818 306 25쪽
11 왜란종결 +5 14.12.18 13,350 285 17쪽
10 왜란종결 +5 14.12.17 13,682 304 26쪽
9 왜란종결 +5 14.12.16 14,514 310 22쪽
8 왜란종결 +5 14.12.15 15,073 335 24쪽
7 3. 왜란종결 +4 14.12.14 15,792 340 21쪽
6 새로운 세상 +6 14.12.13 16,386 338 20쪽
5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7,158 321 23쪽
4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9,704 387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