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184,010
추천수 :
28,362
글자수 :
1,225,279

작성
14.12.31 06:00
조회
12,854
추천
320
글자
19쪽

대한제국

DUMMY


6 대한 제국









단기 3930년(1597) 봄


만주의 얼음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을 무렵, 만주부에 흩어져 작은 마을을 형성하던 이주민들은 제각기 농사지을 준비에 바빴다. 일단의 무리들은 좀 더 북쪽으로 이동하여 사냥을 주업으로 삼았다.

천인단에서는 만주로 이주한 농민들에게 추위에 강한 종자들을 제공하였다. 척박한 곳에 알맞은 작물을 찾는데 애를 먹은 천인단에서는, 일단 무난할 것으로 보이는 콩과 옥수수 두 작물을 심게 하고 점차적으로 감자, 고구마 등 뿌리 식물이나 줄기 식물을 재배하게 할 생각이었다. 거기에 온실 농법을 가미하여 겨울을 견디도록 했다. 농업 용수를 끌어오는 농수로가 부족한 만주에서 벼농사는 시기상조였다.

만주부에서 한 해의 농사 준비가 한창일 때 제2기병사단 병사들은 천군부의 밀명을 받고, 만주 안쪽에 있는 한 지점을 향한 도로 건설에 착수했다. 그곳은 무산에서 약 800㎞ 떨어진 지점으로, 유전이 있는 곳으로 생각되어지는 지역이었다. 도로가 놓이면 천인단에서 과학자들이 파견되어 채굴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며, 올해 안으로 모든 것이 끝나야 했다. 이 사업을 위해 이주해 온 왜인 포로들이 투입되었다.


대동강 포구에 떠 있는 수많은 상선에 인부들이 소금과 인삼 등 조선에서 나는 물품을 싣고 있었다. 이번에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송상의 선단은 중국 남쪽인 해남도 근처까지 갈 생각이었다.

조선의 물산에 여유가 생기자 잉여품이 발생했다. 이에 송상에서는 조정의 허가를 받아 중국 상해와 남만으로 상선대를 보내기 위한 출항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전국을 관통하는 육로가 개통된 후 전국적인 유통망을 정비한 송상과 만상, 왜상, 한양의 경상들은 치열한 상권 다툼을 시작했고 그 장을 해외로 넓히고 있었다. 천인단에서는 쌀을 제외한 모든 물품에 대해 해외 무역을 적극 권장하면서 지원해 주고 있어 일단 해외 판로만 개척하면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었다.

중국과는 아직 사무역(私貿易)이 금지되어 있어 모두 밀수를 해야만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년 가을 상해에 갔던 송상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각 상단들은 명과의 밀무역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단 상단이 꾸려지면 그들을 호위할 함대를 조정에서 붙여 주어 위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설혹 밀무역이 명의 관리에 발각된다 하더라도 여차하면 함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 대가로 보호비 명목의 경비를 얼마간 지불하기만 하면 되었기에 절대적으로 환영받는 조치였다.

해상 무역과는 별도로 육로를 이용하는 상단들도 크게 늘어 전국의 물산이 빠르게 유통되고 있었다. 내륙 상계는 변변한 해외 거래처를 마련하지 못한 한양의 상인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조정에서는 나라의 동맥인 왜도를 관리하고 다른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도로 통행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왜도 통행세는 서울에서 부산을 기준으로 구간별로 마차 한 대당 일 원에서 십 원의 통행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오직 상단에게만 부과된다. 작년에 집계된 통행세 징수 내역을 보면 총 징수액 중 반절을 경상들이 지불하고 있었다.

왜도 통행세와는 별도로 전국의 열 개 항구를 무역항으로 지정하고 그곳을 드나드는 상단의 선박에 한하여 입항세를 물렸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모두 도로망 건설과 항구 시설 확충에 쓰여졌다. 이런저런 공사로 전국은 연일 시끄러웠고 그에 따라 주민들의 이동도 잦아지고 있었다. 급격한 인구의 이동은 기존에 있었던 지역 간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형체를 이루어 나갔다.


그 해 여름, 천군부는 대대적인 천군부 확대 개편 작업을 발표하였다. 그 근간은 각 부에 지역사령부를 두고 그 예하에 10개의 정규사단을 편성하며 해군을 정비하는 것이다.

한반도에는 제1, 2, 3기병사단과 두 개의 보병사단을 북방에 배치하고, 다섯 개의 보병사단을 남쪽에, 제주도와 대마도에 각각 특수여단을 주둔시키고, 사령부 직할로 두 개의 포병사단과 저격여단, 해병대 등 특수부대를 두었다.

일본부에는 남반도와 서반도에 한 개 기병사단을 주둔시키고, 중반도에 두 개의 기병사단과 두 개의 보병사단을 주둔시켰다. 사령부 직할로 포병여단과 공수여단이 배치되었다.

만주부에는 한 개 보병사단을 창설하고 추후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었다.

수군은 해군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일본부에는 이순신을 중장으로 승진시켜 창설된 일본 함대를 맡겼다. 일본 함대에는 판옥선과 거북선 150척을 배정하고 오사카에 사령부를 설치하여 일본의 전 수역을 관할하게 했다.

한반도부는 진해에 사령부를 설치하고 강화, 원산, 제주에 분함대를 두며 예하에 영영 1, 2, 3호와 기타 증기선 및 21세기 함대로 구성된 세계 최강의 함대를 구성하였다.

고구려함 함장이었던 이소만 준장을 승진시켜 사령관직을 수행케 하고, 통합해군사령관에 김지영 대장이 임명되었다. 통합사령부 소속 기동 함대가 편성되어 대양 함대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였으며, 무역로 및 무역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로써 육군 20만에 해군 5만의 전력을 구비한 조선은 동북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제2기병사단의 주도로 만주의 도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그 소문이 여진족에 급속히 전해졌다. 그 결과 달리 할 일이 없었던 많은 여진의 젊은이들이 인부로 고용되기 위해 공사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에게는 가장 후한 대접을 해주었는데 왜인 포로와 격리시켜 공사 구간을 시행하게 했다.

조선의 만주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여진족장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다가 이를 명 조정에 알려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자 하였다.

마침 조선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낀 명은 사신을 보내 경고를 하였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이를 묵살하고 만주에 다섯 개의 보병사단 병력을 증파했다. 이에 명은 조선을 징벌하기 위해 10만의 병사를 조선으로 출병하였다. 명의 10만 병사들은 산해관을 넘어 요동으로 진입하자마자, 대양하에서 조선군의 포위 공격에 지리멸렬하고 다시 산해관으로 쫓겨가게 되었다.

만주에 대한 확고한 지배와 명과의 사무역을 요구하던 조선은 명이 어떠한 답변도 없자 만주군 사령관에게 산해관 공격을 명령한다. 때를 같이하여 서해에서 발사된 함대지 미사일이 산해관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자 겁먹은 북경은 조선과의 조약 체결에 응한다.

조약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은 만리장성 이남으로 남하하지 않으며, 명과의 사무역을 허락하고, 명과 형제의 예를 취하며 매년 일정량의 조공을 명에게 받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로써 장성 이북에 대한 권리를 명에게서 이양 받은 조선은 저격여단을 투입하여 일시에 적대 세력인 여진족장들을 암살하고 드넓은 만주 지역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때 건주를 일통한 누루하치라는 걸출한 인물이 건주 여진족을 무장시켜 팔기군을 조직하고 조선에 반발하였다. 하나 송하강 전투에서 모든 병력을 소진하고 저격여단의 총탄에 누루하치가 쓰러지면서 만주에서 사실상의 적대 세력이 사라지게 된다.

그 여세를 몰아 한반도에서 만주로 이동한 다섯 개 사단 중 두 개 사단을 계속 몽고로 진출시키고, 한 개 사단을 시베리아 벌판으로 진출시켜 사냥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북극해와 베링해까지의 영토 확장을 꾀했다.

산해관 공격이 한창이던 그 해 여름, 일단의 천인단 소속 과학자들이 하얼빈 서북쪽 지역에서 유전을 발견하였다. 유전 개발에 성공한 천인단은 송화강 지류를 이용한 원유 수송로를 정비하고 의주에 정제 시설을 세워 원유를 정제하기로 하였다. 의주의 정제 시설을 통한 정제량은 하루 천 톤을 넘지 못하지만 군대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건설 기계를 운영하는 데는 충분한 양이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의주에는 내연기관 연구소가 들어서 군의 기계화에 필요한 기초적인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에서 가져온 목화는 석탄에서 뽑아낸 탄소 섬유와 결합하여 새로운 합성 섬유로 탈바꿈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단들이 조선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명 각지로 수출되어 부의 급격한 증진을 가져왔다.

해상 경제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멀리 인도까지 진출하게 된 조선의 상단은 중국의 차를 인도에 대량으로 중계하고, 일부는 아라비아반도까지 그 무역로를 넓혀 가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의 함대 호위가 미치지 않는 곳이라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대상들은 명과의 무역에만 치중하고 있었고 중소 상인들이 원거리 대양 무역을 담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중소 상인들이 구성한 상단은 종종 서양 상선과 충돌해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단기 3930년(1597) 부산항


올해 한양의 황립사범학교를 1회로 졸업한 김세진은 부산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과 부산을 왕복하는 배는 군에서 사용하는 군함과 정부에서 사용하는 연락선이 전부였다. 상선들은 부산에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발달된 해상과 육상 운송망으로 인해 부산을 경유하지 않고도 내륙으로 물자를 운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에 들어오는 연락선은 대마도, 시모노세키, 오사카, 아키타행이 있는데 그는 시모노세키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내륙으로 좀 더 이동하여 지방 관청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로 부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그는 교사로서 4년이라는 의무 기간을 채워야 했다. 6개월 과정의 기초 과정을 가르치는 초등학교에서 2년을 근무하고 나머지 2년을 초등학교장이나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나면 의무 기간은 끝난다. 거기서 그가 원한다면 중등학교장이나 도 교육청, 그 밖의 교육 기관의 높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김세진은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치면 그간 모은 돈으로 노후 선박을 한 척 구매하여 여객선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 부산에서 일주일 넘게 배를 기다리다 보니 주위에 일본으로 가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객 운송업이 꽤 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4년 사이에 누군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걱정스러웠다. 1년 동안 4천 명에게 한글과 산수를 가르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6개월에 1천 명씩이니 그가 담당해야 할 총학생 수가 4천이었다. 그들 가운데 반에 반절도 한글을 깨우치지 못할 것이 틀림없는데, 위에서는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진행시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하라니 하는 것일 뿐이었다.



중반도 오카야마 군청


중반도에서 마련한 오카야마 군청의 대강당에는 1천 명이 넘는 인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강당이라기보다 콩나물 시루가 적당한 표현 같았다. 강당에 몰려든 사람들은 나라에서 모든 백성들에게 천주학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자들이었다.

천주학의 기본인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관직이나 군대 모집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다. 그런 만큼 그 동안 사무라이의 물건 취급을 받던 평민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약간 높이 올라온 연단에 올라선 김세진이 입을 열었다.

“저는 한양에 있는 황립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2년간 여러분에게 한글과 산수를 가르칠 김세진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자신의 소개를 마친 김세진이 목청을 높였다.

“천주학을 배워 보다 넓은 세상을 품에 안으셔야 합니다. 180일 동안 여러분이 한글과 산수를 잘 익히신다면 이미 알려 드린 바와 같이 관직에 등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군에 입대할 자격도 주어집니다. 내일부터 오전 오후 각각 두 시간씩 학습이 있습니다. 꼭 참여해 주십시오.”

김세진이 한 문장을 끝낼 때마다 통역관이 그 말을 일본어로 통역해서 다시 말했다. 통역관의 말이 끝날 때마다 우레 같은 함성이 들려 왔다.

“이제 질문을 받겠습니다.”

묻고 답하는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이 처음에는 미적미적댔다. 계속되는 질문 요청에 한 청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건 공짜입니까?”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들고 나왔다. 다들 그것이 궁금했던지 2천여 개의 눈동자가 김세진을 응시했다.

“물론 공짜입니다. 다만 먹을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진짜로 관직에 나갈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시험을 봐야 합니다.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 관직에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글을 어느 정도는 쓰고 읽고 말할 줄 알아야 하며 계산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같은 무지렁이에게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 중 단 1명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180일 동안 한글과 산수만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한 번 터진 질문은 반나절이 되도록 이어졌다. 모든 질문에 항상 긍정적인 답변을 하고 있던 김세진 스스로도 이런 교육 방식에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었다.


6개월이 흘러 김세진은 자신의 첫 번째 제자들을 졸업시키고 있었다.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직접 수결한 수료증을 나눠 주고 있었는데 아직 개명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아 일본 이름을 한 자 발음으로 읽어 나갔다. 대부분의 이름이 학교에서 급조한 것으로 학생들 대부분이 이름이란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산전목하, 앞으로.”

“예, 선생님.”

그의 호명에 나이가 서른은 되어 보이는 청년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 있네, 수료증. 이것이 있으면 자네는 일본부 어디서든지 관리로 일하거나, 군대에 입대할 수 있네. 그동안 고생했어.”

김세진이 주는 수료증을 받은 사내가 눈물을 흘렸다. 옆 자리에 앉은 군청에서 나온 관리와 병무청에서 나온 관리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는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

“아닙니다. 저는 오사카에 있는 중등학교에 입학하길 원합니다.”

“그래, 그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곳은 입학 시험을 보기 때문에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텐데, 가능하겠는가?”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년 봄에는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럼 그러도록 하게나.”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먼 산을 바라보던 김세진은 열흘 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6개월간의 교육을 실시해야만 했다. 1,300명이 입학했으나 수료증을 받은 자는 고작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첫 성과치고는 만족스런 결과였다. 김세진에게 100명이란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하면 된다는 마음을 왜인들에게 심어 주는 것으로 족했다.


천인단에서 운영하는 황립의료원에 다니는 허준은 그 동안 배운 한의학과 천군부 군의관들의 천의학을 접목하여 새로운 대의학을 집대성하고 있었다.

그는 천의학의 많은 부분을 배우고 익히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래전, 스승의 배를 갈라 여러 장기들의 효용을 직접 보긴 했으나 천의학을 배우고 나서는 그것이 조족지혈임을,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천의학이 다 옳게만 생각되지는 않았다. 한의학으로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을 천의학에서는 몸에 칼을 대어 신체를 상하게 하곤 했다. 천의학에서는 기의 흐름을 중시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는 천의학과 한의학을 접목시켜 인간의 몸에 흐르는 기를 다스리는 법을 연구하고 싶었다.

황립의료원에는 전국의 의생들이 모여들어 천의학을 익히고 있었고, 다시 전국으로 흩어져 백성의 건강을 돌봤다. 황립의료원 출신 의원은 백성들에게 일 원 이상의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 모든 황립의료원 의원들은 나라에서 주는 녹봉을 받고 있었는데, 그 외에 치부하는 자는 의원으로서의 인격이 수양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이라 하여 그 자격을 박탈하고 벌어들인 재산을 몰수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학교 선생과 의원을 존경하고 있었다.

천인단이 운영하는 모든 단체는 모두 그 앞에 황립이라는 말을 넣었고 지방관에서 주관하는 곳에는 그곳 관명을 붙였으며, 개인이 사사로이 운영하는 곳은 임의로 이름을 지었다.

전라도 정읍에 있는 정읍의료원은 정읍군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그곳에는 10명의 황립 의사들이 보건복지부의 명을 받아 파견되어 있었다. 그들은 전라도에 번지고 있는 이질에 대한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질이 발생한 마을로 보고된 감곡 마을을 돌아보고 온 오명진은 감곡이라는 지형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흐르는 하천이 없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지인의 왕래가 드문 곳으로 감염 경로를 추측할 수 없었다.

작년 황립의료원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이질은 이질균에 의해 발생하며 물로 전염된다고 했다. 병증으로는 열이 나고 복통이 있으며, 코처럼 끈끈한 점액이 섞인 곱똥이나 피가 섞인 혈변이 나온다. 대변이 자주 마렵지만 적은 양이 나와 뒤가 무지근한 후중기(後重氣)를 호소하고 심한 경우 사망한다. 그 전염성이 강하여 매우 위험한 질병이었다.

황립의료단을 이끌고 있는 오명진은 일단 증상이 심한 아이들에게는 한양에서 공수된 수액제를 주사하고, 가벼운 사람들에는 계속 보리차 물을 먹이면서 그 증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감곡 마을의 이질은 그 주변 마을로 빠르게 전염되었다. 이에 정읍의료원과 황립의료원에서 파견된 의사들은 정읍군 내의 모든 이들에게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손과 발을 흐르는 물에 씻은 후에야 음식을 만들거나 먹을 것을 널리 홍보하였다. 동시에 마을 간의 이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이질 발생 마을의 모든 가옥과 우물을 불태우거나 폐쇄한 후 환자들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이질의 전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파견된 의원들도 환자를 맨손으로 만지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환자와 신체적 접촉이 있게 되면 바로 소독약으로 소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귀중한 인력의 손실을 막고 있었다.

이질이 진정 기미를 보이자 오명진은 감곡 마을에서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지만 며칠을 허비했을 뿐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보고서를 작성할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황립의료원에서 내려온 의원들은 앞으로도 6개월 이상을 이곳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전염 지역을 진료 나간 자는 그 감염 여부를 확인 받기 전에는 상경할 수 없었다. 감곡 마을에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명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며 이질균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그만큼 한양으로 돌아갈 날이 멀어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서쪽으로 +8 15.02.15 8,049 234 14쪽
52 서쪽으로 +3 15.02.14 7,773 211 11쪽
51 서쪽으로 +4 15.02.13 8,227 253 14쪽
50 서쪽으로 +5 15.02.12 8,558 238 13쪽
49 두마리 토끼 +8 15.02.11 8,281 230 17쪽
48 두마리 토끼 +5 15.02.10 7,983 233 12쪽
47 두 마리 토끼 +4 15.02.09 8,533 222 16쪽
46 두 마리 토끼 +6 15.02.04 8,738 246 13쪽
45 두 마리의 토끼 +4 15.02.04 8,782 231 11쪽
44 두 마리 토끼 +4 15.02.03 8,860 235 14쪽
43 두 마리 토끼 +6 15.01.29 9,729 253 14쪽
42 두 마리 토끼 +4 15.01.27 9,735 261 13쪽
41 대륙진출 +4 15.01.27 9,497 232 12쪽
40 대륙진출 +5 15.01.23 10,221 280 27쪽
39 대륙진출 +8 15.01.21 10,024 270 31쪽
38 대륙진출 +7 15.01.18 10,192 259 15쪽
37 대륙진출 +6 15.01.17 10,438 309 14쪽
36 대륙진출 +8 15.01.16 10,196 262 15쪽
35 대륙진출 +4 15.01.15 10,110 298 16쪽
34 대륙진출 +6 15.01.14 10,158 277 15쪽
33 대륙진출 +5 15.01.13 10,636 284 15쪽
32 대륙진출 +5 15.01.12 10,845 310 14쪽
31 대륙진출 +4 15.01.11 10,848 305 12쪽
30 대륙진출 +3 15.01.10 10,491 271 12쪽
29 대륙진출 +4 15.01.09 11,840 292 16쪽
28 대륙진출 +3 15.01.08 11,922 290 13쪽
27 대한제국 +2 15.01.07 11,670 353 14쪽
26 대한제국 +3 15.01.06 11,056 269 16쪽
25 대한제국 +17 15.01.05 11,706 319 18쪽
24 대한제국 +5 15.01.04 11,814 293 16쪽
23 대한제국 +3 15.01.03 12,389 330 14쪽
22 대한제국 +3 15.01.01 12,336 281 22쪽
21 대한제국 +6 15.01.01 12,388 334 17쪽
» 대한제국 +5 14.12.31 12,855 320 19쪽
19 오사카방화 +7 14.12.30 11,953 292 16쪽
18 오사카방화 +4 14.12.28 11,519 274 17쪽
17 오사카방화 +5 14.12.27 11,759 265 17쪽
16 오사카 방화 +2 14.12.25 13,070 321 17쪽
15 이몽학의 난 +3 14.12.22 12,944 302 17쪽
14 이몽학의 난 +4 14.12.21 12,167 310 21쪽
13 이몽학의 난 +3 14.12.20 12,693 306 21쪽
12 이몽학의 난 +3 14.12.19 13,818 306 25쪽
11 왜란종결 +5 14.12.18 13,350 285 17쪽
10 왜란종결 +5 14.12.17 13,682 304 26쪽
9 왜란종결 +5 14.12.16 14,514 310 22쪽
8 왜란종결 +5 14.12.15 15,073 335 24쪽
7 3. 왜란종결 +4 14.12.14 15,792 340 21쪽
6 새로운 세상 +6 14.12.13 16,386 338 20쪽
5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7,157 321 23쪽
4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9,704 387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