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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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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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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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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 왜란종결

DUMMY

3 왜란 종결










단기 3927년(1594) 10월 10일 천군 사령부


정권 장악이 일단락되자 궁궐은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었다. 치우 천황은 선조와 함께 덕수궁에서 기거하였고 천군 사령부는 임시로 경복궁 터에 마련되었다. 1만 명의 천군 군인들은 각 궁의 건물을 새로 보수하여 막사로 사용하였다. 이후 사령부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물품들을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이송하여 창덕궁과 창경궁에 가지런히 보관하여 두었다.

기존의 궁 경비 병력은 해체되어 관군에 편입되었다. 덕수궁의 경비는 1기갑여단 1대대에게 맡겨 졌다.

천군 사령부 한켠에 마련된 회의실에서는 왜를 반도에서 몰아내고 그 여세를 몰아 대마도와 큐슈를 점령하는 작전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에는 천황과 권율 대원수 등 기존의 장수들도 대거 참여하여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대형 한반도 지도와 대마도, 큐슈 일대의 지도가 걸려 있었다. 해군에는 예전부터 주변국에 대한 전술 지도와 해도가 구비되어 있었기에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조선 장수들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도에 기록된 지명은 당시의 지명과 차이가 있었지만 대개의 지명이 역사적 유래를 가지고 있기에 대개 수백 년은 내려오기 마련이라 꽤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었다.

지시봉을 손에 든 작전참모장은 지도를 짚어가며 작전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은 국방부 소속 병력 5만에 수군 3만, 총 8만이 투입됩니다. 천군에서는 헬기 지원과 해리어 지원, 그리고 자주포와 공수여단 전 병력이 투입됩니다. 대마도 작전에는 제주도에 있는 제주여단이 합세하게 되며 구축함 한 척이 지원됩니다. 실제로 전투가 일어난다기보다는 폭격으로 와해된 왜군을 차근차근 접수해 나가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시간별 부대 이동 상황은 이렇습니다.”

“10월 30일까지 전 부대가 작전대기선 상에 도착, 대기합니다. 모든 부대는 자신의 이동 시간에 맞추어 이동하며 이동 시간이 되기 전까지 대기 지점에서 최종 공격 시간을 기다립니다. 각 부대에는 천군 연락관이 파견되며, 상급부대에는 무전기가 지급됩니다.”

그의 설명에 따라 한 시간 단위로 부대의 이동 경로와 지점들이 지도의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공격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울산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이 개시됩니다. 폭격 후 경주과 초계에 주둔 중인 이원익 장군님과 권율 장군님의 부대가 울산에 진입합니다. 이어 차례로 김해, 기장, 동래, 부산 등이 차례로 수복되고 거제도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왜를 완전히 몰아냅니다.”

5천이라는 숫자를 표시한 두 부대의 이동 경로가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어졌다.

“육군의 공격 시점에 맞추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2만의 해군은 구축함의 지원을 받아 대마도와 부산의 중간 지점에서 왜 육군의 탈출에 호응하는 왜선을 맞이하여 격멸하고, 원균 장군이 이끄는 수군과 육전병 1만은 곧바로 대마도 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합니다.”

여수에서 출발한 화살표 하나가 부산으로 가고 있었고 강화도에서 출발한 하나는 제주를 거쳐 대마도로 향하고 있었다.

작전참모장의 설명을 듣고 있던 조선의 장군들은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분히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권율 장군의 표정이 무겁게 굳어 갔다.

‘첩보에 의하면 울산에만 왜군이 3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만으로 공격한다니 나보다 죽으라는 말이군?’

실질적인 군권을 모두 장악한 천군부에서 내놓은 작전은 장군이 생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다만 천황이 계시고 천군 사령관이 있는 자리이기에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권율은 천군들이 가지고 있는 신무기의 위력을 직접 접해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조선의 화포보다 포신이 약간 긴 대포를 본 것이 전부였다.

작전 지도를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 부대의 작전대기선은 경상도를 빙 둘러싸는 형상을 하고 있고 몇 개의 화살표가 한양에서 대구 쪽으로 이어져 있다. 아마도 저들의 공수여단이라는 이름도 희한한 부대가 지금 대구에 있는 것 같다. 나라가 난을 당해 지금은 저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머지않아 왕실을 욕되이 하는 저 무리들을 모조리 처단해야 되. 우선은 왜놈들을 몰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아직은 천군을 지지하는 백성이 많으나 시간이 지나면 저들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천군이라 자칭하는 저 무리들을 처단할 수 있을 것이다.’

천군부와 국방부 소속 장군들 간의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작전 설명은 계속되었고 이어 각 부대별 세부 임무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단기 3927년 10월 29일 울산 부근


공수여단은 대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울산 전 지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부근에 자리했다. 1개 소대를 차출하여 정찰을 내보내고는 자주포를 배치하고 여단 지휘소를 설치하였다.

그 무렵 조선군 1만의 병사가 공수여단 야전 주둔지 주변에 도착하였다.

한창 여단 지휘소 부근에 클레이모어를 설치하고 초소를 세우기에 바쁠 때쯤 전령이 달려와 이원익 장군과 권율 대장군이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김준용 공수여단장에게 전했다.

김준용 공수여단장은 직접 그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조선의 장군들이 끌고 온 병사들의 수가 무려 1만이나 되었기에 그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저들이 천군부의 명을 받들고 있지만 완전히 장악된 것은 아니었다. 언제든지 아군에서 적군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 순간의 실수가 1천 명의 부하들뿐만 아니라 1만 천인들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국방장관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권율 대장군은 김준용 장군을 빤히 쳐다보았다. 수염도 나다 말고 머리카락도 나다 만 것 같은 놈이 장군이랍시고 모자에는 반짝반짝거리는 별이 하나 붙어 있었다.

“다 나라를 위해 수고를 마다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렇게 무거운 철마를 끌고 오신 천군부 장수들이 더 힘들었겠지요. 그래, 오시는 중에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모든 것이 생소한 곳일 텐데요.”

눈앞에 보이는 천군 장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그들의 진영에 있는지라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불편함이라니요. 각 고을의 목민관들과 백성들이 환대해 주셔서 큰 무리 없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천군들이야 모두 힘이 장사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 장군은 그들이 말하는 철마라는 자주포를 끌고 오느라 죽을 고생을 하였다. 기름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자주포가 소가 끄는 견인포가 되었는데 무게를 줄인다고 이것저것 떼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무게여서 도저히 소가 끌고 갈 수 없는 곳도 간혹 나왔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엔진을 돌려야만 했다.

그렇게 고개는 그럭저럭 넘었는데 하천을 건너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한양 진입 작전 때 쓰던 바지선 두 척을 가져온 것을 조립하고 해체하는 데만도 한나절이 걸리곤 했다.

그렇게 해서 한양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꼬박 스무 날이 걸렸으니 하루에도 한반도를 두세 번 오가던 공수여단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내일 정해진 시간에 작전이 시작됩니다. 저희 천군이 먼저 공격을 시작하고 천군이 빠지면 장군님께서 후위에서 들이쳐 성을 함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성문을 깨주시길 바랍니다. 그때는 질풍처럼 달려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권율 대원수는 정중히 예를 표한 뒤 일어났다. 회의를 마친 뒤 열흘 만에 여기에 다다르고 보니 장군이고 병졸들이고 모두 피곤에 절어 있었다.

권율 대원수가 천군의 장군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원익 장군은 천군의 진영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군의 진영은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목책도 없이 군데군데 사람들이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저런 구덩이에 왜 사람이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런 곳에 있으면 싸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달려오는 왜놈들이 구덩이에 빠지길 기다리는 것이라면 더없이 어리석은 짓이다. 밖에서 긴 창으로 쑥 찌르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덤을 미리 파놓 은 것인가?’

이원익이 황당한 생각을 하다가 어이없음에 피식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군 진영 한쪽에는 철마 십여 대가 놓여 있었다. 여기서 울산까지의 거리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움직여야만 예정된 작전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디를 봐도 떠날 준비에 부산스럽지는 않았다.

그때 이원익의 귀에 권율 대장군이 이복남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복남 장군.”

“예, 대장군.”

“자네는 이곳에 남아 저들의 동태를 살피게. 저들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그들이 지닌 힘에 대해 소상히 살펴야 하네. 알겠는가?”

“예, 대장군.”

이복남 장군이 대열에서 이탈하여 다시 공수여단 진영으로 되돌아가자 권율과 이원익은 자신의 진영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걷는 동안 권율 대장군이 근심스런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보게, 이원익 장군. 이번 싸움에 승산이 있겠는가? 잘못하면 그나마 있던 군대도 모조리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그것이 걱정이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병사들의 사기가 충만합니다. 저들은 하늘님이 돌봐줄 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군의 힘이 있으니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대장군.”

의외로 이원익 장군이 천군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권율은 내심 언짢았지만 본심을 숨기며 떠보기 시작했다.

“장군은 저들의 정체가 무엇이라 생각 하는가. 저들이 진짜로 단군 천황의 명을 받고 내려온 천군이라 생각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요. 지금은 무엇보다 내일의 전투가 중요합니다. 전투가 끝나고서 마저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이제는 과거와 달리 뒤통수를 맞을 일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 그 말이 옳네. 나중 일은 나중에 따져 보도록 하지.”

이원익 장군의 말에 권율 대장군도 동감했다.

이전에는 왜란 중임에도 문관과의 탁상공론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했고 모함과 권모술수 때문에 잘 싸운 전선의 장수들이 옥에 갇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 전투에만 매진할 수 없게 하는 근심와 우환이 늘 잠복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양의 조정이 안정되어 있어 전선에 나가 있는 장수들이 뒤를 걱정하지 않고 전투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전투 이후의 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단기 3927년 10월 30일 울산부근 공수여단 지휘소


공격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나 천군부의 철마는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었다.

이복남 장군은 휘하 장수들과 잡담을 나누면서도 그 점을 궁금히 여겼다.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 벽돌 모양의 띠를 두 개 달고 있는 천군에게 물어 보았으나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곳에 남기 전 권율 대장군으로부터 천군의 허실을 파악하라는 밀명을 받은 바 있는 그였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탐문하였으나 어느 누구도 대화를 꺼렸다.

천군은 이 작전에 투입되기 전 모든 장병들에게 조선인과 접촉하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 행여 작은 실수 하나로도 만 명의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천군에게는 엄청난 약점이 하나 있었다. 천군의 생명과도 같은 탄약 보급과 유류 보급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천군으로서는 화력과 기동력, 하늘에서의 제압이 불가능 해지면 조선군 병사들의 반란을 막아 낼 수 없다. 물론 조만간 천군부에서 소총탄과 일반 포탄의 개발에 성공할 것이지만 기름을 만들어 내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이런 문제는 기밀 사항에 속해야만 했다.

공격 시간 몇분 전이었다. 갑자기 철마 주위로 천군들이 모이고 포탄을 나르며 여기저기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천군 모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있던 이복남은 공격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고는 황급히 천군부 지휘소로 뛰어갔다. 천군의 허실을 파악하는 데 지휘소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지지익!

“여기는 정찰대다. 적 대규모 집결지 030 200 하나, 둘, 셋. 아직 하늘은 조용하다. 하늘과 연락이 안 된다, 이상!”

―현 지점 대기하라. 각 대대는 공격 지점을 확보하고 명령을 기다린다. 경계에 만전을 기한다. 이상!

“하늘은 언제 열리는가?”

―앞으로 10분 후다.

“정찰대?”

―정찰대 대답하라. 여기는 지휘소.

“여기는 정찰대. 말하라.”

―10분 후 하늘이 열린다. 폭격 유도하기 바란다.

“알았다.”

듣고 있던 이복남의 눈이 커다래졌다.

‘작은 철 가방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고 말을 주고받다니!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없구나! 그런데 하늘이 열린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철마 주위에 탄들이 가득 쌓이긴 했지만 설마 여기서 쏜다는 걸까?’

이복남은 입을 꾹 다문 채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을 머리에 담으려고 용을 썼다. 지필묵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찌 된 일인지 천군들은 그런 걸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다만 막대기 같은 것으로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를 써 내려 가긴 했다.

‘저런 것이 있으면 참으로 편리하겠구나.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종이도 많이 필요 없을 테니. 나중에 하나 얻어 쓰면…….’

천군들이 쓰는 볼펜에 대해 생각하던 이복남은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울산 서생포에 축성된 왜성에는 가토 장군이 3만의 병사를 거느리고 주둔하고 있었다.

“첩보에 의하면 권율이 이끄는 1만의 병사가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공격이 있을 듯합니다만, 어찌하오리까?”

부관은 가토 장군에게 보고를 하면서도 큰 걱정이 없었다. 조선군 1만으로 이곳을 어찌할 수는 없을 듯 보였다. 이곳에는 3만의 부대가 있었고 조총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총병이 3천이다. 조선군이 싸움을 걸어온다면 적당히 성벽에서 싸우다가 성문을 열고 나가 모조리 척살 해 주면 되는 것이다.

“본국에서는 최대한 싸움을 자제하라 하였다. 하지만 걸어오는 싸움에 대해선 응당 맞서 싸워야 하겠지. 어디 한번 얼마나 왔나 볼까?”

성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라온 가토는 성 주위로 1만 명의 조선군 병사가 공격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가토 장군은 기가 찼다. 조선이 자랑하는 신기전이며 화포들이 제법 동원된 듯 보였지만 공성기도 없고 사다리도 없는 조선군의 모습이 자살 공격을 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조선군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소리를 질러 댔다.

“올 테면 와봐라!”

“어이, 조선 놈들. 조총이 무섭지도 않더냐! 하하하하하!”

“어어? 그런데 저기 저건 뭐야?”

지껄이느라 정신이 없던 왜병들이 하늘을 가리키는 병사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작은 새 같은 것이 빠르게 다가오는 데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마치 성에 내려앉을 듯 가까이 다가온 새들이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점점이 커지던 그것이 땅에 부딪쳤고 곧 굉음이 울리더니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왜병들의 몸을 불태웠다.

서생포 왜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곧 있을 전투에 대비하여 대열을 유지하고 있던 조선병들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입을 딱 벌리고는 멍하니 불길이 치솟는 왜성 위쪽의 하늘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비행기를 쳐다보았다.

서너 차례의 폭격이 있은 후 해리어는 북쪽으로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폭음이 들려 오기 시작했다.

상공에 대기 중이던 공수여단 소속 헬기들이 왜성을 넘어가 보유 화기를 모조리 쏟아 부으며 휘젓고 다녔다. 헬기 조종사들은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왜성에는 왜군들로 득시글거렸다. 아무 데나 쏘고 떨어뜨려도 다 맞고 알아서 쓰러졌다.

상공에 정지한 상태에서 주변을 초토화시킨 헬기들이 모든 무장을 소비하고 단 한 대만을 남긴 채 모두 해리어가 사라진 방향으로 날아갔다.

뒤이어 왜성 상공에 높이 뜬 정찰 헬기의 유도에 따라 자주포들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분당 60발의 포탄이 쏟아지고 그 후로는 분당 30발씩의 포탄이 울산 왜성을 강타했다.

난데없는 하늘로부터의 공격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왜병들은 또다시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불탄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성 밖 어디에서 포를 쏘는지 알 수 없었다. 포를 쏘면 당연히 생기게 되는 포연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나카무라에서 태어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는 인척 관계로 어머니의 사촌 여동생의 아들이다. 세 살 때 아버지가 죽어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하가 된 후 많은 전공을 세워 구마모토 성주가 되었다. 왜란 초기엔 함경도까지 진출하여 큰 공을 세웠던 가토가 이곳 울산에서 가장 큰 위험을 맞이하고 있었다.

성내에 계속 떨어지는 포탄은 그칠 줄 몰랐다. 차라리 성 밖으로 나가 적을 몰아내는 게 더 좋을 듯싶었던 가토가 부장을 불러 출동 명령을 내렸다. 그는 멀리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조선군을 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가토는 급히 말에 올라타고는 남문으로 향했다. 성내에 내리던 불벼락은 순식간에 그치고 남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매캐한 냄새가 성안 곳곳을 휘감은 가운데 남문까지 가는 길에는 죽은 병사들과 부상병들의 신음 소리가 넘쳐 났다. 너무나 참혹한 상황 뒤로 남문과 북문을 빠져나온 왜병은 1만 5천도 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들이 불지옥에서 온전히 빠져 나왔다는 안도도 잠시였다. 또 다른 죽음의 위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단장님, 왜놈들이 성을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홍승표 대령이 헬리콥터에서 전해 오는 통신을 받아 김준용 여단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잘 되었군. 싹 쓸어 버리라고 해. 우리도 왜성으로 이동한다.”

가토가 이끄는 왜병 1만 5천이 왜성에서 5백 보 이상을 나왔을 때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공수 여단 1천여 명의 소총과 기관총에서 총알이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대열의 선두가 무너지면서 일제 사격 개시 몇 십 초 만에 수천 명이 쓰러졌다. 거기에 공수여단 후미에서 대기하던 천자총통이 불을 뿜자 서생포 왜성 주변은 살과 피가 난무하는 대학살장으로 변해 버렸다. 공수여단의 막강한 화력에 왜병은 전의를 상실하고는 성안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전군 진격하여 적을 모조리 베어라.”

마침내 권율 대장군은 휘하 군대에 진격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복수심으로 가득 찼던 조선군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왜성을 포위한 채 달려들었다.

공수여단은 한 차례 일제 사격을 가하고는 조선군의 진군과는 반대로 후미로 후퇴하여 혹시 있을지 모를 왜의 지원군을 차단하기 위해 빠르게 방어진지를 구축해 나갔다.

이복남 장군은 지금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천군의 포가 굉음을 울리며 포탄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족히 100리를 날아간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날아간 포탄이 어떤 화력을 보여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비거리만으로도 조선의 화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위력임이 분명했다.

“아니, 장군. 벌써 움직이는 것입니까?”

아직 포탄은 많이 남아 있음에도 천군 지휘부가 이동을 준비하자 이복남이 김준용 장군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왜놈들 태반은 혼이 빠졌을 것입니다. 지금쯤 권율 대장군님의 부대가 적들을 소탕하고 있을 것입니다.”

김준용 장군에게도 안타까움이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포격을 더 하고 싶었지만 포탄이 모자랐다. 이미 울산에서만 300발 이상의 포탄을 써 버린 터였다. 하루에 한 번씩 수송되는 탄약은 언제나 부족했다. 다음 수송대가 올 때까지는 탄을 아끼면서 포탄이 부족해 포격을 중지시킨 사실을 감춰야만 했다.

여단 지휘부가 이동하자 자주포대도 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수여단이 전면에서 철수하고 난 뒤, 1만의 조선군이 왜병을 물리치며 성내에 진입하여 본 광경은 생지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병졸들은 모두들 천군의 강력한 힘을 느끼며 치우 천황과 천군 만만세를 외쳐 댔지만 권율 대장군은 내심 허탈하기만 했다. 저들의 힘에 비하면 그가 가지고 있는 힘은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했다. 저들에게 대항해야 할 사명을 지닌 그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졌다.


그날 하루만에 울산, 웅천, 김해가 조선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해리어의 맹폭에 힘입어 큰 피해 없이 왜군과의 공성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조선군은 마지막 결전장인 부산으로 모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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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대륙진출 +6 15.01.14 10,159 277 15쪽
33 대륙진출 +5 15.01.13 10,636 284 15쪽
32 대륙진출 +5 15.01.12 10,845 310 14쪽
31 대륙진출 +4 15.01.11 10,848 305 12쪽
30 대륙진출 +3 15.01.10 10,492 271 12쪽
29 대륙진출 +4 15.01.09 11,840 292 16쪽
28 대륙진출 +3 15.01.08 11,922 290 13쪽
27 대한제국 +2 15.01.07 11,670 353 14쪽
26 대한제국 +3 15.01.06 11,056 269 16쪽
25 대한제국 +17 15.01.05 11,706 319 18쪽
24 대한제국 +5 15.01.04 11,814 293 16쪽
23 대한제국 +3 15.01.03 12,389 330 14쪽
22 대한제국 +3 15.01.01 12,336 281 22쪽
21 대한제국 +6 15.01.01 12,389 334 17쪽
20 대한제국 +5 14.12.31 12,855 320 19쪽
19 오사카방화 +7 14.12.30 11,954 292 16쪽
18 오사카방화 +4 14.12.28 11,519 274 17쪽
17 오사카방화 +5 14.12.27 11,759 265 17쪽
16 오사카 방화 +2 14.12.25 13,070 321 17쪽
15 이몽학의 난 +3 14.12.22 12,944 302 17쪽
14 이몽학의 난 +4 14.12.21 12,168 310 21쪽
13 이몽학의 난 +3 14.12.20 12,694 306 21쪽
12 이몽학의 난 +3 14.12.19 13,818 306 25쪽
11 왜란종결 +5 14.12.18 13,350 285 17쪽
10 왜란종결 +5 14.12.17 13,682 304 26쪽
9 왜란종결 +5 14.12.16 14,514 310 22쪽
8 왜란종결 +5 14.12.15 15,073 335 24쪽
» 3. 왜란종결 +4 14.12.14 15,793 340 21쪽
6 새로운 세상 +6 14.12.13 16,386 338 20쪽
5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7,158 321 23쪽
4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9,704 38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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