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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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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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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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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대륙진출

DUMMY

단기 3942년(1609) 겨울


겨울이 다가오고 눈발이 온 대륙을 휘감아 돌자, 대한제국의 군대는 모든 군사 작전을 멈추고 현 지점에서 겨울을 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천과 귀주, 운남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한제국군에 무릎 꿇고 성문을 활짝 열었기에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전쟁과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의 등장에 따른 혼란의 여파는 민간인들에게도 미쳤다. 전란을 피해 떠난 피난민들 중 많은 수가 대륙을 떠돌다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고 많은 고아들이 생겨났다.


“아저씨, 밥 좀 주세요. 네?”

어린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구걸하는 모습은 사천성 성도의 한 후미진 골목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전 대륙이 대한제국에 넘어가자 많은 피난민들이 사천과 귀주, 운남으로 몰리면서 거리는 거지들로 가득 찼다.

성주들은 밀려드는 피난민들로 골치가 아팠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날이 풀리면 대한제국군이 이곳으로 쳐들어올 것이 뻔하니 성주들은 피난민들에게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었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사천, 귀주, 운남성 백성들에게도 몰려드는 피난민들은 남남이나 다름없거나, 자신들의 식량을 축내는 벌레 같은 존재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어린 거지들을 바라보던 한 중년의 사내는 측은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한 무리의 거지 아이들은 누더기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정을 구걸했다.

중년 사내가 멈춰 서자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온몸으로 보여 주는 아이들이 어느새 주위를 빙 둘러쌌다.

“얘들아, 내 돈을 조금 줄 테니 가서 뭐라도 사 먹거라. 그리고 내 들으니 조선 병사들이 거리에 쌀을 쌓아 두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하니 너희들도 그리 가 보거라.”

중년 사내의 말을 들은 아이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정말입니까? 혹 잡아다가 노예로 팔려고 수작 부리는 자들이 아닐까요?”

아이들 중 대장 격인 아이가 물었다. 노예고 하인이고 가릴 처지가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나쁜 사람들에게 팔려 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글쎄다… 난 자세히는 모르겠다. 조선에서는 노예를 부리는 자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직접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긴 곤란하구나. 지장보살이 천군으로 현신했다는 소리도 있더라만은… 가든지 말든지 그건 너희들 자유고, 옛다.”

중년 사내는 은 두어 냥을 던져 주고는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갔다.

돈을 받아 든 대장 아이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만고만한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린 봄이 오기 전에 모두 굶어 죽고 말 거다. 봄이 온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지. 그러니까 그 아저씨의 말대로 조선군을 찾아가는 것이 어때?”

“대장! 대장이 아무리 우리의 대장이라도 난 저 조선 놈이 나눠 주는 쌀을 먹고 싶은 생각은 없소. 차라리 굶어 죽고 말겠소.”

전쟁 전에는 무슨 대신의 아들이었다는 아이가 눈에 살기까지 띠며 대장에게 대들었다. 평소 같으면 끽소리 못하던 아이가 조선이라는 말이 나오자 살기 등등 하다.

“너희들은?”

모두들 머뭇거리고 있었다.

침략자가 주는 것을 받아 먹고 목숨을 부지하느냐, 아니면 고고하게 굶어 죽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는 글줄 깨나 읽은 사람들의 것이지 거지 아이들의 문제는 아니었다.

“난 죽기 싫다. 명 황제가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난 차라리 조선군에게 가겠다.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데.”

“뭐라고? 이런 쳐죽일 놈을 봤나!”

“그래, 죽일 테면 죽여라, 이 거북이 같은 새끼야. 너는 잘나서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지만 나는 못나서 이날 이때까지 못 먹고 못 살았다. 잘난 너는 성주라도 찾아가서 그놈 밑이나 닦아주면서 살아! 뭣하러 빌어먹긴 빌어먹냐!”

거지 아이들은 순식간에 두 패로 갈라져 싸울 기세였다.

“그만! 우리끼리 이럴 거 없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그전에 만두나 먹으러 가자!”

대장이 은 두 냥을 높이 쳐들고 외치자 싸움은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이틀을 꼬박 굶은 아이들은 더 이상 싸울 기력도 없었다.

아이들이 사라지자 중년 사내가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대명부 소속 비둘기 요원인 오성일은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선행을 베풀고 다녔다. 오성일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 줄 때마다 반드시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사람들에게 조선을 좋은 나라로 인식하도록 은연중에 암시하곤 했다.

신분을 속이고 대륙으로 들어온 비둘기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장보살의 현신을 천군과 결부시키는 우회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퍼뜨리며 각지를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인심을 얻기 위해 비둘기들은 자신이 지나는 길에 항상 은자를 뿌리고 다녔다.

대명부의 이러한 활약으로 인해 각 성도와 주요 고을마다 조선병이 쌀을 배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피난 갔던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는 길은 물론 고향에 도착해서도 굶지 않을 방법이 생기자 제각기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대륙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거기 줄을 서시오, 줄을 서! 줄을 안 서면 식량은 없소.”

“처음 온 사람은 오른쪽으로 서시고 어제 온 사람은 왼쪽으로 서시오. 오늘 식량을 탄 사람들은 이름과 사는 곳을 적고 두 시간 동안 교육을 받은 뒤 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 올 때는 꼭 도장 받은 종이를 제시해야만 배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 줄을 서요, 줄을 서!”

절강성(浙江省) 온수성에서는 창병들이 보초를 서는 가운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에게 쌀과 의복을 나눠 주었다. 대한제국에서 대륙에 구호 물자를 풀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꼭 하루 먹을 분량만 나눠 준 대한제국군은 그 대가로 하루에 단 한 마디라도 한글을 외우게 했다.

“가, 가. 나, 나. 다, 다.”

한쪽에서는 일본부에서 지원 나온 중학교 졸업생들이 주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자신들의 아랫사람을 뽑는 일도 병행했다. 그들 졸업생들은 대륙의 관청에서 의무적으로 3년은 근무해야 했기에 도와 줄 현지 인력이 필요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으로 오시오. 일자리와 품삯을 드립니다. 다만 일하기 전에 세 시간씩 공부를 해야 합니다. 원하는 사람만 오십시오.”

한쪽에서는 인부들을 모집하는 사람들이 구호 물자를 지급받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겨울 동안 주요 하천 및 장강과 황하의 바닥을 준설하는 공사에 필요한 인부 모집이었다.

장강과 황하는 오랜 세월 동안 준설은 않고 강둑만 높이 올려 홍수에 대비해 온 터라 강 수면이 주변 대지보다 높았다. 높은 다리 위로 강이 흐르고 있는 형상이었는데 큰 홍수가 질 때는 어김없이 강둑이 터져 물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고, 주변의 많은 경작지가 침수되고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물난리는 인재와 천재가 합쳐 만들어 낸 당연한 재난이었다.

이에 중국인의 민심을 잡고 대륙 지배를 공고히 하는 첩경이 치수(治水)에 있음을 파악한 천군부에서는 겨울 동안 강바닥을 긁어 내기로 결정했다. 얼마나 수위를 낮출 수 있을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하천 수면이 지면과 같아 질 때까지는 계속되어야 했다.

그때 광동성을 장악한 4군은 광동과 마카오에 주재하고 있는 서양인들에 대한 대우 문제로 고민 중이었다. 광동성을 담당하는 15보병사단장인 이을문 소장이 4군 사령부에 계속 지침을 문의했지만 아직 천군부에서도 그에 대한 지침이 없어 답이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카오 대표가 사단장을 찾아왔다. 4군에는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는 장교가 없어 한문으로 필담이 이루어졌다. 마카오 대표는 포르투갈 사람으로 중국어와 한문에 능통했다.

“나는 바스코라고 합니다. 광동과 마카오에 거주하는 포르투갈과 영국, 네덜란드인들의 대표로 찾아왔습니다. 과거 명은 서로 간의 이익을 위해 이곳에서의 거주와 무역을 허락하였습니다. 이번에 명을 정복한 귀국에서도 그 점을 인식하고 계속 인정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스코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들먹이며 자신들의 거주를 인정받고 싶어했다. 대부분 상인들과 공인된 해적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명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었다. 더욱이 마카오의 경우는 유럽에서 진출한 세력의 동쪽 거점이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과거의 일도 다시 조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서양 놈들은 모두 다 똑 같은 놈들이다. 식민지를 건설하고 식민지를 약탈하는 데 혈안이 된 놈들이지.’

개인적으로 이을문 장군은 저들을 모조리 몰아낸 뒤 서쪽 오랑캐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알맹이 없는 필담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한 문장을 쓰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을문은 왜 이런 놈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한자로 필담을 해야 하는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우호적인 필담이 오가던 중에 부관이 작은 쪽지를 건넸다.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던 이을문 장군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머금어졌다.

“상부에서 방금 당신들에 대한 조치를 보내 왔는데 궁금하지 않소?”

“무척 궁금하군요, 장군.”

“그럴 것이오. 상부에서는 그대들에게 퇴거령을 내렸소. 앞으로 7일 안에 마카오와 광동을 떠나길 바라오. 남아 있는 자들은 떠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진압하라는 명령이오. 그때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그대들에게 있음을 주지하시기 바라오.”

대표라는 밝혔던 바스코는 이 장군이 쓴 글을 보고 황당해 했다. 설마 설마 하던 일이 벌어져 버린 것이다.

“장군, 우리는 인도네시아와 인도에 많은 병력이 있습니다. 그리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한제국은 전 유럽과 싸울 각오가 되어 있는 것입니까?”

이을문 장군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사단 병력만 움직여도 유럽이 벌벌 떨 텐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짖어대는 바스코가 불쌍하기까지 했다.

“좋을 대로 하시오. 오늘부터 7일이오. 이런, 벌써 점심 시간인가. 당신은 어서 돌아가서 짐을 싸야겠구려. 7일이면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니 말이오.”

당당히 소리친 뒤 일방적으로 퇴장한 이 소장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바스코는 힘없이 거주지로 돌아와야만 했다. 좋게 일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대한제국에 다가갔다가 오히려 대한제국에게 퇴거령을 받고 말았다.



마카오


“뭐라고요? 저 노랑 원숭이들이 우리들더러 7일 안에 떠나라 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이 일을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총독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합시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지 않습니까?”

“광동성에는 대한제국군 수만의 병사가 있습니다. 싸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네덜란드인은 저들과 싸울 것입니다. 자바 총독에게 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러니 영국에서도 인도 병력을 요청해 주십시오. 게다가 말라카에는 포르투갈 군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싸웁시다!”

사람들의 흥분된 분위기 속에 바스코가 끼어들어 찬물을 끼얹었다.

“여러분들은 대한제국을 잘 몰라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만, 대한제국은 명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단 몇 달만에 무너뜨린 나라입니다. 여기 있는 인원으로 상대할 나라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이쯤에서 물러났다 다시 와야 합니다. 불과 10년 전 대한제국이 왜를 합병할 때 그곳에서 우리가 쫓겨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본국의 훈령을 기다리는 동안 말라카로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바스코는 일본을 여러 차례 드나든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대한제국이 지금은 일본부라 부르는 지역을 어떻게 점령하고 통치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내륙 통행이 금지되고 내국민과의 접촉이 제한되어 내부 사정은 잘 알 수 없지만 떠도는 소문은 많이 듣고 있었다.

“다른 소리 할 것 없소! 우리는 노란 원숭이들과 싸울 것이오!”

“여러분 마음대로 하시오. 우리 포르투갈인은 이곳에서 떠날 것을 알려 드립니다.”

바스코는 뒤에서 겁쟁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의 야유와 욕설을 들으며 회의장을 나왔다.

바스코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마카오 거리로 나온 그는 그날부터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양과의 무역에서 큰 돈을 벌었거나 벌 것을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

각 국의 대표가 모인 회담이 있은 지 5일째 되는 날, 결국 그는 자신의 배에 중국차와 도자기, 향료 등을 가득 싣고 마카오를 떠났다. 선원을 구하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웃돈을 더 주면서 필수 선원들만을 간신히 태운 채였다.

‘돈까지 쥐어 주면서 목숨을 구해줘야 하다니?’

마카오 항이 보이는 배 위에서 바스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소돔 시를 빠져 나오는 선각자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배를 움직이는 선원들 가운데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 배의 선장인 스피놀라가 다가왔다.

“어디로 갈 건가, 바스코?”

“일단은 말라카로 가야겠지. 말라카 총독을 설득해서 구원 함대라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힘들 것 같군. 총독은 마카오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지. 마카오 때문에 말라카의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거든.”

스피놀라 함장과 마찬가지로 바스코 역시 말라카 총독이 쉽게 함대를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스코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그 다음 결정은 총독의 책임이니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저 푸른 야만인들이 아직까지 떠나지 않고 싸울 준비를 한다는 말이지?”

“예, 장군님. 지금까지 한 척의 배가 출항했을 뿐 나머지 백인들은 그대로 있습니다.”

“개코도 없는 것들이 남의 나라에서 뭐 먹을 것이 있다고 버티는 거야. 하이에나 같은 놈들… 내 그 만용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가르쳐 줘야겠군.”

천인 출신이 아닌 부관은 이을문 장군이 내뱉는 비속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장군이 양이(洋夷)라 불리는 푸른 눈을 가진 오랑캐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건 분명해 보였다.

“저놈들 모조리 잡아들인다! 해남도와 대만에 연락해! 포함으로 광동과 마카오에서 도망치는 놈들의 퇴로를 막아 달라고 하고 저들이 지원군을 요청했을지 모르니까 주변 해상도 지켜 달라고 해. 우리는 1개 연대만 출동시켜도 진압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 가서 내일 중으로 쓸어 버릴 테니. 단 한 놈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연대장에게 특별히 주지시키도록!”

“예, 장군님.”

명령을 내린 이을문은 서양 놈들이 머스킷인가 아르퀘부스인가 뭐 그렇고 그런 화승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지금쯤이면 좀 더 발전된 소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을 감안하지 않고 명군 상대하듯 밀고 나갔다가는 큰 코 다칠 위험이 있었다.

“참, 저놈들은 그래도 구식 총을 가지고 있으니까 접근전에 조심하라고 하고. 아마 대포도 있을 거야. 포대 하나만 내줘.”


마카오 진압 명령을 받은 15사단 2연대장은 서양과의 첫 싸움을 자신이 맡게 된 사실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는 힘이 없어 당했던 아시아 민족을 대신해서 당한 만큼 되돌려 줄 생각이었다. 저들의 큰 코를 잘라서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주둔지를 떠난 지 하루 만에 마카오에 도착한 2연대 병력은 서양인들이 급조한 자그만한 요새를 볼 수 있었다. 서양인들은 대부분의 병력을 마카오에 배치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전령을 보내 항복을 권유하도록 해. 전함이 오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니까 시간도 좀 벌고 우리가 아주 신사적이라는 것을 보여 줘야지.”

2연대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밀고 가서 쓸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항구를 봉쇄할 전단이 올 때까지의 시간인 하루는 기다려야 했다.


바스코가 떠난 지 이틀째인 마카오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바스코의 충고를 무시한 양인들은 네덜란드인들을 주축으로 마카오 수비대를 창설하고 사람들을 무장시켰다. 화승총으로 무장한 자만 해도 400명이나 되었고 총인원은 천 명이 넘었다. 게다가 급히 상선에서 끌어 올린 대포가 30문이나 있었다.

수비대의 무장은 어지간한 나라를 점령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해 보였다. 적이 대한제국군이 아니라면 말이다.

승리를 예상하고 있던 그들에게 대한제국의 전령이 항복을 권유하는 문서를 전달하자 모두 코웃음 쳤다. 자신들을 몰아내기 위해 몰려든 적들은 기껏해야 1천여 명 정도로 자신들과 비슷했지만 이쪽은 훈련받은 정규군에 버금가는, 거친 바다와 해적들과 싸우면서 단련된 선원들이었다.


“전령이 돌아왔습니다만 항복하지 않겠답니다.”

“바보 같은 놈들. 함대는 아직인가?”

연대장은 부관에게 재차 확인했다. 적들의 퇴로를 막고 함포 사격을 해 줘야 할 함대가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내일 아침까지 함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공격을 시작한다. 다들 준비하도록. 포병부터 전개시켜라.”


마카오 수비대장으로 선출된 고트하르트는 대한제국군의 움직임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 보고 있었다. 그는 대한제국군이 포병까지 대동한 정예 부대인 것을 보고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들의 숫자는 얼마 안 되지만 저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구원군이 올 때까지 자신들이 버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대장, 해안에 배가 나타났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 고트하르트는 해안 경비대에서 보내온 전령의 보고를 받고는 화색이 돌았다.

“아니, 벌써 지원군이 오고 있는 건가?”

“아닙니다. 대한제국의 배 같습니다. 배 모양이 특이합니다. 크기도 보통 상선보다 두 배는 커 보이고 철갑을 두른 철갑선입니다.”

“이런 제길! 우린 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니 바다와 육지에서 공격 당하면 끝장이다. 일부 병력을 해안 방향으로 돌리고 포대도 배치시켜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고트하르트는 이곳에만 1천여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도나 말라카 총독이 인식해 주기만을 바랬다.

‘우리는 버틸 수 있다.’

몇 번이고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 주던 고트하르트의 바람은 해가 떠오르자마자 날아오는 포탄 소리에 산산조각 났다. 바다와 육지에서 쏘아 대는 포탄은 정확하게 마카오 수비군의 주둔지를 강타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불이 났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배들도 모조리 불타고 있었다.

“총 한 번 쏘아보지도 못하고 전멸하겠다. 우리도 대포를 쏘아라!”

꽝!

마카오에서 날아온 대포알은 2연대가 진을 치고 있는 외곽 참호까지도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졌다. 사정 거리에서 큰 차이가 나는 포격전은 포탄 낭비일 뿐이었다.

계속되는 포격으로 마카오 수비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여자들이나 아이들도 포탄에 맞아 피 흘리며 죽어 나갔다.


포격 결과에 만족하던 정준섭 대령은 전군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다.

“전군 진격하여 적을 섬멸하라. 각 소대별로 각개 전투 개시!”

소대지원화기를 들고 있는 박 상병은 기관총을 들고 열나게 뛰어갔다. 뒤에서는 부사수 이 일병이 삼각대와 200발이 가득 찬 탄 박스 네 개를 들고 헉헉대며 달려갔다.

그렇게 200m를 접근한 3소대가 엄폐물을 찾아 사격 준비를 하는 사이 뒤에 엎드려 있던 4소대가 앞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엄호와 도약을 반복하며 전진하던 2대대 병력이 적 진지에 거의 도달했다.


사거리가 100m도 되지 않는 머스킷총을 장전하고 적군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던 고트하르트는 적의 진격 모습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저들은 자신이 알고 있던 방식대로 접근하지 않고 흩어져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야전 전투 모습에 대응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동양의 군대는 칼이나 창을 들고 뭉쳐서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서양의 군대는 몰려오는 적들을 순차적 사격으로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 섬멸하곤 하였다.

이상한 것이 또 있었다. 저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소총보다 더 정교하고 가벼워 보이는 총을 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이상한 것들을 들고 있는 병사도 있었다.

적들이 다가오는 동안 공격하고 싶었지만 엄호하며 전진하고 있어 이쪽에서 쉽사리 몸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마침내 적이 대포 사거리에 들어왔다.

“포대 준비하라.”

그의 명령이 주위로 전파되었다.

“발사!”

고트하르트의 명령에 후방에서 대기하던 20문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꽈광!

포탄이 떨어지자 전진하던 병사들이 엄폐물을 찾아 뛰기 시작했지만 곡사 무기에 완벽한 은폐는 불가능했기에 몇몇 병사들이 그대로 나자빠졌다.

“이런! 대포병 사격을 요청한다.”

2소대장은 자신의 분대가 정통으로 당하자 연대본부에 대포병 사격을 요청했다. 다행히 적의 탄은 고폭탄이 아니어서 분대원 중에 사망자는 나지 않았지만 몇 명이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아무리 고폭탄이 아닌 철환 포탄이라지만 정통으로 맞으면 뼈가 부러지거나 죽기 십상이었다.

“5분 후 아군 포격이 있을 예정이니 포격이 끝난 후 전군 신속히 돌격하라.”

연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적의 포탄은 물론 아군의 포탄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제대로 파내기도 전에 포탄이 날아왔다.

꽝!

“으악! 위생병! 위생병!”

여기저기서 비명과 신음이 들리고 위생병을 애타게 찾는 병사들이 늘어났다.

“이런, 제기랄! 지원화기 사격 준비!”

그사이 몸이 반쯤 들어갈 정도의 깊이로 땅을 파고 들어간 3소대장은 누운 채 하늘을 날아다니는 포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조만간에 돌격이 예상되었다.

소대 지원화기가 삼각대를 세우고 기관총을 거치하기 시작했다. 돌격전 시 적들이 머리를 들지 못하도록 화력 지원을 담당하는 박 상병과 이 일병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전 대원 돌격!”

어느 순간 연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젠 날아오는 포탄도 없었다.

“소대 앞으로! 기관총은 엄호 확실히 해!”

“돌격!”


“사격 개시!”

고트하르트는 몰려오는 적들에게 사격을 시작했다. 성벽에 거치했던 머스킷은 대부분 파괴당했지만 살아남은 몇 정이 사격을 시작했다. 머스킷보다 사거리와 위력이 약한 아르퀘부스를 소지한 자들도 사격에 가담했다.

탕탕탕탕!

지그재그로 뛰고 있는 적들을 한 방에 맞추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적들은 쓰러지고 있었다.


“기관총 뭐 해! 엄호하란 말야, 이 개새끼야!”

드드드드드!

소대장의 명령이 끝나기도 전에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적 최일선에 가해진 수 정의 기관총 사격에 고트하르트는 고개를 숙였다. 한 발 쏘고 재장전에 최소한 2분이 걸리던 마카오 수비대원들은 기관총 공격이 아니더라도 장전을 위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총을 쏘려 하자 저쪽에서 총탄이 날아와 주위에 박히고 있었다. 그때 무너진 석벽에 머리를 빼꼼이 내민 석궁을 든 자가 대한제국군 병사의 머리를 겨냥했다.


“수류탄 준비!”

“투척!”

소대장의 명령에 살아남은 삼십여 명의 소대원들이 일제히 수류탄을 적 진지 안으로 던졌다.

꽈광!

연속적으로 터지는 소리가 멈추기도 전에 소대장이 소대원에게 돌격 명령을 내리자 소대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무너진 목책과 성벽으로 달려들었다.

“돌격! 전진! 헉!”

돌격을 독려하던 소대장의 목에 짧은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목뼈를 뚫고 지나간 화살은 소대장의 목숨을 단숨에 빼앗았다.

“와아! 와와와!”

한 차례 수류탄 세례를 가하자 적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수비대원들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방어선을 가장 먼저 넘어선 3소대원들이 도망치는 자들을 향해 총을 쏘아 댔다. 등에 총알을 맞은 자들이 푹푹 쓰러졌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마카오 수비대원들은 해적답게 대한제국군을 맞아 용감하게 싸웠다. 근거리 싸움에서는 칼을 든 자가 유리한 듯 보였다.

뒤이어 추가 병력이 방어선을 넘어 마카오 안으로 몰려들었다. 3소대가 뒤로 빠지자 방금 성벽을 타고 넘어온 다른 소대원들이 전방을 향해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달려온 박 상병과 이 일병이 성벽에 기관총을 걸치고 사격을 시작했다.

드드드드!

담벼락과 무너진 집 더미 뒤에서 석궁을 날리던 자들이 기관총탄에 맞아 쓰러졌다. 백병전에 기관총이 가세하자 순식간에 저항하는 숫자가 줄어들었다.


한번 밀려 버린 마카오는 제어가 불가능했다. 급히 해안가로 돌려진 병력을 이동시켜 무너진 방어막을 재형성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마카오 깊숙이 들어온 2연대 병력이 집집마다 뒤지고 돌아다니며 저항하는 자들을 사살했다.

곳곳에서 수거한 구식 무기와 대포들이 마카오 광장에 가득 쌓였다. 항복한 자들과 집 안에 숨어 있던 어린아이와 여자들이 끌려 나와 한쪽으로 내몰렸다.

정준섭 대령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것들을 여자와 어린아이, 남자으로 분류해서 감금하고 잘 감시해.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다.”


사단장에게 전투 보고 및 사상자 명단을 작성하던 연대장은 3대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사병 둘을 데리고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힐끔 바라보니 사병들은 누구에게 맞았는지 얼굴에 멍이 들었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린 자국이 보였다.

“뭔가? 싸웠나?”

“그런 것이 아니라… 이놈들이 서양 여자를 겁탈하려다 걸려서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

정준섭 대령은 내심 전리품인 여자들을 광장에서 발가벗겨 전투에 지친 병사들에게 던져 줘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런 명령을 내리진 못했는데 사병들이 알아서 해주었다니 기특하기까지 했다.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그러면 쓰나? 여자들은 말이야, 살살 다뤄야 돼. 다음부터는 힘으로 하지 말고 마음으로 대해 봐. 대대장이 적당히 벌칙을 내린 것 같으니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군. 그만 나가 보지.”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라 생각했던 사병들이나 대대장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연대장의 언동에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연대장이 다시 서류에 매달리자 대대장은 사병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사병들이 얼른 경례를 하고 후닥닥 연대장실을 나가자 연대장이 피식 웃으며 대대장을 바라보았다.

“괜한 일을 했구만. 적당히 하라고. 사병들도 재미 좀 봐야지. 전투가 계속되는데 이런 재미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겠나?”


해남도에 최초로 배치된 101잠수함은 심도 30m에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마카오를 연결하는 구역을 초계하고 있었다. 101함이 받은 명령은 근처를 항해하거나 접근하는 외국 국적의 선박을 격침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7일 동안 초계를 한 후 102함에게 임무를 인계하고 돌아가면 되었다.

101함은 승무원 100명이 승선하는 잠수함으로 어뢰 10문과 음파수집기가 장착되어 있으며 최대 15일을 바다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최대 잠수 심도는 40m에 최고 속도는 10노트를 자랑했다.

대한제국 최초의 잠수함 함장이 된 김득렬 소령은 자신의 첫 번째 임무에서 뭔가 전과를 올리고 싶어했다. 단 한 척이라도 잡으면 잠수함 전대 최초로 적함을 격침시킨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 해군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했다.

“소리실, 뭐 잡히는 것 없나?”

“예, 조용합니다.”

“참 이상하군. 수면 위로 올라간다. 망원경으로 봐야겠다.”

함장인 김득렬 소령은 음탐장이나 소리수집기 모두 못 미더웠다. 범선에서 기계음이 날 리 없으니 가까이 있어도 수면 위를 조용히 지나는 배를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수상에서 망원경으로 보는 게 속 편했다.

“상승합니다.”

잠수함의 잠항 심도가 워낙 낮은 탓에 금세 잠망경 심도에 다다랐다.

“잠망경 올려.”

잠망경을 한 바퀴 돌린 함장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부상을 명령했다.

잠수함이 완전히 떠오르고 해치가 열리자 함장과 부장이 사다리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가슴을 활짝 펴고 신선한 공기를 폐 속 깊숙이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조용하군. 이놈들이 지원군을 보내지 않을 생각인가?”

육지에서 멀리 나온 것치고는 파도가 잔잔했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만 몽실몽실 지나다녔다. 주위가 온통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그 흔한 갈매기 하나 없었다.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 펼쳐 진 터라 수면 위 초계가 가능했다.


“4시 방향에 선박입니다.”

“어디?”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올리던 함장이 다급히 잔을 내려놓고 부장이 말한 4시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훗!”

함장이 피식 웃었다. 4시 방향에는 태극기가 달린 영영호가 검은 연기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짜식아, 태극기가 걸려 있잖아. 어디 보자… 영영 3호구만. 여기까지 뭐 하러 왔을까? 한번 가서 보자구. 4시 방향으로 전속 항진.”

함장은 오랫만에 대하는 영영 3호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망망대해에서 태극기를 단 배를 보니 좀 더 가까이 가서 대화라도 나눠 봤으면 했다.

영영 3호는 이번 항해를 끝으로 해군에서 퇴역하게 되어 있었고, 벌써 제일기선인지 하는 민간 여객 회사에 매각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머나먼 바다에서 마지막 항해를 하는 배를 만나다니 기분이 묘했다.

“안녕하십니까, 101함 김득렬 소령입니다.”

―반갑습니다. 영영 3호 장준이 소령입니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양코배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하, 그러시군요. 마카오 진압 작전은 이미 끝났답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어디로 가십니까?”

―해남도로 갑니다. 우편물이 제법 많군요.

“그래요? 우리 것도 있습니까?”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이번이 마지막 항해라는 소문이 있던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여객선으로 팔렸다고 하더군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짧은 교신을 마친 101함과 영영 3호는 점점 거리를 벌려 갔다. 초계 구역을 한참 벗어났던 101함은 원래의 구역으로 되돌아갔지만 어디에도 서양 선박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놈들이 안 오려나?”

김득렬 소령은 아무 소득 없이 하루를 보내자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에이, 심심하구만. 훈련이나 해볼까?”


그해가 다 저물도록 101잠수함이 기다리던 서양 함대는 마카오 주변으로 단 한 척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카오에서 붙잡힌 서양인들은 모두 청진으로 이송되어 수용소에 감금되었다. 청진에 유럽의 축소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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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서쪽으로 +5 15.02.12 8,558 2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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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두마리 토끼 +5 15.02.10 7,984 233 12쪽
47 두 마리 토끼 +4 15.02.09 8,534 222 16쪽
46 두 마리 토끼 +6 15.02.04 8,739 246 13쪽
45 두 마리의 토끼 +4 15.02.04 8,782 231 11쪽
44 두 마리 토끼 +4 15.02.03 8,861 235 14쪽
43 두 마리 토끼 +6 15.01.29 9,730 253 14쪽
42 두 마리 토끼 +4 15.01.27 9,735 261 13쪽
41 대륙진출 +4 15.01.27 9,497 232 12쪽
40 대륙진출 +5 15.01.23 10,221 280 27쪽
» 대륙진출 +8 15.01.21 10,025 270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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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오사카방화 +7 14.12.30 11,954 29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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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사카 방화 +2 14.12.25 13,070 321 17쪽
15 이몽학의 난 +3 14.12.22 12,944 302 17쪽
14 이몽학의 난 +4 14.12.21 12,168 310 21쪽
13 이몽학의 난 +3 14.12.20 12,693 306 21쪽
12 이몽학의 난 +3 14.12.19 13,818 306 25쪽
11 왜란종결 +5 14.12.18 13,350 285 17쪽
10 왜란종결 +5 14.12.17 13,682 304 26쪽
9 왜란종결 +5 14.12.16 14,514 310 22쪽
8 왜란종결 +5 14.12.15 15,073 335 24쪽
7 3. 왜란종결 +4 14.12.14 15,792 340 21쪽
6 새로운 세상 +6 14.12.13 16,386 338 20쪽
5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7,158 321 23쪽
4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9,704 38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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