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구에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최근연재일 :
2015.07.22 20:59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183,269
추천수 :
28,361
글자수 :
1,225,279

작성
14.12.15 06:00
조회
15,061
추천
335
글자
24쪽

왜란종결

DUMMY

단기 3927년(1594) 10월 30일 가덕도 앞바다


둥둥둥!

아침 햇살을 맞으며 이순신이 이끄는 대선단이 가덕도 앞바다에 나타났다.

둥둥둥!

판옥선과 귀선이 뒤섞인 200여 척의 함대는 거대한 천군의 철선을 앞세우고 북을 울리며 천천히 가덕도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미 조선의 대 함대가 가덕도 앞바다에 나타났다는 보고를 접한 구기 요시다가가 왜선 300척에게 전투 준비를 시켰다.

하지만 요시다가의 함대는 포구 밖으로 멀리 나가지 않았다. 조선 수군의 화력에 훨씬 못 미치는 왜로서는 가덕도에 설치된 요새포의 도움 없이는 상대할 수 없었다. 왜란 중의 숱한 해전에서도 왜의 수군은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화력에서 밀린 왜군이 택한 전술이 바로 해안포와 요새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왜 수군은 바다에서의 해전을 피하고 내륙 가까운 곳으로 조선 수군을 유인하여 해안포와 요새포로 상대한다는 전술을 펼친다.


광개토대왕함 함장 김세일 대령은 함교에 올라 가덕도 포구에 떠 있는 조각배들을 바라보았다.

“조각배들을 상대로 하픈을 쓰기는 아깝고, 함포를 쏘자니 포탄이 너무 많이 소모될 것 같고… 갑갑하구만, 이거…….”

수억 원씩 하는 데다 이제는 보충할 수도 없는 하픈을 고작 저런 누각선에게 발사해야 한다는 사실이 김세일 대령을 고민스럽게 했다.

그러나 하픈을 아낀다고 해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몇십 년이 흐르면 조선 함대는 그 전력이 지금보다 후퇴해 있을 것이 뻔했다. 21세기 군함은 녹슬어 폐기 처분될 것이고 기껏해야 함포를 장착한 철선이 주력함이 될 공산이 컸다.

“어차피 소모시켜야 할 무기라면 최대 효과를 위해 공중에서 폭파시키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파편만으로도 다수의 누각선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함장의 고민 아닌 고민을 듣고 있던 무기 사관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가능하면 전투를 빨리 종결시켜서 적의 항복을 받아 내야겠지. 강력한 화력 투사로 적의 전투 의지를 빼앗고 조선 수군에 우리의 힘을 보여 줘서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겠군. 아주 좋은 생각이야.”

무기사관을 칭찬한 함장은 곧장 지시했다.

“하픈과 필요 없는 대공 미사일을 저들의 머리 위에서 자폭시킨다. 살상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아서 발사하도록.”

화력에서 너무 차이가 나는 이번 전투는 처음부터 싸움이 아닌 학살이 될 것이다. 조선 함대와 왜 함대가 점점 가까워지자 광개토대왕함 좌우 측에서 하픈과 대공 미사일들이 흰 연기를 내며 날아올라 왜선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이순신 제독은 갑자기 천군함에서 흰 연기가 치솟으며 굉음이 울리자 판옥선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배가 돛이나 노도 없이 움직이더니 이제는 적선과 20리 거리에서 뭔가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천군함에서 치솟은 기다란 것이 불빛을 달고 날아가더니 왜선 머리에서 화려한 불빛을 내며 폭발했다. 그리고 아래쪽 왜선들이 파편에 맞아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가덕도 앞바다는 왜선이 불타면서 내는 연기로 가득 찼다.

“후퇴하라! 포구 안으로 들어간다!”

생각치도 않았던 먼 거리에서 공격당한 요시다가는 함대를 포구 안으로 후퇴할 것을 명령했다. 일단은 조선 수군을 안으로 더 끌어들여야 했다.

다행히 의도대로 200여 척의 이순신 함대가 거대한 철선을 뒤로하고 포구 안으로 들어왔다. 입구를 완전히 봉쇄하면서 들어오는 이순신 함대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해안포 발포하라!”

요시다가가 해안포의 발포를 알리는 깃발을 올렸다.

가덕도 포구에 설치된 10문의 포에서 연기가 일면서 포탄이 조선 수군의 전방에 떨어져 내렸다. 위협적인 포탄이 함대 진행 방향에 떨어지자 이순신 함대가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적 해안포 포착. 공팔공 이삼이.”

광개토대왕함에 장착된 127미리 함포가 빙글 돌더니 목표 지점에 무차별 발포하기 시작했다.

펑펑펑!

포탄이 탄착점을 수정하며 점점 해안포 가까이로 다가오자 겁에 질린 왜병들이 포대를 버리고 줄행랑을 쳤다.

“도망가지 마라! 자리를 지켜라! 어서 화약을 재라!”

왜장이 칼을 빼 들고 도망가는 왜병의 등을 갈랐지만 아주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모두들 넋이 나가 도망가기에 바빴다. 왜장이 도망치는 왜병의 앞을 가로막고 칼을 높이 쳐들었 때 주위에 포탄이 작열하며 주변의 생명체들을 사방으로 찢어 발겼다.

“명중! 다음 목표 공칠칠 삼칠이.”

펑펑펑!

왜의 해안포 대부분은 재탄을 날리기 전에 광개토대왕함에서 발사하는 함포에 의해 모조리 제압당했다. 위치를 노출 당한 해안포는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해안포가 모조리 당했습니다, 장군.”

옆에서 말해 주지 않아도 해안포가 당했다는 것을 요시다가는 눈으로 잘 보고 있었다.

이제 포구 안으로 들어온 왜군의 함대가 꼼짝없이 갇힌 형상이 되어 버렸다. 지금 포구에 배를 대고 뒤로 물러나면 병사를 살릴 수 있겠지만 배를 잃게 될 공산이 컸다. 배를 잃으면 부산과 울산에 있는 왜의 육군 역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조선 수군과 싸워 이기거나 탈출해야만 했다.

“전 함대에 알린다. 전속력으로 전진하여 조선 수군을 격멸하라!”

이판사판인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전 함대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속도 면에서는 판옥선을 압도하는 왜선이 앞으로 죽어라 달려왔다. 그러나 조선군 함대에 접근하기도 전에 함포 사격과 미사일 공격에 의해 차례차례 수장되어 갔다.

“북을 울려라! 전 함대 진영을 유지한 채 공격하라!”

포격을 뚫고 부딪쳐 오는 왜선을 발견한 이순신 장군이 몸소 공격 명령을 알리는 깃발을 걸어 올렸다. 사기가 충천한 조선 수군이 만신창이가 된 왜 수군과 맞붙기 시작했다.

멀리서 판옥선과 누각선이 합쳐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세일 대령이 이제 할 일이 없어진 광개토대왕함을 정선시켰다. 가끔씩 격전지를 빠져나오는 왜 누각선을 향해 함포를 발사할 뿐이었다.

왜 함대의 궤멸로 이곳 가덕도의 대세는 기울었다. 아직도 포구에 남아 있는 왜선을 깨부수기 위해 200여 척의 판옥선을 이끌고 가덕도로 들어간 이순신은 그 특유의 전투 지휘력을 발휘하여 흩어지고 있는 왜 수군을 빠르게 격파해 나갔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원균을 도와주어야만 했다.

“대마도로 간다.”

김세일 대령이 함의 이동을 명령하자 서서히 선회하기 시작했다. 광개토대왕함 주위에 있던 판옥선 10여 척이 그 자리에서 선회하며 광개토대왕함의 앞길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부산에 주둔하고 있던 고니시 왜장은 조선군에 쫓겨온 패잔병과 휘하의 병력을 수습하던 중 가덕도에 있던 수군이 대패하여 함선이 대부분 파괴되었다는 믿지 못할 소식을 전해 들었다.

조선군은 부산으로 점점 다가오는데 본국으로 후퇴하고 싶어도 타고 갈 배가 없어졌다. 게다가 지금쯤이면 대마도에서 출발한 지원선들이 부산에 도착해야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동래성을 중심으로 모여든 왜병들은 어제의 참화로부터 도망쳐 온 병사들로부터 조선군의 놀라운 위력을 전해 듣고는 모두들 겁에 질려 있었다. 거기에 가덕도 수군의 전멸 소식이 전해지자 왜병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퇴로를 잃은 군대는 죽기 살기로 싸우거나 항복하는 길 밖에는 없었다.



3927년(1594) 11월 1일 대마도


광개토대왕함에서 이륙한 대잠 헬기가 대마도 앞바다에서 고바야가와의 함대를 발견하고 원균 함대의 진로를 수정해 주었다. 원균 함대는 상륙병이 타고 있어서 적 함대와 조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여기는 가마우지다. 지금 들쥐들이 집에서 나온다. 3시 방향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것 같다. 적 함대는 지원 함대에게 맡기고 094로 우회하라, 이상.”

“알았다. 지원 함대는 어디쯤 있나?”

“함대 후미 50㎞에 있다.”

함대에 파견된 연락관들이 통신을 하는 동안 원균은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조선이 대마도 정벌을 나서는 것은 세종대왕 때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이순신이 오기 전에 자신의 힘으로 대마도를 꼭 정벌해야만 했다.


조선 출병의 예비 병력과 조선에서 철군한 병력이 잠시 머물다 가는 대마도에 어제 조선에서 있었던 전투 상황과 결과를 전하는 전령이 속속 도착하여 전황을 전했다. 연이은 패전의 급보를 받은 고바야가와 다다가게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전령을 보낸 후 급히 대마도에 정선하고 있는 전선 200여 척을 이끌고 부산을 구원하기 위해 출항한 것이 어제였다. 서둘러 부산으로 향하고 있던 고바야가와는 전방에 나타난 대함대를 보고는 덜컥 겁을 먹었다. 함대 전방에는 가덕도 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이순신이 타고 있음을 알리는 장군기가 펄럭이고 있었던 것이다.


수평선 위로 나타났던 판옥선 100여 척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함대 앞으로 다가왔다. 고바야가와가 함대를 돌려 다시 대마도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조선 함대 너머에서 굉음이 울리며 괴상한 물체가 날아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함대 바로 위까지 날아온 물체에서 알 수 없는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펑펑!

하늘에서 폭음이 들리더니 불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함대 곳곳이 파괴되고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일부 수병들은 온몸에 불이 붙어 바다에 뛰어들었다.

고바야가와 함대가 공중으로부터의 폭격에 정신없는 사이 급속히 함대 간 거리를 좁힌 이순신은 고바야가와 함대를 감싸 안으려는 듯 판옥선을 정렬시켰다. 불어오는 북서풍을 받아 한껏 부풀어 오른 돛들이 함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왜 함대가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최선두인 이순신함에서 빨간 깃발이 오르며 적 함대를 향해 함포를 쏘았다.

“좌현포 발사!”

판옥선 좌현에 배치된 이십 문의 총통이 불을 뿜자 시커먼 연기가 판옥선을 가렸다.

꽈광!

포탄이 날아가 적 함대 근처 해상에 떨어졌다.

“선회!”

“우현포 발사!”

꽈광!

다시 한 번 포탄이 날아갔다. 판옥선의 함포는 최소한 십여 발의 명중탄을 맞아야 왜의 누각선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

고바야가와는 일찍이 조선 수군의 막강한 화력과 충각력을 경험한 적이 있어 섣불리 총공격을 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순신과 싸워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것이 왜 수군의 현실이었다. 그는 불패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이순신에게 자신의 함대를 희생물로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함대 선봉이 여지없이 깨어지는 모습을 보던 그는 마침내 후퇴를 명령했다.

“대마도로 돌아간다. 육지의 힘을 빌려 적을 물리친다.”

고바야가와가 생각하기에 대마도에서 며칠만 버티면 조선 함대는 저절로 물러날 것이 자명했다.

만약 그가 대양에서 이순신 함대와 맞붙었다면 어쩌면 승리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조선 수군은 넓은 대양에서 해상전을 치르지 않았다. 판옥선의 특성상 거친 파랑이 이는 바다에는 적합하지 않아 섬과 섬 사이의 지형을 이용한 전술만을 활용했을 뿐이다. 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순신 함대는 많은 피해를 당할 수도 있었다.

“장군, 적들이 물러날 기미를 보입니다.”

“적선이 완전히 돌아서면 우리가 따라잡기 힘들다. 진영의 날개를 전진시켜 모든 퇴로를 막는다.”

이순신의 명령에 기함의 돛대에 붉은색과 푸른색 깃발이 동시에 오르고 함대 날개의 진격을 알리는 북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졌다.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대평원에서의 육군 전술이 이순신에 의해 바다에서 펼쳐 졌다.

고바야가와는 조선 함대가 감싸듯 빙 둘러 퇴로를 막으려 한다는 의도를 간파하고 서둘러 선회를 명했다. 하지만 왜 선박의 고질적인 선회 능력의 한계로 인해 많은 전선들이 빠르게 선회를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급한 대로 먼저 선회를 마친 전선으로 적의 포위망을 뚫어야만 했다.

“사이또 함대는 포위망을 뚫어라. 사이또를 따라 대마도로 전속 후퇴한다.”

명령은 떨어졌지만 아직도 우왕좌왕하던 왜 함대 중앙을 이순신이 직접 지휘하는 판옥선이 치고 들어왔다. 함대 최선봉에 섰던 이 판옥선은 적이 선회를 시작하자 함포 사격을 계속하면서 적 함대 중앙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판옥선 수 척이 기함을 보호하기 위해 따라 들어왔다. 양 옆으로 왜선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이순신함은 선회할 필요도 없이 양 옆으로 배치된 함포 20문을 무차별 발포할 수 있었다.

펑펑펑!

막 선회를 마치고 대마도를 향하려던 왜선 한 척이 이순신함의 포격을 받아 깨져나갔다. 이순신함을 뒤따라 들어온 함들이 왜 함대 중앙을 휘저으며 도망치는 고바야가와가 승선한 함을 쫓아 적 함대 중앙을 관통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포위망을 형성한 조선 함대의 공격이 개시되었다. 판옥선에 타고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에 불을 붙이고 적선을 향해 쏘아 올렸다.

쉬시시시시!

난전의 시작이었다. 함선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왜선에서 조총을 든 병사들이 총을 쏘아댔다.

탁탁탁탁!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쓰러져 신음하고 옷에 불이 붙은 이들이 바닥을 구르거나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두 함대 간의 해전은 함포의 성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 탓에 이순신 함대의 완승으로 끝이 나고 있었다.. 왜 함대는 중앙을 돌파당하며 진영이 양분되면서 붕괴되었다. 광개토대왕함이 이순신함과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고바야가와는 감사해야만 할 처지였다.

고바야가와를 비롯한 몇십 척의 왜선이 포위망을 벗어나자 이순신 함대는 최고 속도를 내며 바다 위에서의 추격전을 벌였다. 그때 때마침 전방에 원균 함대가 나타나는 바람에 고바야가와 함대는 빠르게 혼슈 방면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이봐, 김 대위. 이거 너무 싱거운 거 아냐? 그냥 가서 폭탄만 떨어뜨리고 기관총 좀 쏘다가 오는 일이라니. 그냥 함포로 갈기면 될 것을 왜 우리까지 끼어드는 걸까?”

편대원들은 고바야가와 함대 위에 클러스터 폭탄을 떨어뜨리고 다음 폭격 장소로 이동하면서 통신망을 개방하여 떠들어 댔다.

“바보야!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냐? 아마 2년 안에 우린 말만 조종사지 땅개보다 더 비참한 모습이 될 거다. 기회 있을 때 전공을 많이 쌓아야 된다 이 말이야. 그래야 나중에 할 말이 있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조져 놔야 왜놈이나 조선 사람들이 우리를 깔보지 않지.”

“편대장이다. 잡담 그만 하고 연료나 잘 챙겨. 오늘은 대마도와 후쿠오카를 폭격하고 내일은 시모노세키, 오사카, 요코하마를 폭격한다. 이번 임무를 끝으로 공군은 잠정적으로 해체될 수 있다는 대장의 말씀이 있었지만 또 모르는 일이지. 폭탄 한 개라도 헛되이 버리지 말고 정확히 떨어뜨리도록. 정찰대가 유도하는 곳으로 떨어뜨려. 잘못하면 아까운 식량 다 탄다. 알았나?”

“예, 편대장님.”

예전에 제주도에서 파견했던 정찰대가 적의 군량미 위치를 파악하여 폭격 편대에 그 위치를 알려 주고 있었다. 일반 폭격기로는 힘겨운 고도의 폭격 기술이었지만 해리어 특유의 장점인 정지 비행을 이용하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카미아카타 앞바다에 떠서 대마도를 순찰하고 있던 오키라 수병은 한가로이 바람에 배를 맡기고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고바야가와의 명령으로 대마도 앞바다 주위에는 조선을 감시하기 위한 조각배들이 널려 있었다.

오키라는 출병한 군사들이 조선을 초토화시켰고 빼앗을 것은 다 가져왔기에 이번 전쟁은 조만간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어제 조선에서 큰 싸움이 벌어져 왜군이 대패를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대마도에서 대대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고 있는 오키라는 걱정 없었다. 조선 놈들이 여기까지 올 턱이 없었다.

멀리 조선 쪽을 바라보던 오키라는 수평선 너머에 돛대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가끔 한곳을 계속 보고 있으면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오키라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가 다시 쳐다보았다.

다시 눈에 들어온 광경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착시 현상이 아니었다. 이미 수평선을 넘어온 돛의 수가 십여 개가 넘었고 점점 수가 늘어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산으로 갔던 고바야가와가 회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 모양새가 조선의 판옥선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선미에 세워 둔 화살에 불을 붙여 하늘 높이 쏘았다. 화살 꼬리에서 연기를 내며 높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그는 급히 선수를 돌려 대마도로 배를 몰기 시작했다.

오키라는 정확한 보고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도착해야만 했기에 노 젓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빨리 저어라! 시간이 없다!”

오키라는 노군에게도 연신 소리쳤다. 그러나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모두 죽기 살기로 노를 젓고 있었다.

오키라가 올린 화살은 이순신 함대에서도 관측되었다. 물론 주변에 있던 왜의 정찰선에서도 적 발견 신호를 대마도로 전달하고 있었지만 먼저 신호 화살을 올려 주목당하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쿵! 펑!

멀리서 포성이 울리더니 오키라가 탄 배 바로 옆에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아직 조선 함대와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포탄이 날아오자 오키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조선군의 판옥선과는 20리 이상 떨어져 있었다.

쿵! 펑!

다시 물기둥이 솟구쳤다. 배의 균형을 간신히 유지한 오키라의 눈에 대마도 포구 쪽에서 굉음이 울리고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참나! 저런 쪽배에 세 발이나 쏘다니. 어이, 포술장. 실력이 많이 줄었어.”

광개토대왕함의 무장관이 갑판에 나와 포술장을 보며 실실 웃었다. 배가 너무 작아서 잘 맞지 않음은 무장관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고속정도 한 방에 잡던 포술장이 계면쩍은 듯 씩 웃고는 들어가 버렸다.

김세일 대령은 멀리서 하늘 높이 뛰어올라 산산이 부서지는 왜의 정찰선을 바라보며 이순신 함대에 다음 작전을 전파했다.

“우린 대마도를 거쳐 바로 후쿠오카로 간다. 이순신 함대는 바로 후쿠오카로 이동하라.”

“후쿠오카가 우리의 무덤이 될 것이다, 젠장!”

김세일 대령은 아쉽기만 했다.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후쿠오카에 상륙하여 함포를 뜯어낸 다음 상륙군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작전을 마치면 그의 수병은 해군에서 천군 1포병연대로 부대 명칭이 바뀌게 된다.

“지원함은 언제 오나?”

함장의 욕지거리를 들으며 포탄 재고표를 확인하던 무장관이 통신병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에 후쿠오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제시간에 도착할 것입니다.”


고바야가와 함대를 피하기 위해 한참을 돌았던 원균 함대는 총 100척으로 전라수영에서 빌리고 강화도에서 모집한 1만 수군과 2만 육군이 타고 있었다. 거기다 제주에서 지원 온 제주여단 소속 총병 1천 명이 더 오고 있었다.

상륙 지점은 이미 항공 폭격과 함포 공격으로 초토화되어 있었다. 주로 경기 이북 지역 지방군으로 구성된 대마도 정벌군은 김영원, 이빈, 허욱, 양천, 조대곤, 우성전들이 각각 3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참여했다. 이들은 강화도에 집결하여 원균의 함선에 분승한 후 대마도까지 쉬지 않고 왔다.

그러나 그들이 대마도에 상륙하여 본 것은 사방으로 흩어진 시체 조각들뿐이었다. 왜병들은 이미 멀리 도망가 버렸는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조대곤 장군과 이빈 장군은 주변을 수색하여 왜군을 섬멸하고, 허욱 장군과 양천 장군은 주변을 정리하라.”

이후 김영원 장군은 연신 지시를 내리며 주변을 정리해 갔다. 왜가 쌓아 놓은 군량미는 원균 함선에 실어 조선으로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 작업이 끝나 잠시 쉴 때쯤 해서 제주여단 병력 1천이 대마도에 도착했다. 대마도 정벌군 사령관인 김영원은 그들을 극진한 예로 맞아들였다. 김영원은 이미 그들의 놀라운 힘을 보았기 때문에 사사로이 대할 수 없었다.

천군부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제주여단을 창설하고 그들에게 천군 의식을 고취시키며 기본 훈련 및 포병 훈련을 시켜 왔다. 의외로 조선을 쉽게 장악하게 되자 그들을 좀 더 요긴하게 이용하고 싶어 지난 6개월 동안 본격적인 사격 훈련을 감행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후쿠오카로 향하는 이순신의 심정은 복잡했다. 대왕이 천군에게 강제로 폐위당하고 치우 천황 역시 감금이나 마찬가지인 생활을 한다는 소문이 들려 온 때문이다. 이순신으로서는 천군부에서 내린 대장군의 칭호가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한창 외적과 전쟁 중인 상황에서 치우 천황의 이름으로 내려오는 명령을 거스르고 천군을 칠 수도 없었다. 설혹 자신이 그럴 마음을 품는다 해도 군사들이 따를지는 미지수였다. 민심이 천군에게 기울고 있음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2백 년 동안 임금과 사대부들이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리사욕에 눈먼 결과였다.

“저들이 군주를 심하게 핍박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

이순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순신의 깊은 시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들뜬 장수들은 오늘 보여 준 천군의 무위를 두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대고 있었다. 이순신 역시도 천군의 무위에는 몸서리를 쳤다. 누구도 천군과 대적하여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각 함대에 알려라. 조만간 후쿠오카에 도착한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둥둥둥!

그러나 이순신이 도착한 시점의 후쿠오카는 한차례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파괴된 조그만 포구에 불과했다.


원균이 대마도에서 쌀을 가득 싣고 부산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반도의 왜군들이 모두 항복하여 포로로 잡혀 있었고, 각 지방에서 몰려든 왜 정벌 지원군으로 북적댔다. 그들 중에서 선별된 2만을 태운 원균의 함대가 다시 시모노세키로 출항하는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한양으로 장계를 올리는 원균은 이러한 현실이 꿈만 같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순신의 도움도 받지 않았거니와 단 1척의 손실도 없이 단독으로 대마도를 점령한 것이다.

그가 올린 장계는 파발마를 타고 빠르게 한양으로 올라갔다.


삼가 아뢰옵니다.

황은에 힘입어 왜적을 물리치고 대마도를 정벌하였사옵니다.


이렇게 시작된 원균의 장계를 읽는 치우 천황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의주로 몽진을 떠나고 그 처참한 피난 생활을 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으시던 상황(上皇)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기뻐 하실까. 천군의 힘을 빌어 외적을 물리쳤지만 그들 역시 단군의 자손이라 하였으니 나를 핍박하지는 않을 터. 내 성군이 되어 만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태평성대를 이루리라.’

덕수궁에서 승정원이 올린 장계를 읽던 천황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 세력이 없었다. 또한 천군의 의도도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안개에 싸여 있는 상황을 생각하니 전승을 알리는 장계에서 오는 기쁨도 점점 사그라졌다. 마음이 답답해진 치우 천황은 상황을 뵈러 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서쪽으로 +8 15.02.15 8,047 234 14쪽
52 서쪽으로 +3 15.02.14 7,768 211 11쪽
51 서쪽으로 +4 15.02.13 8,223 253 14쪽
50 서쪽으로 +5 15.02.12 8,553 238 13쪽
49 두마리 토끼 +8 15.02.11 8,278 230 17쪽
48 두마리 토끼 +5 15.02.10 7,975 233 12쪽
47 두 마리 토끼 +4 15.02.09 8,527 222 16쪽
46 두 마리 토끼 +6 15.02.04 8,733 246 13쪽
45 두 마리의 토끼 +4 15.02.04 8,777 231 11쪽
44 두 마리 토끼 +4 15.02.03 8,855 235 14쪽
43 두 마리 토끼 +6 15.01.29 9,726 253 14쪽
42 두 마리 토끼 +4 15.01.27 9,731 261 13쪽
41 대륙진출 +4 15.01.27 9,492 232 12쪽
40 대륙진출 +5 15.01.23 10,216 280 27쪽
39 대륙진출 +8 15.01.21 10,012 270 31쪽
38 대륙진출 +7 15.01.18 10,187 259 15쪽
37 대륙진출 +6 15.01.17 10,434 309 14쪽
36 대륙진출 +8 15.01.16 10,189 262 15쪽
35 대륙진출 +4 15.01.15 10,105 298 16쪽
34 대륙진출 +6 15.01.14 10,153 277 15쪽
33 대륙진출 +5 15.01.13 10,629 284 15쪽
32 대륙진출 +5 15.01.12 10,838 310 14쪽
31 대륙진출 +4 15.01.11 10,843 305 12쪽
30 대륙진출 +3 15.01.10 10,483 271 12쪽
29 대륙진출 +4 15.01.09 11,834 292 16쪽
28 대륙진출 +3 15.01.08 11,915 290 13쪽
27 대한제국 +2 15.01.07 11,661 353 14쪽
26 대한제국 +3 15.01.06 11,043 269 16쪽
25 대한제국 +17 15.01.05 11,694 319 18쪽
24 대한제국 +5 15.01.04 11,804 293 16쪽
23 대한제국 +3 15.01.03 12,381 330 14쪽
22 대한제국 +3 15.01.01 12,328 281 22쪽
21 대한제국 +6 15.01.01 12,381 334 17쪽
20 대한제국 +5 14.12.31 12,841 320 19쪽
19 오사카방화 +7 14.12.30 11,943 292 16쪽
18 오사카방화 +4 14.12.28 11,511 274 17쪽
17 오사카방화 +5 14.12.27 11,749 265 17쪽
16 오사카 방화 +2 14.12.25 13,062 321 17쪽
15 이몽학의 난 +3 14.12.22 12,937 302 17쪽
14 이몽학의 난 +4 14.12.21 12,160 310 21쪽
13 이몽학의 난 +3 14.12.20 12,684 306 21쪽
12 이몽학의 난 +3 14.12.19 13,793 306 25쪽
11 왜란종결 +5 14.12.18 13,343 285 17쪽
10 왜란종결 +5 14.12.17 13,674 304 26쪽
9 왜란종결 +5 14.12.16 14,506 310 22쪽
» 왜란종결 +5 14.12.15 15,062 335 24쪽
7 3. 왜란종결 +4 14.12.14 15,781 340 21쪽
6 새로운 세상 +6 14.12.13 16,370 338 20쪽
5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7,140 321 23쪽
4 2 새로운 세상 +7 14.12.11 19,681 387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