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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無明에구
작품등록일 :
2013.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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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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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진출

DUMMY

3943년(1610) 여름


원산에 있는 황립조선소에서는 천군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수송선 엔진과 기타 부품들을 바탕으로 총 열 개의 독 가운데 아홉 곳에서 아홉 척의 수송선을 동시에 제작하기 시작했다. 모두 2만 톤 급의 대형 수송선으로 13노트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었다.

천군부에서 요구하는 선박의 수요는 너무 많아 대련과 사세보에도 제2, 제3의 조선소를 건설 중이었다.

의주의 한 연구소에서는 핵분열과 핵융합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부산과 의주 간 고속도로는 원유 정제 찌꺼기를 이용해 도로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천인단에서는 활동 초기부터 교육 다음으로 농업에 많은 역량을 집중시켰다. 기계화와 품종 개량화에 힘을 쏟았으며, 적은 인원으로 대단위 농토를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애를 쓰고 있었다.

이러한 천인단의 노력에 힘입어 만주 평야 개발이 완료되자, 제국의 식량 사정이 해마다 좋아져 이젠 잉여 농산물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제국민의 생활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재정이 쓰였다. 농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이 투자되자, 도시보다는 농촌에 먼저 전기가 들어가고 기계가 보급되었다. 머지않아 비행기가 만들어지면 당분간 군사 작전보다 농업에 투입될 공산이 더 컸다.


김대성 몽고부 부주는 새롭게 올라온 러시아의 정세 보고서를 읽으면서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몽고부에서 나가는 지원금으로 제법 자리를 잡아가던 드미뜨리가 모스크바 근교에서 있었던 모스크바 공국과의 싸움에서 대패하여 쫓기고 있었다. 다행히 제국의 특수부대가 투입되어 그를 남부로 빼돌렸지만 아스트라한에서의 영향력은 많이 축소되어 버렸다. 명과의 전쟁 때문에 잠시 지원이 중단되었는데 그사이에 드미뜨리가 일을 벌이려다가 실패하고 만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키워 왔던 드미뜨리가 무너지자 김대성은 착잡한 마음이 컸다.

그가 열성을 다해 가꾸고 있는 사막의 풀들만이 위안이 되어 줄 뿐이었다. 처음 몇백 미터에서 시작한 사막의 초원화가 이제는 몇 ㎞로 확장되고 있었다.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백 년 내에 고비 사막은 초원 지대로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고비 사막에 인접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 공문을 보내 자신과 같은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도록 촉구하고 있었고 몇몇 인물들이 동참 의사를 보내 오기도 했다. 고비 사막이 모두 초지로 변모한다면 훗날 이곳을 김대성 초원이라고 부를지도 몰랐다.

이 일로 의욕이 불끈 치솟은 김대성은 아예 흙을 날라다가 사막을 덮어 버리는 일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1m 정도 두께로 사막 위를 흙으로 깔아 버리면 훨씬 쉽게 초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고서를 다 읽은 김대성은 천인단과 천군부에 올릴 보고서 마지막에 서명하고는 책상 위에 내던졌다.

“대 러시아 공작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치고 들어가야 되겠군. 아직 러시아는 동란의 시대이니 앞으로 몇 년간은 혼란스러울 테지. 그동안 남부나 잘 다독거려 놓아야겠는걸.”

김대성 부주에게 올라오는 정보들의 대부분은 러시아에 대한 것이고 가끔씩 터키 제국에 대한 정보도 끼어 있었다. 그 가운데 지금은 터키 제국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했다. 러시아는 이제 언제라도 얻을 수 있는 땅이라고 생각했다.

“상인들이 그쪽으로 많이 왕래한다고 하니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을까?”

김대성은 이번에 신장과 서장 원정이 끝나면 천인성과 힘을 합쳐 코커스 지방으로 진출할 생각이었다. 대륙을 어느 정도 안정시켜 놓으면 군단 병력만 투입해도 코커스 지방을 손에 넣기는 쉬워 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터키와 관계를 맺어 놓아야만 했다. 다행히 터키 제국 상인들이 몽고에 들러 명에서 나는 물산을 구입하고는 했기에 끈을 만들기는 쉬워 보였다.


주둔지로 돌아온 8기병의 강신승 소장은 곧 천군부의 호출을 받아 한양으로 향해야 했다. 의주에서부터는 기차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여행 중에 강신승은 8기병의 명성에 걸맞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충성! 소장 강신승, 장관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가벼운 답례를 마친 조 장관은 강 소장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깡마른 체구 어디에서도 장군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큰일을 해낸 것이다.

‘단 1만 기로 적 10만 기를 추적하고 섬멸하였다니 그의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작전 중에 1천 명이나 되는 사상자를 내긴 했지만 상대한 적의 숫자에 비하면 경미한 피해였다.

“오느라 고생했어, 강 소장! 여행은 즐거웠는지 모르겠군.”

“야전 사령관에게는 너무 편한 여행이었습니다, 장관님.”

“그렇다면 다행이군. 서 있지 말고 앉지 그러나?”

강 소장은 자신의 앞에 있는 조 장관을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조 장관은 대한제국의 최고 권력자였다. 그런데도 그는 방 세 칸짜리 집에서 가족과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보다는 부하들에게 더 신경을 써주는 덕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분이 조준옥 장관이었다.

“천인단에서 계속 고생한 덕택에 대륙도 점점 안정화되어 가고 있어서 말인데… 러시아를 제국으로 편입시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할 것 같네. 몇 년간은 러시아도 혼란스러울 테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지. 그런데 아직까지 책임자를 정하지 못해서…….”

차를 준비한 부관이 들어오자 잠시 말문을 닫은 조 장관이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렸다. 뜨거웠던지 입을 조그맣게 만들어 찻잔을 호호 불며 마시는 모습이 천진스러웠다. 장관쯤 되면 위엄있게 행동할 만도 한데 조 장관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지나치게 격의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무래도 강 소장이 적임자인 것 같단 말야. 어때 생각 있나?”

강 소장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1년 이상을 떠돌아다니다가 주둔지로 돌아왔지만 막막하기만 했다. 주둔지에서는 달리 할 일도 없어 병사들 작업이나 시켜야 하니 갑갑하기만 했었다. 기병대는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역마살이 낀 자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곳이 기병대였다.

“8기병만으로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리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죠. 더군다나 유럽에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텐데요.”

대답 대신 강 소장은 자신의 사단만으로 러시아를 도모할 수 없으니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었다.

거의 승락이나 다름없는 강 소장의 말에 만족한 조 장관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한 개 특수 군단을 편성할 생각이야. 기갑사단, 기병사단, 보병사단, 군단 포병대와 봉황 일 개 대대, 특수여단 하나를 지원해 주겠네. 군단 편성은 자네에게 일임하겠으니 최고의 전사들로 구성하도록 하게. 단 기갑1사단은 제외야. 기갑사단은 내년에나 편성되는 2기갑을 군단에 배속시키지.

“그 정도면 해볼만 하겠습니다.”

강신승은 조 장관이 부대 이름을 거명할 때마다 입과 눈이 점점 커졌다. 조 장관이 말한 대로라면 러시아 기동군단이 단일 부대로서는 천군부 최강의 부대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럴 줄 알았지. 참, 병참 지원과 정보 제공은 몽고부와 천인성에서 할 거야. 그들과 잘 협조해서 멋지게 일을 만들어 보라고. 그리고 올 가을 군단 편성에 들어가는 시점을 기해서 중장으로 승진될 테니 그동안 푹 쉬라고. 러시아 공부도 좀 하고. 이야기는 이쯤 하고 어디 가서 점심이나 먹을까? 요즘 한양에 궁중 음식점이 새로 생겼는데 맛이 그만이더라구. 옛날 궁녀 출신의 여자가 주인이야. 내가 사지. 기념으로.”

조 장관이 일어나 먼저 방을 나서자 강 소장이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뒤따라 나섰다. 강력한 군단을 지휘하게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배가 불러올 지경이었다.


흥인지문 옆 개천가에 자리 잡은 아담한 기와집 천와정은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과 먹고 나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곳에는 한끼에 일 원짜리 음식에서 백 원짜리 음식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었다. 가볍게 점심을 먹는 부류는 보통 바깥채에서 식사를 하고, 꽤 거창하게 먹는 부류들은 안채에 마련된 방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관님.”

문 앞에 이르자 귀한 손님들만을 전담하는 젊은이가 달려와 아는 체를 해 왔다.

한양의 최고 권력자인 조 장관이 식당에 들어섰지만 일어서거나 인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대화와 식탁에 놓여진 음식에 정신이 팔려 있어 조 장관 일행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며 변해 간 풍토 중 하나였다.

“늘 먹던 걸로!”

젊은이 뒤를 따라 안채로 들어간 강신승과 조준옥이 자리에 앉고 물 한 잔을 다 마실 무렵,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여인들이 음식을 가져왔다.

녹두 죽부터 시작해서 냉면으로 끝나는 천와정이 자랑하는 정식이었다. 가격은 무려 오십 원.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꽤 인기있는 차림 중의 하나였다.

천와정의 음식들은 깔끔하고 감칠맛이 있어 한양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라면 대부분 한 달에 한 번씩은 외식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음식을 다 먹고 후식으로 사과 한 조각을 먹을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먹는 데 열중했다.

“난 이제 좀 쉬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강 소장 같은 사람이 앞으론 더 열심히 해야 할 거야. 이제 천군부 1세대들은 너무 늙어 버렸지.”

뜻하지 않은 장관의 말에 강 소장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몇 년 전에 말이야. 조경환이 자리에서 물러났지. 지금은 책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 교과서로 채택된 것도 있으니까, 글 재주가 있긴 있나 봐. 지난 가을에 한번 보러 갔었는데 많이 늙었더군. 그러고 보니 나도 많이 늙었어. 안 그런가, 강 소장?”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직도 한창이십니다, 장관님은.”

“하하, 빈말이라도 듣기 좋구만. 하지만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지. 아마 몇 년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내놓고 사라지겠지. 그때는 자네 같은 사람만 믿어야지. 그만 가세나. 덕분에 잘 먹었구만.”

조 장관은 수정과를 후루루 입에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 잘 먹었습니다.”


강 소장은 장관과 헤어져 의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장관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한강 북쪽 지방은 농지 정리가 완벽하게 되었는지 눈에 들어오는 논들은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장관의 마지막 말은 자신을 차기 천군부 장관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해본 소리인지 알쏭달쏭했다.

역사상으로 볼 때도 잘못된 후계자의 지목은 늘 피바람을 불러왔고 나라를 위태롭게까지 하였다. 그래서 천인단과 천군부에서는 벌써부터 세대 교체를 맡을 인물들을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현재 소장 급에서는 그래도 가장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가 나 아닌가?’

중장 급 이상은 조 장관 말대로 머지않아 후배들을 위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몸과 마음이 피곤해질 건 뻔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강 소장은 책방에서 산 러시아어 기초 라고 쓰여진 책을 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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