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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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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5.06 21:00
연재수 :
1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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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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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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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6

DUMMY

-천-



“당장 거기 서라!”


“웃기시네! 너 같으면 서겠어!?”


추격조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백 보 떨어진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잡히면 극형은 면해주지!”


“그런 개소리는 네 족장한테서 해!

이런 씨발! 저 새끼들 왜 이렇게 집요하게 쫓아오는 거야!?”


선이 온갖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무래도 족장이 머리끝까지 화났나 보오.”


“석한테 아무런 피해가 없어야 할 텐···

야! 짐승 저 새끼 또 이상한 대로 간다!”


허리춤에 묶인 밧줄을 당기자 짐승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달린다.


“이거 정말 도깨비산에 들어가야겠는데!?”


“잘됐소,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도깨비산을 통해 도깨비눈물로 곧바로 향합시다.”


“어휴, 씨발! 내가 다시 도깨비산에 오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시야에 오두막집이 보인다.


“야! 오두막집 보인다! 돈 꺼내!”


“당신이 꺼내시오.”


“뭐라는 거야!? 나는··· 아, 미안.”


달리는 와중에 선이 돈주머니를 꺼내 뒤적인다.


이상하게도 짤랑짤랑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돈이 춤을 추네, 춤을 춰!

얼마였지!?”


“사람 둘에 짐승 하나니까 120원.”


“짐승은 안 받아!?”


“그렇소.”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오두막집 근처까지 도달했다.


멀리서부터 우리를 주시하고 있던 건지 사람이 하나가 나와 우리를 맞이한다.


“어서 오십시오. 도깨비 산에···.”


“돈 던져서 미안해요!

여기 사람 둘에 짐승 하나니까 120원 드릴게요!

저 새끼들 들어오려고 하면 하나하나 계산해서 전부 받으세요!”


우리는 멈추지 않고 남자에게 돈을 던지며 안으로 달렸다.



///



“헉, 헉, 이제 안 오겠지?”


“일단 숨어서 봅시다.”


근처 수풀로 들어가 출입구를 지켜봤다.


그렇게 10분을 기다렸고, 다행히도 도깨비산 안으로는 쫓아오지 않았다.


“안 오나 봐. 다행이다.”


안도한 선이 대짜로 누우며 말했다.


일단 추격조는 뿌리쳤다는 안도감에 온 힘이 빠져 나도 바닥에 누워버렸다.


“야, 상처 조심해.

흙 들어가면 안 돼.”


“알았소.”


그렇게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어두컴컴해지는 하늘이 보였다.


“한숨 돌렸으니 오두막으로 향합시다.”


“그렇지, 쉬어도 오두막에 가서 쉬어야지.

이거 귀신 피하려다 괴물 만나게 생겼네.”


선이 벌떡 일어나 품을 뒤진다.


“어디, 우리 선비님이 주신 지도를 볼까나?”


선이 지도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도깨비눈물이 몇 구역에 있더라?”


“3구역.”


“정반대에 있네.

쉽지 않겠어.”


“오두막은 어디 있소?”


“여기하고 안 멀어.

빨리 가자.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



무사히 오두막에 도착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편하게 선과 내가 독차지하며 오두막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짐승을 안으로 들여야 하는 거 아니야?”


“괜찮소.”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선은 아직도 내가 짐승을 특별히 여긴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건지.


“그나저나 석 이 자식,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잖아?”


우릴 빼준 고마운 사람이지.


언젠가 만나면 보답해야겠어.


“그렇게 해야 의심을 피할 수 있지.

그나저나 계획이 너무 어설펐소.

솔직한 심정으로 어떻게 성공해서 도망친건지 모르겠소.”


“아니, 뭐. 성공했으면 됐잖아?”


“기사는 이런걸 안 배우나 보지?”


“뭐래, 기사가 탈옥하는 걸 왜 배워?”


“그렇군.”


“배 안 고파?

거기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네.”


“음식 챙긴 거 있소?”


“없어. 그때 장을 봐야 했는데 못 봤잖아.”


“환장하겠군.”


“근데 너 밥해도 못 먹잖아? 킥킥.”


“당신이 먹여줘야지.”


약간 무례할 수 있는 선의 말이었지만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하는 걸 알았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뭐!? 절대 안 해!”


“그러면 굶어 죽을 수밖에.”


“아, 그러면···.”


“하나면- 하나지-.”


순간 어디선가 먹먹한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을 안으로 들이시오. 빨리!”


“아, 알았어!”


선이 문을 활짝 열고 짐승의 목덜미를 잡아채 안으로 들였다.


“야, 조용히 하고 있어.”


“헤···헤 사람은 조용히 있어요.”


“그래, 사람은 입 닫고 있는 거야.”


“셋이면- 셋이지-.”


노랫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저 괴물은 이쪽으로 오고 있다.


“혹부리영감이지?”


선이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어딘가 막힌 목소리, 그리고 노래.

확실히 혹부리영감이오.”


“쥐 죽은 듯 있자.

우리가 없는 거 알면 떠나겠지.”


선의 의견에 고개를 약간 끄덕여 동의의 의사표시를 내비쳤다.


“짐승 잘 지키시오.

갑자기 발작할지도 모르니.”


“알았어.

내가 꼭 붙들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제정신일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당히 성가시군.


아가씨께선 무슨 뜻으로 내게 짐승을 맡기신건지···.


“요엇버오두마이걱.”


“여···.”


혹부리영감이 문을 열려고 하는건지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멍청한 짐승이 반응하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선이 입을 막아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가씨껜 죄송하지만 적당한 기회를 봐서 죽여버려야겠어.


도깨비산에서, 더구나 내 몸마저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저놈을 보살필 순 없어.


“엗는써륻르리롯곰염누베낳아시.”


혹부리영감의 후욱후욱하는 거친 숨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보아하니 저놈은 우리가 안에 있는걸 눈치챈듯하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 없는듯하다.


선이 내게 다가와 작게 속삭인다.


“어떡하지? 저놈 눈치챘나 봐.”


“기다립시다. 어차피 밤이고 아침까지 여기서 머물 생각이었으니.”


선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모양인지 우물쭈물한다.


“할 말 있소?”


“나 잠 오는데.”


이 상황에서 잠이 오다니.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선을 쳐다봤다.


“그럼 어떡해? 어제 못 잤단 말이야.”


“내가 불침번서겠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짐승을 통제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군.


“내가 코를 골면 어떡해?”


“뭐요?”


“아니··· 내가 자는데 코 골면 혹부리영감이 안 떠나는 거 아냐?”


이 여자가 정말.


“상관없소.

어차피 저놈은 눈치챘고 흥미를 잃으면 떠날 거요.

짐승이 문을 열지만 않으면 괜찮소.”


“알았어, 나 그럼 잔다?”


바로 누워 잘 줄 알았던 선이 내게 다가온다.


“뭐하시오?”


“잠깐 네 팔 좀 보자.

상황이 안 좋아서 제대로 처치도 못 했잖아.”


나는 아무 말 없이 선을 쳐다봤다.


선도 내 허락이 없자 내 팔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침묵 사이로 듣기 힘든 혹부리영감의 노랫소리만 들린다.


“나는 괜찮소.”


“그러니까 한번 보자고.

너 제대로 응급처치는 했어?”


“괜찮다니까.”


“너 이거 날붙이에 잘렸지?

용병 놈들이 자기 무기를 제대로 관리할 것 같아?

칼에 녹이라도 슬었으면 어떡할 거야?

너 이대로 가면 랑을 만나기 전에 죽을지도 몰라.”


“···알았소.”


“옷 벗긴다?”


선이 내 상의를 벗겨 상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깔끔하게 잘렸네.

보니까 누가 응급처치는 한 거 같은데?”


나는 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상은 없겠다.”


별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선이 내 옷을 입혀주고 자리에 눕는다.


잠 온다길래 바로 곯아떨어질거라 생각했더니 그러지 않고 자리에서 뒤척거린다.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잠 온다더니?”


“이상하게 안 오네.

그래서,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말해보시오.”


“너··· 왜 그런 거야?”


“뭘 말이오?”


“왜 그 난리를 피웠어?”


역시나 선은 내가 물어보리라 예상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래.


답해주지.


그놈들이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


그놈들은 알아선 안 되는 것들 알고 있었으니까.


답이 됐소?


“답하지 않겠소.”


“뭐··· 그래.

네가 답해줄 거라 기대도 하지 않았어.”


“또 질문 있소?”


“있기는 한데 하면 뭐해?

대답 안 해줄 텐데.”


“일단 해보시오.

내가 해줄지도 모르지 않소?”


“에휴, 됐다.”


선은 그렇게 말하곤 잠에 빠져들었다.


선의 예상대로 오두막이 떠나갈 정도로 코를 골았고 혹부리영감은 그에 반응하듯이 커진 숨을 내뱉으며 노래했다.



///



“아웅- 잘 잤다.”


선이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났다.


“잘 잤어?”


“못 잤소.”


“왜?”


“큰 문제가 생겼소.”


“뭔데!?”


선이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덕분에 짐승도 잠에서 깨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부리영감이 아직도 밖에 있소.”


“아니, 그게 정말이야?”


선이 문 앞에 다가가 귀를 기울인다.


인상을 이리저리 쓰더니 나를 쳐다본다.


“없는 것··· 아, 진짜 있네?”


“그렇소.”


“어떡하지?

쟤 왜 다른 곳으로 안 가는 거야?

그리고 애초에 괴물은 낮에 활동 거의 안 하잖아?”


“거의 안 하지 아예 안 하는 게 아니오.”


“아···.”


선이 탄식을 내뱉으며 제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우리한테 원하는 게 있나?

저놈도 있기 싫을 텐데.”


문뜩 선이 가지고 있는 혹이 생각났다.


“그렇군.

저놈은 혹은 원하는 거야.”


“혹? 혹이면··· 아!”


선이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어디 있지? 분명 여기뒀는··· 찾았다!”


선이 혹을 꺼내 내게 보여줬다.


“줘버리시오.

먹고 떨어지게.”


혹부리영감이 혹의 기운이 느낀 듯 다시 문을 덜컹거리며 거친 숨소리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자, 잠깐만 이거 절차가 어떻게 되더라?”


“그런 게 있소?”


“어. 이거를 주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래야 선물을 준단 말이야.”


“그냥 줘버리시오.”


“안돼. 이건 정말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야.

우연히 혹을 얻었고 또 우연히 혹부리영감을 마주쳤어.

이런 기회 다시는 안 올···.”


“이, 일리나! 저게 뭐야!?”


“드허크, 정신 차려!

일리나! 빨리 준비해!”


“아, 알았어요!”


“온다!”


순간 다른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병장기가 서로 맞붙는 소리가 났다.


흥분한 혹부리영감의 노랫소리가 점점 빠르게 들려온다.


“이런 몬스터는 처음 봤어!

일리나 뭐 하는 거야!?

이러다가 다 죽겠어!”


“아, 안돼요.

왜, 왜 이러는 건지 나도 잘···.”


“크올리세, 조심해!”


“크아악!”


“뭐, 뭐지?”


“쉿!”


다급히 선의 입을 막고 함께 문 앞으로 가 귀를 기울이며 상황을 파악했다.


“다른 인간들이 온 건가?”


“일단 셋으로 짐작되는군.

남성 둘에 여성 하나.”


그런데 이름이···.


“조금 이상하지 않아?

드허크? 일리나? 크올리세? 이름같은데 이런 이름이 있던가?”


“일단 상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니 조용히 있어 봅시다.”


“크올리세, 드허크! 준비됐어요!”


그 순간.


가공할만한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뭐, 뭐야?


얼이 빠진 선이 왕방울만 해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도 선과 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돼, 됐다.

체인 라이트닝 정도면···.”


“아직 살아있어!

긴장놓지마!”


“앋쎄갛거익르르디으헌.

앋쎄과로디삳.”


“뭐라는 거야!?”


“준비해!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거 같으니까!

일리나! 체인 라이트닝 말고 더 센 거 없어!?”


“자, 잠깐!

저놈이 도망간다!”


“가, 간다!”


혹부리영감이 사라진듯했고 정체모를 3인조의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리에 털썩 앉는 소리가 들렸다.


“갔나봐.”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 놈들이 문제요.

저것들··· 인간이 아니오.”


“괴물?”


“그렇소.”


“준비하시오.”


“괴물이면 상관없잖아?

어차피 여기 못들어올텐데.”


“일단 문앞에서 떨어집시다.

짐승 잘 붙들어 매시오.”


“일리나, 우리가 지금 어디있는거야?”


“모르겠어요. 서치가 통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법도··· 캐스팅이 잘 되지 않아요.”


“미치겠네. 여기 어디야?

크올리세, 너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


“글쎄···.”


“그나저나 저 몬스터는 뭐지?

생전 처음보는건데.”


“일단, 몸부터 숨겨요.

다행히 작은 집이 하나 있네요.”


작은 집?


우리가 있는 오두막?


선을 쳐다봤고 선 또한 나를 쳐다봤다.


덜컥 하더니 예상과는 다르게 문이 열려버렸다.


눈앞에는 귀가 길쭉한 괴물과 초록 피부를 가진 근육질의 괴물, 그리고 땅딸막한 괴물이 보였다.

혹부리영감.png

혹부리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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