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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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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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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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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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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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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5

DUMMY

-선-



“안녕히 계세요!”


얍얍이 고개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숙이며 말했다.


“그래. 만나서 반가웠고 재밌었어.”


“저도 선님을 만나서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천님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게 조금 아쉽네요.

제 안부 꼭 전해주세요.”


“그래 내가 꼭 전해줄게.”


“이만 가보겠습니다!

곰무덤에서 또 봐요!”


얍얍이 뒤로 돌아 씩씩하게 걸어간다.


제 몸만 한 가방이 버거워 보이건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 곰무덤에서···.”


내가 우리 목적지가 곰무덤인걸 얘기했나?


아닌데.


생각만 하고 안 했는데.


천이 말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방으로 돌아갔다.


숙박 기간이 오늘까지기에 나도 서둘러 짐을 정리했다.


지금까지 천이 오지 않은 걸 보니 정말 떠났나 보다.


내가 세웠던 계획은 이제 내 손에서 벗어나 다른 이의 손에 있을 테니 크게 상관은 없다만···.


천이 말한 관계라는 단어가 계속 신경 쓰여 내 마음을 후벼판다.


얍얍이 말한 대로 정말 나와의 관계를 말한 건가?


정말로 그렇다면···.


정말로 천이 날 생각해서 모른 척하고 그놈을 죽이는 거라면···.


정신 차려!


양손으로 내 뺨을 짝하고 때렸다.


다 각오했잖아!


어차피···.


“이보게. 그 소식 들었는가?

미친 곱추하나가 마을에서 난동을 부려 새벽에 잡혔다는구먼.”


“뭐? 곱추가?

병신 곱추가 무슨 힘이 있어서?”


천을 말하는 건가?


“몰라.

하여튼, 내 친구한테 들었는데 용병들 왼쪽 팔을 잘라내고 하나는 죽였다더군.”


“왼팔을 자르고 하나는 죽여?

미친놈인가?”


“그러게나 말이다.

뭐 하는 놈인지. 쯧쯧.”


“자, 잠깐만요.”


갑자기 내가 끼어들자 놀라 날 쳐다본다.


“그 이후 소식은 못 들었어요?”


“뭐야 당신?”


“그 곱추말이에요.

그다음엔 어떻게 된다는 소식 없었느냐고요.”


“나, 나는 모르지.

그것밖에 안 들었으니까.”


“거기가 어딘데요?”


“거기가 어디라니?”


“어디에 잡혀있냐고요!”



///



“안됩니다.”


“한 번만 부탁할게요. 네?”


“글쎄 안된다니깐요?”


“쪼잔하기는.”


“뭐라고요!?”


“아니, 내가 만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있는지만 알려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안에 갇힌 범죄자가 얼마나 되는데 내가 알려줘요!?”


“이런 코딱지만 한 곳에 있어봤자 얼마나 되겠어?”


“이 여자가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당장 꺼지지 않으면 당신도 쳐넣어 버릴 거야!”


“무슨 일입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남자 사람이 서 있었다.


행색을 보니 기사다.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기, 기사님.”


“족장님께서 소란피우지 말라고 하셨는데 경비대장에게 못 들었습니까?”


“이 여자가 안에 자신의 지인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통에···.”


“그러면 알려주면 될 거 아닙니까?

면회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 그러니까···.”


“돈을 요구한 겁니까?”


“아, 아뇨! 절대 아닙니다.”


나한테 돈 뜯을 작정으로 그 지랄을 했구먼.


“이 일은 제가 경비대장에게 반드시 말하겠습니다.

어서 가보세요.”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가라고 말했습니다.”


경비병이 인사하고 부리나케 자리를 빠져나갔다.


나는 멀뚱멀뚱 남자를 쳐다봤는데 정말 익숙한 얼굴이다.


“이봐, 선. 오랜만이야.”


“으, 응? 네?”


“하하, 네라니.

너도 여전하군.

설마 내 얼굴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이거 정말 섭섭한데?

나 석이야.”


석!


“아! 너!”


내가 아는 척을 하자 석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짜식! 여기에 파견 나와 있었어!?”


“그렇게 됐네.

그래도 덕분에 너랑 만나고 운이 좋다, 야.”


“진짜! 이 넓은 세상에서 동기를 만날 줄이야!”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족장이 찾는 거 아냐?

이렇게 나랑 얘기하고 있어도 돼?”


“뭐, 어때? 땡땡이도 치고 하는 거지.”


“그래, 하하.

나도 파견 시절에 땡땡이치기 바빴지.”


“에휴, 너처럼 기사를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족장 수발들기 정말 힘들다.

계속 엉뚱한 일을 계획하는데 내가 딴지를 걸 수도 없고 말이야.

내키지 않는걸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고생 많네. 마을 규모 보니까 기사는 너 혼자 같은데, 맞아?”


“어, 나 혼자야.

그래서 더더욱 그렇지.”


“족장이 어디 다닐 때 이리저리 따라다니겠네?”


“맞아. 그나마 외출이 드물어서 다행이지.

아, 그나저나 저 감옥에 네 지인이 있다고?”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확실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안 알려주네.

진짜 미안한데 내 지인이 있는지 알아봐 주면 안 될까?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부탁부터 해서 미안.”


“괜찮아. 친구 좋다는 게 뭐야?

네 지인이 누군데?”


“천이라는 남자 사람이고 등이 굽었어.

오늘 잡혔을 텐데.”


“아, 팔 없는 남자?”


찾았다!


“어! 그 남자 맞아!

왼팔이 없어!”


“그게 네 지인이었어? 어휴···.”


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왜 그래?”


“처음 출동했을 때 그 남자가 노예기산 줄 알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르지?

주위에 시체 중 하나가 아쥔탄줄 알고 말이야.”


노예기산걸 밝히지 않았나?


“그, 그런데?”


“그런데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히더라.

그제야 노예기사가 아닌 걸 알았지.

괜히 긴장했어.”


“진짜?”


“어, 왜 그래?

등이 굽었다고 전부 노예기사는 아닌데. 하하.”


“그래서?”


“응?”


“그래서 어떻게 됐어?”


시답잖은 농담을 무시하니 석이 당황해한다.


“아, 그래.

그 남자 남은 한쪽 팔도 잘렸어.”


“뭐라고!?”


천의 오른팔이 잘렸다고!?


“누가! 도대체 어떤 새끼가 자른 거야!?”


석에게 성큼 다가가 큰 소리로 말하니 더욱 당황해한다.


“나, 나도 몰라.

출동하니까 양팔 전부가 없었어.

왼쪽에는 피가 안 묻어있었고 오른쪽에는 묻어있어서 잘린걸 안 거야.”


어떤 개새끼가!


씨발 잡히면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나 하나만 더 부탁하자.

그 남자 한 번만 만나게 해줘.”


“그건 좀 어려운데.”


석이 내게 세 걸음 떨어지며 말했다.


“그 남자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알고 있어?”


“그거야 용병을···.”


번뜩 정신이 들어 주변을 급히 살펴봤다.


어느새 경비병이 우리를, 아니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황급히 검에 손을 가져가는데 석이 날 만류한다.


“선, 순순히 잡히면 다칠 일은 없을 거야.”


“너, 너···!”


속았다는 것보다 너무나도 멍청한 나의 행동에 분노하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이 잡혔으면 너도 노리는 게 당연하잖아!


멍청한 년!


“저항하지 마.

친구를 베고 싶지 않아.”


검을 풀어 석의 발치에 던졌다.


“너도 이해할 거라 생각해.

포박하세요.”



///



햇빛 한점 없···지는 않고 제법 안락한 곳에 갇혀···있지도 않은 것 같다.


포박되어 잡혀 왔다뿐이지 손님 대접을 융숭히 받는 중이다.


석을 욕한 것이 민망할 지경이다.


“괜찮아?”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 빈둥거리고 있으니 석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뭐긴? 너 공범으로 잡힌 거야.”


“여기는 범죄자를 이렇게 대접해?”


“너 범죄자야?

지금 실토하는 거지?”


석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미안해, 사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러니까 설명 좀 해보라니까?”


“너한테 혐의가 있는 건 맞아.”


“그래서?”


“그래서 여기 잡혀 온 거지.

약간 내가 편의를 봐줬지만 말이야.”


이게 약간의 편의라고?


족장의 재가 없이 이런 대접을 못 해줄 텐데.


“무슨 속셈이야?”


“역시 넌 눈치 하나는 빨라.

양성소에서 어리숙한 척 했지만, 누구보다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눈치가 빨랐지.”


“나 짜증 나려고 하니까 빨리 말해.”


“좋아. 거두절미하고 이 마을 경비대장으로 일해.

그러면 네 친구와 널 풀어주겠어.”


석이 눈알만 움직여 위를 보며 말했다.


“왜? 내가 기사 출신이라고 보고하니까 족장이 탐냈나 보지?”


“그래. 기사 하나와 둘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또다시 눈알만 위로 올리며 말했다.


순간 귀신들린 줄 알고 움찔했다.


왜 저래?


“천의 팔은 네가 그랬어?”


대답 잘 해야 할 거야.


“아니. 내가 안 그랬어.

아까 너한테 한 말 중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어.”


또 눈알을 위로 올리며 말했다.


쟤 진짜 왜 저래?


괴물한테 홀렸···.


쥐새끼가 있구나.


“아하,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고개를 작게 끄덕이니 석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조건이 있어.

천을 만나게 해줘.”


“받아들이는 거야?”


“알았으니까 보게 해줘.”


“이렇게 쉽게?

딴생각 품고 있는 거 아니야?”


그냥 좀 넘어가라.


“안 하면 처형시킬 거잖아?

그리고 이제 정착하고 싶었어.

여행은 신물이 날 정도야.”


“잘 아네.

좋아, 족장님에게 보고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봐.”


석이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같이 잘해봅시다. 경비대장 선씨. 하하.”


“무슨, 아직 족장이 받아들이지도 않았는데.”


석에게 답하며 악수를 받았다.


마주잡은 손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


티나지않게 갈무리해 주머니에 넣고 있으니 석이 방을 나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받은걸 꺼내보니 작은 쪽지다.


-네 지인을 만날 때 날 때려눕히고 도망가.

도깨비산으로 도망가면 안쫓을거야.

만나서 반가웠어.

다음에 또 보자.

파견기간 다 끝나가니까 내 걱정은 하지말고.

시간되면 양성소에 한번 들러.


아, 이 자식이···.


고맙게, 정말···.


이 은혜는 꼭 갚을게.



///



석을 따라 감옥안으로 들어가 천을 마주보고 있다.


석은 눈치껏 자리를 피해 둘만 있게 도와주었다.


모습을 보니 정말 오른팔이 없다.


“어떻게 된거야?”


“왜 왔소?

내가 떠나라고 했는데.”


“야! 그게···.

팔은 괜찮아?”


“보시다시피. 생명엔 지장없소.”


“생명엔 지장없지만 이제 넌 아무것도 못하잖아!

밥도 못먹고 랑도 못지키고!”


“아가씨···.”


천의 눈빛이 순간 변했지만, 다시 흐리멍덩한 눈으로 변했다.


그 죽은 눈빛을 보자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너는 노예기사잖아!

도대체 왜 그런 거야!?

그깟 관계가 뭐라고 왜 네 팔을 제물로 삼은 거야!?

랑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 안 해봤어!? 어!?

랑이 돌아왔을 때 오른팔마저 없는 널 보고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해봤냐고!?”


천은 대답 없이 날 등지고 바닥에 앉아버린다.


돌아가라는 무언의 표시다.


“잘 들어. 너, 나랑 같이 안 나가면 당장 돌아가서 그 짐승 새끼 죽여버릴 거야.

씨발, 우리 사이 이렇게 만든 그 좆같은 짐승새끼 회 쳐서 온 사방에 뿌려버릴 거야.”


“선··· 당신은 아직도 내가 짐승을 끔찍이 여긴다고 생각하나 보오.”


“알았어, 네가 짐승을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 걸 알았으니까 우리 나가자.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혼자 돌아가시오.

나는 여기 남겠소.”


“제발··· 내가 아니라 랑을 생각해서라도 같이 나가자, 응?

우리 랑 만나려고 도깨비눈물에 가기로 했잖아.”


“아가씨는···.”


“너, 노예기사잖아.

가서 랑을 지켜야 하잖아.”


“나는 팔이···.”


“팔이 없어도 랑은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느낄 거야.

그리고 랑은 사도잖아?

우리보다 힘세니까 걱정하지 마.”


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 없어. 이제 나가야 해.”


“알았어, 잠깐만.”


천을 쳐다보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날 보고 있다.


나 때문에 저 팔이 잘린 것 같아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애써 마음을 숨기고 문을 열어 천을 나오게 했다.


“준비됐어?”


“어, 정말 고마워.

양성소에 들리면 이 빚은 꼭 갚을게.”


석은 천과 나의 대화를 다 들었겠지만, 티를 내지 않고 나를 돕는 데만 신경을 썼다.


“살살 때려. 얼굴은 때리지 말고.

네가 나를 때려눕히면 1분 후에 소리 지를 거야.

네 물건하고 친구분 물건은 저 문 앞에 있으니까 챙기고.”


“알았어.

천, 준비됐지?”


“됐소.”


“미안해.”


있는 힘껏 석의 배를 걷어차고 꽁지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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