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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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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4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2.23 22:05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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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67화. 염쟁이 유씨

DUMMY

“민준이 얘 취했네. 게임하는 걸 왜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를해? 전쟁 나가냐? 독립 운동해??”


나희의 말을 듣고,


민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답답한 표정으로 ‘어떻게 설명하지?’ 고민하다가 말한다.


“아, 그게. 전에 공연장 앞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우리 회사 회장님이 전화하셔서 나 게임 한다고 집에 갔던 거. 기억하지?”


소민은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아니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부처님 얼굴로 민준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거리고,


나희는 만들어 놓은 소맥을 마시고 트림한다.


“꺼어어억. 야! 그거 뻥 아니었어?”


“뻥 아니야. 진짜야. 내가 진짜 이렇게 힘들게 긴장하면서 산다고. 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니들이 진짜 부럽다.”


민준의 말하는데,


입안에서 씹고 있던 고르곤 졸라 피자도우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나희의 볼에 붙는다.


나희는 볼에 붙은 음식물 쓰레기를 손으로 닦더니 그대로 입에 넣고 삼킨다.


그리고 ‘마저 꺼어억’ 트림한다.


더럽다. 아주 많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민준을 옆자리 소민이 위로해준다.


“힘내 민주나. 지노는 너 좋은 회사 다닌다고 하던데. 그래도 회사 다닌다는 건 힘든 일인 것 같아. 그치?”


민준은 입을 꾹 닫고 소민을 바라보며 엄마의 위로받는 아이처럼 턱을 들어 끄덕인다.


소민은 민준의 어깨를 토닥거려 준다.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소민의 어깨에 얼굴이 서서히 끌려가다가,


번쩍 자세를 바로잡고 회장 욕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아니 난, 회사일 보다. 땅딸보 회장 때문에 너무 힘들어. 나이가 몇 살인데 게임에 빠져 가지고. 자기 자식 뻘되는 직원 불러다가 게임이나 하자고 하고. 돈도 많은 사람이. 아, 니들 그거 알아? 우리 회사 회장 주식만 30조다.”


소민은 다시 턱을 괴고 민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눈만 깜박이고,


빈 잔을 채우려는 나희는 테이블 위 맥주 병들을 흔들며 술이 남아 있는 병을 찾는다.


두 사람 모두 민준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


민준은 두 사람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한다.


“아니 30조나 있는 사람이 왜···.”


맥주병 뚜껑을 다려던 나희가 30조에 드디어 반응한다.


흐린 눈빛으로 민준을 보고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30조?? 야!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너 우리 주식 그런 거 모른다고 뻥치는 거 아니지?”


나희는 말을 끝내고 맥주병 뚜껑을 ‘뻥’ 하고 딴다.


민준은 자기 말을 의심하는 나희에게 빈 잔을 들이민다.


나희는 민준의 잔을 채워주며 ‘술을 그만 마시겠다는 민준은 어디로 갔나?’ 생각한다.


민준은 술 잔을 들고 말한다.


“뻥 아니라니까.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우리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했거든. 지금 SM 제약 주식가치가 100조야. 우리 회장이 주식 30프로 가지고 있으니까 30조 잖아. 그리고 회장 외동딸이5프로 가지고 있으니까. 그 여자가 5조. 그렇게 아빠하고 딸이 35조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큰돈을 가진 사람들이 하필 왜 우리 아파트에 살아가지고. 도대체 왜 날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도 모르겠다니까.”


민준은 긴 설명을 끝내고 원샷 하며 잔 비운다.


나희는 민준의 말이 현실에 와 닫지 않은 듯 흐리멍덩한 눈동자를 위로 치켜들고 말한다.


“30조? 5조? 와~ 대박이다.”


나희는 소맥 잔을 들어 한입에 털어 넣고 ‘크흐’ 알콜향을 내뱉는다.


말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보는 소민이 입술을 뗀다.


“근데. 민주니 너, 타워 팰리스 살면 너도 잘 사는 거 아니야? 니 네 집도 엄청 돈 많겠네.”


민준은 손사래부터친다.


부자들이 겸손 떨 때 하는 행동이다.


“아니야, 아니야. 우리 집은, 타워 팰리스에서 제일 하층민이야.”


소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고개 돌리고,


‘하층민은 무슨 꼭 잘사는 것들이 재수 없게 그러더라’ 혼잣말한다.


나희가 테이블 위에 마지막 한 조각 남아 있는 고르곤 졸라 피자를 들고보면,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빨 자국으로 누가 먹다 남긴 건지지 추측해 보면 앞 이빨 두 개가 토끼처럼 커다란 민준이 먹다 남은 피자다.


나희는 한 입 베어 물고 오물오물 씹으며,


남은 또띠아 부분을 접어서 혼자 중얼거리는 소민의 입에 넣어 주며 말한다.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들은 뭐먹나? 이런 싸구려는 안 먹겠지?”


소민은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듯 나희가 남겨진 피자를 입에 넣어 주자 입을 쩍벌려 받아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는다.


민준은 쌓인 게 많은지 다시 회장 가족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대박인 건 베일에 싸인 회장 외동 딸이야. 나이도 어리다는데, 아버지 덕에 자고 일어나니까 5조가 생긴 거잖아. 회사 사람들은 그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임원으로 낙하산 타고 내려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 쩝, 부럽다 부러워.”


나희와 소민은 너무 허황된 이야기가 와닫지 않은 듯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통장 잔고가 비어 진호와 소민에게 빌붙어 생활하는 나희는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하지만 민준에게 리액션 해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년은 참 좋겠다. 그치??”


“내 말이 그 말이야.”


민준은 혀가 꼬여 대답하고,


나희는 소맥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테이블 위 술잔과 술병을 모아 자기 앞으로 가져온다.


“민준아, 힘내라. 넌 마시든 말든 맘대로 하고. 야! 김소민. 넌 뭐 하냐? 이제 시작인데. 마셔, 마셔.”


나희는 소맥을 만들어 소민과 민준에게 술잔 건네고,


바로 잔을 부딪치며 건배한다.


붉은 노을빛 소민의 얼굴이 이제는 용암처럼 뻘겋게 달아오른다.


소민은 헤벌쭉 입을 벌리고 술 마신다.


“그래, 그래.”


나희와 소민이 동시에 ‘캬아아’ 한다.


민준은 술 기운이 올라와 눈이 풀려간다.


민준이 잔을 비운 소민의 잔에 술을 따르자,


얼굴이 불타오르는 소민은 조신하게 두 손으로 잔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민준과 눈을 맞추기 위해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몸을 민준 방향으로 살며시 튼다.


소민의 술잔을 채운 민준은 소민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아주 천천히 미세하게 시선을 피하며 몸을 돌린다.


소민의 시선과 몸이 민준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따라간다.


건너편에 앉아 두 사람 바라보며 실실 웃던 나희는 손으로 입을 막고 벌떡 일어난다.


“우웁. 야! 나 화장실 다녀올게.”


과음 중인 나희에게 올게왔다.


나희는 입을 틀어막고 테이블 사이를 지나 대각선 건너편에 있는 화장실을 달려간다.


소민과 민준은 경보선수처럼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나희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파라솔 술집이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나희가 문이 잠겨 있지 않은 화장실 문을 벌꺽 열고 들어간다.


나희의 시선이 먼저 안쪽에 있는 양변기가 있는 문으로 향한다.


다행히, 안쪽 양변기가 있는 문이 반쯤 열려 있고 안에 사람이 없다.


그런데 양변기 가기 전에 있는 남성용 소변기에서 모자를 쓴 남자가 소변을 보고 있다.


‘아 놔, 문 좀 잠그고 일 보시지’ 하고 들어가는데,


소변을 보던 모자를 쓴 남자가 나희를 바라본다.


나희와 인사를 나눴던 염쟁이 유씨 배우가 취한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희 너. 왜 노크를 안 해?”


염쟁이 유씨 배우 선배님은 나희 아버지와 친분도 있지만,


나희가 배우로서 존경하는 선배다.


큰 실례한 것 같아 입 안으로 가득 넘어 온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 입을 막았던 손을 떼며 말한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문이 열려 있어서.”


염쟁이 유씨 배우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아차. 내가 문을 안 잠꿨구나. 잠깐만 나가서 기다려.”


“네??”


어쩔 수 없이 입을 틀어 막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나희의 위에서 넘어오는 음식물들은 더 이상 나희 상황을 봐줄 수 없나 보다.


나희의 목구멍은 심하게 흔들린 콜라 병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다.


나희는 뒤돌아 소변보는 염쟁이 유씨 배우 등을 밀치고 양변기를 향해 달려간다.


나희에게 밀려 소변기에 붙어 버린 염쟁이 유씨 배우는 인상을 쓰며 말한다.


“어, 허이. 아나 이거···. 에이···.”


나희는 양변기와 사랑에 빠진 듯 양변기를 끌어안고 열정적으로 토하기 시작한다.


“우왝~ 우왜왝~ 우우우왝.”


염쟁이 유씨 배우는 바지춤을 다잡고 모자를 눌러쓰며 토하고 있는 나희를 뒤에서 바라본다.


“나희야, 괜찮아?”


“우~ 우왝~ 예, 괜찮아요.”


염쟁이 유씨는 밖으로 나가려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와 나희의 등을 두들겨 준다.


“그러게 적당히 좀 마시지.”


“감사합니···. 다. 우왝, 우우우왝.”


나희의 입에서는 믹서기 뚜껑을 연 채 믹서기를 돌린 듯 음식물들이 퍼져나온다.


콧물보다 짙은 농도의 걸쭉한 침이 변기 물에 닫는 게 보인다.


염쟁이 유씨 배우는 비위가 상해 변기 물을 내려 준다.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는 나희의 오바이트,


염쟁이 유씨 배우 바지에 갈색 국물이 튄다.


염쟁이 유씨 배우는 얼굴을 살짝 일그리고 숨을 참아 본다.


여기까지는 염쟁이 유씨 배우의 위속의 내용물들이 동요하지 않았다.


참고 있었던 숨을 내쉬자,


시큼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폐속 가득 채워진다.


염쟁이 유씨 배우에게 강하게 현타가 온다.


모른 채 그냥 나갈 걸,


등을 두드리지 말걸,


후회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 때,


몸속 장기들이 반응했다.


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고,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음식물들을 목구멍으로 막고 꿀꺽 삼킨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허탈한 표정으로 바뀌며 헛웃음을 웃는다.


나희가 혼자 차지하고 있는 양변기에 머리를 들이밀고 달라붙어 나희와 함께 음식물을 쏟아 붓기 시작한다.


양변기에 붙어 있는 두 사람은 우위를 점칠 수 없는 영역 표시를 시작한다.


“우우왜왝~~ 우우우우왝~!!”


염쟁이 유씨 배우의 연륜 속에서 나오는 탁월한 발성과 성량.


그리고 위의 크기를 자랑하는 우렁찬 소리가 화장실 밖까지 들린다.


나희와 함께 널뛰기하듯 나희가 토하면 염쟁이 유씨 배우가 응답하고,


변기 물 내려가면 다시 반복한다.


이 와중에 두 사람은 대화한다.


“우우왝~ 나희야, 우에액~ 아버지 잘 계시지?”


“네, 잘. 우왝~ 계신 것 같아요.”


“우우우, 우우왝 연락은 자주 오고?”


“무소식이. 우왜~,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우 왝, 그래. 야, 야, 우리 물 좀 내리면서 하자.”


“선배님. 파전 드셨나 봐요.”


나희 말에 염쟁이 유씨 배우는 1차에서 먹었던 막걸리에 파전이 눈앞에 그려진다.


“파아아 저어언 우우왜왝~~ 먹었지. 너. 우왝~ 이제 연기는 그만둔 거야?”


“다들 저 연기. 우왝~, 못한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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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6 1 11쪽
»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8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6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30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3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3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2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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