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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30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15 13:10
조회
38
추천
1
글자
11쪽

48화. 단발머리 남자

DUMMY

잠이 오지 않는지 뒤척이는 소리가 나고,


하윤의 휴대전화 화면이 다시 켜진다.


화면 불빛이 하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휴대전화 화면에 사진 폴더를 불러내 아침에 진호 집 마당에서 찍은 라일락 사진을 본다.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사진을 확대해 보면 라일락 사진 뒤로 나희의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의 뒷모습이 모인다.


스쿠터를 발견한 하윤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점점 시무룩해진다.


남자친구인 진호 집에서 애타게 찾고 있던 첫사랑 도나희를 만났다.


하윤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생명의 은인인 도나희에게 감사의 인사도 하지 못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진호 얼굴과 시크한 표정으로 앞머리를 입으로 후 불어 넘기는 나희 얼굴이 교차하며 눈앞을 지나간다.


하윤은 머리를 흔들며 눈앞에 있는 진호와 나희를 털어낸다.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 화면이 켜지고,


하윤의 손가락이 진호 카톡 대화 창을 다시 연다.


1 잠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보고 싶어서


1 출장 다녀오면 우리 맛있는 거 먹자


1 뱃멀미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멀미 조심하고 (하트)


조금 전 답장보다 다정하게 카톡을 보내고 하윤은 눈을 안대로 가린다.


하윤의 머리 옆에 있는 휴대전화 화면이 꺼지자,


방안은 어두워진다.


잠이 오지 않는 듯 몸을 몇 번을 뒤척이며 수면의 문을 열지 않던 하윤은 서서히 수명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



비 내리는 대학로 거리에 우산을 든 나희와 경주가 공연 포스터를 들고 걸어간다.


사람들 눈에 쉽게 띄는 건물 입구나 상가 문 앞에 ‘내 친구의 첫사랑’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주인에게 깍듯이 인사하기를 반복하며 다닌다.


소민은 애견 미용실 안에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감성에 젖은 눈빛으로 다이어트 한약 봉지를 입에 물고 쪽쪽 빨고 있다.


손가락에 묻은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고 혀로 핥고 있는데,


우산을 든 나희와 경주가 로터리를 돌아 가게 방향으로 걸어온다.


자세히 보니 나희 손에 공연 포스터가 들려 있다.


나희는 가게 유리 앞을 지나며 소민을 바라보고 씨익 웃는다.


애견 미용실 가게 문을 열고 경주가 먼저 들어오고 나희가 뒤따라 들어오며 말한다.


“혼자 있네.”


먼저 들어온 경주보다 뒤따라 들어온 나희가 먼저 말하고,


경주는 말투만 느린 게 아니라 행동도 느리다.


나희는 우산을 접어 우산꽂이에 꽂고 소민 앞으로 다가간다.


경주는 그때 서야 소민에게 인사를 한다.


“언니. 안녕하세요오.”


“어, 경주 안녕. 내일 첫 공연인데, 지금도 포스터를 붙이고 다녀?”


나희는 가게 통유리를 손바닥으로 딱 찍으며 말한다.


“남은 거 다 붙이려고. 소민아! 여기에 포스터 하나만 붙이자.”


소민은 대답도 안 했는데,


나희는 경주에게 말한다.


“경주야, 여기 어때? 좋지?”


나희는 포스터 한 장을 펴들고,


경주는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테이프를 하나씩 느리게 느리게 잘라준다.


소민은 두 사람이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속 터진다.


쓰레기통에 한약 봉지를 버리러 가는 소민이 포스터 위치를 다시 정해준다.


“거긴 너무 가운데잖아. 좀 오른쪽으로 구석에 붙여. 아니면 아래쪽 구석에···.”


하지만 도나희는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곳에 붙일 거로 생각한다.


소민이 쓰레기통 아래 발판을 콕 밟자,


쓰레기통 뚜껑이 입을 벌리며 열린다.


쓰레기통 안이 가득 차 한약 봉지를 넣으면 다시 뱉어낼 것 같다.


가게 안쪽 서랍에서 새 쓰레기봉투를 들고나와 나희를 바라보면 가게 유리 중앙에 떡 하니 포스터 한 장이 붙어있다.


도나희는 역시 김소민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나희는 그 자리가 마음에 드는지 포스터를 만지며 흡족해한다.


경주는 나희 옆에서 배시시 웃으며 치아 교정기를 입 밖으로 내보인다.


소민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가득 찬 쓰레기 봉지를 꺼내 묶으며 나희가 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포스터 하나를 그렇게 가운데에 붙이면 너무 이상하잖아. 위치를 잘 선택해서 붙여야지. 차라리 가게 문에 붙이던가.”


나희는 소민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경주도 나희를 따라 분주해진다.


“우리 가게가 그래도 로터리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띄니까. 뜬금없이 가운데 보다는 문 옆 코너나 문 앞이 난 좋다고 생각해.”


소민이 말하며 새 봉투가 들어 있는 쓰레기통 안을 바라보면 흡족하다.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조심스럽게 잡고,


가게 밖으로 버리러 가려는 소민이 몸을 돌려 나희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선다.


그런데···. ‘이 어둠은 뭐지??’


소민의 입이 떡 벌어지고 손가락에서 쓰레기봉투가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진다.


가게 전면 유리와 출입문에 공연 포스터가 가득 붙어있고,


나희는 완벽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털고 있다.


작은 틈도 없이 붙여 놔서 불을 켜지 않으면 대낮에도 가게 안은 칠흑 같은 암흑의 공간이 될 것 같다.


소민의 쉰 목소리가 갈라지며 나온다.


“야. 그렇게 덕지덕지 붙여 놓으면 밖이 안 보이잖아. 밖에서도 안이 안 보이고.”


나희는 소민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뻔뻔스럽게 말한다.


“백 퍼센트 예약제로 일하면서. 안은 보여서 뭐 하게.”


“뭐??”


사실, 나희 말이 백 프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민은 상의하지 않고,


포스터로 모든 빛을 막아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야! 그래도 가게 안이 보여야지. 그리고 상의를 해야지 이렇게 막 붙이면 어떡해. 여기가 공연장이야, 뭐야?”


소민이 버럭 하며 말하자,


경주는 아랫입술을 입안으로 말아 넣으며 고개를 숙이고,


나희는 어린아이 달래듯 눈을 지그시 감고 턱을 까딱거리며 ‘우쭈쭈쭈’ 하며 소민의 발 앞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김 사장님. 이거. 건물 뒤 주차장 옆에 버리는 거 맞죠?”


나희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후다다닥’ 가게 문을 열고 나간다.


소민은 ‘졌다’는 표정으로 바뀌며 고개 숙이고,


꼼지락꼼지락 테이프를 만지고 있는 경주에게 말한다.


“경주야. 넌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죄인처럼 왜 그래? 편하게 의자에 앉아.”


“테이프는 제가 잘라 준 거라서요오.”


경주는 의자에 앉으며 조용히 말한다.


소민은 경주 말을 듣지 못하고,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냉장고 문 열며 말한다.


“음료수 뭐 마실래? 콜라? 주스?”


“아무거나 주세요오. 감사합니다아.”


“김 사장. 난 콜라!”


어느새 쓰레기를 버리고 온 나희는 얼굴에 빗물을 닦아내며 외친다.


“어이구.”


소민은 캔 콜라 두 개를 들고 와 나희와 경주에게 하나씩 건넨다.


시원한 소리를 내며 캔 콜라를 따는 나희가 벌컥벌컥 마시고 ‘끄어어어억’ 시원하게 트림한다.


소민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꺼내는데,


탄산가스가 눈으로 나왔는지 눈물을 닦아내고 소민의 옆구리를 툭 친다.


“야, 이번 공연 좀 도와주면. 나도 니 가게 홍보 도와줄게.”


그 말은, 화가 풀렸던 소민의 화를 다시 돋우는 말이다.


소민은 고개 돌리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야! 됐어.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 친한 사람 한 명 없으면서 홍보는 무슨.”


나희는 의자에 앉아 양손으로 배를 튕기며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가게 유리를 가득 채운 포스터를 바라본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붙였다.”


입을 계속 삐죽이며 나희를 흘겨보던 소민은 뭔가 생각난 듯 ‘아!’ 한다.


“나희야, 오선희 연락왔다.”


나희는 놀라며 눈이 반짝거린다.


“진짜? 뭐래?”


소민의 묘한 표정은 ‘뭔가가 있는데 알 수 없다’는 얼굴과 눈빛이다.


“알겠데. 기억하는지 몰랐는데 고맙다고. 그날은 차갑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던데. 근데, 싫지도 좋지도 않은지 무덤덤하게 말하더라.”


콜라를 마시던 경주는 ‘뭐지?’하며 소민과 나희의 대화에 집중한다.


나희는 깜짝 반기며 말한다.


“그치? 기억하지? 거봐.”


“다음 주에 시간 맞춰서 함께 만나자고 하더라.”


소민이 휴대전화 화면을 켜고 바라보며 말하자,


나희는 소민 옆에 바짝 붙어,


소민의 휴대전화 화면을 함께 보며 말한다.


“다음 주 언제가 좋을까? 선희 시간 되면 공연 보러 오라고 할까? 아니다, 바쁘겠지? 다음 주면 안 바쁠 수도 있잖아? 아닌가? 바쁜가?”


나희가 소민의 귀에 대고 답을 원하는 듯 묻자,


소민은 뚱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나희에게 들이민다.


“야! 내가 선희 매니저야 뭐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니들 둘이 이야기하면 안 돼? 나 지금 가운데서 뭐 하는 거야.”


나희는 ‘허 사람 참 까칠하구먼’ 속으로 말하지만,


사실은 소민의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직접 연락하기에는 왠지 서먹서먹하다.


“나 폰도 잘 안 가지고 다니잖아, 그리고 갑자기 내가 연락하는 것도···. 좀···.”


나희는 소민의 표정을 읽고,


소민 옆에 다정하게 딱 붙어 급하게 대화 주제를 바꾼다.


“남자 뭐 한데? 몇 살이래? 혹시 연하 아니야?”


이런 주제로 대화하면 소민의 뚱한 표정이 ‘호호호’ 웃으면서 풀릴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가게 안을 소민의 탁한 쉰 목소리가 거침없이 쩌렁쩌렁 울린다.


“몰라! 이년아!! 니가 물어봐.”


소민의 애견 미용실 가게 문이 활짝 열리고,


나희가 뛰쳐나온다.


공포를 느낀 두 눈의 동공이 상하좌우로 흔들린다.


나희는 경보 선수처럼 빠른 걸음으로 허둥지둥 로터리를 지나 마로니에 공원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 뒤를 경주가 접힌 우산 두 개를 옆구리에 끼고 비를 맞으며 뒤따라가는데,


뛰는 건지, 걷는 건지, 기어가는 건지, 판단할 수 없는 속도로 간다.


건물 계단 입구에서 우산을 든 20대 초반 남자가 경주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작은 키에 머리와 몸집은 크고 우산을 든 팔은 가느다랗다.


커다란 얼굴에 미간 사이가 넓어 마치 불독을 연상하게 만드는 얼굴과 몸매다.


거기에 웬 단발머리까지.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외모를 가졌다.


경주가 로터리 코너를 돌아 사라지자,


계단 입구를 나와 애견 미용실 정면을 가득 채운 ‘내 친구의 첫사랑’ 포스터에 시력이 나쁜지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보며 최경주 이름을 발견한다.


20대 초반 남자는 입술을 굳게 닫고,


하늘에서 봄비는 계속 내린다.



***



비 내리는 서해 바다를 코리아 킹 호가 빠른 속도로 바다를 가르며 소청도를 향해 달려간다.


1층 객실 의자에 진호와 강 팀장이 다정하게 기대고 잠들어 있다.


옆 건너편 의자에 카이스트 연구원 1, 2도 잠들어 있다.


네 사람 모두 기절한 듯 보인다.


파도를 가르며 달리던 코리아 킹 호가 속도를 줄이며 소청도 항에 도착한다.


소청도는 잠시 비가 그치고,


바람을 따라 먹구름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진호와 강 팀장이 앞장서서 배에서 내리고,


카이스트 연구원 1, 2가 그 뒤를 따라 내린다.



소청도 항에서 강 팀장은 무인도인 갈매기섬으로 안내할 배를 찾기 위해 전화 통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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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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