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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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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90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30 22:05
조회
35
추천
1
글자
12쪽

57화. 분홍색 헬멧

DUMMY

경주와 승준은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도나희라는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부둥켜 안고 흐느낀다.


투명 인간 취급받는 나희는 ‘아, 이 뻘쭘함은 뭐지?’ 쭈뼛쭈뼛 헬멧을 벗는다.


나희는 추위에 굳어 버린 하체를 질질 끌고 뒷걸음질 치며 경주와 승준이 듣거나 말거나 할 말한다.


“경주야, 단발머리 소지섭 내가 알아봤어. 남친 잘생겼다. 이름이 승준이구나. 아, 그리고 스쿠터 잘 썼어. 나 먼저 간다.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해. 열심히.”


경주와 승준은 나희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부둥켜안은 채 바닥에서 일어선다.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도착해 있는 상태다.


느림보 경주가 승준을 거칠게 벽에 밀어붙이더니 뜨거운 키스한다.


비에 젖은 승준의 단발머리에 양손을 꽉 끼워 머리 끄덩이를 붙잡고···.


뒷걸음질 치던 나희는 경주의 모습을 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말한다.


“어머, 어머. 경주 저년 뭐야? 어머, 머리 흔드는거 봐. 키스할 때는 졸라 빠르네.”


나희는 뒤돌아 걸어가며 건물 코너에서 안쪽을 바라보던 규혁과 배우들에게 새를 쫓듯 손을 휘휘 젓는다.


“저리 가, 저리.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구경 났어요? 비켜요. 비켜.”


경주와 승준은 자신들의 세계 속에 들어가 귀와 눈이 멀어져간다.



***



방송국 뉴스 센터 스튜디오 세트를 점검하는 세트팀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스튜디오를 비추는 조명을 확인하고 오디오를 점검하는 스텝들 사이에 인트로 촬영을 준비하는 남자 아나운서와 여자 아나운서가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이다.


뉴스 스튜디오 오른쪽 일기예보 세트 앞에서는 도연이 일기예보 세트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는 3번 카메라를 바라본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끝낸 도연은 인트로 촬영 대사를 읊조리며 촬영 준비하고 있다.


조명이 밝게 켜진 세트장 안을 지미집에 설치된 카메라가 동선을 맞추기 위해 뉴스 세트에서 일기예보 세트까지 한 번에 훑고 지나간다.


카메라 동선 체크를 하던 여자 PD는 시계를 바라보며 세트장 출입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도착하지 않은 하윤을 기다리는 중이다.


넓은 스튜디오 안에 촬영을 대기하는 출연자와 촬영을 준비하는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여자 PD는 시간을 확인하고,


세트장 은색 알루미늄 방음문을 열고 나간다.



***



분장을 마친 분장실 스텝들이 메이크업 케이스를 정리하고 있다.


분장실 안은 가운데 통로가 있고,


왼쪽과 오른쪽에 각 8개씩 16개 거울과 의자가 자리 잡고 있다.


하윤은 분장실 왼쪽 끝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 마무리 중이다.


왼쪽 빈 자리에 놓인 분홍색 헬멧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는 하윤.


헬멧을 닦아가며 운전하던 나희 모습,


“너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묻던 모습,


“수고해라” 말하고 떠나는 모습들이 머릿속에 각인된 듯 반복되며 떠오른다.


분장실 문이 열리고,


여자 PD가 분장실에 들어와 거울에 비치는 하윤을 보고 감탄한다.


“하윤, 하윤. 오늘 너무 예쁘다. 회의하고 촬영 준비한다고 전화 못 받았어”


흰색 블라우스에 곤색 치마로 갈아입은 하윤은 비를 맞고 힘들게 방송국에 온 사람 같지 않게 깔끔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메이크업 중이다.


여자 PD 말에 헬멧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하윤은 정신을 차리며 말한다.


“아, PD님. 늦을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여자 PD가 분홍색 헬멧이 놓여 있는 하윤 왼쪽 빈자리에 앉아 손으로 안경테를 들어 올리며 하윤의 얼굴을 보고 말한다.


“그래도 빨리 왔네. 오늘 새벽부터 힘들었을 텐데, 며칠 쉬어서 그런지 얼굴은 좋아 보인다.”


거울에 비치는 하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윤은 자신을 생각해주는 여자 PD가 고맙다.


여자 PD는 거울 앞에 놓인 분홍색 스쿠터 헬멧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듯 헬멧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웬 헬멧이야? 이거 하윤 꺼야?”


눈감고 눈 화장 중인 하윤을 대신해 메이크업 중인 분장 실장이 고개 끄떡끄떡 한다.


여자 PD가 헬멧을 들어 머리에 써 보는데 머리가 커서 들어가지 않는다.


“아~ 이게 작네. 길막혀서 오토바이 타고 왔구나? 판단 잘했어. 오늘 같이 막히는 날은 오토바이가 최고지.”


오토바이 이야기에 눈 감고 있는 하윤의 눈앞에 또 다시 운전하던 나희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하윤은 짧게 대답한다.


“네···.”


눈 감고 어색하게 대답하는 하윤을 바라보던 여자 PD는 하윤과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의자에서 일어서서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메이크업 중인 분장 실장에게 이틀 전 지진 이야기를 꺼내며 말한다.


“실장님, 지진 느꼈죠? 간만에 소주 한잔하는데. 지진 때문에 놀래서, 소주가 목에 걸렸지 뭐예요. 하! 하! 하!”


메이크업 브러쉬를 손에 든 분장 실장은 여자 PD의 말에 씨익 웃으며 받아친다.


“아이고, 저런. 저는 막 잠드는데 재난 문자가 와서 밤새 잠을 못 잤어요. 그나저나 지진이 자꾸 발생해서···.”


여자 PD와 분장 실장의 지진 이야기에 눈감고 있는 하윤 머릿속에 밝게 웃는 진호의 모습이 나타난다.


복잡한 마음의 하윤이 눈을 뜬다.


거울 뒤로 분장 실장 옆에 여자 PD가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이야기 중이다.


하윤은 멍하니 분홍색 헬멧을 바라본다.


분장 실장이 하윤의 목을 감싸고 있는 하얀 메이크업 보자기를 걷어낸다.


“하윤씨, 이제 끝났어요.”


하윤은 정신 차리며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의자에서 일어선다.


“실장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분장 실장은 메이크업 케이스를 정리하며 하윤에게 응원의 인사를 건넨다.


“하윤씨. 오늘 촬영 잘해요.”


하윤은 분장 실장에게 눈 인사하고,


여자 PD 옆구리에 끼어 있는 헬멧을 받아 든다.


“PD님, 제가 들고 갈게요. 늦어서 사무실에 못 들리고 분장실로 바로 왔거든요.”


“어? 그래, 그래.”


여자 PD는 옆구리에 헬멧을 끼고 있었던 걸 잠시 깜빡한 듯 살짝 놀란다.


하윤과 여자 PD는 나란히 분장실을 빠져나와 길게 뻗어 있는 방송국 복도를 따라 걷는다.


방송국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하윤과 헬멧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인사한다.


하윤도 헬멧을 의식하며 수줍게 눈인사 한다.


복도 끝에 은색 알루미늄 방음문에 ‘보도국 스튜디오’ 글씨가 보이고,


걷고 있던 하윤이 걸음을 멈추며 여자 PD에게 쉬는 날 있었던 CF 미팅 이야기를 꺼낸다.


“PD님, 저 쉬는 날 광고 미팅 했어요.”


여자 PD도 발걸음을 멈추고 궁금한 눈으로 하윤을 바라본다.


조용히 말하는 여자 PD.


“정말, 정말? 내 촉이 딱 맞다니까. 무슨 광고야? 화장품? 샴푸? 의류?”


“아니요. 게임회사요.”


하윤의 말에 여자 PD는 의외라는 반응으로 안경을 쓸어 올린다.


“게임?”


하윤은 여자 PD를 보며 말한다.


“네, 게임 회사고. 정확한 내용은 첫 미팅이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진행되는 대로 업데이트 해드릴게요.”


여자 PD는 잘됐다는 듯 하윤의 팔을 토닥토닥하며 말한다.


“어쨌든. 하윤 너무 잘됐다.”


하윤은 환하게 웃으며 여자 PD의 손을 꼭 잡는다.


“이게 다, PD님 덕분이죠.”


여자 PD는 해준 것도 없는데 하윤의 립 서비스에 은근히 기분 좋아진다.


활짝 웃던 여자 PD는 하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하윤. 나중에 계약서 보면 알겠지만, 광고 찍고 그러면 사생활 잘 관리도 해야 하는 거 알지?”


하윤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한다.


“네,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여자 PD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윤의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인다.


“혹시 요즘 만나는 남자 있어?”


하윤의 눈빛이 망설이는걸 느낀 여자 PD는 코를 찡긋거리며 손으로 안경 쓸어 올린다.


“있구나? 누군지 모르겠지만 관리 잘하면서 만나. 알겠지?”


여자 PD의 조언이 고마운 하윤.


밝았던 표정이 굳어지며 볼륨을 낮추듯 목소리가 줄어든다.


“네. 갑자기 고민이 많아지네요.”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의기소침해지는 하윤에게 여자 PD는 활기찬 목소리로 크게 말한다.


“에이~ 내가 너무 앞서 갔다. 알아서 잘해. 응! 시에프 진행 잘 됐으면 좋겠다.”


“네, 감사합니다.”


하윤의 말이 끝나자,


여자 PD가 알루미늄 방음문을 열며 보도국 스튜디오로 들어간다.


하윤도 뒤따라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스텝에게 인사하며 지나간다.




아직 준비가 한창인 스튜디오 안을 하윤이 바닥에 깔려 있는 굵은 전선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출연 대기 중인 아나운서와 스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하윤이 스튜디오에 등장하자,


말없이 바쁘게 움직이던 스튜디오 안 분위기가 미소로 번지는 걸 느끼게 한다.


여기저기서 웃음까지 터져 나온다.


스튜디오 위 조정실에 앉아 있는 간부들도 하윤의 등장에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하윤은 밝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어느새 하윤은 방송국 기상캐스터들 중에서 에이스가 된 느낌이다.


하윤은 스튜디오 안쪽에 있는 일기예보 세트로 걸어가며 스텝들에게 인사한다.


젊은 스텝 한 명이 하윤에게 다가와 재빨리 셀카를 찍고 사라진다.


하윤이 일기예보 세트 앞에 도착하자,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3번 카메라 감독이 ‘왔어?’ 하며 손을 들어 하윤에게 인사한다.


3번 카메라 감독 옆 의자에 앉아 있는 도연은 늦게 도착한 하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늦게 도착한 주제에 주인공처럼 모두에게 환영받는 하윤이 싫다.


하윤은 환한 미소로 도연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도연 선배님.”


도연은 다가오는 하윤에게 실눈을 만들어 째려본다.


도연의 눈빛을 보고 아랑곳하지 않는 하윤은 밝은 미소로 고개 숙인다.


도연의 시선이 하윤의 눈을 피하며 손에 들고 있는 헬멧으로 간다.


반응은 역시 차갑다.


“이하윤 씨. 늦게 오면서 헬멧 들고 오면 다 이해해주는 줄 아나 봐? 일찍, 일찍 좀 다니지. 혼자만 바쁜게 아니잖아.”


하윤은 도연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이며 말한다.


“네. 도연 선배님, 죄송합니다.”


도연 옆에 앉아 커피 마시던 3번 카메라 감독이 물끄러미 손목 시계를 보더니,


속없이 도연을 향해 손을 길게 뻗으며 손목 시계를 보여준다.


“도연씨 시계가 빠른가 봐. 하윤씨 지금 10분이나 일찍 왔는데.”


3번 카메라 감독의 손목 시계를 힐끗 바라보는 도연은 불편한 표정으로 딴청 부린다.


“아! 네···. 제 시계가 좀, 빠른 것 같네요.”


3번 카메라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윤에게 자리를 양보해준다.


“하윤씨 여기 내 자리에 앉아요. 나 카메라 테스트 한번 더 해야 해서 일어나야 해.”


“아니예요, 감독님.”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는 하윤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3번 카메라 감독은 자리를 양보해준다.


“여기 앉아요. 아니면 오토바이 헬멧이라도 놓던지.”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는 도연은 속이 끓어오르는지 얼굴을 향해 긴 한숨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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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6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6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8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39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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