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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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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29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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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천
1
글자
12쪽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DUMMY

나머지 하나를 놓고 진호와 강 팀장의 순발력 싸움이 시작되는데,


컵라면은 어느새 강 팀장 손에 들려있다.


팀장도 역시 다르다.


에너지바를 물고 있는 진호는 ‘에이 진짜.’ 꾹 참는다.


컵라면 향기가 컨테이너의 습한 냄새를 지운다.


진호는 컵라면을 너무너무 먹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물 끓이기 위해 주전자를 들고 컨테이너 문 열고 나간다.


컨테이너 문 앞은 비바람을 피해 수백 수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가득 앉아있다.


아니, 쌓여 있다.


배고픔에 지친 갈매기들은 진호가 나오자,


눈빛이 휘둥그레지며 환한 미소로 진호를 향해 바라본다.


진호는 본능적으로 ‘이 싸한 느낌은 뭐지?’를 느낀다.


닭살이 온몸을 휘감으며 돋아난다.


진호가 눈을 내리깔며 갈매기들과 시선을 맞추자,


‘싸’ 함의 이유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입에 물고 있는 에너지바다.


갈매기들은 진호가 입에 물고 있는 에너지바를 향해 뾰족한 부리를 고정시킨다.


지금, 이 순간 진호는 선택해야 한다.


손이 빠를까?


입이 빠를까?


고민하던 진호는 면발을 흡입하듯 에너지바를 쪽 빨아 입안에 넣는 데 성공한다.


진호가 ‘없지롱’ 하는데,


배고픔에 지친 앵그리 갈매기들의 뾰족한 부리가 진호의 입을 향해 일제히 구름처럼 몰려온다.




비바람이 후려치고,


파도 소리가 이어지는 갈매기섬에 20대 남자의 괴성이 울려 퍼진다.


"으아아아악!! 캬아아악!!"


마치, 스카이 드롭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T 익스프레스가 출발할 때의 소리와 흡사하다.


컨테이너 안에서 컵라면을 먹던 강 팀장과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괴성에 정지버튼을 누른 듯 그대로 멈춘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컨테이너 문을 열어본다.


문 앞에는 진호가 갈매기를 이불 삼아 누워 있고,


누워 있는 진호의 입을 향해 갈매기들은 뾰족한 부리로 키스 세례를 퍼붓고 있다.


“어머, 엄마야 아아!!”


얼마나 놀랐는지 강 팀장은 비명과 함께 엄마를 찾고,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동시에 입을 쩍 벌린다.


“헐···.”


진호와 딥 키스를 나누던 갈매기가 에너지바를 물고 날아오른다.


갈매기들은 에너지바를 물고 도망치는 갈매기를 쫓아 구름떼처럼 날아간다.


진호가 기침하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입안에서 목소리와 함께 갈매기 털이 나온다.


“에취! 사···. 에취!!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강 팀장과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이렇게 끔찍한 광경을 난생처음 보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에너지바를 입에 물고 날아가는 갈매기를 선두로 갈매기들이 섬 주위를 날아다닌다.



***



나희는 에너지바 입에 물고 오퍼실에서 콘솔을 조정하고 있다.


오늘은 ‘내 친구의 첫사랑’ 첫 공연 날이다.


공연 전 조명과 음향을 체크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경주는 쿠킹호일에 쌓여 있는 김밥을 손으로 집어 먹으며 소품 정리 중이다.


텅 빈 객석 한가운데 앉아 있는 양준태 연출은 깊은 고민에 빠진 듯 생각하는 로뎅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눈 감고 있다.


분장실에서 배우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첫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분장을 마친 배우들은 무대 뒤 검은 커튼을 열고 무대에 나와 ‘어르르르, 오로, 오르르르.’ 외계인의 언어같은 괴성을 지르며 목소리를 다잡는다.


경주는 소품 정리를 마치고, 오퍼실을 향해 걸어가다가,


객석 의자에 앉아 고뇌하는 양준태 연출을 힐끗 바라본다.


깊은 고뇌에 빠진 얼굴빛이다.


경주는 오퍼실 콘솔 앞에 앉아 있는 나희 옆에 앉아 조용히 말한다.


“언니. 연출이라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오.”


나희는 입에 에너지바를 빼 손에 들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난 아무나 하는 것 같은데.”


경주는 허리를 숙이고 있는 양준태의 우울한 뒷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가엾다.


“아니···. 연출님 보면요오. 매일 저렇게 고민하고 괴로워 하잖아요오. 그래서 연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오.”


나희는 느릿느릿 말하는 경주 이야기를 듣다가,


반쯤 남아 있는 에너지바를 입안 가득 넣고 씹는다.


나희는 경주 말에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말하는데,


에너지바 씹는 소리와 말이 섞여 대화 전달이 안 된다.


“게흐, 슥치해 그러르어엉. 슬치때운에.”


경주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나희에게 묻는다.


“네에??”


나희는 씹던 에너지바를 꿀꺽 삼킨다.


이빨 사이에 낀 에너지바를 손가락을 입에 넣어 쪽쪽 빨아먹는다.


입안이 정리되자 말한다.


“술이 안 깨서 그런다고···. 숙취 때문에.”


경주는 깜짝 놀라며 말한다.


“아, 진짜요오? 놀라운 사실이네요오.”


“숙취 때문에. 컨셉으로 저러시는 거야. 봐라 이제 물 갔다 달라고 한다.”


나희는 손가락을 옆구리에 쓱쓱 닦고 다시 콘솔을 만진다.


경주의 시선은 등을 휘고 앉아 있는 양준태에게 고정돼 있다.


양준태가 다리 반대로 꼬아 앉으며 등을 펴며 말한다.


“야, 나희. 물 좀 가져다줘라.”


경주는 소리 없이 입 모양을 ‘대박’ 만들며 나희를 바라본다.


나희는 ‘내 말이 맞지?’ 하며 어깨 으쓱하고,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네!!”


나희는 오퍼실 구석에 놓여 있는 생수병을 가지고 객석으로 나간다.


양준태에게 생수병을 건네자.


사막에서 물을 만난 듯 생수병을 탈탈 털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혀끝으로 받아먹는다.


양준태는 이제야 정신이 드는 듯 옆에 서 있는 나희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오늘 몇 명이나 예매했어?”


“좀 전까지 네 명이요.”


양준태는 무대 위에서 스트레칭 하는 배우들을 바라본다.


무대 위에서 배우 일곱 명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아···. 네 명?? 그게 다야?”


“네. 좀 전까지는요.”


양준태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밖에, 아직 비 오냐?”


나희는 오퍼실에 앉아 양준태와 자신을 궁금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경주와 눈을 마주치며 대답한다.


“오다, 안 오다. 하는 것 같은데요.”


양준태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나희를 빤히 보며 말한다.


“오늘 오퍼는 나희 니가 하고. 경주는 원숭이탈 씌워서 마로니에 공원에 가서 홍보 좀 하라고 보내. 오늘 연극 축제 개막하는 날이라 사람들 많을 거야. 야, 관객이 너무 없는데.”


나희는 양준태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빗물이 원숭이탈을 젖게 만든다면, 걸을 수 없을 만큼 무게가 나갈 것이다.


오퍼실에 앉아 있는 경주와 눈 맞추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비 많이 내리면요?”


“야, 많이 오면 당연히···.”


말하던 양준태는 목이 타는지, 빈 생수병에 혀를 대고 털어본다.


생수병에는 한 방울의 물도 없다.


양준태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한다.


“야. 그래도 좀만 하다 오라고 해.”


나희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한다.


“네···.”


“물 더 없냐?”


나희는 양준태가 물을 더 찾을 거로 생각해서 생수병을 하나 더 가지고 왔다.


뒷짐 지고 있던 손에 숨기고 있던 생수병을 양준태에게 건넨다.


“어? 땡큐.”


양준태는 생수병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나희는 오퍼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경주를 보며 오퍼실로 걸어간다.



***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봄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비 내리는 금요일 서울 도심의 도로는 오전부터 정체가 시작되어 차량이 답답하게 이동한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연극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공원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아르코 극장 옆 골목에 주차된 방송국 승합차 안에는 하윤이 잠들어 있다.




하윤의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 진동이 울린다.


깜짝 놀라 눈을 떠 휴대전화 화면 보면 여자 PD다.


목소리 가다듬고 전화 받는다.


“네, PD님.”


“하윤, 큐시트 업데이트해서 톡으로 보냈어! 확인해 봐. 지금 공원에 사람들 좀 있어?”


하윤의 시선이 승합차 앞 유리를 통해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한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진행 중인 공원 안은 우산과 우비를 입은 사람의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네,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네요.”


“그렇구나. 사람들이 많다니까 좀 걱정이네. 한 시간 후 촬영이니까. 조심히 준비 잘해.”


여자 PD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하윤도 아침에 승합차까지 따라온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살짝 걱정된다.


하지만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리허설하고 전화 드릴게요.”


“오케이. 수고.”


여자 PD는 전화를 끊으려다 말고 다급히 하윤을 부른다.


“아! 하윤!! 오늘 오후에 뉴스 스튜디오에서 인트로 촬영 있는 거 알지?”


여자 PD는 습관처럼 깜빡깜빡하며 말을 끝낼 듯 안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럴 거로 생각하는 하윤은 웃음을 섞어 대답한다.


“그럼요. PD님”


“오늘 차가 많이 막힌다던데. 끝나면 서둘러서 바로 와.”


여자 PD의 말이 끝나자,


하윤이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


“네~”


하윤은 미소 띤 얼굴로 전화 끊는다.


하윤은 잠기운을 쫓아내기 위해 손을 뻗어 스트레칭 해본다.


창밖을 바라보면 승합차 옆 건물 1층 커피숍 테라스에 촬영 감독과 촬영 스텝이 여유를 부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승합차 룸미러에 얼굴을 비추고 머리를 정리하는 하윤.


노란 우산을 들고 승합차에서 내린다.




촬영 감독과 촬영 스텝은 하윤이 걸어오는 걸 보고 깜짝 반기며 빈 의자를 들고 와 자리를 만들어 준다.


커피숍 안에 있는 손님들이 테라스에 다가오는 하윤에게 시선을 준다.


특히 남자 손님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월등한 비율과 미모의 하윤에게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다.


승합차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하윤이 깰까 봐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촬영 감독은 하윤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하윤 씨, 많이 피곤 했나 봐.”


야외 촬영을 나와서 촬영 승합차 안에서 잠든 적이 처음인 하윤은 부끄러운 듯 말한다.


“그런가 봐요. 제가 너무 많이 잤죠.”


촬영 감독은 괜찮다는 듯 미소로 답한다.


“누나 커피 드실래요?”


촬영 스텝이 일어서며 말하는데,


하윤은 고개 흔들며 앉으라고 손짓한다.


“저, 괜찮아요. 좀 앉아서 정신 좀 차리려고요.”


촬영 스텝은 자리에 앉고,


촬영 감독은 커피잔 들고 하윤에게 묻는다.


“하윤씨. 여기 촬영 끝나면 오늘은 여기서 퇴근인가?”


“아니요. 3시에 인트로 촬영 있어서 2시까지 방송국에 가야 해요.”


촬영 스텝은 바른 자세로 앉아 고개를 끄떡이고,


커피잔을 입에 대고 있던 촬영 감독은 입을 쩍 벌리며 감탄한다.


“야~~ 인트로 하윤 씨도 찍는구나. 역시 인기가 많아. 오늘 비가 내려서 차 많이 막힐 텐데, 끝나면 빨리 가야겠어.”


“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촬영 감독은 말을 끝내고,


테이블 아래 촬영 스텝의 발을 신호를 보내는 듯 ‘툭툭’ 차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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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0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6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4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6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5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2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8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6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8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39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4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8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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