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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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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89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25 22:05
조회
38
추천
1
글자
12쪽

54화. 도나희

DUMMY

하윤이 살며시 눈을 떠보면 남자 1이 축축한 바닥에 쓰러져 있다.


하윤은 눈앞으로 바람처럼 지나가는 물체를 보고 몸을 움츠리며 눈감는다.


남자 2의 놀란 목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씨발···. 이건 뭐야? 원숭이···.”


남자 2 역시 다음 말을 끝내지 못하고 “퍽! 뚜두두둑!” 뼈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아악!!’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철퍼덕 쓰러진다.


하윤도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온몸에 힘이 풀려 일어서지도 못하고 공포스러운 소리에 눈 뜰 힘도 사라져간다.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골목 안은 둔탁한 소리가 날 때마다,


남자 1과 2의 고통을 뿜어내는 소리로 가득 찬다.


“퍼버벅! 우두두둑.”


“으아아악~!! 안 돼 안 돼요. 아아! 악!”


“퍽! 뻑! 툭!”


“아! 아악!! 살려주세요.”


가쁜 숨소리와 함께 남자 1, 2의 도망치는 소리 들린다.


골목 안이 순간 조용해진다.


바닥에 주저앉아 공포에 떨고 있는 하윤에게 낯익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일어나.”


하윤은 ‘설마?’ 하고 눈을 떠본다.


눈앞에 비에 젖은 나희가 왼손에는 ㄱ자로 부러진 우산을 들고 오른손을 하윤의 눈앞에 내밀고 있다.


나희의 짧은머리와 얼굴은 비에 젖어 있고 턱에서는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젖은 원숭이 인형 탈은 허리에 걸려 있고,


젖은 보라색 티셔츠는 몸에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 보인다.


쌀쌀한 날씨에 빗방울이 맺혀 있는 입술이 살며시 떨리는 나희.


공포 속에서 흐르던 하윤의 눈물이 고마움의 눈물로 변한다.


하윤이 손을 뻗어 나희의 손을 잡자,


나희는 하윤을 부축하며 말한다.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나희의 품에 안긴 하윤의 얼굴이 나희 얼굴에 스친다.


하윤은 나희가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내려와 도와주는 천사로 느낀다.


상황 설명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말이 안 나오는 하윤은 힘겹게 말한다.


“고마워. 나희야.”


나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윤의 눈을 보며 미소 짓는다.


이제 괜찮다는 표정이다.


하윤은 자신도 모르게 나희를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통곡한다.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나희와 하윤 위로 빗방울이 쏟아진다.



나희는 ‘이게 이렇게 울 일인가?’ 생각한다.


눈물 흘리는 하윤에게서 엉덩이를 빼며 뒤로 한 발 물러선다.


“그만 울고, 진정해. 어디 가는 길이야?”


하윤은 울먹이며 말한다.


“응. 공영 주차장에.”


눈물을 닦아내는 하윤.


나희는 비에 젖은 원숭이 인형 탈을 벗으며 울먹이는 하윤에게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래?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짜식들이 눈은 높아 가지고. 찌질하게 골목까지 따라다녀. 예쁘면 참 피곤할 것 같은데. 너 많이 피곤하지? 그치?? 너처럼 예쁜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너무 궁금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나희 말에 울먹거리던 하윤의 입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나희는 원숭이 탈을 벗어 손에 든다.


보라색 셔츠와 트레이닝복 바지는 물속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완전히 젖어 있다.


나희는 바닥에 뒤집혀 있는 노란 우산을 들어 하윤의 손에 건넨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그때처럼 하윤은 우산을 받아 든다.


그때도 지금도 나희는 하윤을 위기에서 구해줬다.


그때도 지금도 나희는 이유 없이 하윤을 구해줬다.


나희는 비에 젖은 원숭이 인형 탈을 옆구리에 끼우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원숭이 탈 머리를 집어 든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나희는 함박눈 사이로 사라졌다.


오늘은 나희가 하윤의 손을 잡고,


골목을 걸어간다.


하윤은 노란 우산을 나희에게 받쳐준다.



***



사랑 소극장 무대 위에서는 ‘내 친구의 첫사랑’ 첫 공연이 진행 중이다.


전봇대처럼 키가 큰 규혁과 깡말라 부러질 것 같은 여배우의 열정적인 연기가 무대 위를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객석은 텅 비어 있다.


객석에는 50대 중년 부부와 20대 커플 그리고 20대 초반 단발머리 남자 이렇게 5명이 앉아 있다.


무대 위 모든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진 무대 위 배우들 퇴장한다.


주황색 핀 조명이 무대 한가운데와 오른쪽 피아노 위로 원을 그리며 비친다.


나희의 아이디어로 추가된 첫사랑을 고백하는 씬이다.


무대 뒤에서 규혁이 하얀 앞니를 보이며 핀 조명이 비추고 있는 무대 중앙으로 걸어와 선다.


“관객 여러분. 오늘이 내 친구의 첫사랑, 첫 공연인 거 아시죠??”


규혁의 물음에 5명의 관객은 입을 꾹 닫고 침묵한 채 눈꺼풀만 깜박인다.


관객도 없고, 반응도 없다.


뻘쭘한 규혁은 두 손을 모아 비비며 첫사랑을 고백할 관객인 20대 초반 단발머리 남자를 보며 말한다.


“어. 그럼 첫 공연에. 첫사랑에게 고백하는 영광을 여기 앞 줄에 계시는 남자 관객에게 드리겠습니다.”


규혁은 혼자 앉아 있는 단발머리 남자를 향해 손을 뻗어 무대위로 올라오라며 손짓한다.


“자, 무대 위로 올라오시죠.”


20대 초반 단발머리 남자는 쭈뼛쭈뼛거리며 일어서서 무대 위로 올라간다.


50대 중년 부부 관객과 20대 남녀 커플은 ‘혼자 와서 누구에게 고백하려고 그러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바라본다.


단발머리 남자는 핀 조명 아래 규혁 옆에 가서 선다.


키가 큰 규혁 옆에 딱 붙어서니 단발머리 남자의 키가 더 작아 보인다.


서장훈과 이수근 같은 느낌이다.




오퍼실 안 콘솔 위에는 단발머리 남자의 신청 곡인 SG워너비의 ‘내사람’이 적힌 메모가 붙어 있다.


손가락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위해 다가간다.


20대 초반 단발머리 남자는 긴장된 듯 다리를 떨며 시선을 오퍼실로 향한다.


하지만 어둠 속에 오퍼실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규혁은 긴장해 떨고 있는 단발머리 남자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마이크를 건네받는 단발머리 남자의 손이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부르르르 떤다.


규혁은 떨리는 마이크를 잡아 주며 말한다.


“무대 위에서 고백한다는 게 쉽지가 않죠? 그래도 기왕 용기 내셨으니까. 시작하시죠.”


규혁이 말을 끝내고, 핀 조명이 비치는 동그란 원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20대 단발머리 남자가 규혁을 붙잡고, 조용히 귓속말을 속삭인다.


객석에 앉아 있는 4명의 관객들은 ‘뭐야?’하며 따분한 표정을 만든다.


단발머리 남자의 말을 듣는 규혁은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까딱까딱거리더니,


미소 지으며 말한다.


“용기를 내셨는데, 많이 긴장되시나 봐요. 고백을, 말 대신 노래로 하겠다고 합니다. 노래는 SG워너비의 내사람 입니다.”


규혁은 오퍼실 향해 손 뻗고, 뒷걸음질 치며 핀 조명 아래에서 무대 뒤로 사라진다.


오퍼실에서는 규혁이 사라지자,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공연장 스피커로 ‘내 사람’의 시작 멜로디인 바우론, 드렐라이어, 휘슬의 화음이 울리며 흘러나온다.


단발머리 남자는 멜로디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긴장했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목을 뒤로 꺾고, 콧구멍을 치켜 들며 노래를 시작한다.


“어~~ 어~~ 워어~~ 예~~ 예~~ 예에에~~”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내 가슴속에 사는 사람 내가 그토록 아끼는 사람···. 누구에게나 흔한 행복 한 번도 준적이 없어서···.”



단발머리 남자의 감정이 대폭발해 노래한다.


“못난 날 믿고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죠 사랑해요.”


멜로디 이어지는데···.


단발머리 남자가 마이크를 입에 대고 객석 뒤 오퍼실을 향해 힘껏 소리친다.


“최경주! 사랑한다!! 내가 정말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다시 내 사랑을 받아줘!! 경주야!!”


단발머리 남자의 샤우팅에 드디어 관객들의 반응이 보인다.


50대 중년 부부는 박수치고, 20대 남녀 커플은 손 나팔을 만들어 환호한다.


무대 뒤 검은 커튼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던 규혁과 여자 주인공은 얼굴을 마주치며 동시에 말한다.


“오오, 경주?”


“최경주?”


규혁과 여자 주인공은 동시에 오퍼실을 바라본다.


오퍼실 플레이 버튼 위에 있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고,


손가락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양준태 연출이다.


오퍼실 콘솔 의자에 생각하는 로뎅 양준태 연출이 혼자 앉아 있다.


플레이 버튼 위에서 멈춰버린 손가락을 떨며 무대 위에서 오퍼실을 향해 소리치는 단발머리 남자를 본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말을 더듬거린다.


“겨, 겨, 겨, 겨 경주?”



***



경주는 사랑 소극장 여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다.


아랫배를 움켜쥐고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힘을 준다.


“히힝. 히이잉. 아우, 배야아. 아우, 배야아. 김밥이 상했나아?”


공연준비를 하며 먹었던 김밥이 상했던 것이다.


경주는 극장 안 상황을 전혀 모른 채 배를 만지며,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한다.



**



경주가 원숭이 인형 탈을 쓰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재롱을 부리며 홍보하고 있다.


빗방울은 서서히 굵어지고,


경주의 배가 살살 아파 온다.


경주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극장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찢어질 듯한 복통이 밀려온다.


빗줄기처럼 곧 쏟아질듯한 느낌이 뇌를 관통한다.


엉덩이 괄약근에 있는 힘을 다 주고 보폭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걷는다.


“아아···. 이러면 안되는데에···. 아···.”


더 이상 걷다 가는 바지에 쏟아질 것 같아서 건물 처마 끝에 멈춰 선다.


“아, 어쩌지이? 이러다 바지에 싸겠는 데에.”


경주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어깨를 툭 친다.


경주가 뒤돌아 바라보면,


우산을 든 나희가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언니이 웬....”


말을 하는데,


나희는 경주의 손을 잡고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간다.


경주는 보폭을 최소로 하며 총총걸음으로 걸어간다.


“언니. 공연시작 안 했어요오?”


나희는 골목에 사람이 없자,


원숭이 인형 탈 머리를 잡아 뽑는다.


“경주야, 내가 할게 빨리벗어. 오늘 오퍼는 니가해라. 빨리빨리.”


배가 아픈 경주는 ‘이제 살았다’ 생각하며 원숭이 인형 탈을 벗는다.


나희는 원숭이 인형 탈을 받아 입으며 말한다.


“지금은 연출님이 오퍼 보고 있거든. 너 빨리 가봐. 그리고 오늘 첫사랑 고백하는 사람이 신청 한 노래는···.”


나희의 말을 듣던 경주는 복통이 다시 밀려오면서 설사가 괄약근을 뚫고 터져 나오기 일보 직전상황으로 돌입한다.


이를 악물고,


똥꼬에 힘을 꽉 주고,


극장을 향해 보폭을 최소로 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뒤에서 나희는 소리친다.


“야! 얘기 다 듣고 가야지? 그리고 우산도 가져가야지?”


“언니 미안해요오. 제가 너무 급 ‘아~~배야’ 해서. 우산은 언니 받으세요오~”


경주는 빛의 속도로 극장으로 달려와 화장실로 직행해 지금 변기에 앉아 있다.


경주는 천사처럼 나타난 나희에게 감사의 말이 절로 터져 나온다.


“나희 언니 정말 고맙다아. 안바꿔 줬으면 원숭이 탈에 쌀 뻔했는데에. 참 다행이다아. 아···..”


갑자기 밀려오는 복통에 경주는 머리 쥐어뜯으며 소리 지른다.


“아~~~~ 배야아. 아, 배야아.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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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6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5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6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8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39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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