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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01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2.03 22:05
조회
36
추천
1
글자
12쪽

59화. 파이팅! 도나희

DUMMY

나희는 오늘 하루가 너무 지치고 힘들다.


하윤을 괴롭히려 했던 건달들과 싸우고,


스쿠터를 타고 상암동에 다녀왔고,


저녁 공연을 혼자 준비한다.


지쳐 버린 나희는 규혁의 딴지에 일일이 대꾸하기도 힘든 상태다.


나희는 오퍼실에 들어와 김밥을 입에 물고 조명과 음향 체크한다.


목 메이는지 생수병 뚜껑을 따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텅 빈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남아 있는 김밥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는다.


무대를 바라보는 나희 눈동자가 붉어진다.


나희도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로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가슴속에서 끓어 오르는 연기에 대한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영화와 드라마 오디션 봤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왜 그렇게 긴장을 했을 까,


조금 더 준비했으면 어땠을 까,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희는 오늘 만난 하윤처럼 외모가 안 된다면 열배 아니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


인기도 중요하지만 스케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하윤의 모습이 나희는 내심 부럽다.


‘나도 하윤처럼 스케줄에 쫓겨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 오겠지?’ 잠시 상상해 본다.


‘그럼 이제 부터라도 더 노력하고 잘해야겠다’ 생각하며 입안에 김밥을 씹어 삼킨다.


깊이 생각에 빠졌던 나희는 ‘그래 도나희. 넌 할 수 있어 최선을 다하자’ 속으로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오퍼실에서 무대를 향해 큰 소리를 외친다.


“이야!! 아아야야!!”


감정 몰입에 끝을 쳤다.


6단 격파를 준비하는 태권도 선수처럼 우렁찬 목소리가 극장 안을 쩌렁하고 울린다.


**


분장실에서 도시락을 먹던 배우들은 허스키한 비명 소리에 놀라 일제히 무대를 향해 고개 돌린다.


“야. 기획 완전히 뚜껑 열였나본데?”


“그러게 안 그래도 혼자 고생하는데. 규혁이 너는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도시락 먹던 배우들의 시선이 규혁에게 몰린다.


규혁은 배우들의 원망 섞인 시선을 피하며 도시락 먹는다.


“왜들 그러세요. 없는 얘기한 거 아니잖아요.”


**


남자 화장실 변기에 앉아 내적 갈등을 외적으로 표현중이던 양준태가 힘을 주다가 깜짝 놀라 괄약근에 힘준다.


내적갈등이 다시 시작되자,


얼굴에 힘주며 말한다.


“으응. 도나희는 쟤는 또 무섭게 왜 저래? 에이 씨, 저녁 공연도 내가 오퍼 봐야 하나?”


**


나희는 밝은 표정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혼자서 ‘파이팅! 파이팅!’ 을 외친다.


‘그래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자’ 다짐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퍼실 청소를 시작한다.


오른손으로 물티슈를 빼 들어 콘솔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왼손은 휴대전화를 들고 소민에게 전화한다.


“어, 나희야.”


소민의 탁하고 쉰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콘솔 사이에 낀 찌든 먼지를 닦아내는 나희가 휴대전화를 어깨에 걸치고 말한다.


“오늘 몇 시에 끝나?”


“왜?”


비명 소리 원인을 찾기 위해 도시락을 든 남자 배우 두 명이 무대 뒤 검은 커튼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오퍼실을 바라본다.


오퍼실에서 전화 통화하며 열심히 청소하는 나희의 모습을 바라보며 도시락 먹는다.


남자 배우 두 명은 음식물을 씹으며 대화한다.


“야. 기획, 그만두려고 정리하는 것 같지?”


“쩝, 쩝. 사이즈가 그런 거 같은디.”


“주인공이 지랄이지. 연출도 지랄이지. 맨정신으로 못 버티지.”


두 사람은 나희가 그만둘 거로 확신하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배우들만 나희의 비명 소리의 이유가 궁금한 게 아니었다.


양준태 역시 궁금했다.


양준태는 도둑 고양이처럼 몸을 숙여 객석 계단을 살금살금 기어올라간다.


객석 끝 오퍼실 구멍으로 흘러나오는 나희의 통화 내용을 듣고 싶어서다.


양준태는 첫 공연이 시작된 상태에서 나희가 그만둔다면 앞으로 진행될 공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양준태는 객석 끝 좌석과 오퍼실 사이 공간에 쪼그리고 앉는다.


남자 배우 두 명은 양준태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커튼을 닫고 사라진다.


청소하며 통화중인 나희는 소민에게 묻는다.


“저녁은?”


소민은 바로 대답한다.


“나, 다이어트하잖아.”


“그럼 뭐 해?”


소민의 목소리가 서서히 귀찮은 듯 느려진다.


“왜? 가게에서 멍 때리는데.”


나희는 반갑게 말한다.


“그래? 그럼 잘됐다. 극장와서 멍 때려.”


소민의 신경질적인 음성이 튀어나온다.


“야!! 됐어! 나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단 말이야.”


나희는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대뜸 따지듯이 말한다.


“그래서,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3초 정적이 흐르고,


소민은 귀찮다는 듯 대답한다.


“에이, 알았어.”


소민이 온다는 말에 나희는 휴대전화를 콘솔 책상 위에 놓고 싱글벙글 콧노래한다.


더러워진 물티슈를 버리고 새로 콘솔 앞 버튼 사이를 닦는데···.


오퍼실 앞 객석에서 알 수 없는 형체가 시야 끝에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사람의 눈동자가 보이는 것 같다.


순간 나희의 꼬리뼈에 싸늘한 전율이 흐른다.


“으아악!! 씨!”


나희는 비명 지르며 찌든 때를 닦고 있던 물티슈를 어둠 속 눈동자를 향해 던진다.


오퍼실과 객석 사이에 서 있던 양준태의 이마에 찌든 때가 묻은 새까만 물티슈가 마스크 팩처럼 붙는다.


나희는 양준태를 확인하고 소리친다.


“깜짝이야! 거기에서 뭐 하시는 거에요?”


“어···. 다리가···.”


다리가 저려 어쩔 수 없이 일어섰던 양준태는 눈을 느리게 껌벅거리며 검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코에 가져다 댄다.



***



번개가 촉수를 뻗어 먹구름 안에서 번쩍번쩍 빛을 뿜어낸다.


하늘을 가르고 지구의 종말을 알리듯 울려대는 커다란 천둥소리가 바다 위 외딴 섬인 갈매기섬을 덮친다.


컨테이너 가건물 안으로 번쩍이는 하얀 번개 불빛이 들어온다.


테이블에 입술이 뒤집어 까진 진호와 강 팀장이 나란히 앉아 있고,


건너편에 카이스트 연구원 1, 2가 앉아 간단한 저녁 식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원 1은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번개와 천둥소리에 불안한 듯 건너편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는 강 팀장에게 말한다.


“천둥소리도 심상치 않네. 강 팀장님. 비가 더 내리는 것 같은데요.”


강 팀장은 아무 반응 없이 태연하게 밥을 입에 넣는다.


입술이 아파 밥을 제대로 먹지 못 하는 진호는 궁금한 표정으로 강 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강 팀장은 진호와 진호 앞에 놓인 반찬을 힐끗보더니,


진호가 먹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자기 앞으로 가져와 입에 넣고 씹는다.


진호는 대답 없이 밥만 먹는 강 팀장을 얄미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 정도면 비가 쉽게 안 그칠 것 같은데요.”


카이스트 연구원 2가 강 팀장에게 들으라는 듯 말하자.


강 팀장은 절대 그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말한다.


“걱정들 하지 마세요. 좀 전에 위성 전화로 통화할 때 옆에들 있으셨잖아요. 오차야 조금 있겠지만 밤 안에는 그칠 것 같아요.”


카이스트 연구원 1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강 팀장에게 말한다.


“전화로는 오후에 갠다고 했는데. 비는 점점 더 심하게 내리고, 번개 때문에 오늘 동쪽 관측장비에 못 가서 일정이 밀리고 있잖아요.”


“일정이 좀 밀리는 거야. 어쩔 수 없죠. 그래도···.”


강 팀장이 말하는데.


“에이, 씨발.”


옆에 있던 진호가 욕하며 믿음 없는 눈으로 강 팀장을 노려본다.


오후에 비가 그치고 일요일이면 서울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강 팀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진호는 믿음에 대한 배신을 욕설과 함께 눈빛으로 보답하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놀란 눈으로 진호를 바라본다.


강 팀장은 진호의 강한 행동에 놀랄 만도 한데,


전혀,


1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금테 안경을 벗고 눈을 부릅뜬다.


‘이 새끼가’ 하며 진호를 위아래로 스캔하며 말한다.


“에이, 씨발? 너 지금 욕했어? 눈빛은 왜 따위야?”


진호는 욱하는 마음에 한번 질러봤다.


하지만 예상외로 강 팀장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슬픈 고양이 눈빛으로 태세 전환하며 손으로 뒤집어 까진 입술을 살짝 만진다.


“입술, 입술이 아파서요. 저도 모르게 그만.”


강 팀장의 레이저 눈빛을 피하고자 테이블 위 노란 단무지 하나 들어 혓바닥에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빨아 먹는다.



***



하윤의 오피스텔 거실 벽에 걸려 있는 TV에서 도연이 진행하는 일기예보가 나온다.


일기예보 화면 속 한반도 구름의 움직임을 보면,


진호가 있는 서해 해상 하늘은 구름이 잔뜩 몰려와 많은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친다.


서울 하늘의 구름은 경기도를 지나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잠옷차림의 하윤은 거실 투명 의자에 긴 다리를 꼬고 앉아 TV 일기 예보가 끝나자,


TV 끈다.


하윤은 시선을 돌려 거실 창가에 놓여 있는 분홍색 헬멧을 바라보면 웃음이 새어 나온다.


“도나희 넌 도대체 뭐니?”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무서운 일도, 감동받는 일도, 하윤은 오늘 하루가 꿈처럼 느껴진다.


스쿠터가 신호등에 걸렸을 때 나희는 “야. 근데 너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물었다.


하윤은 “나희 넌, 날 기억 못 하겠지만. 난 너 알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도, 상황도, 그리고 진호도···.


하윤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휴대전화를 들고 투명 의자에서 일어선다.


거실을 빙빙 돌며 휴대전화 연락처에서 ‘김소민’을 찾아 통화 버튼 누른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기계음이 흘러나온다.


하윤은 입안 가득 바람을 넣어 볼을 빵빵하게 만들며 생각에 잠긴다.



***



사랑 소극장 무대 위에서는 ‘내 친구의 첫사랑’ 저녁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땀 흘리며 연기하는 배우들을 10여 명의 관객이 객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다행히 첫 공연보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오퍼실 바로 앞,


무대에서 보면 객석 맨 위 끝 줄 중앙에 소민이 상모 춤을 추는 듯 머리를 빙빙 돌리며 졸고 있다.


나희는 빈 객석을 채우려고 소민을 부른 것이다.


소민은 공연에 재미도 흥미도 없는 듯 깊은 꿈속에 빠져 있다.


오퍼실 안에서 나희는 조명과 음향 콘솔을 조작하다가,


눈앞에 앉아 머리를 빙빙 돌리며 자고 있는 소민이 신경 쓰이는 듯 ‘멍 때리라니까. 대놓고 잠을 자고 있어’ 혼잣말한다.



***



긴 하루를 보낸 하윤은 피로가 밀려와 이른 시간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들고 오늘 촬영한 인트로 영상 관련 뉴스 기사를 보고 있다.


기사 중에 자기 사진이 실린 기사를 찾아 캐나다에 있는 부모님에게 뉴스 기사를 전달한다.


스케줄 때문에 이제 잘 거라는 메시지도 함께 보낸다.


하윤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하윤은 다시 한번 소민에게 전화해보는데,


역시 전화기가 꺼져 있다.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놓고 천장을 바라본다.


비에 젖은 원숭이 인형 탈이 허리에 걸려 있고 젖은 얼굴로 하윤을 바라보며 손 내밀던 나희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희 스쿠터 뒤에서 상상했던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려가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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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6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8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39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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