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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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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81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2.09 22:05
조회
32
추천
1
글자
11쪽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DUMMY

하윤은 생각을 멈추고,


남자의 인사를 피할 수 없어 밝게 받아 준다.


“네, 안녕하세요.”


“팬입니다.”


“아네, 감사합니다.”


30대 초반 남자는 하윤이 인사를 받아주자,


하윤을 의식하는 듯 열심히 바이크 페달을 돌린다.


하윤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보면 부담스러운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어제 대학로에서 시비 걸던 문신남 1, 2가 떠오르면서 무서운 생각이 든다.


바이크에서 내려와 피트니스 센터 안쪽 락커로 이동한다.




옷장 문을 열어 보면 무음으로 설정해 놓은 휴대전화 화면이 빛을 밝히고 있다.


하윤은 재빨리 전화 받는다.


“여보세요?”


“보험회사인데요.”


보험 회사에서 대학로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하윤의 쏘나타 승용차 소식을 전해준다.


“아, 네.”


“자동차 견인해서 수리 조치했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찾아가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윤은 자동차 보험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짧게 끝낸다.


혹시나 하고 휴대전화 화면에 카톡 앱 보면 아무 연락이 없다.


하윤은 진호의 연락을 기다리는 건지,


나희의 연락을 기다리는 건지 혼란스럽다.


휴대전화 화면이 꺼진다.




***



낮게 깔린 구름들이 고층 빌딩 위를 스치듯 지나간다.


도곡동 타워 팰리스 위를 구름이 지나간다.


민준은 타워 팰리스 55층 집 안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명품 정장들이 드레스룸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캐주얼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민준은 전신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눈에 힘을 주고 뾰족한 턱을 쓸어 만져 본다.


멋지게 폼잡아보는데,


깡마른 얼굴은 멋보다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민준은 만족하는 표정이다.


파우더 룸 서랍을 열면 향수병이 가득하고,


향수들 중 돌체앤가바나 향수를 뿌리며 외출 준비를 마무리한다.




드레스 룸을 나와 방을 지나 거실로 나온다.


족구를 해도 될 만큼 넒은 거실은 한쪽 벽에 고급 소파가 놓여 있고,


건너편 벽에는 88인치 올레드 TV가 놓여 있다.


구름이 지나가는 베란다 창문 앞에는 골프 퍼팅 매트가 길게 깔려 있다.


민준의 손이 거실 벽 코너에 붙어 있는 홈시스템 화면에서 엘리베이터 콜버튼 누른다.


홈시스템 화면에 엘리베이터 위치와 도착 예정 알림이 뜬다.


신발장으로 가던 민준은 소리를 줄여 놓은 TV에서 골프 방송이 나오는 걸 본다.


민준은 TV 리모컨을 찾기 위해 거실 안을 왔다 갔다 돌며 중얼거린다.


“엄마는 티비를 봤으면 끄고 나가야지. 진짜···.”


거실 베란다 창문 앞에 골프 퍼팅 연습용 녹색 인조 잔디 위에서 리모컨을 찾아 전원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러 TV끈다.


홈시스템에서 엘리베이터 도착 알림음이 울리자,


빠른 걸음으로 거실을 지나 신발장을 연다.


신발장 안은 민준의 키보다 높이 다양한 신발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고민하던 민준은 그레이 로즈 색상의 구두를 골라 신는다.


현관문을 나와 황금색상의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자,


엘리베이터 문이 미끄러지듯 열린다.


엘리베이터 내부도 온통 황금색이다.


민준은 열린 엘리베이터 안을 바라보며 발을 내딛지 못하고 순간 멈칫하며 몸이 굳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고급 골프 웨어를 입은 중년 부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중년 부부는 민준의 어깨쯤 닿는 작은 키에 통통한 체형이다.


민준의 집과 같은 라인 끝 층 펜트하우스에 사는 SM제약 회장님 부부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빠져 있는 회장님과 묵언 수행 중인지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사모님.


민준은 항상 엘리베이터에서는 만나지 않길 기도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왔다.


그런데 오늘은 방심하고 기도를 하지 않았다.


‘주여!’


민준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공손히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여 폴더 인사한다.


“회장님.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민준은 지옥 불에 발을 내딛듯 명품 구두를 신은 발이 덜덜 떨며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회장님은 고개만 까딱까딱하고,


사모님은 시선을 120도 위로 고정시킨 채 마네킹처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반응 없이 앞만 바라본다.


민준이 지하 5층 버튼을 누르려고 보면 엘리베이터 버튼 보면 지하 5층 버튼에 불이 켜져 있다.


엘리베이터 구석에 바짝 붙어서 눈을 질끈 감고 엘리베이터의 흐름을 느끼며 생각한다.


‘아~ 불편하다. 뜨거워야만 지옥인가?’


민준은 지금 상황이 지옥 같다.


감았던 눈을 뜨고,


불편함을 최대한 티 나지 않기 위해 바보처럼 실실 웃어본다.


평상시 회장님은 비서와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다니지만 주말은 모두 칼처럼 쉬게 한다.


쉬는 날에는 직접 운전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고 회사 직원들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민준은 같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인터뷰 기사가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


민준은 회장님의 이런 인간적인 마인드를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불편하다.


너무 불편하다.


회장님은 사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에 민준을 불러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절대 말하지 못 하는 비밀이야기도 해주셨다.


그건,


“우리 마누라가 나 게임하는 거 알면 나 죽어···. 허! 허! 허! 허!”


민준은 절대 라는 표현에 회사 비밀이라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뭐, 이런걸 절대 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말하는 게 맞나?’


‘회장님도 우리 아빠처럼 엄마를 공포의 존재로 생각하시는구나.’


‘애나 어른이나 삶은 똑같구나?’ 생각도 했다.


엘리베이터안 산소 농도가 점점 줄어드는지,


민준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함을 느낀다.


이때 굳게 닫혀 있던 회장님의 두터운 입술에 열린다.


믿었던 신하에게 사약을 내리는 왕처럼 묵직한 회장님의 음성이 황금색 엘리베이터 안을 울린다.


“쉬는 날이라서 어디 가는구나?”


이렇게 작은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저런 묵직한 소리가 나오는지 미스테리하다.


민준은 미스테리함을 숨기고 내시처럼 가녀린 음성으로 굽실굽실거리면서 대답한다.


“네, 대학로에 연극보러 갑니다.”


회장님은 표정의 변화도 목소리 톤의 변화도 시선의 변화도 없이 말한다.


“어, 그래. 쉬는 날 문화 생활 좋지. 연극 안 본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아. 네···. 그러셨군요.”


민준은 더욱 굽실거리며 말한다.


회장님은 사모님에게 시선을 던지며 묻는다.


“여보. 우리 마지막 연극 본 게 몇 년 전이야? 참 오래된 것 같은데.”


사모님은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대답하지 않는다.


못 듣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어색한 분위기에 민준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구석에 쪼그라든다.


‘엘리베이터야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늦게 내려가니 빨리 좀 가자.’


애원하며 속 없이 실실 웃는다.


회장님의 “험!” 헛기침 소리와 함께 “지하 5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기계음이 소리를 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회장님과 사모님이 먼저 내린다.


민준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다시 한번 폴더 인사한다.


“조심히 가십쇼.”


회장님은 지하 주차장 입구 자동 유리문을 나가며 말한다.


“어, 그래. 공연 잘 보게나.”


“넵!!”


자동 유리문이 닫히고, 회장님 부부가 사라지자.


그때야 민준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어후 젠장.”


주차장 입구 자동 유리문을 빠져나와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서서 중얼거린다.


“아 놔. 이사를 가던지 해야지. 불편해서 못 살겠네. 쉬는 날까지 이렇게 긴장하면서 살아야 하나.”


민준은 주차장 안쪽에서 검은색 벤틀리 플라잉 스퍼 승용차가 조용한 엔진음과 함께 라이트 불빛을 비추며 주차선을 빠져나오는 걸 바라본다.


민준은 벤틀리 승용차를 보고 다시 허리를 숙인다.


‘창문 열지 말고, 그냥 가라. 제발, 제발.’


민준의 염원이 통하는 듯 회장님 부부가 타고 있는 검은색 벤틀리 승용차 바퀴가 고개 숙이고 있는 민준의 시선을 스치며 지나간다.


“휴~ 다행이다” 하며 고개 드는데,


‘끼이익’ 소리를 내며 벤틀리 멈춰 서고 후진 등이 켜지며 민준을 향해 후진해 온다.


‘윙이잉’ 소리를 내며 벤틀리 승용차가 민준 앞에 멈춰 선다.


조수석 창문이 내려가고,


민준은 핸들을 잡고 있는 회장님의 시선에 맞춰 자동으로 허리를 굽혀 바라본다.


참 비굴하다.


회장님은 묵직한 톤으로 말한다.


“민준아, 너 바둑 좀 둔다고 했지? 내일 오후에 전화할 테니까. 별일없으면 집에 올라와.”


‘바둑이요? 아차!! 사인이다. 스타크래프트를 바둑으로 표현한 사인.’


회장님의 말에 민준은 타노스에게 멱살을 잡혀 숨통이 조여 오는 듯 숨이 턱하고 막힌다.


하지만 표정을 숨기고 지하 주차장이 떠나가도록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옙!!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연락주십쇼~오!!!”


깡마른 몸에서 어떻게 이런 우렁찬 소리가 나오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미스테리하다.


회장님은 환한 얼굴로 민준을 바라보며 조수석 창문을 올린다.


회장님의 벤틀리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나희를 만나러 가려던 민준의 들뜬 마음도 사라진다.


“에이, 진짜.”


죄 없는 주차장 바닥을 구둣발로 찬다.


한숨을 내쉬며 주차장 코너를 돌아 가는데,


해외 지사에 나가 있는 민준의 아버지 주차 자리에 못 보던 황금색 람보르기니 우라칸 새 차가 번쩍이며 세워져 있다.


그 옆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민준의 빨간색 BMW M5 가 황금색 람보르기니에 비교 되면서 왠지 초라해 보인다.


“아니, 누가 우리 아빠 주차 자리에 허락도 없이 차를 주차해 놨어?”


민준은 황금색 람보르기니 우라칸 앞 유리를 바라본다.


연락처도 아파트 주차장 출입 카드도 없이 깨끗하다.


“이거 봐라? 이거 어떻게 들어왔어?”


민준은 씩씩대며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엄마에게 전화한다.


오토 핸즈 프리를 통해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민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아들. 일어났어?”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민준은 아이처럼 떼쓰며 통화한다.


“엄마! 아빠 주차 자리에 있는, 저 똥색 스포츠카는 누구꺼야?”


“어~ 니네 회장님 집 차야.”


민준은 회장님 소리에 뒷목을 잡아본다.


“응? 회장님? 아니, 왜 우리 집 주차 자리까지 주차하고 그래.”


“니 아빠 한국 오시기전까지 비어 있으니까. 내가 쓰라고 했어. 회장님 외동딸 생일 선물이란다.”


민준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옆에 있는 황금색 람보르기니를 쳐다본다.


“이 차가?? 생일선물이라고? 에이, 돈 자랑할 거면 자기들끼리 하지. 돈 있다고 대 놓고 이렇게 자랑해도 되는 거야?”


‘탁!!’ 골프 공 치는 소리와 함께 주위에서 ‘나이스 샷’ ‘굿 샷’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민준 엄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호! 호! 호! 호! 골프채를 바꿨더니, 잘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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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6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6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30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3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2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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