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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3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1.09 22:00
조회
41
추천
1
글자
11쪽

45화. 내가 니꺼야?

DUMMY

진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며 말을 끝내자,


강 팀장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한다.


“어어, 분석하러 지금 간다. 빨리 준비해서 현장으로 바로 출발하자.”


진호는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머리를 흔들며 강 팀장을 보고 횡설수설한다.


“네에?? 지금요?? 아니, 밤을 꼬박 새우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저 샤워도 좀 하고, 옷도 좀 챙기고···.”


강 팀장이 피식 웃는다.


“샤워? 옷? 갈매기밖에 없는 무인도에 소개팅 가냐? 카이스트 연구원 두 명도 함께 가는데 지금쯤 회의실에 와있을 거야. 노트북이랑, 장비 캐리어 챙겨서 빨리 출발하자.”


출장이 즐거운 듯 강 팀장은 사뿐사뿐 걸어서 휴게실을 나가며 말 끝낸다.


진호가 하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사뿐사뿐 걸었던 발걸음 그대로···.


진호는 동공이 풀린 눈으로 멍~하니 머릿속을 텅 비운 채 서 있다.


휴게실 나갔던 강 팀장이 휴게실 문을 열고,


큰 소리로 진호를 부른다.


“야! 오진호 안가??”


“네에? 야···. 출장이다. 신난다. 무인도 출장이다.”


진호가 실성한 사람처럼 모든 걸 포기한 얼굴로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휴게실을 빠져나간다.



***



하윤이 타고 가는 택시 앞 유리에 봄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운전하던 택시 기사가 와이퍼 작동을 하자,


와이퍼가 ‘뿌드득뿌드득’ 소리를 내며 봄비를 닦아낸다.


하윤이 와이퍼의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오피스텔 입구가 눈앞에 다가온다.


택시가 멈춰 서고,


피곤한 얼굴의 하윤이 발걸음 재촉하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간다.



***



나희와 소민이 봄비를 피해 벽화가 그려진 성북동 골목을 달려가고 있다.


“나희야 함께 가.”


성큼성큼 달려가는 나희 품에 마루가,


총총걸음으로 나희 뒤를 따라 달려가는 소민 품에 아띠가 안겨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와 1층 현관문 열고 들어가는 나희와 소민.


흩뿌리던 봄비가 굵어져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마당 위에 나무 평상도 화단의 라일락도 구석에 있는 비너스 스쿠터도 봄비에 젖어간다.



***



기상청 지진 화산국 대회의실에서 출장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안경을 쓰고 얼굴에 큰 특징이 없는 카이스트 연구원 1, 2가 자료화면을 띄운다.


대형 모니터에 에너지 분포를 알리는 그래프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호는 피곤한 얼굴로 카이스트 연구원 1, 2의 추가령단층대 에너지 분포를 분석한 설명을 듣고 있는데,


설명이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진호는 온통 하윤 생각뿐이다.


‘하윤이가 기다릴 텐데···. 어쩌지? 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진호가 크게 한숨을 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강 팀장이 피곤한지 크게 하품하고,


진호가 피곤함에 한숨 쉬는 걸로 착각하고 토닥토닥해준다.


진호는 강 팀장의 위로도 싫다.


카이스트 연구원 1, 2의 설명이 끝난다.


강 팀장과 카이스트 연구원 1, 2가 대회실을 나가고,


진호도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뒤따라 나간다.


회의실 앞에 1팀 팀원들이 준비해 놓은 장비를 진호가 체크하며 중얼거린다.


“야, 하윤이하고 전화 통화 좀 하려고 했더니, 회의실 앞에까지 캐리어를 갖다 놨어. 진짜 너무 열심히 일한다. 숨 쉴 여유도 없이 딱딱 맞춰서 준비 잘해놨네.”


진호가 장비를 확인하고,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창밖을 바라보면 굵은 봄비가 내리고 있다.



***



전자담배를 손에 든 나희가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현관 처마 아래에서 손을 뻗어 손바닥에 떨어지는 봄비를 느껴본다.


마당 구석에 있는 비너스 스쿠터를 바라보고,


뭔가가 생각난 듯 전자담배 주머니에 넣고,


비너스 스쿠터 쪽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나희는 하윤이 스쿠터 앞에서 손으로 뭔가를 만지고 환하게 웃던 모습을 떠올린다.


하윤의 흔적을 찾기 위해 스쿠터 여기저기를 바라보는 나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윤이 먼지를 닦아내자 모습을 드러냈던 분홍색 하트 스티커가 빗물에 젖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나희가 스쿠터 앞을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뭘 보고 피식피식 웃은 거야? 미쳤나···.”


빗줄기가 얼굴을 때리자,


나희가 현관 앞 처마 밑으로 뛰어가 비를 피한다.


나희가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연기를 허공에 길게 뿜어낸다.



***



뜨거운 물과 함께 하얀 수증기가 샤워 부스 안을 가득 채운다.


샤워 부스 안에서 하윤이 눈 감은 채 얼굴을 씻고,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물을 느끼고 있다.


샤워 꼭지를 내리자,


물이 멈추고 수증기가 하윤의 몸을 감싼다.


긴 머리를 잡아 물기를 짜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목욕가운을 입는다.


몸을 숙여 머리에 수건을 돌돌 말아 바로 서자,


머리에 수건이 소라처럼 세워져 있다.


샤워하는 중에 진호에게 연락이 와 있을까 하는 마음에,


거실로 나오자마자 아일랜드 식탁 위에 있는 휴대전화를 찾아 걸어간다.


역시나, 샤워하는 사이에 진호에게 부재중 전화 6번과 카톡이 와있다.


여자 PD에게도 부재중 전화 1번 와있다.


진호가 벌써 집 근처에 도착했을지 몰라,


머리 위 수건을 내리며 급한 마음에 카톡 창을 열어본다.


진호


집 도착했지? 전화 안 받네


나 갑자기 팀장님하고 소청도로 출장 가 (절규)


미안한데 오늘 못 만날 것 같아 (눈물)


카톡 보면 연락줘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윤이 손가락으로 미간을 만지며 한숨을 내쉰다.


진호에게 답장을 쓰려다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촬영 때문에 전화했을 여자 PD에게 전화를 건다.


“하윤, 하윤!!”


고음의 여자 PD의 음성이 들리자,


하윤도 목소리 톤을 높인다.


“네, PD님. 전화 못 받았어요.”


“오랜만에 이틀 연속 휴식인데. 잘 쉬고 있지?”


하윤이 한 손으로 수건을 들어 머리를 대충 감싸며 말한다.


“네. 너무 잘 쉬고 있어요.


“쉬고 있는데 미안, 내일 촬영 때문에 전화했어. 지금 비 내리는 거 알지?”


하윤이 창밖을 향해 있는 투명 의자에 앉아 통화한다.


집에 도착했을 때보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네, 알고 있어요.”


키보드 소리와 함께 여자 PD의 음성이 들린다.


“기상청에서 내일은 비가 변덕스럽게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대. 큐시트 정리하고 있으니까, 좀 있다 보내줄게.”


“아, 네. 감사합니다.”


“마로니에 공원에 새벽 5시까지 도착하면 촬영 감독하고, 촬영팀 팀원 있을 거야. 협찬 의상은 오후에 집으로 보내줄게.”


“PD님만 귀찮지 않으시면, 저야 너무 고마울 것 같아요.”


하윤은 내일 촬영 스케줄과 협찬 의상까지 정리가 되자,


참고 있던 피로가 갑자기 밀려온다.


의자에서 일어나 휴대전화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여자 PD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말이 없다가,


말한다.


“내일은 변덕스러운 날씨라. 우산이나 우비 챙겨가면 좋을 것 같은데.”


방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것 같아 침대에 엉덩이를 살짝 걸터앉아 말한다.


“네, 좋아요. 준비할게요.”


“그래, 큐시트 정리해서 톡으로 보낼게.”


“네, 감사합니다.”


여자 PD와 통화를 끝내고,


하윤이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힌다.


휴대전화 화면 위로 카톡 어플 대화 창을 불러내 진호에게 ‘괜찮ㅇ’ 답장 쓰다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친다.


하윤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긴다.



***



나희가 무대 뒤 검은 커튼을 열고,


분장실로 연결된 어두운 통로를 지나 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밝게 조명이 켜져 있는 분장실 의자에 규혁이 다리를 꼬고 앉아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규혁이 분장실로 들어오는 나희가 거울에 비치자


뚫어지게 노려본다.


나희는 규혁을 투명 인간 취급하듯 쳐다보지 않고,


분장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의상과 소품을 챙긴다.


양손 가득 의상과 소품을 들고 규혁이 앉아 있는 의자에 걸려 있는 규혁 의상을 잡아 빼는데,


규혁이 등에 힘을 주고 있어 빠지지 않는다.


나희가 힘껏 옷을 잡아 빼자,


규혁이 의상을 낚아채 흔들며 트집 잡는다.


“저기. 이거 사이즈 안 맞는다고, 얼마 전에 분명히 얘기했는데.”


무표정한 나희 얼굴 앞에 대고 규혁이 의상이 흔들자,


나희 뺨에 의상이 닿는다.


나희가 대꾸하지 않고 규혁 손에 들린 의상을 잡아채,


분장실 문을 열고 무대로 통하는 어두운 통로로 간다.


규혁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희를 따라가,


어두운 통로 안에서 나희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말한다.


“야!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냐?”


분장실 문이 열려있어 분장실 조명이 열린 문 모양으로 길게 어두운 통로를 밝힌다.


그 안에 나희와 규혁이 서 있고,


나희가 돌아서며 매서운 눈빛으로 규혁을 노려보며 말한다.


“놔라.”


분장실 조명 빛이 나희 얼굴에 비치자,


눈빛이 더욱 매섭게 보인다.


규혁이 움찔하며 손에 힘을 풀며 말한다.


“너 사람 말 무시해? 내 의상, 팔 짧다고 얘기 못 들었어? ”


나희가 피식 웃는다.


“니 팔이 기형적으로 길다는 생각 안 해봤냐? 의상엔 문제없으니까. 그렇게 불만이면 니 긴 팔을 의상에 맞춰서 짤러.”


분장실 조명 빛을 등지고 있는 규혁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무대 쪽을 향해 분장실 조명을 등지고 있는 규혁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


규혁이 표정을 짐작할 수 있는 말을 내뱉는다.


“뭐?? 팔을 짤러? 이게 진짜?”


나희는 아무 반응 없이 어둠 속에서 깜빡거리는 규혁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규혁의 입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치. 너 요즘 연애하냐? 어떤 새끼 만나냐?”


무대를 향해 길게 늘어진 규혁의 그림자 다리가 덜덜 떨고 있는 게 나희 눈에 들어온다.


나희는 눈앞에 내려와 있는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는지, 답답해서인지,


입으로 바람을 ‘푸’ 불어 머리카락을 날린다.


“넌 지금, 의상이 문제야? 내 연애가 문제야?”


규혁의 대답이 없자,


나희가 한 걸음 앞으로 가 규혁 얼굴 앞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정중함을 더해 규혁 얼굴 앞에서 말한다.


“내가 니 꺼야? 내 몸이 니 꺼냐고? 너 착각하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니가 옛날에 가지고 놀던 도나희는 죽었어. 이제 세상에 없다고. 술 취해서, 심심해서, 여자하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 툭툭 던지면. 내가 언제 헤어졌냐는 듯 바보처럼 웃으면서 널 받아 줄 거라고 착각하지 마.”


나희가 말을 끝내고 한 발 뒤로 물러서자,


다리를 달달 떨던 규혁의 다리가 멈춘다.


규혁이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한다.


“야. 헤어진 게, 후회돼서 그러는 거면 어쩔래?”


“후회?? 너 디질래? 한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습관이야. 꺼져 개새꺄.”


나희가 찰지게 욕을 하고,


돌아서서 통로를 걸어 무대로 향한다.



규혁이 검은 커튼을 열고 무대로 나가는 나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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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2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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