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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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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648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2.16 21:05
조회
35
추천
1
글자
11쪽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DUMMY

진호는 강 팀장이 방심하는 사이 몰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위성 전화기를 가지고 나왔다.


컨테이너 가건물을 등지고 걷던 진호는 통화를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하윤의 목소리를 듣는 게 도대체 며칠만인가?’


진호는 떨리는 손으로 위성 전화기에 달려 있는 커다란 안테나를 들어 올리고,


하윤의 휴대전화번호를 누른 후 통화 버튼을 누른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떨린다.


숨이 가쁘다.


사랑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꼭 해야 한다.


위성 전화는 신호가 늦게 간다.


잠시 후 “뚜 뚜 뚜···.” 드디어 신호가 간다.


진호는 컨테이너를 슬쩍 바라보며 하윤이 전화받기만을 기다린다.


“뚜 뚜 뚜···.” 받아라, 받아라.


“띠~~” 하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뭐야? 설마 촬영 중인가?”


진호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고,


하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진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얼마나 눈치를 보고 노력해서 전화를 하는 건데···.


강한 바람이 진호의 눈물을 쓸고 지나간다.


멀리 서쪽 하늘에서 새까만 먹구름이 갈매기섬을 향해 다가온다.


또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갈매기섬에 쏟아질 것 같다.


진호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가 된 듯 거세게 휘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



방송국 회의실 대형 TV에서 어제 촬영한 인트로 영상이 나온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인트로 영상은 1차 편집본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회의실 의자에 길게 앉아 있다.


40대 중반 남자 CP와 남여 아나운서 건너편에 여자 PD와 함께 하윤과 도연이 앉아 있다.


무음으로 설정해 놓은 하윤의 휴대전화가 불을 밝혔다 꺼졌다 반복한다.


하윤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면 +8816 시작하는 이상한 번호다.


하윤은 진호가 위성전화로 전화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는다.


TV 화면 인트로 영상 속에서 하윤은 밝은 미소로 마무리 멘트 한다.


회의실 안 사람들은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박수친다.


하윤도 만족하는 표정으로 박수친다.


여자 PD는 하윤과 도연을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며 즐거워한다.


임원들은 남자 CP의 어깨를 두들기며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남자 CP가 임원들 뒤를 따라 나가자,


여자 PD와 도연도 남자 CP의 뒤를 따라 나간다.


혼자 남겨진 하윤은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한다.


알 수없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두 번 와있다.


카톡 어플에는 확인하지 않은 카톡 137 숫자가 빨간색 원안에 떠 있다.


뭐지? 하며 카톡 어플 열어본다.


하윤이 한국에 와서 다녔던 기상캐스터 학원 동기 단체 대화방에서 동기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오늘은 기상캐스터 학원 동기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다.


학원 동기들은 오늘 모임에 관련해서 쉬지 않고 대화한다.


학원 동기들은 처음에는 많았지만,


현재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는 동기는 하윤을 포함해서 4명이 전부다.


한때 40명이던 단체 대화방은 활동하지 않는 동기들이 하나둘 빠져나갔고,


남아 있는 사람은 7명이다.


그나마 대화방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은 4명뿐이다.


대화를 하지 않고 남아 있는 3명은 아직 기상캐스터를 준비하는 중이다.


하윤은 한번 시험으로 합격했으니 운이 꽤 좋은 케이스다.


동기들의 부러움도 받았지만,


시기와 질투를 더 많이 받았다.


하윤은 늦게라도 참석하겠다며 카톡을 남긴다.


대화방에 하윤이 등장하자.


동기들은 칭찬인지 질투인지,


하윤의 시구 관련 이야기와 인트로 촬영 관련 이야기를 쏟아 낸다.


하윤은 부끄러운 듯 이모티콘 보낸다.


여자 PD가 회의실 문을 열고 하윤에게 말한다.


“하윤. 안 나오고 뭐 해? CP님이 고생했다고 소고기 쏜데. 빨리 가자.”


“아, 네.”


하윤은 가방 안에 휴대전화를 넣고 밝은 얼굴로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



하윤과 통화를 실패한 진호는 우울한 얼굴로 컨테이너 가건물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의자에 등을 기댄 강 팀장은 잠이 든 것처럼 지그시 눈을 감고 뜨지 않는다.


카이스트 연구원 1, 2도 웬일인지 모니터만 바라고 진호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진호는 위성전화기를 테이블 위에 살며시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간다.


강 팀장은 오른쪽 눈을 살며시 떠 위성 전화기를 바라본다.


카이스트 연구원 1, 2가 고개를 돌려 강 팀장과 눈을 마주친다.


강 팀장이 눈을 질끈 감으며 사인하자,


카이스트 연구원 1, 2도 눈을 깜빡이며 사인한다.


세 사람은 진호가 위성전화기를 가지고 나간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해주자는 사인을 주고받는다.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진호의 우울한 어깨가 들썩거린다.


강 팀장은 모르는 척 눈감고,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자신들의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한다.


번쩍거리는 번개 빛이 컨테이너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컨테이너 철판을 때리는 빗줄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어두워진 저녁 사랑 소극장 건물 앞을 1층 처마에 달린 동그란 호박등이 밝게 비추고 있다.


사랑 소극장 간판에도 불이 들어와 있고,


포스터로 도배가 된 빨간색 매표소도 밝은 조명이 켜져 있는지 좁은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


빨간색 매표소 앞에서는 20대 연인이 공연 티켓을 받기 위해 각도기 모양으로 잘린 반원형의 작은 구멍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그 뒤에 명품 캐주얼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한껏 멋을 낸 멸치처럼 깡마른 민준이 서서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예약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20대 연인이 티켓을 받아 들고 공연장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자,


뒤에 서서 기다리던 민준은 휴대전화를 매표소 작은 구멍에 밀어 넣고 예약 문자를 보여준다.


하얀 민준의 손은 작고 부드럽다.


“예약요.”


반원형의 작은 구멍에 휴대전화와 민준의 고운 손이 들어가자,


안에서 민준의 손을 덥석 잡고 놓지 않는다.


민준은 빨판이 없는 커다란 문어가 손을 잡고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느낀다.


등골에 식은땀이 맺힌다.


깜짝 놀라 손을 빼는데 손은 빠지지 않는다.


“어, 어, 어. 뭐야? 야! 저기 요? 손 안놔? 야! 뭐야!”


손을 빼려고 바둥거려보지만 매표소 안에서 민준의 손을 잡고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의 힘은 강력하다.


“왜 그래요. 손 놔주세요.”


얼굴이 일그러지는 민준의 입에서 곧 욕이 나올 것 같다.


매표소 안에서 민준의 손을 잡았던 무언가가 손을 놓는다.


민준은 매표소 앞에서 두 발짝 뒷걸음질 친다.


“에이, 뭐야?”


티켓을 받는 반원형 구멍에서 나희가 얼굴을 내밀며 “민준이 왔니?” 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나희의 목소리를 듣고 민준은 허리를 숙여 반원형 구멍 안을 바라본다


나희는 얼굴은 내밀고 하얀 치아를 보이며 웃고 있다.


나희가 민준을 알아보고 장난친 것이다.


민준은 매표소에 나희가 있을거로 생각하지 못하고 깜짝 놀라 바지에 소변을 지릴뻔했다.


놀라고 화가 났던 민준의 일그러졌던 표정이 순식간에 바보처럼 ‘헤’ 웃으며 매표소 구멍을 향해 다가간다.


“어? 하! 하! 하! 나희구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나희는 손가락으로 매표소 안에 붙어 있는 포스터 틈을 가리킨다.


“여기 틈으로 민준이 너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많이 놀랐어?”


“아니, 아니야. 괜찮아.”


민준은 바보처럼 웃으며 어울리지 않게 수줍은 듯 몸을 배배 꼰다.


나희는 민준의 눈앞에 티켓 두 장을 V 모양으로 펼쳐서 건넨다.


혼자 온 민준은 티켓 두 장을 건네는 나희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매표소 안 나희와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나희야. 나 티켓 한 장만 주면 되는데.”


민준의 말이 끝나자,


민준의 귓가에 애교 섞인 익숙한 쉰 음성과 미지근한 입김이 다가온다.


“티켓 한 장은 내 꼬 같은뎅.”


민준은 허리를 숙인 채 미지근한 입김과 음성이 들려오는 곳으로 얼굴을 돌려보는데.


환하게 웃고 있는 소민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키스하기 위해 키를 맞춰 몸을 낮춘 남자 같다.


민준은 귀신처럼 소리 없이 옆에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소민을 보고 놀란다.


“아우, 씨발. 깜짝이야.”


민준은 화들짝 놀라 스프링처럼 뒤로 튕겨져 나간다.


소민은 욕하며 뒷걸음질치는 민준을 보고 기분 상한다.


“뭐야? 귀신이라도 봤어?”


민준은 거리를 유지한 채 손사래를 친다.


참 착하다.


“아니, 아니, 아니야. 내가 원래 겁이 많아. 새 가슴이야, 새 가슴.”


소민은 토라진 표정으로 민준에게 말한다.


“그래도 너무 놀래니까, 기분이 별론데.”


민준은 티켓 한 장을 소민에게 정중하게 건네며 말한다.


“전혀 예상을 못 해서 그랬어. 미안하다, 소민아. 응.”


매표소 안에서 두 사람 바라보던 나희는 큭큭거리며 반원형의 구멍에 입 내밀고 말한다.


“두 분, 오른쪽 지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소민은 민준이 건네는 티켓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들고,


앞장서서 지하 계단을 내려간다.


“여기는 내가 진짜 잘 알아, 따라와 민준아.”


“어. 어, 어, 어. 나희야, 공연 끝나고 보자.”


계단 내려가는 소민을 바라보던 민준은 매표소에 있는 나희에게 말하고,


소민의 뒤를 따라 지하 계단으로 내려간다.



***



조명이 밝게 켜진 보도국 스튜디오 안은 스텝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뉴스 진행을 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시선이 카메라 아래 텔레 프롬프터(방송용 자막기)에 고정되어 있다.


하윤은 스튜디오 뉴스 세트 오른쪽 일기예보 세트 앞 대기 의자에 앉아서 큐시트를 보고 있다.


여자 아나운서는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선희 선수의 결혼 소식을 전한다.


뉴스 세트 뒤 대형 화면에서는 오선희 선수의 자료 화면이 흘러나온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피스트(펜싱 경기를 하는 파란색 경기장) 위를 뛰어다니는 오선희 선수의 영상.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과 흐르는 땀을 닦는 영상이 이어 나온다.


하윤이 대형 화면 속 오선희 선수를 바라보는데,


눈물 흘리며 얼굴에 땀을 닦는 오선희의 모습이 클로즈 업 되자,


빗물에 젖어 얼굴을 닦던 나희 모습으로 떠오른다.


고등학교 1학년 어린 하윤은 숨 막히도록 떨리는 마음으로 펜싱 연습하는 나희를 숨어서 지켜봤다.


그때, 그 심장이 다시 살아난 듯 마음대로 뛴다.


하윤의 심장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대로 요동치며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올라온다.


하윤은 3번 카메라 감독이 자신을 부르는 것도 모른 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하윤은 ‘도나희 도나희’를 부른다.


“하윤, 하윤. 준비해야지.”


여자 PD가 앉아 있는 하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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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66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6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5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7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6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9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7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9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40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2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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