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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딧 님의 서재입니다.

내 친구의 첫사랑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네딧
작품등록일 :
2021.10.11 12:36
최근연재일 :
2022.07.21 20:30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7,585
추천수 :
167
글자수 :
658,878

작성
22.02.18 22:05
조회
36
추천
1
글자
11쪽

65화. 프러포즈

DUMMY

하윤은 정신이 번쩍 든다.


“네, 피디님.”


정신이 나갔다 돌아온 사람처럼 하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3번 카메라 감독은 하윤을 살피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윤씨 괜찮아? 요즘 너무 피곤한 거 아냐?”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잠깐 딴생각을 했어요.”


하윤은 정신을 다잡고,


일기예보 세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올라간다.


3번 카메라를 바라보며 바른 자세로 환한 미소를 짓는다.


진정이 안 되는 심장을 진정시켜보려고 크게 숨을 내쉬고 3번 카메라를 바라보는데,


나희가 카메라 앞에서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나희 얼굴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신 차리자’ 하며 눈 감고 머리를 흔들어 카메라 옆에 서 있는 여자 PD를 바라본다.


손을 들고 있던 여자 PD가 손을 뻗어 하윤을 향해 ‘큐’ 사인한다.


3번 카메라 감독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윤을 바라본다.


멘트를 시작하는데···.


깨끗하고 맑은 하윤의 음색이 갈라진다.


당황한 하윤은 헛기침하고 목소리를 다듬어가며 일기예보 전달하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되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방송사고다.


당황한 건 여자 PD도 마찬가지다.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계속 진행하라고 사인한다.


하윤은 정신을 다잡고,


크게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처음부터 다시 한다.


여자 PD는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만들어 괜찮다는 사인한다.


“기상캐스터 이하윤 이였습니다.”


겨우 멘트를 마무리한다.


하윤은 미안한 표정으로 일기예보 세트에서 내려온다.


3번 카메라 감독은 괜찮다는 듯 살며시 머리를 끄덕이고,


여자 PD도 안경을 쓸어 올리며 눈으로 괜찮다고 위로한다.


하윤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자책한다.


“나 갑자기 왜 이러지?”



***



사랑 소극장 무대 위 전봇대처럼 키가 큰 주인공 규혁과 깡마른 여자 주인공이 무대 뒤로 사라지자,


조명이 모두 꺼진다.


무대와 객석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무대 중앙과 피아노 자리에 핀 조명이 분위기 있게 떨어진다.


피아노 자리에는 나희가 앉아 피아노 연주를 준비한다.


경주는 오퍼실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며 조명과 음향 콘솔을 만진다.


피아노에 앉아 있는 나희가 객석을 힐끗 바라보면,


어둠 속 객석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는 민준과 소민의 모습이 보인다.


공연을 보면 항상 졸던 소민이 웬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민준은 무대를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듯 몸을 살짝 숙여 얼굴을 무대 쪽으로 가까이 가져다 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공연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것 같다.


공연 전 민준 앞에서 티켓을 받았던 20대 연인 중 남자가 무대 위에 올라가 핀 조명 아래 선다.


남자는 첫사랑인 여자 친구에게 고백하기 위해 예약해 놓은 상태다.


남자의 고백 이벤트가 나희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남자는 여자 친구를 바라보며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우리 처음 만났던날. 넌 나를 보자마자, 내 외모를 지적하며 소주 3잔을 원 샷 했지. 그런 널 보고 난 ‘와 씨발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라고 생각했었지···.”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민준과 소민도 등을 뒤로 하며 웃는다.


“나는 인연이나 운명 따위는 믿지 않았었어. 그런데 널 만난 건 인연과 운명이 적절히 조합된 것 같아.”


남자의 고백이 이어질 때마다 관객들은 웃었다 눈물을 훔쳤다 반복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소주를 마셔준 너, 사랑한다!! 우리 이제 결혼해서 집에서 편하게 술 퍼마시자. 사랑해!!”


피아노 연주하는 나희도 20대 남자의 순수한 고백에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


남자의 솔직한 프러포즈가 담긴 고백에 감동받은 20대 여자는 눈물을 흘린다.


10여 명의 관객들은 박수치며 환호한다.


민준과 소민은 일어서서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소민은 손으로 ‘휙~휙~’ 휘 바람을 날린다.


민준의 말을 따라 관객들도 소리친다.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어느덧 민준과 소민은 어깨동무를 하고 관객들과 함께 “키스해”를 외친다.


고백 남성은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객석에 내려와 여자 친구에게 키스하려고 한다.


여자 친구는 쑥스러운 듯 몸을 피한다.


남자는 조용히 옆에 앉는가 싶더니,


여자 친구를 와락 끌어안고 진한 키스한다.


관객들 환호하고,


어깨동무를 한 민준과 소민은 연인의 키스가 성공하자,


양손을 부딪치며 부둥켜안고 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한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확정된 것처럼.


이성을 잃어버렸던 민준의 이성이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보면,


품 안에 소민이 안겨 있다.


민준은 전에 느끼지 못했던 포근하고 따뜻함을 처음으로 소민에게 느낀다.


민준이 따뜻한 눈으로 소민을 바라보자,


소민도 정신이 돌아온 듯 민준을 안고 있던 짧은 팔을 풀어 자리에 앉는다.


“어머나, 너무 흥분했네.”


“어, 그랬네.”


민준도 어색한 말투로 말하고 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민준과 소민의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진다.


나희와 경주는 관객들의 기대 이상의 반응에 미소 짓는다.


앞 자리에 앉은 20대 연인의 키스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자,


공연 진행이 멈춘다.


무대 뒤로 돌아가려던 나희가 어둠 속에 몸을 숙여 20대 연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인다.


“언니, 오빠. 자꾸 저 부럽게 하실래요?”


나희 말에 20대 연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키스를 멈춘다.


무대 뒤 검은 커튼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던 배우들도 웃음을 터뜨린다.


무대에 나가 공연을 해야 할 규혁이 20대 연인에 빠져 실실 웃고 있자,


남자배우가 규혁을 툭 치며 말한다.


“공연 안 할겨? 주인공이 왜 관객을 관람하고 있어?”


“앗!”


규혁은 무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조명이 밝아지며 공연은 다시 시작된다.



***



갈매기섬의 하늘은 번쩍이는 번개가 촉수를 뻗으며 하늘을 가르고,


바람이 비를 품고 옆으로 후려친다.


컨테이너 가건물 안은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지 않고 번쩍이는 번개 빛으로 밝다.


바람에 가건물이 흔들리고,


옆으로 후려치는 빗방울 소리가 귀에 따갑게 들린다.


강 팀장과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저녁으로 후루룩 쩝쩝거리며 컵라면 먹는다.


입술이 불어터진 진호는 동공이 풀린 채 한쪽 구석에서 생라면을 입에 넣고 있다.


내일 진짜 섬에서 나갈 수 있을지 의심하는 중이다.


헤엄이라도 쳐서 이 섬을 빠져나갈까?


하윤이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하윤이가 지금 내 꼴을 본다면 실망하겠지?


방송국에는 멋있는 남자들도 많은데.


내 생각은 하는 걸까?


할 거야, 하윤이는 천사니까.


아니야, 세상엔 온통 늑대 같은 남자들 천지인데.


함께 여행도 가고, 그래 1박하는 여행 좋다.


바쁘다고 하면 어쩌지?


서울에 가면 프러포즈를 멋있게 해야겠다.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가,


환하게 웃다가 반복하는 진호의 얼굴이 번개 빛에 공포스럽게 보인다.


번쩍하면 울상이었다가,


번쩍하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런 진호의 모습을 강 팀장과 카이스트 연구원 1, 2가 두려운 눈으로 바라본다.


강 팀장은 고개를 한번 갸웃하고,


카이스트 연구원 1, 2는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머리를 가리키며 손을 돌린다.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컨테이너 가건물을 흔들고 지나간다.



***



대학로 파라솔 술집은 테이블과 의자를 빼고 가게 안이 온통 연극 포스터로 덧붙여져 있다.


낡은 옛 공연 포스터들과 조명에 반짝이는 현재 공연 포스터들이 적절하게 잘 어울린다.


배우들의 아지트라는 말에 걸맞게 연극 배우들로 가게 안 테이블이 가득 차 있다.


나희와 소민은 화장실 대각선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민준은 신기한 듯 둘레둘레 하며 가게 안을 바라본다.


술 마시던 배우들과 스텝들 중에 도상철(나희 아버지)연출의 딸인 나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손을 들거나 잔을 들어 나희를 반긴다.


나희는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파라솔 술집은 나희 아버지 단골 술집이기도 하다.


나희는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에는 아버지의 딸임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 가시고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고마워졌다.


부모님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나희는 부모님이 그립다.


공무원 느낌의 젊은 남자 사장이 코팅이 벗겨져가는 메뉴판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희를 보며 인사한다.


“나희 왔니.”


“네, 안녕하세요.”


메뉴판을 받아 든 나희는 소민과 어깨를 맞대고 메뉴판을 보며 메뉴를 고민한다.


민준은 시선을 돌리다 머리 위 천장에 붙어 있는 연극 포스터를 보고 시선이 멈춘다.


일어서서 가까이 올려다보면,


몇 년 전 부모님과 함께 봤던 연극 ‘염쟁이 유씨’ 공연 포스터다.


“어? 나 저 공연 부모님이랑 함께 봤는데.”


나희는 고개 들어 민준이 고개 들고 바라보는 공연 포스터를 본다.


개량 한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양손을 앞으로 뻗고 웃고 있는 연극 ‘염쟁이 유씨’ 포스터다.


“민준이 너. 염쟁이 유씨 봤구나?”


민준은 자리에 앉아 기억을 되짚어보며 말한다.


“부모님이 엄청 우셔서 잊을 수가 없어. 저 배우분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는데. 요즘에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와서 반갑더라고.”


소민은 민준의 말을 듣고 짧은 목을 꺾어서 천장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바라본다.


나희는 메뉴판을 민준의 앞에 펼쳐 보여준다.


“그래? 뭐 먹을까?”


포스터를 보던 소민이 말한다.


“저분 유해진 아니야? 많이 닮았는데.”


민준은 박수 치며 소민에게 호응한다.


“그치? 진짜 많이 닮았어.”


나희는 소민과 민준에게 보란 듯 손가락으로 화장실 간판이 붙어 있는 구석 자리 테이블을 가리킨다.


구석 자리에 연극 배우로 보이는 남자 네 명이 술 마시고 있고,


모자를 눌러쓴 염쟁이 유씨 배우가 구석에 앉아 있다.


“그 배우님. 저기 계시네.”


민준은 나희의 손을 따라 자세히 바라본다.


진짜 ‘염쟁이 유씨’ 포스터에 있는 유해진 닮은 배우가 구석 자리에서 술 마시고 있다.


“헐~ 대박. 진짜 그 배우네.”


‘염쟁이 유씨’ 배우는 나희와 눈이 마주치자,


나희에게 손들어 인사한다.


나희도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민준은 완전 신기한 듯 목소리 높인다.


“와~ 나희 너. 저 배우랑, 아는 사이야?”


“이 바닥이 좁잖아.”


나희의 말에 민준은 나희와 염쟁이 유씨 배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한다.


“와~ 여기 와서 연예인을 보네.”


오버하듯 말하는 민준을 보고 나희는 피식 웃는다.


소민은 그런 민준이 귀여운 듯 빤히 바라본다.


민준은 소민의 끈적이는 시선을 느끼고 둘레둘레 거리던 몸을 멈추고 자세를 바로잡아 앉는다.




내 친구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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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가지마! 22.03.02 33 1 11쪽
70 69화. 나희에게 달려가는 하윤 22.02.28 31 1 11쪽
69 68화. 술 취한 나희에게 시비거는 규혁 22.02.25 35 1 11쪽
68 67화. 염쟁이 유씨 22.02.23 27 1 11쪽
67 66화. 술자리 22.02.21 34 1 11쪽
» 65화. 프러포즈 22.02.18 37 1 11쪽
65 64화. 소민의 등장에 놀라는 민준 22.02.16 35 1 11쪽
64 63화. 오늘도 평화로운 갈매기 섬 22.02.14 29 1 11쪽
63 62화. 인류애 22.02.11 34 2 12쪽
62 61화. SM 제약 회장님 부부 22.02.09 32 1 11쪽
61 60화. 잠꼬대 22.02.07 34 1 11쪽
60 59화. 파이팅! 도나희 22.02.03 36 1 12쪽
59 58화. 모든 사람은 노력한다 22.02.01 39 1 11쪽
58 57화. 분홍색 헬멧 22.01.30 35 1 12쪽
57 56화. 내사람 22.01.29 43 1 11쪽
56 55화. 도나희 너 진짜 22.01.27 38 1 11쪽
55 54화. 도나희 22.01.25 38 1 12쪽
54 53화. 위기에 빠진 하윤 22.01.23 36 1 12쪽
53 52화. 하윤을 위협하는 건달들 22.01.21 37 1 11쪽
52 51화. 갈매기섬의 괴성 22.01.20 40 1 12쪽
51 50화. 카이스트는 역시 다르다 22.01.18 32 1 12쪽
50 49화. 조세호를 타고 갈매기섬에 도착 22.01.16 33 1 12쪽
49 48화. 단발머리 남자 22.01.15 38 1 11쪽
48 47화. 사랑 그대로의 사랑 22.01.13 39 1 11쪽
47 46화. 진호는 하윤과 결혼을 꿈꾼다 22.01.11 35 1 11쪽
46 45화. 내가 니꺼야? 22.01.09 41 1 11쪽
45 44화. 하윤의 첫사랑 22.01.08 45 1 11쪽
44 43화. 우산녀의 정체 22.01.06 43 1 12쪽
43 42화. 우산녀 22.01.04 39 1 11쪽
42 41화. 하트 스티커 22.01.02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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